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반전과 보복’ 경남도의회 의장선거…참을 수 없는 당론의 가벼움

입력 2020.07.06 (13:47) 수정 2020.07.06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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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내 경선 불참하고 당선된 김하용 경남도의회 의장

당내 경선 불참하고 당선된 김하용 경남도의회 의장

지난달 26일 경상남도의회 후반기 의장단 선거. 더불어민주당 김하용 의원이 같은 당 류경완 후보를 4표 차로 따돌리고 당선이 확정되는 순간, 본회의장이 술렁였습니다. 새 의장의 당선 소감이 시작되려는 찰나, 민주당 의원들이 항의의 표시로 하나둘 본회의장을 빠져나갔습니다. 뒤이어 열려던 부의장 선거는 정족수 미달로 취소되었습니다.

의원총회에서 선출한 후보가 낙선하자 항의의 표시로 본회의장을 퇴장하는 경남도의원들의원총회에서 선출한 후보가 낙선하자 항의의 표시로 본회의장을 퇴장하는 경남도의원들

■내부 경선 안 거치고 후보 독자 등록

경남도의회는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 의원들의 비율이 각각 34대 19로 민주당이 다수를 이루고 있습니다. 경남도의회 개원 이래 민주당이 1당이 된 것은 처음입니다. 양당은 전반기와 마찬가지로 후반기에도 의장과 제1부의장은 민주당이, 제2부의장은 통합당이 갖기로 잠정 약속했습니다. 민주당은 의원총회를 열어, 의장과 제1부의장 후보에 각각 류경완 의원과 이상인 의원을 추대했습니다.

그런데 며칠 뒤 후보 등록 과정에서 이변이 발생합니다. 민주당 의원총회에서 경선 절차를 거치지 않은 김하용, 장규석 의원이 독자적으로 의장선거에 후보 등록을 한 겁니다. 민주당 경남도당은 두 사람에 대한 '제명' 결정을 내렸습니다.

이 같은 결정에도 불안했던지 긴급 의원총회를 열어, 애꿎은 통합당을 향해 '선전포고'를 합니다. "의장과 부의장에 민주당 추천 후보가 선출되지 않을 경우 교섭단체 합의가 파기된 것으로 간주한다." 바꿔 말해 '통합당이 김하용, 장규석 의원을 뽑는다면 통합당 몫의 제2부의장 자리도 주지 않겠다'는 겁니다.

■의장단 선출로 시작된 '집안싸움'…통합당이 책임져라?

경남도의회 더불어민주당 기자회견(왼쪽)과 미래통합당 기자회견(오른쪽)경남도의회 더불어민주당 기자회견(왼쪽)과 미래통합당 기자회견(오른쪽)

이 같은 경고는 사흘 만에 열린 부의장 선거에서 결국 현실로 나타났습니다. 민주당 몫의 1부의장 선거에서 이번에도 당내 경선을 거치지 않고 후보 등록한 장규석 의원이 당선되었습니다. 민주당 의원들은 뒤이어 열린 통합당 몫의 2부의장 선거에서 단독 후보 등록한 예상원 의원에게 무더기로 기권과 무효표를 던져 투표를 부결시켰습니다. 통합당이 민주당 추천 후보를 뽑지 않은 데 대한 항의 표시였습니다.

하지만 이를 두고 34석을 차지한 제1당이 '집안싸움'을 수습하지 못한 책임을, 19석 가진 제2당에게 떠넘기려 한다는 비판이 나왔습니다. 경남도의회는 7월 9일, 무더기 기권표로 부결된 제2부의장 선거를 앞두고 있습니다.

■공천장 받고 나면 나몰라라?…참을 수 없는 '당론'의 가벼움

경남도의회 파행은 김하용, 장규석 두 의원이 당내 경선을 거치지 않고 독자적으로 후보 등록을 한 순간 시작됐습니다. 당론을 어기고 의장단 후보에 등록한 두 사람의 행위에 대해, 일각에서는 '지방의회 독립성'을 들어 두둔합니다. 정당이 지방의회 의장단 선출에 개입하는 것이 지방의회 독립성을 침해하는 행위라는 겁니다.

‘이변 속출’ 경남도의회 의장단 선거‘이변 속출’ 경남도의회 의장단 선거

하지만 두 의원의 후보 등록을 비판하는 이들은 오히려 지방의회 안에서 정당의 책임과 권한이 더 강화되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지방의회에서 이뤄지는 각종 조례 제 개정과 행정사무감사 등 모든 활동이 지역 주민들의 삶을 결정짓는 '정치 행위'입니다. 이 같은 '정치 행위'의 주체인 지방의회 의원을 공천한 것은 '정당'입니다. 그런 관점에서 의장단 선출 역시 당론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죠. 유력 정당의 공천장을 받기 위해 줄을 설 때는 언제고, 중요한 의장단 선출 때는 '지방의회 독립성'을 운운하는 것은 전형적인 '이중잣대'라는 겁니다.

그렇다고 '이중잣대' 들이대며 당론 어기는 의원들만 비난할 건 아닙니다. 지방선거 시기만 되면 당선인 수 늘리기에만 급급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공천장을 남발하는 정당들, 아무런 책임이 없을까요?

■'감투싸움' 반복될 수밖에 없는 이유

2년에 한 번꼴로 지방의회 원 구성 시기마다 지루한 '감투싸움'이 반복됩니다. 의사일정 보이콧은 물론, 고성과 몸싸움까지 오갑니다. 볼썽사나운 '감투싸움'이라고, 덮어 놓고 비난할 문제는 아닙니다. 지방의회 안에서 정당의 권한과 책임이 어디까지인지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시작되지 않는 한, 내후년에도 또 반복될 싸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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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후] ‘반전과 보복’ 경남도의회 의장선거…참을 수 없는 당론의 가벼움
    • 입력 2020-07-06 13:47:46
    • 수정2020-07-06 13:47:58
    취재후·사건후

당내 경선 불참하고 당선된 김하용 경남도의회 의장

지난달 26일 경상남도의회 후반기 의장단 선거. 더불어민주당 김하용 의원이 같은 당 류경완 후보를 4표 차로 따돌리고 당선이 확정되는 순간, 본회의장이 술렁였습니다. 새 의장의 당선 소감이 시작되려는 찰나, 민주당 의원들이 항의의 표시로 하나둘 본회의장을 빠져나갔습니다. 뒤이어 열려던 부의장 선거는 정족수 미달로 취소되었습니다.

의원총회에서 선출한 후보가 낙선하자 항의의 표시로 본회의장을 퇴장하는 경남도의원들
■내부 경선 안 거치고 후보 독자 등록

경남도의회는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 의원들의 비율이 각각 34대 19로 민주당이 다수를 이루고 있습니다. 경남도의회 개원 이래 민주당이 1당이 된 것은 처음입니다. 양당은 전반기와 마찬가지로 후반기에도 의장과 제1부의장은 민주당이, 제2부의장은 통합당이 갖기로 잠정 약속했습니다. 민주당은 의원총회를 열어, 의장과 제1부의장 후보에 각각 류경완 의원과 이상인 의원을 추대했습니다.

그런데 며칠 뒤 후보 등록 과정에서 이변이 발생합니다. 민주당 의원총회에서 경선 절차를 거치지 않은 김하용, 장규석 의원이 독자적으로 의장선거에 후보 등록을 한 겁니다. 민주당 경남도당은 두 사람에 대한 '제명' 결정을 내렸습니다.

이 같은 결정에도 불안했던지 긴급 의원총회를 열어, 애꿎은 통합당을 향해 '선전포고'를 합니다. "의장과 부의장에 민주당 추천 후보가 선출되지 않을 경우 교섭단체 합의가 파기된 것으로 간주한다." 바꿔 말해 '통합당이 김하용, 장규석 의원을 뽑는다면 통합당 몫의 제2부의장 자리도 주지 않겠다'는 겁니다.

■의장단 선출로 시작된 '집안싸움'…통합당이 책임져라?

경남도의회 더불어민주당 기자회견(왼쪽)과 미래통합당 기자회견(오른쪽)
이 같은 경고는 사흘 만에 열린 부의장 선거에서 결국 현실로 나타났습니다. 민주당 몫의 1부의장 선거에서 이번에도 당내 경선을 거치지 않고 후보 등록한 장규석 의원이 당선되었습니다. 민주당 의원들은 뒤이어 열린 통합당 몫의 2부의장 선거에서 단독 후보 등록한 예상원 의원에게 무더기로 기권과 무효표를 던져 투표를 부결시켰습니다. 통합당이 민주당 추천 후보를 뽑지 않은 데 대한 항의 표시였습니다.

하지만 이를 두고 34석을 차지한 제1당이 '집안싸움'을 수습하지 못한 책임을, 19석 가진 제2당에게 떠넘기려 한다는 비판이 나왔습니다. 경남도의회는 7월 9일, 무더기 기권표로 부결된 제2부의장 선거를 앞두고 있습니다.

■공천장 받고 나면 나몰라라?…참을 수 없는 '당론'의 가벼움

경남도의회 파행은 김하용, 장규석 두 의원이 당내 경선을 거치지 않고 독자적으로 후보 등록을 한 순간 시작됐습니다. 당론을 어기고 의장단 후보에 등록한 두 사람의 행위에 대해, 일각에서는 '지방의회 독립성'을 들어 두둔합니다. 정당이 지방의회 의장단 선출에 개입하는 것이 지방의회 독립성을 침해하는 행위라는 겁니다.

‘이변 속출’ 경남도의회 의장단 선거
하지만 두 의원의 후보 등록을 비판하는 이들은 오히려 지방의회 안에서 정당의 책임과 권한이 더 강화되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지방의회에서 이뤄지는 각종 조례 제 개정과 행정사무감사 등 모든 활동이 지역 주민들의 삶을 결정짓는 '정치 행위'입니다. 이 같은 '정치 행위'의 주체인 지방의회 의원을 공천한 것은 '정당'입니다. 그런 관점에서 의장단 선출 역시 당론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죠. 유력 정당의 공천장을 받기 위해 줄을 설 때는 언제고, 중요한 의장단 선출 때는 '지방의회 독립성'을 운운하는 것은 전형적인 '이중잣대'라는 겁니다.

그렇다고 '이중잣대' 들이대며 당론 어기는 의원들만 비난할 건 아닙니다. 지방선거 시기만 되면 당선인 수 늘리기에만 급급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공천장을 남발하는 정당들, 아무런 책임이 없을까요?

■'감투싸움' 반복될 수밖에 없는 이유

2년에 한 번꼴로 지방의회 원 구성 시기마다 지루한 '감투싸움'이 반복됩니다. 의사일정 보이콧은 물론, 고성과 몸싸움까지 오갑니다. 볼썽사나운 '감투싸움'이라고, 덮어 놓고 비난할 문제는 아닙니다. 지방의회 안에서 정당의 권한과 책임이 어디까지인지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시작되지 않는 한, 내후년에도 또 반복될 싸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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