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건 ‘닭한마리’ 식사로 방한 일정 마무리…“주방장에게 직접 요리 배웠다”

입력 2020.07.09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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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박 3일 일정으로 방한한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특별대표가 오늘 점심으로 주한미국대사관저에서 결국 한국 음식 '닭한마리' 식사에 성공(?)했습니다. 비건 부장관은 '닭한마리' 오찬을 끝으로 2박 3일간의 일정을 마무리하고 일본으로 떠났습니다.


■ 코로나19로 식당 못 가자 주방장 초청해 식사 강행

미국 국무부에서 비건 부장관 일행의 일정을 조율할 때 '닭한마리' 식사는 상당히 중요한 일정이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식당 측에 따르면, 주한미국대사관은 일주일 전부터 식당에 연락해 방문 일정을 조율했다고 합니다.

비건 부장관 일행이 자가격리 없이 일정을 수행하는 만큼 최대한 다중 접촉은 피해야 한다는 권고가 나오자, 일부 참모진은 이 일정을 반대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비건 부장관의 '닭한마리' 사랑을 멈출 순 없었습니다. 결국, 주방장을 주한미국 대사관저로 초청해 식사를 성사시켰습니다.

비건 부장관은 이번 기회에 식당 주방장에게 닭한마리 만드는 법을 직접 배워서, 미국에 돌아가서도 만들겠다는 생각입니다.


■ 비건 부장관의 유달랐던 닭한마리 사랑

비건 부장관은 대북특별대표로 한국에 출장 올 때마다 광화문에 있는 한 닭한마리 식당을 찾았습니다. 북한과의 협상을 앞두고 모든 행보가 베일에 가려져 있었지만, 닭한마리 식당은 꼭 갔기에 기자들이 그 앞에 진을 치고 있을 정도였습니다.

지난 5월 미국 '어머니의 날'에는 주한미국대사관을 통해서 이 식당의 조리법을 받아, 직접 닭한마리를 만들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영상을 찍어서 공개했습니다.

비건 부장관은 폴란드계 미국인인데, 어린 시절 할머니와 어머니가 해줬던 폴란드식 치킨 수프와 '닭한마리'의 맛이 비슷하다고 합니다. 비건 부장관은 닭한마리를 '소울푸드'라고까지 말했습니다.


■ '닭한마리'가 최대 관심사…오보 쏟아져

비건 부장관의 이번 방한은 7개월 만인 데다, 코로나19를 뚫고 처음 온 미국 주요 인사라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습니다. 특히 미국 대선을 앞두고 북한의 도발 가능성이 제기되고, 깜짝 3차 북미 정상회담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기 때문에 더욱 중요했습니다.

그런데 협의 내용과 별도로 언론의 관심은 '닭한마리'에 집중됐습니다. 비건 부장관이 방한 첫날 저녁 닭한마리를 먹었다는 오보도 쏟아졌습니다. 그날 비건 부장관은 저녁 늦게 전혀 다른 메뉴로 저녁 식사를 한 것으로 확인됐는데, 일부 언론들이 확인도 하지 않고 기사를 쏟아낸 겁니다.

어떤 기자들은 직접 해당 식당에 찾아가 닭한마리를 먹은 뒤 "비건이 먹은 닭한마리 먹어보니…" 류의 기사를 작성하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비건 부장관은 북한과의 협상이나 한미 간 협의만큼, 방한 기간 닭한마리 식사에 큰 관심을 기울였다는 후문입니다. 미국 국무부 핵심 고위 당국자가 한국 음식에 애착을 보이는 것이 흔한 사례는 아니기 때문에 언론이 관심을 두는 것도 이해가 가는 대목입니다.

하지만 외교가에서는 북핵과 한미동맹 등 핵심 현안보다는, 가십성 이슈가 더 많이 소비되는 현상에는 아쉬움이 남는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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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건 ‘닭한마리’ 식사로 방한 일정 마무리…“주방장에게 직접 요리 배웠다”
    • 입력 2020-07-09 16:41:28
    취재K
2박 3일 일정으로 방한한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특별대표가 오늘 점심으로 주한미국대사관저에서 결국 한국 음식 '닭한마리' 식사에 성공(?)했습니다. 비건 부장관은 '닭한마리' 오찬을 끝으로 2박 3일간의 일정을 마무리하고 일본으로 떠났습니다.


■ 코로나19로 식당 못 가자 주방장 초청해 식사 강행

미국 국무부에서 비건 부장관 일행의 일정을 조율할 때 '닭한마리' 식사는 상당히 중요한 일정이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식당 측에 따르면, 주한미국대사관은 일주일 전부터 식당에 연락해 방문 일정을 조율했다고 합니다.

비건 부장관 일행이 자가격리 없이 일정을 수행하는 만큼 최대한 다중 접촉은 피해야 한다는 권고가 나오자, 일부 참모진은 이 일정을 반대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비건 부장관의 '닭한마리' 사랑을 멈출 순 없었습니다. 결국, 주방장을 주한미국 대사관저로 초청해 식사를 성사시켰습니다.

비건 부장관은 이번 기회에 식당 주방장에게 닭한마리 만드는 법을 직접 배워서, 미국에 돌아가서도 만들겠다는 생각입니다.


■ 비건 부장관의 유달랐던 닭한마리 사랑

비건 부장관은 대북특별대표로 한국에 출장 올 때마다 광화문에 있는 한 닭한마리 식당을 찾았습니다. 북한과의 협상을 앞두고 모든 행보가 베일에 가려져 있었지만, 닭한마리 식당은 꼭 갔기에 기자들이 그 앞에 진을 치고 있을 정도였습니다.

지난 5월 미국 '어머니의 날'에는 주한미국대사관을 통해서 이 식당의 조리법을 받아, 직접 닭한마리를 만들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영상을 찍어서 공개했습니다.

비건 부장관은 폴란드계 미국인인데, 어린 시절 할머니와 어머니가 해줬던 폴란드식 치킨 수프와 '닭한마리'의 맛이 비슷하다고 합니다. 비건 부장관은 닭한마리를 '소울푸드'라고까지 말했습니다.


■ '닭한마리'가 최대 관심사…오보 쏟아져

비건 부장관의 이번 방한은 7개월 만인 데다, 코로나19를 뚫고 처음 온 미국 주요 인사라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습니다. 특히 미국 대선을 앞두고 북한의 도발 가능성이 제기되고, 깜짝 3차 북미 정상회담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기 때문에 더욱 중요했습니다.

그런데 협의 내용과 별도로 언론의 관심은 '닭한마리'에 집중됐습니다. 비건 부장관이 방한 첫날 저녁 닭한마리를 먹었다는 오보도 쏟아졌습니다. 그날 비건 부장관은 저녁 늦게 전혀 다른 메뉴로 저녁 식사를 한 것으로 확인됐는데, 일부 언론들이 확인도 하지 않고 기사를 쏟아낸 겁니다.

어떤 기자들은 직접 해당 식당에 찾아가 닭한마리를 먹은 뒤 "비건이 먹은 닭한마리 먹어보니…" 류의 기사를 작성하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비건 부장관은 북한과의 협상이나 한미 간 협의만큼, 방한 기간 닭한마리 식사에 큰 관심을 기울였다는 후문입니다. 미국 국무부 핵심 고위 당국자가 한국 음식에 애착을 보이는 것이 흔한 사례는 아니기 때문에 언론이 관심을 두는 것도 이해가 가는 대목입니다.

하지만 외교가에서는 북핵과 한미동맹 등 핵심 현안보다는, 가십성 이슈가 더 많이 소비되는 현상에는 아쉬움이 남는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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