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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년 키운 반려견, 5시간 만에 쓰레기로 소각
입력 2020.07.05 (11:01) 취재K
9년 키운 반려견, 5시간 만에 쓰레기로 소각
반려동물과 마지막 이별을 할 때, 가족을 보내듯 마음과 정성을 다해 떠나보내길 원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동물장묘업체에 맡겨 장례를 치르는 사람들이 꾸준히 느는 것도 그 때문이죠.

그런데 10년 가까이 자식처럼 키우던 반려견이 반나절도 안 돼 쓰레기로 소각된 사실을 알게 됐다면 어떨까요. 실제로 그런 일이 있었습니다.

■"9년 키운 복순이, 사체라도 찾고 싶었지만…"

경기도 군포에 사는 직장인 지윤혜 씨는 지난달 19일, 9년간 키우던 반려견 '복순이'를 잃었습니다. 당일 오전, 청소하려고 잠시 문을 열어 둔 사이, 복순이가 집 밖으로 나간 겁니다. 지 씨는 곧장 개를 찾아 나섰고, 지역 유기견 센터와 SNS 등으로 수소문했습니다.

개가 없어진 지 5시간이 됐을 무렵, 지 씨는 집에서 2백여 미터 떨어진 곳에 복순이가 죽어 있는 걸 봤다는 지인의 연락을 받았습니다. 지인이 보낸 사진에는 도로 옆 인도에 복순이가 쓰러져 있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곧장 사진 속 장소로 간 지 씨, 하지만 복순이는 이미 없어진 뒤였습니다.

지 씨가 반려견과 함께 찍은 사진지 씨가 반려견과 함께 찍은 사진

사체라도 찾을 수 있을까 시청에 문의했더니, 이미 청소 용역 업체가 개를 수거해 소각했다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개가 없어진 지 다섯 시간 여 만에 벌어진 일입니다.

복순이는 반려동물 등록이 된 상태로, 몸속에 내장형 마이크로칩이 삽입돼 있었습니다. 간단한 스캔 작업만 거쳐도, 주인이 누군지 알 수 있었던 만큼 지 씨의 아쉬움도 컸습니다.

지 씨는 "9년간 자식처럼 길러온 반려견이 반나절도 안 돼 폐기물 처리됐다는 게 충격이었다"면서 "사체도 찾지 못하고 허무하게 복순이를 보내게 돼 가족들의 상심이 크다"고 말했습니다.

■"빠른 처리가 우선"…지자체, 주인 확인 의무 없어

통상적으로 길에서 죽은 동물의 사체는 생활 폐기물로 분류돼 지자체가 처리합니다. 하지만 동물보호법상 등록된 동물은 소유권이 주인에게 있어서, 10일이 지나도 소유자를 알 수 없거나 소유자가 되찾아갈 의사를 표하지 않을 경우에만 지자체가 동물의 소유권을 가질 수 있습니다.

정지현 법무법인 케이에스앤피 변호사는 "인식표나 내장 칩으로 동물의 주인을 쉽게 확인할 수 있는데도 확인 절차 없이 함부로 동물의 사체를 처리했다면, 동물의 소유권을 취득하지도 않은 지자체가 동물 주인의 소유권을 침해한 것"이라며 "죽은 동물의 주인은 지자체에 민법상 위자료 청구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지자체에 죽은 동물의 주인을 반드시 확인해야 할 법적 의무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또 주인을 확인하지 않고 사체를 처리했을 때 받게 되는 처벌 규정도 없습니다. 그렇다 보니 현장에서는 로드킬(찻길 사고)로 죽은 동물의 주인을 확인하지 않고, 일단 처리하는 경우가 대다수입니다.

지 씨 반려견을 처리한 군포시청 관계자 역시 "로드킬을 당한 사체는 빨리 치우는 것이 우선"이라며 "청소 용역 업체가 동물 사체 처리를 맡고 있고, 시청 차원에서 동물 사체에 관한 확인 절차를 따로 마련해두지는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반려동물 등록제 6년…취지 잘 살리려면

올해로 반려동물 등록제가 의무화된 지 6년이 지났습니다. 반려동물 등록제는 동물의 유실과 유기를 막기 위해 마련된 제도입니다. 반려동물 등록제가 시행된 이후 2백만 마리가 넘는 개가 등록됐고, 이 가운데 절반 정도는 몸속에 내장 칩을 이식했습니다.

개의 몸속에 이식된 내장 칩을 확인하는 모습.개의 몸속에 이식된 내장 칩을 확인하는 모습.

하지만 현장에서 내장 칩이 제대로 활용되지 않으면서, 잃어버리거나 버려지는 동물은 해마다 10%가량 늘고 있습니다. 조희경 동물자유연대 대표는 "반려동물을 위한 법과 제도가 마련돼가고 있지만, 정책적 뒷받침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라며 "제도의 취지를 잘 살리기 위해선 인식표와 내장 칩을 잘 활용할 수 있도록 지자체 차원의 지침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반려견을 잃은 지 씨는 누구도 자신과 같은 상황을 겪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재차 강조했습니다. 지 씨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로드킬 당한 동물을 확인하는 시스템을 구축해달라'는 내용의 청원을 올렸습니다. 청원 말미, 지 씨는 이렇게 썼습니다.

"적어도 반려동물 사체가 접수되었다는 신고나 등록을 해야 하는 시스템이 있었다면, 저희 가족은 잃어버렸던 반려견의 소식을 들을 수 있었을 것입니다. 이렇게 죽은 반려견을 확인도 하지 않고 처리한다면, 반려동물 등록제는 소용이 없습니다."
  • 9년 키운 반려견, 5시간 만에 쓰레기로 소각
    • 입력 2020.07.05 (11:01)
    취재K
9년 키운 반려견, 5시간 만에 쓰레기로 소각
반려동물과 마지막 이별을 할 때, 가족을 보내듯 마음과 정성을 다해 떠나보내길 원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동물장묘업체에 맡겨 장례를 치르는 사람들이 꾸준히 느는 것도 그 때문이죠.

그런데 10년 가까이 자식처럼 키우던 반려견이 반나절도 안 돼 쓰레기로 소각된 사실을 알게 됐다면 어떨까요. 실제로 그런 일이 있었습니다.

■"9년 키운 복순이, 사체라도 찾고 싶었지만…"

경기도 군포에 사는 직장인 지윤혜 씨는 지난달 19일, 9년간 키우던 반려견 '복순이'를 잃었습니다. 당일 오전, 청소하려고 잠시 문을 열어 둔 사이, 복순이가 집 밖으로 나간 겁니다. 지 씨는 곧장 개를 찾아 나섰고, 지역 유기견 센터와 SNS 등으로 수소문했습니다.

개가 없어진 지 5시간이 됐을 무렵, 지 씨는 집에서 2백여 미터 떨어진 곳에 복순이가 죽어 있는 걸 봤다는 지인의 연락을 받았습니다. 지인이 보낸 사진에는 도로 옆 인도에 복순이가 쓰러져 있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곧장 사진 속 장소로 간 지 씨, 하지만 복순이는 이미 없어진 뒤였습니다.

지 씨가 반려견과 함께 찍은 사진지 씨가 반려견과 함께 찍은 사진

사체라도 찾을 수 있을까 시청에 문의했더니, 이미 청소 용역 업체가 개를 수거해 소각했다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개가 없어진 지 다섯 시간 여 만에 벌어진 일입니다.

복순이는 반려동물 등록이 된 상태로, 몸속에 내장형 마이크로칩이 삽입돼 있었습니다. 간단한 스캔 작업만 거쳐도, 주인이 누군지 알 수 있었던 만큼 지 씨의 아쉬움도 컸습니다.

지 씨는 "9년간 자식처럼 길러온 반려견이 반나절도 안 돼 폐기물 처리됐다는 게 충격이었다"면서 "사체도 찾지 못하고 허무하게 복순이를 보내게 돼 가족들의 상심이 크다"고 말했습니다.

■"빠른 처리가 우선"…지자체, 주인 확인 의무 없어

통상적으로 길에서 죽은 동물의 사체는 생활 폐기물로 분류돼 지자체가 처리합니다. 하지만 동물보호법상 등록된 동물은 소유권이 주인에게 있어서, 10일이 지나도 소유자를 알 수 없거나 소유자가 되찾아갈 의사를 표하지 않을 경우에만 지자체가 동물의 소유권을 가질 수 있습니다.

정지현 법무법인 케이에스앤피 변호사는 "인식표나 내장 칩으로 동물의 주인을 쉽게 확인할 수 있는데도 확인 절차 없이 함부로 동물의 사체를 처리했다면, 동물의 소유권을 취득하지도 않은 지자체가 동물 주인의 소유권을 침해한 것"이라며 "죽은 동물의 주인은 지자체에 민법상 위자료 청구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지자체에 죽은 동물의 주인을 반드시 확인해야 할 법적 의무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또 주인을 확인하지 않고 사체를 처리했을 때 받게 되는 처벌 규정도 없습니다. 그렇다 보니 현장에서는 로드킬(찻길 사고)로 죽은 동물의 주인을 확인하지 않고, 일단 처리하는 경우가 대다수입니다.

지 씨 반려견을 처리한 군포시청 관계자 역시 "로드킬을 당한 사체는 빨리 치우는 것이 우선"이라며 "청소 용역 업체가 동물 사체 처리를 맡고 있고, 시청 차원에서 동물 사체에 관한 확인 절차를 따로 마련해두지는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반려동물 등록제 6년…취지 잘 살리려면

올해로 반려동물 등록제가 의무화된 지 6년이 지났습니다. 반려동물 등록제는 동물의 유실과 유기를 막기 위해 마련된 제도입니다. 반려동물 등록제가 시행된 이후 2백만 마리가 넘는 개가 등록됐고, 이 가운데 절반 정도는 몸속에 내장 칩을 이식했습니다.

개의 몸속에 이식된 내장 칩을 확인하는 모습.개의 몸속에 이식된 내장 칩을 확인하는 모습.

하지만 현장에서 내장 칩이 제대로 활용되지 않으면서, 잃어버리거나 버려지는 동물은 해마다 10%가량 늘고 있습니다. 조희경 동물자유연대 대표는 "반려동물을 위한 법과 제도가 마련돼가고 있지만, 정책적 뒷받침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라며 "제도의 취지를 잘 살리기 위해선 인식표와 내장 칩을 잘 활용할 수 있도록 지자체 차원의 지침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반려견을 잃은 지 씨는 누구도 자신과 같은 상황을 겪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재차 강조했습니다. 지 씨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로드킬 당한 동물을 확인하는 시스템을 구축해달라'는 내용의 청원을 올렸습니다. 청원 말미, 지 씨는 이렇게 썼습니다.

"적어도 반려동물 사체가 접수되었다는 신고나 등록을 해야 하는 시스템이 있었다면, 저희 가족은 잃어버렸던 반려견의 소식을 들을 수 있었을 것입니다. 이렇게 죽은 반려견을 확인도 하지 않고 처리한다면, 반려동물 등록제는 소용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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