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련도 하고, 웃기도 했는데”…최숙현 선수 마지막 모습과 일기
입력 2020.07.08 (11:53)
수정 2020.07.08 (1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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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최숙현 선수는 세상을 떠나기 직전에도, 오후 훈련을 성실하게 소화했다.
피해 사실을 부인하는 가해 혐의자 때문에 힘겨워하면서도, 마지막 훈련은 웃으며 마쳤다.
그래서 고인의 마지막 모습을 기억하는 동료들의 마음이 더 아프다.
고 최숙현 선수의 유족이 8일 연합뉴스에 전한 동료들의 증언에는 최숙현 선수의 생전 마지막 모습이 묘사돼 있다.
최숙현 선수는 6월 25일 소속팀 오후 훈련을 소화했다. 동료들은 평소보다 더 담담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다음 날 오전 0시 30분께 가족과 지인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 [https://youtu.be/daMz_nr8Gjo]
한 동료 선수는 훈련 전 최숙현 선수가 폭행 가해자들과 관련해 심적으로 힘겨워했다고 회고했다.
그는 "최숙현 선수가 그날 (대한체육회 클린스포츠센터에서) '경주시청 소속 가해 혐의자들이 혐의를 부인했다'는 말을 들었다. 그쪽에서 변호사를 선임하고, 대처 방안을 준비 중이라는 걸 듣고는 힘들어했다. 최숙현 선수가 '어떻게 할 수가 없다'는 말도 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소속팀 훈련이 시작되자, 최숙현 선수는 훈련에만 집중했다. "평소보다 밝았다"고 말한 동료도 있었다.
훈련을 마치고 최숙현 선수는 동료와 저녁 식사를 하러 갔다.
식사에 동참하지 않은 다른 동료는 "최숙현 선수가 전 소속팀에서 당한 폭언, 폭력 등 때문에 힘들어하는 건 알고 있었다. 그런데 그날 웨이트트레이닝장에서 본 최숙현 선수는 밝은 표정이었다"며 "훈련 뒤에 최숙현 선수가 다른 동료와 식사를 하러 간다기에 '그래, 그렇게라도 마음을 풀어야지'라고 생각했다"고 떠올렸다.
마침 6월 25일은 월급날이었다. 한 달 동안의 고생을 보상받는 날이다.
동료는 최숙현 선수가 식사를 즐기며 마음을 풀길 바랐다.
식사를 함께한 동료는 "예전에는 같이 식사할 때 '너무 힘들다, 죽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는데, 6월 25일에는 밝은 얘기를 많이 했다. '가족도 있고, 동료도 있으니 괜찮아'라고도 했다"며 "정말 그런 결심을 했을 거라고는…(상상하지도 못했다)"라고 힘겹게 말했다.
최숙현 선수와 동료는 그날 밤 11시께 헤어졌다. 그런데 다음 날 오전 0시 30분께 최숙현 선수로부터 '강아지를 부탁한다'는 연락이 왔다. 이후 둘은 통화하지 못했다.
그 동료 선수는 26일 오전 최숙현 선수의 숙소로 향했다. 그 자리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고인의 모습을 차마 바라볼 수 없었다.
최숙현 선수에게 폭언과 폭행을 한 혐의를 받는 가해 혐의자들은 최숙현 선수 동료들에게도 상처를 남겼다.
6일 열린 대한철인3종협회 스포츠공정위에서 소명 기회를 얻은 한 가해 혐의자는 최숙현 선수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 이유가 '선수 개인적인 문제'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동료들은 최숙현 선수가 세상을 떠난 이유는 전 소속팀에서 당한 가혹행위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한 동료는 "(가해 혐의자들이 고인이 동료들과 잘 어울리지 않았다고 주장하지만) 최숙현 선수는 동료들과 잘 지냈다. 특히 여자 선수들과 아주 잘 지냈다"고 강조했다.
2020년 소속팀 동료의 말을 들으면 고 최숙현 선수가 '동료와의 관계'를 힘들어한 시점은 전 소속팀에서 뛰던 2017년과 2019년이다.
2019년 7월에 쓴 일기가 고인의 심정을 고스란히 전한다.
최숙현 선수는 일기에 "저 사람들이 그냥 무섭고 죽을 것 같다. 위축돼 겁이 나서 온몸이 굳어버린다"며 "뭘 안 해도 겁이 나고, 조금만 소리쳐도 너무 무섭다"고 썼다. 경주시청에서 가해 피해자인 감독과 팀 닥터라고 불리는 운동처방사, 선배 선수와 함께 생활하던 시점이다.
고인은 "사람은 사람이 적인 게 맞는데, 그만 상처받고 싶다. 솔직히 너무 힘들다"라고 폭언이 난무했던 팀 생활에 대해 토로했다.
폭언을 듣고, 폭행당한 기억은 오래 남는다. 평생 지워지지 않을 수도 있다.
고 최숙현 선수는 "아직도 너희들을 보면 예전 일들이 다 생각난다. 잊을 수 없다. 아니, 잊혀지지가 않는다"며 "내 머릿속에서 빠져나가기는 커녕, 더 커지고 선명해진다"고 일기에 썼다.
최숙현 선수는 세상을 떠나기 직전까지 훈련했다. 새 소속팀에서는 동료와도 잘 지냈다는 동료의 증언도 있다.
그렇게 적극적으로 살고자 했던 최숙현 선수는 과거의 기억과 과거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가해 혐의자들, 과거의 잘못을 덮으려고만 하는 관계자들 때문에 의지가 꺾였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피해 사실을 부인하는 가해 혐의자 때문에 힘겨워하면서도, 마지막 훈련은 웃으며 마쳤다.
그래서 고인의 마지막 모습을 기억하는 동료들의 마음이 더 아프다.
고 최숙현 선수의 유족이 8일 연합뉴스에 전한 동료들의 증언에는 최숙현 선수의 생전 마지막 모습이 묘사돼 있다.
최숙현 선수는 6월 25일 소속팀 오후 훈련을 소화했다. 동료들은 평소보다 더 담담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다음 날 오전 0시 30분께 가족과 지인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 [https://youtu.be/daMz_nr8Gjo]
한 동료 선수는 훈련 전 최숙현 선수가 폭행 가해자들과 관련해 심적으로 힘겨워했다고 회고했다.
그는 "최숙현 선수가 그날 (대한체육회 클린스포츠센터에서) '경주시청 소속 가해 혐의자들이 혐의를 부인했다'는 말을 들었다. 그쪽에서 변호사를 선임하고, 대처 방안을 준비 중이라는 걸 듣고는 힘들어했다. 최숙현 선수가 '어떻게 할 수가 없다'는 말도 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소속팀 훈련이 시작되자, 최숙현 선수는 훈련에만 집중했다. "평소보다 밝았다"고 말한 동료도 있었다.
훈련을 마치고 최숙현 선수는 동료와 저녁 식사를 하러 갔다.
식사에 동참하지 않은 다른 동료는 "최숙현 선수가 전 소속팀에서 당한 폭언, 폭력 등 때문에 힘들어하는 건 알고 있었다. 그런데 그날 웨이트트레이닝장에서 본 최숙현 선수는 밝은 표정이었다"며 "훈련 뒤에 최숙현 선수가 다른 동료와 식사를 하러 간다기에 '그래, 그렇게라도 마음을 풀어야지'라고 생각했다"고 떠올렸다.
마침 6월 25일은 월급날이었다. 한 달 동안의 고생을 보상받는 날이다.
동료는 최숙현 선수가 식사를 즐기며 마음을 풀길 바랐다.
식사를 함께한 동료는 "예전에는 같이 식사할 때 '너무 힘들다, 죽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는데, 6월 25일에는 밝은 얘기를 많이 했다. '가족도 있고, 동료도 있으니 괜찮아'라고도 했다"며 "정말 그런 결심을 했을 거라고는…(상상하지도 못했다)"라고 힘겹게 말했다.
최숙현 선수와 동료는 그날 밤 11시께 헤어졌다. 그런데 다음 날 오전 0시 30분께 최숙현 선수로부터 '강아지를 부탁한다'는 연락이 왔다. 이후 둘은 통화하지 못했다.
그 동료 선수는 26일 오전 최숙현 선수의 숙소로 향했다. 그 자리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고인의 모습을 차마 바라볼 수 없었다.
최숙현 선수에게 폭언과 폭행을 한 혐의를 받는 가해 혐의자들은 최숙현 선수 동료들에게도 상처를 남겼다.
6일 열린 대한철인3종협회 스포츠공정위에서 소명 기회를 얻은 한 가해 혐의자는 최숙현 선수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 이유가 '선수 개인적인 문제'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동료들은 최숙현 선수가 세상을 떠난 이유는 전 소속팀에서 당한 가혹행위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한 동료는 "(가해 혐의자들이 고인이 동료들과 잘 어울리지 않았다고 주장하지만) 최숙현 선수는 동료들과 잘 지냈다. 특히 여자 선수들과 아주 잘 지냈다"고 강조했다.
2020년 소속팀 동료의 말을 들으면 고 최숙현 선수가 '동료와의 관계'를 힘들어한 시점은 전 소속팀에서 뛰던 2017년과 2019년이다.
2019년 7월에 쓴 일기가 고인의 심정을 고스란히 전한다.
최숙현 선수는 일기에 "저 사람들이 그냥 무섭고 죽을 것 같다. 위축돼 겁이 나서 온몸이 굳어버린다"며 "뭘 안 해도 겁이 나고, 조금만 소리쳐도 너무 무섭다"고 썼다. 경주시청에서 가해 피해자인 감독과 팀 닥터라고 불리는 운동처방사, 선배 선수와 함께 생활하던 시점이다.
고인은 "사람은 사람이 적인 게 맞는데, 그만 상처받고 싶다. 솔직히 너무 힘들다"라고 폭언이 난무했던 팀 생활에 대해 토로했다.
폭언을 듣고, 폭행당한 기억은 오래 남는다. 평생 지워지지 않을 수도 있다.
고 최숙현 선수는 "아직도 너희들을 보면 예전 일들이 다 생각난다. 잊을 수 없다. 아니, 잊혀지지가 않는다"며 "내 머릿속에서 빠져나가기는 커녕, 더 커지고 선명해진다"고 일기에 썼다.
최숙현 선수는 세상을 떠나기 직전까지 훈련했다. 새 소속팀에서는 동료와도 잘 지냈다는 동료의 증언도 있다.
그렇게 적극적으로 살고자 했던 최숙현 선수는 과거의 기억과 과거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가해 혐의자들, 과거의 잘못을 덮으려고만 하는 관계자들 때문에 의지가 꺾였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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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훈련도 하고, 웃기도 했는데”…최숙현 선수 마지막 모습과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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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20-07-08 11:53:40
- 수정2020-07-08 19:54:41
고(故) 최숙현 선수는 세상을 떠나기 직전에도, 오후 훈련을 성실하게 소화했다.
피해 사실을 부인하는 가해 혐의자 때문에 힘겨워하면서도, 마지막 훈련은 웃으며 마쳤다.
그래서 고인의 마지막 모습을 기억하는 동료들의 마음이 더 아프다.
고 최숙현 선수의 유족이 8일 연합뉴스에 전한 동료들의 증언에는 최숙현 선수의 생전 마지막 모습이 묘사돼 있다.
최숙현 선수는 6월 25일 소속팀 오후 훈련을 소화했다. 동료들은 평소보다 더 담담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다음 날 오전 0시 30분께 가족과 지인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 [https://youtu.be/daMz_nr8Gjo]
한 동료 선수는 훈련 전 최숙현 선수가 폭행 가해자들과 관련해 심적으로 힘겨워했다고 회고했다.
그는 "최숙현 선수가 그날 (대한체육회 클린스포츠센터에서) '경주시청 소속 가해 혐의자들이 혐의를 부인했다'는 말을 들었다. 그쪽에서 변호사를 선임하고, 대처 방안을 준비 중이라는 걸 듣고는 힘들어했다. 최숙현 선수가 '어떻게 할 수가 없다'는 말도 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소속팀 훈련이 시작되자, 최숙현 선수는 훈련에만 집중했다. "평소보다 밝았다"고 말한 동료도 있었다.
훈련을 마치고 최숙현 선수는 동료와 저녁 식사를 하러 갔다.
식사에 동참하지 않은 다른 동료는 "최숙현 선수가 전 소속팀에서 당한 폭언, 폭력 등 때문에 힘들어하는 건 알고 있었다. 그런데 그날 웨이트트레이닝장에서 본 최숙현 선수는 밝은 표정이었다"며 "훈련 뒤에 최숙현 선수가 다른 동료와 식사를 하러 간다기에 '그래, 그렇게라도 마음을 풀어야지'라고 생각했다"고 떠올렸다.
마침 6월 25일은 월급날이었다. 한 달 동안의 고생을 보상받는 날이다.
동료는 최숙현 선수가 식사를 즐기며 마음을 풀길 바랐다.
식사를 함께한 동료는 "예전에는 같이 식사할 때 '너무 힘들다, 죽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는데, 6월 25일에는 밝은 얘기를 많이 했다. '가족도 있고, 동료도 있으니 괜찮아'라고도 했다"며 "정말 그런 결심을 했을 거라고는…(상상하지도 못했다)"라고 힘겹게 말했다.
최숙현 선수와 동료는 그날 밤 11시께 헤어졌다. 그런데 다음 날 오전 0시 30분께 최숙현 선수로부터 '강아지를 부탁한다'는 연락이 왔다. 이후 둘은 통화하지 못했다.
그 동료 선수는 26일 오전 최숙현 선수의 숙소로 향했다. 그 자리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고인의 모습을 차마 바라볼 수 없었다.
최숙현 선수에게 폭언과 폭행을 한 혐의를 받는 가해 혐의자들은 최숙현 선수 동료들에게도 상처를 남겼다.
6일 열린 대한철인3종협회 스포츠공정위에서 소명 기회를 얻은 한 가해 혐의자는 최숙현 선수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 이유가 '선수 개인적인 문제'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동료들은 최숙현 선수가 세상을 떠난 이유는 전 소속팀에서 당한 가혹행위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한 동료는 "(가해 혐의자들이 고인이 동료들과 잘 어울리지 않았다고 주장하지만) 최숙현 선수는 동료들과 잘 지냈다. 특히 여자 선수들과 아주 잘 지냈다"고 강조했다.
2020년 소속팀 동료의 말을 들으면 고 최숙현 선수가 '동료와의 관계'를 힘들어한 시점은 전 소속팀에서 뛰던 2017년과 2019년이다.
2019년 7월에 쓴 일기가 고인의 심정을 고스란히 전한다.
최숙현 선수는 일기에 "저 사람들이 그냥 무섭고 죽을 것 같다. 위축돼 겁이 나서 온몸이 굳어버린다"며 "뭘 안 해도 겁이 나고, 조금만 소리쳐도 너무 무섭다"고 썼다. 경주시청에서 가해 피해자인 감독과 팀 닥터라고 불리는 운동처방사, 선배 선수와 함께 생활하던 시점이다.
고인은 "사람은 사람이 적인 게 맞는데, 그만 상처받고 싶다. 솔직히 너무 힘들다"라고 폭언이 난무했던 팀 생활에 대해 토로했다.
폭언을 듣고, 폭행당한 기억은 오래 남는다. 평생 지워지지 않을 수도 있다.
고 최숙현 선수는 "아직도 너희들을 보면 예전 일들이 다 생각난다. 잊을 수 없다. 아니, 잊혀지지가 않는다"며 "내 머릿속에서 빠져나가기는 커녕, 더 커지고 선명해진다"고 일기에 썼다.
최숙현 선수는 세상을 떠나기 직전까지 훈련했다. 새 소속팀에서는 동료와도 잘 지냈다는 동료의 증언도 있다.
그렇게 적극적으로 살고자 했던 최숙현 선수는 과거의 기억과 과거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가해 혐의자들, 과거의 잘못을 덮으려고만 하는 관계자들 때문에 의지가 꺾였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피해 사실을 부인하는 가해 혐의자 때문에 힘겨워하면서도, 마지막 훈련은 웃으며 마쳤다.
그래서 고인의 마지막 모습을 기억하는 동료들의 마음이 더 아프다.
고 최숙현 선수의 유족이 8일 연합뉴스에 전한 동료들의 증언에는 최숙현 선수의 생전 마지막 모습이 묘사돼 있다.
최숙현 선수는 6월 25일 소속팀 오후 훈련을 소화했다. 동료들은 평소보다 더 담담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다음 날 오전 0시 30분께 가족과 지인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 [https://youtu.be/daMz_nr8Gjo]
한 동료 선수는 훈련 전 최숙현 선수가 폭행 가해자들과 관련해 심적으로 힘겨워했다고 회고했다.
그는 "최숙현 선수가 그날 (대한체육회 클린스포츠센터에서) '경주시청 소속 가해 혐의자들이 혐의를 부인했다'는 말을 들었다. 그쪽에서 변호사를 선임하고, 대처 방안을 준비 중이라는 걸 듣고는 힘들어했다. 최숙현 선수가 '어떻게 할 수가 없다'는 말도 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소속팀 훈련이 시작되자, 최숙현 선수는 훈련에만 집중했다. "평소보다 밝았다"고 말한 동료도 있었다.
훈련을 마치고 최숙현 선수는 동료와 저녁 식사를 하러 갔다.
식사에 동참하지 않은 다른 동료는 "최숙현 선수가 전 소속팀에서 당한 폭언, 폭력 등 때문에 힘들어하는 건 알고 있었다. 그런데 그날 웨이트트레이닝장에서 본 최숙현 선수는 밝은 표정이었다"며 "훈련 뒤에 최숙현 선수가 다른 동료와 식사를 하러 간다기에 '그래, 그렇게라도 마음을 풀어야지'라고 생각했다"고 떠올렸다.
마침 6월 25일은 월급날이었다. 한 달 동안의 고생을 보상받는 날이다.
동료는 최숙현 선수가 식사를 즐기며 마음을 풀길 바랐다.
식사를 함께한 동료는 "예전에는 같이 식사할 때 '너무 힘들다, 죽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는데, 6월 25일에는 밝은 얘기를 많이 했다. '가족도 있고, 동료도 있으니 괜찮아'라고도 했다"며 "정말 그런 결심을 했을 거라고는…(상상하지도 못했다)"라고 힘겹게 말했다.
최숙현 선수와 동료는 그날 밤 11시께 헤어졌다. 그런데 다음 날 오전 0시 30분께 최숙현 선수로부터 '강아지를 부탁한다'는 연락이 왔다. 이후 둘은 통화하지 못했다.
그 동료 선수는 26일 오전 최숙현 선수의 숙소로 향했다. 그 자리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고인의 모습을 차마 바라볼 수 없었다.
최숙현 선수에게 폭언과 폭행을 한 혐의를 받는 가해 혐의자들은 최숙현 선수 동료들에게도 상처를 남겼다.
6일 열린 대한철인3종협회 스포츠공정위에서 소명 기회를 얻은 한 가해 혐의자는 최숙현 선수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 이유가 '선수 개인적인 문제'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동료들은 최숙현 선수가 세상을 떠난 이유는 전 소속팀에서 당한 가혹행위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한 동료는 "(가해 혐의자들이 고인이 동료들과 잘 어울리지 않았다고 주장하지만) 최숙현 선수는 동료들과 잘 지냈다. 특히 여자 선수들과 아주 잘 지냈다"고 강조했다.
2020년 소속팀 동료의 말을 들으면 고 최숙현 선수가 '동료와의 관계'를 힘들어한 시점은 전 소속팀에서 뛰던 2017년과 2019년이다.
2019년 7월에 쓴 일기가 고인의 심정을 고스란히 전한다.
최숙현 선수는 일기에 "저 사람들이 그냥 무섭고 죽을 것 같다. 위축돼 겁이 나서 온몸이 굳어버린다"며 "뭘 안 해도 겁이 나고, 조금만 소리쳐도 너무 무섭다"고 썼다. 경주시청에서 가해 피해자인 감독과 팀 닥터라고 불리는 운동처방사, 선배 선수와 함께 생활하던 시점이다.
고인은 "사람은 사람이 적인 게 맞는데, 그만 상처받고 싶다. 솔직히 너무 힘들다"라고 폭언이 난무했던 팀 생활에 대해 토로했다.
폭언을 듣고, 폭행당한 기억은 오래 남는다. 평생 지워지지 않을 수도 있다.
고 최숙현 선수는 "아직도 너희들을 보면 예전 일들이 다 생각난다. 잊을 수 없다. 아니, 잊혀지지가 않는다"며 "내 머릿속에서 빠져나가기는 커녕, 더 커지고 선명해진다"고 일기에 썼다.
최숙현 선수는 세상을 떠나기 직전까지 훈련했다. 새 소속팀에서는 동료와도 잘 지냈다는 동료의 증언도 있다.
그렇게 적극적으로 살고자 했던 최숙현 선수는 과거의 기억과 과거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가해 혐의자들, 과거의 잘못을 덮으려고만 하는 관계자들 때문에 의지가 꺾였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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