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육교사 살인사건 항소심 ‘무죄’…영구 미제되나

[앵커]

1999년 이승용 변호사 살인 사건이 최근 재조명되면서 장기미제 사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데요.

제주의 또 다른 대표적 장기 미제사건인 보육교사 살인사건에 대해 1심에 이어 2심 재판부도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박천수 기자입니다.

[리포트]

2009년 2월, 제주시 애월읍 농로 하수구에서 20대 여성 보육교사가 시신으로 발견됐습니다.

사건 발생 11년 만의 항소심에서 재판부는 택시기사 박 모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쟁점은 검찰이 제출한 미세섬유가 증거로서 증명력을 인정받느냐였습니다.

피해자 옷에서 무작위로 채취한 섬유와 같은 성분을 피고인의 택시에서 발견했다며 두 사람이 접촉했을 것이라는 게 검찰 측 주장입니다.

하지만 재판부는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검찰 측이 제출한 정황 증거들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항소심 재판부는 대량 생산되는 섬유 특성상 다른 승객의 것일 수도 있다며 정황증거만으로는 범인으로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시했습니다.

피고인을 범인으로 전제해 수사한 것으로 보인다고도 지적했습니다.

선고 직후 피고인은 소회를 밝혔습니다.

[박 씨/보육교사 살인사건 피고인/음성변조 : "처음부터 억측으로 시작됐고, 너무 많은 것들을 잃게끔, 하여튼 모든 상황들이 너무나 힘들었습니다."]

[최영/피고인 측 변호사 : "미세섬유만 가지고서는 검찰 측 증인 자체도 그 신빙성을 담보할 수 없다고 하기 때문에 이게 대법원 가서 딱히 뒤집힐까."]

검찰에서 새로운 직접 증거를 내세우지 않는 이상 대법원에서도 무죄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영구 미제사건으로 묻히는 건 아닐지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KBS 뉴스 박천수입니다.

촬영기자: 송혜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