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추미애 상대 권한쟁의심판 청구할까?…핵심은 ‘헌법기관’ 여부

입력 2020.07.06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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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총장과 법무부장관이 서로 수사지휘가 자신의 권한이라고 싸우는 일, 이런 게 가능할까요. 지금까진 이런 건 상정 외의 일이었습니다. 역대 법무부장관은 대부분 검찰 출신으로 채워졌고, 따라서 검찰총장과 법무부장관의 의견이 다를 일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그런 일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지난달 말 추미애 법무부장관이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이 독립적으로 수사하도록 조치하라고 지휘하면서, 장관과 총장과의 의견이 서로 대립하게 되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법무부장관이 검찰총장을 지휘감독할 수 있다는 검찰청법 제8조에 근거한 지휘였는데요.

문제는 검찰청법에 '검찰총장이 검찰 사무를 총괄하며 검찰청 공무원을 지휘·감독한다'는 규정(제12조) 역시 있었단 점입니다. 때문에 법무부 장관이 수사지휘를 통해 법에 규정된 총장의 수사지휘권을 완전히 박탈하는 건 위법한 것이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됐는데요.

이 때문에 윤석열 검찰총장이 추미애 법무부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에 대해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신청을 청구할 것이란 얘기가 나온 겁니다. 만약 윤 총장이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하게 되면 법무부장관과 검찰총장 사이의 권한을 다투는 헌정사상 첫 쟁의심판이 됩니다.

■ "권한쟁의심판, 실제로 청구 땐 각하 가능성 있어"

권한쟁의심판을 쉽게 풀면, 이는 헌법재판소가 △국가기관 상호 간 △국가기관과 지방자치단체 사이 △지방자치단체 상호 간 권한의 유무 또는 범위를 정해주는 판단(헌법 제111조, 헌법재판소법 제62조)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어떤 국가기관이 처분을 한 것이 헌법·법률상 정해진 다른 국가기관의 권한을 침해했거나, 침해할 위험이 있는 경우에 청구하는 심판이지요.

이번에 가장 먼저 다뤄질 쟁점은 과연 검찰총장이 이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할 수 있는 '국가기관'인지 여부입니다.

헌법재판소가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할 수 있는 '국가기관'의 의미를 '헌법에 의하여 설치되고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독자적인 권한을 부여받은 국가기관'으로 보고 있습니다. 단지 법률에 설치근거를 둔 국가기관이라면 국회의 입법행위에 의하여 존폐 및 권한 범위가 결정될 수 있어, 다른 방법에 의해 분쟁을 해결할 수 있는 만큼 권한쟁의심판 청구를 해도 '각하'할 수밖에 없다는 게 헌법재판소의 입장입니다.

실제로 헌법재판소는 국가인권위원회와 대통령 사이의 권한쟁의심판에서, 국가인권위가 법률인 '국가인권위법'에 따라 설치된 이상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할 당사자 적격이 없다는 취지에서 '각하' 판단을 내린 바가 있습니다.

법조계 일각에선 '검찰총장은 헌법상 국가기관이 아니고 법률에 따라 설치된 국가기관이거나, 기관 내의 다툼으로 볼 수 있는 이상 헌법재판소에 청구해도 각하될 가능성이 있다'고 조심스럽게 내다보고 있습니다. 근거는 정부조직법과 검찰청법입니다.

현행 정부조직법은 제32조 제1항에서 '법무부 장관은 검찰·행형·인권옹호·출입국관리 그 밖에 법무에 관한 사무를 관장한다'고 정하고, 제2항에서 '검사에 관한 사무를 관장하기 위하여 법무부장관 소속으로 검찰청을 둔다'고 정해 검찰이 법무부 소속임을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정부조직법은 검찰청의 조직·직무 범위 그 밖에 필요한 사항은 따로 법률로 정한다고 하고 있고, 검찰청법 제12조 제1항이 대검찰청에 검찰총장을 둔다고 규정해, 검찰총장은 법률에 따라 설치된 국가기관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는 겁니다.

■"헌법에 '검찰총장 국무회의 거쳐야' 명시…헌재 본안 심사 필요"

그러나 반론도 존재합니다. 위와 같은 법률이 존재하는 건 사실이고 검찰총장이 대법원장과 같은 헌법기관 역시 아니지만, 헌법 제89조에서 '검찰총장의 임명'은 국무회의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고 정하고 있어, 적어도 헌법에 의해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기관이라는 주장입니다.

즉 이를 근거로 헌법에 의해 설치되고 독자적인 권한을 받은 국가기관으로 해석할 수 있고,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할 적격이 있다는 겁니다.

역사상 검찰총장과 법무부장관의 권한쟁의심판이 전무했던 이상, 헌법재판소 심판을 통해 양 기관 사이의 권한을 명확히 정할 필요가 있단 주장도 나옵니다.

만약 윤 총장이 권한쟁의신청을 청구하고 헌법재판소가 이를 전원재판부에 회부할 경우, 검찰총장이 국가기관인지, 또 법무부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에 의해 총장의 수사지휘권이 완전히 박탈되는지 등에 대한 첫 해석이 나오게 될 전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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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윤석열, 추미애 상대 권한쟁의심판 청구할까?…핵심은 ‘헌법기관’ 여부
    • 입력 2020-07-06 14:36:05
    취재K
검찰총장과 법무부장관이 서로 수사지휘가 자신의 권한이라고 싸우는 일, 이런 게 가능할까요. 지금까진 이런 건 상정 외의 일이었습니다. 역대 법무부장관은 대부분 검찰 출신으로 채워졌고, 따라서 검찰총장과 법무부장관의 의견이 다를 일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그런 일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지난달 말 추미애 법무부장관이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이 독립적으로 수사하도록 조치하라고 지휘하면서, 장관과 총장과의 의견이 서로 대립하게 되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법무부장관이 검찰총장을 지휘감독할 수 있다는 검찰청법 제8조에 근거한 지휘였는데요.

문제는 검찰청법에 '검찰총장이 검찰 사무를 총괄하며 검찰청 공무원을 지휘·감독한다'는 규정(제12조) 역시 있었단 점입니다. 때문에 법무부 장관이 수사지휘를 통해 법에 규정된 총장의 수사지휘권을 완전히 박탈하는 건 위법한 것이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됐는데요.

이 때문에 윤석열 검찰총장이 추미애 법무부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에 대해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신청을 청구할 것이란 얘기가 나온 겁니다. 만약 윤 총장이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하게 되면 법무부장관과 검찰총장 사이의 권한을 다투는 헌정사상 첫 쟁의심판이 됩니다.

■ "권한쟁의심판, 실제로 청구 땐 각하 가능성 있어"

권한쟁의심판을 쉽게 풀면, 이는 헌법재판소가 △국가기관 상호 간 △국가기관과 지방자치단체 사이 △지방자치단체 상호 간 권한의 유무 또는 범위를 정해주는 판단(헌법 제111조, 헌법재판소법 제62조)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어떤 국가기관이 처분을 한 것이 헌법·법률상 정해진 다른 국가기관의 권한을 침해했거나, 침해할 위험이 있는 경우에 청구하는 심판이지요.

이번에 가장 먼저 다뤄질 쟁점은 과연 검찰총장이 이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할 수 있는 '국가기관'인지 여부입니다.

헌법재판소가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할 수 있는 '국가기관'의 의미를 '헌법에 의하여 설치되고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독자적인 권한을 부여받은 국가기관'으로 보고 있습니다. 단지 법률에 설치근거를 둔 국가기관이라면 국회의 입법행위에 의하여 존폐 및 권한 범위가 결정될 수 있어, 다른 방법에 의해 분쟁을 해결할 수 있는 만큼 권한쟁의심판 청구를 해도 '각하'할 수밖에 없다는 게 헌법재판소의 입장입니다.

실제로 헌법재판소는 국가인권위원회와 대통령 사이의 권한쟁의심판에서, 국가인권위가 법률인 '국가인권위법'에 따라 설치된 이상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할 당사자 적격이 없다는 취지에서 '각하' 판단을 내린 바가 있습니다.

법조계 일각에선 '검찰총장은 헌법상 국가기관이 아니고 법률에 따라 설치된 국가기관이거나, 기관 내의 다툼으로 볼 수 있는 이상 헌법재판소에 청구해도 각하될 가능성이 있다'고 조심스럽게 내다보고 있습니다. 근거는 정부조직법과 검찰청법입니다.

현행 정부조직법은 제32조 제1항에서 '법무부 장관은 검찰·행형·인권옹호·출입국관리 그 밖에 법무에 관한 사무를 관장한다'고 정하고, 제2항에서 '검사에 관한 사무를 관장하기 위하여 법무부장관 소속으로 검찰청을 둔다'고 정해 검찰이 법무부 소속임을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정부조직법은 검찰청의 조직·직무 범위 그 밖에 필요한 사항은 따로 법률로 정한다고 하고 있고, 검찰청법 제12조 제1항이 대검찰청에 검찰총장을 둔다고 규정해, 검찰총장은 법률에 따라 설치된 국가기관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는 겁니다.

■"헌법에 '검찰총장 국무회의 거쳐야' 명시…헌재 본안 심사 필요"

그러나 반론도 존재합니다. 위와 같은 법률이 존재하는 건 사실이고 검찰총장이 대법원장과 같은 헌법기관 역시 아니지만, 헌법 제89조에서 '검찰총장의 임명'은 국무회의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고 정하고 있어, 적어도 헌법에 의해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기관이라는 주장입니다.

즉 이를 근거로 헌법에 의해 설치되고 독자적인 권한을 받은 국가기관으로 해석할 수 있고,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할 적격이 있다는 겁니다.

역사상 검찰총장과 법무부장관의 권한쟁의심판이 전무했던 이상, 헌법재판소 심판을 통해 양 기관 사이의 권한을 명확히 정할 필요가 있단 주장도 나옵니다.

만약 윤 총장이 권한쟁의신청을 청구하고 헌법재판소가 이를 전원재판부에 회부할 경우, 검찰총장이 국가기관인지, 또 법무부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에 의해 총장의 수사지휘권이 완전히 박탈되는지 등에 대한 첫 해석이 나오게 될 전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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