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꿈치·주먹·손소독제…‘코로나19 시대’ 달라진 대면외교

입력 2020.07.08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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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들이 환한 미소를 지은 채 접견실로 들어옵니다. 이내 반가운 눈빛을 주고받으며 손을 맞잡고 악수를 합니다. 종종 포옹하거나 등을 두드리기도 하고 비쥬, 즉 볼 뽀뽀를 나누기도 합니다. 그리곤 손을 잡은 채 카메라 렌즈를 향해 몸을 돌리고 더욱 환하게 웃습니다.

외교 무대에서 지금껏 흔히 볼 수 있는 장면입니다. 정상 간의 만남은 물론이고 외교 사절 사이 접견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하지만 코로나19가 세계적으로 확산한 이후 이런 모습에도 변화가 생기고 있습니다. 오늘(8일)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있었던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의 접견 모습에서 앞으로 변화된 모습을 엿볼 수 있습니다. 비건 부장관은 코로나 19 확산 이후 사실상 처음으로 외교부를 찾은 외국 주요 인사이기 때문입니다.

■ 악수 대신 팔꿈치 인사…멀리 떨어져 기념사진

외교부 청사 17층 접견실. 마스크를 쓴 사람들이 입장합니다. 스티븐 비건 부장관과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 그리고 수행원들입니다. 곧 마스크를 벗은 비건 부장관. 그리고 입장한 강 장관. 표정은 밝았지만, 악수는 없습니다. 대신 팔꿈치만을 부딪혔습니다. 곧바로 기념사진을 찍었지만, 강 장관과 비건 부장관의 사이는 2m도 더 떨어져 있었습니다. 너무 떨어진 듯 강 장관은 이내 비건 부장관에게 좀 더 다가오라고 손짓하기도 했습니다.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와 수행원들이 8일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이 접견하는 도중에도 마스크를 벗지 않고 대화 내용을 경청하고 있다.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와 수행원들이 8일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이 접견하는 도중에도 마스크를 벗지 않고 대화 내용을 경청하고 있다.

대화 내용도 비건 부장관이 어제(7일) 입국 과정에서 겪었던 코로나 19 검사였습니다. 비건 부장관은 "모든 것이 복잡하지만, 한국 정부는 제가 안전하게 도착하는 데 필요한 사항들을 해결하는데 매우 협조적"이라며 "우리 역시 안전해지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강 장관 역시 "이번 방문을 안전하게 하려고 할 수 있는 것을 다 했다"며 "코로나 19 검사를 받는 추가 조치를 해주셔서 감사하다"라고 화답했습니다.

조세영 외교부 1차관과 비건 국무부 부장관이 8일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한미 외교차관 전략대화를 하기에 앞서 기념사진을 촬영하던 도중 주먹을 맞대고 인사하는 듯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조세영 외교부 1차관과 비건 국무부 부장관이 8일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한미 외교차관 전략대화를 하기에 앞서 기념사진을 촬영하던 도중 주먹을 맞대고 인사하는 듯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

■ 책상 위에는 손 소독제…미국 외교관들도 '조심 또 조심'

직후 조세영 외교부 제1차관과 만난 비건 부장관. 회의장 내 책상 위에는 보통 필기구와 물컵이나 물 한 병 정도 놓여 있는 것이 보통이지만 이번에는 소형 손 소독제가 추가됐습니다. 기념사진도 역시 멀리 떨어져 찍었습니다. 무언가 어색했는지 두 사람은 눈을 마주치더니 곧바로 주먹을 서로 부딪치는 듯한 자세를 취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닿지는 않았습니다.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부장관(오른쪽)과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가 8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외교부 청사로 이동하면서 팔꿈치를 맞대며 인사하고 있다.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부장관(오른쪽)과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가 8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외교부 청사로 이동하면서 팔꿈치를 맞대며 인사하고 있다.

미국 인사들 사이에서도 이 같은 모습은 마찬가지였습니다. 회의에 앞서 정부서울청사에 도착했을 당시 그제야 얼굴을 마주친 비건 부장관과 해리스 대사는 악수도 하지 않고 서로 팔꿈치를 부딪치며 반가움을 표시했습니다. 어떤 회의에서건 회담 대표를 제외하고는 수행원 누구도 마스크를 벗지 않기도 했습니다.

어제(7일) 오산 미군 공군기지를 통해 입국하면서 예정에도 없던 코로나 19 검사를 받았던 스티븐 비건 부장관 일행. 이번 2박 3일 동안의 방한 일정은 시종일관 코로나 19로 변화된 대면 외교를 직접 체험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더불어 한국 정부에게도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 대면 외교를 추진해야 할지를 가늠해 볼 기회가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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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팔꿈치·주먹·손소독제…‘코로나19 시대’ 달라진 대면외교
    • 입력 2020-07-08 11:35:56
    취재K
주인공들이 환한 미소를 지은 채 접견실로 들어옵니다. 이내 반가운 눈빛을 주고받으며 손을 맞잡고 악수를 합니다. 종종 포옹하거나 등을 두드리기도 하고 비쥬, 즉 볼 뽀뽀를 나누기도 합니다. 그리곤 손을 잡은 채 카메라 렌즈를 향해 몸을 돌리고 더욱 환하게 웃습니다.

외교 무대에서 지금껏 흔히 볼 수 있는 장면입니다. 정상 간의 만남은 물론이고 외교 사절 사이 접견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하지만 코로나19가 세계적으로 확산한 이후 이런 모습에도 변화가 생기고 있습니다. 오늘(8일)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있었던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의 접견 모습에서 앞으로 변화된 모습을 엿볼 수 있습니다. 비건 부장관은 코로나 19 확산 이후 사실상 처음으로 외교부를 찾은 외국 주요 인사이기 때문입니다.

■ 악수 대신 팔꿈치 인사…멀리 떨어져 기념사진

외교부 청사 17층 접견실. 마스크를 쓴 사람들이 입장합니다. 스티븐 비건 부장관과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 그리고 수행원들입니다. 곧 마스크를 벗은 비건 부장관. 그리고 입장한 강 장관. 표정은 밝았지만, 악수는 없습니다. 대신 팔꿈치만을 부딪혔습니다. 곧바로 기념사진을 찍었지만, 강 장관과 비건 부장관의 사이는 2m도 더 떨어져 있었습니다. 너무 떨어진 듯 강 장관은 이내 비건 부장관에게 좀 더 다가오라고 손짓하기도 했습니다.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와 수행원들이 8일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이 접견하는 도중에도 마스크를 벗지 않고 대화 내용을 경청하고 있다.
대화 내용도 비건 부장관이 어제(7일) 입국 과정에서 겪었던 코로나 19 검사였습니다. 비건 부장관은 "모든 것이 복잡하지만, 한국 정부는 제가 안전하게 도착하는 데 필요한 사항들을 해결하는데 매우 협조적"이라며 "우리 역시 안전해지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강 장관 역시 "이번 방문을 안전하게 하려고 할 수 있는 것을 다 했다"며 "코로나 19 검사를 받는 추가 조치를 해주셔서 감사하다"라고 화답했습니다.

조세영 외교부 1차관과 비건 국무부 부장관이 8일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한미 외교차관 전략대화를 하기에 앞서 기념사진을 촬영하던 도중 주먹을 맞대고 인사하는 듯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
■ 책상 위에는 손 소독제…미국 외교관들도 '조심 또 조심'

직후 조세영 외교부 제1차관과 만난 비건 부장관. 회의장 내 책상 위에는 보통 필기구와 물컵이나 물 한 병 정도 놓여 있는 것이 보통이지만 이번에는 소형 손 소독제가 추가됐습니다. 기념사진도 역시 멀리 떨어져 찍었습니다. 무언가 어색했는지 두 사람은 눈을 마주치더니 곧바로 주먹을 서로 부딪치는 듯한 자세를 취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닿지는 않았습니다.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부장관(오른쪽)과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가 8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외교부 청사로 이동하면서 팔꿈치를 맞대며 인사하고 있다.
미국 인사들 사이에서도 이 같은 모습은 마찬가지였습니다. 회의에 앞서 정부서울청사에 도착했을 당시 그제야 얼굴을 마주친 비건 부장관과 해리스 대사는 악수도 하지 않고 서로 팔꿈치를 부딪치며 반가움을 표시했습니다. 어떤 회의에서건 회담 대표를 제외하고는 수행원 누구도 마스크를 벗지 않기도 했습니다.

어제(7일) 오산 미군 공군기지를 통해 입국하면서 예정에도 없던 코로나 19 검사를 받았던 스티븐 비건 부장관 일행. 이번 2박 3일 동안의 방한 일정은 시종일관 코로나 19로 변화된 대면 외교를 직접 체험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더불어 한국 정부에게도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 대면 외교를 추진해야 할지를 가늠해 볼 기회가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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