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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알 붙은’ 에르메스 가방? 어찌할까요?
입력 2020.07.09 (21:14) 취재K
유명 명품가방인 에르메스 버킨(birkin) 백과 켈리(Kelly) 백과 동일한 가방 형태 위에 자신이 창작한 도안을 붙여 판 경우, 이런 행위는 이른바 '성과물 도용'의 부정경쟁행위에 해당된다는 대법원의 판결이 나왔습니다.

에르메스 켈리 백은 1950년대, 버킨 백은 1980년대 무렵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독특한 디자인의 가방으로, 소량 생산된다는 등의 이유로 1000만원이 넘는 가격으로 팔리는 고가 제품입니다.

대법원(주심 대법관 박정화)은 에르메스 가방과 동일한 형태의 가방에 새로 창작한 눈알 모양의 도안을 부착하여 판매한 행위가 구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차)목의 '성과물 도용에 의한 부정경쟁행위'에 해당된다며 사건을 오늘(9일) 서울고등법원으로 파기 환송했습니다.

앞서 에르메스는 국내서 '채니 더 디자인 스튜디오'라는 상호와 ‘플레이노모어’라는 브랜드로 여성용 핸드백, 의류 등 패션 관련 제품들을 제작·판매하는 사업을 운영하는 A 씨와 플레이노모어 명동점 대표 B 씨를 상대로 제품 판매금지·폐기 및 손해배상 등을 청구하는 소송을 국내 법원에 제기했습니다.

쟁점은 에르메스 제품 가방 형태 위에 창작 도안을 붙인 행위가 부정경쟁방지법상 금지된 △상품주체 혼동행위 △식별력·명성 손상행위 △성과물 도용 행위 가운데 하나에 해당하는지 여부였습니다.

1심은 피고들의 행위가 △상품주체 혼동행위 △식별력·명성 손상행위에는 해당하지 않지만, △성과물 도용 부정경쟁행위에는 해당한다고 보고 에르메스 측 청구를 인용했습니다.

2심은 그러나 피고들의 행위가 부정경쟁방지법 위반에 모두 해당되지 않는다고 보고 원고 패소 판결을 했습니다.

상고심인 대법원은 판결을 뒤집어 피고들의 제품이 부정경쟁방지법을 위반했다고 판단했습니다. 이른바 '성과물 도용'을 했다는 겁니다.

타인의 상당한 투자나 노력으로 만들어진 성과 등을 공정한 상거래 관행이나 경쟁질서에 반하는 방법으로 자신의 영업을 위하여 무단으로 사용함으로써 타인의 경제적 이익을 침해하는 행위는 부정경쟁행위에 해당합니다.

여기서 성과 등에는 유형에 제한이 없고, 이것이 '상당한 투자나 노력으로 만들어진' 것인지는 권리자가 투입한 투자나 노력의 내용과 정도를 그 성과 등이 속한 산업분야의 관행이나 실태에 비추어 판단해야 하고, 무단 사용으로 침해된 경제적 이익이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이른바 '공공영역(public domain)'에 속하지 않는다고 평가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게 대법원의 태도입니다.

나아가 '공정한 상거래 관행이나 경쟁질서에 반하는 방법으로 자신의 영업을 위하여 무단으로 사용'한 경우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권리자와 침해자가 경쟁 관계에 있거나 가까운 장래에 경쟁관계에 놓일 가능성이 있는지 등을 고려하게 됩니다.

대법원은 이같은 법리를 바탕으로 "피고들이 이 사건 상품표지를 무단으로 사용하는 행위는 원고들이 상당한 투자나 노력으로 만든 성과 등을 공정한 상거래 관행이나 경쟁질서에 반하는 방법으로 자신의 영업을 위하여 무단으로 사용함으로써 타인의 경제적 이익을 침해하는 행위"라고 판단했습니다.

대법원은 "에르메스가 2007년부터 2015년까지 국내서 지출한 광고비는 128억 원, 국내 매출액은 약 3122억 원에 이른다. (에르메스 제품은) 국내에서 계속적·독점적·배타적으로 사용되어 옴으로써 전면부와 측면부의 모양, 손잡이와 핸드백 몸체 덮개의 형태, 벨트 모양의 가죽 끈과 링 모양의 고정구 등이 함께 어우러진 차별적 특징으로 일반 수요자들 사이에 특정의 상품 출처로서의 식별력을 갖추게 되었으므로, 공공영역(public domain)에 속하는 것으로 보기 어렵고, '법률상 보호할 가치가 있는 이익'에 해당한다"고 봤습니다.

대법원은 이어 "원고들 제품과 피고들 제품은 재질, 가격 및 주 고객층 등에 차이가 있지만, 원고들 제품 중 일부 모델은 피고들 제품의 무늬와 비슷하여 전체적·이격적으로 관찰하면 유사해 보이고, 피고들 제품을 이 사건 도안이 부착되지 않은 후면과 측면에서 관찰하면 원고들 제품과 구별이 쉽지 않다"며 "피고들 제품이 수요자들로부터 인기를 얻게 된 것은 이 사건 상품표지와 유사한 특징이 상당한 기여를 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대법원은 이어 "원고들은 켈리 백과 버킨 백의 공급량을 제한해왔는데, 이와 유사한 형태의 피고들 제품이 판매되면서 점차 이 사건 상품표지의 희소성을 유지하는데 장애요소가 될 수 있다"면서 "피고들이 원고들과 동일한 종류의 상품인 피고들 제품을 국내에서 계속 생산·판매하게 되면 원고들 제품에 대한 일부 수요를 대체하거나 원고들 제품의 희소성 및 가치 저하로 잠재적 수요자들이 원고들 제품에 대한 구매를 포기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점에서 원고들의 경제적 이익을 침해한다"고 봤습니다.

대법원은 "타인의 동의 없이 수요자들에게 널리 알려진 타인의 상품표지에 스스로 창작한 도안을 부착하여 상업적으로 판매하는 행위가 공정한 경쟁질서에 부합하는 행위라고 보기 어렵다"며 "피고들이 사용한 슬로건 “Fake for Fun"을 보더라도 이 사건 상품표지와 유사한 형태를 사용하여 이 사건 상품표지의 주지성과 인지도에 편승하려는 피고들의 의도를 추단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핸드백을 비롯한 패션잡화 분야에서 수요자들에게 널리 알려진 타인의 상품표지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계약 등을 통해 제휴나 협업을 하는 것이 공정한 상거래 관행에 부합한다는 겁니다.

대법원 관계자는 "수요자들에게 널리 알려진 명품 가방 형태를 그대로 활용하는 행위가 패션잡화 분야의 공정한 상거래 관행과 공정한 경쟁질서에 부합되지 않는다고 보아, 향후 핸드백, 패션업계 개발 실무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 ‘눈알 붙은’ 에르메스 가방? 어찌할까요?
    • 입력 2020-07-09 21:14:29
    취재K
유명 명품가방인 에르메스 버킨(birkin) 백과 켈리(Kelly) 백과 동일한 가방 형태 위에 자신이 창작한 도안을 붙여 판 경우, 이런 행위는 이른바 '성과물 도용'의 부정경쟁행위에 해당된다는 대법원의 판결이 나왔습니다.

에르메스 켈리 백은 1950년대, 버킨 백은 1980년대 무렵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독특한 디자인의 가방으로, 소량 생산된다는 등의 이유로 1000만원이 넘는 가격으로 팔리는 고가 제품입니다.

대법원(주심 대법관 박정화)은 에르메스 가방과 동일한 형태의 가방에 새로 창작한 눈알 모양의 도안을 부착하여 판매한 행위가 구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차)목의 '성과물 도용에 의한 부정경쟁행위'에 해당된다며 사건을 오늘(9일) 서울고등법원으로 파기 환송했습니다.

앞서 에르메스는 국내서 '채니 더 디자인 스튜디오'라는 상호와 ‘플레이노모어’라는 브랜드로 여성용 핸드백, 의류 등 패션 관련 제품들을 제작·판매하는 사업을 운영하는 A 씨와 플레이노모어 명동점 대표 B 씨를 상대로 제품 판매금지·폐기 및 손해배상 등을 청구하는 소송을 국내 법원에 제기했습니다.

쟁점은 에르메스 제품 가방 형태 위에 창작 도안을 붙인 행위가 부정경쟁방지법상 금지된 △상품주체 혼동행위 △식별력·명성 손상행위 △성과물 도용 행위 가운데 하나에 해당하는지 여부였습니다.

1심은 피고들의 행위가 △상품주체 혼동행위 △식별력·명성 손상행위에는 해당하지 않지만, △성과물 도용 부정경쟁행위에는 해당한다고 보고 에르메스 측 청구를 인용했습니다.

2심은 그러나 피고들의 행위가 부정경쟁방지법 위반에 모두 해당되지 않는다고 보고 원고 패소 판결을 했습니다.

상고심인 대법원은 판결을 뒤집어 피고들의 제품이 부정경쟁방지법을 위반했다고 판단했습니다. 이른바 '성과물 도용'을 했다는 겁니다.

타인의 상당한 투자나 노력으로 만들어진 성과 등을 공정한 상거래 관행이나 경쟁질서에 반하는 방법으로 자신의 영업을 위하여 무단으로 사용함으로써 타인의 경제적 이익을 침해하는 행위는 부정경쟁행위에 해당합니다.

여기서 성과 등에는 유형에 제한이 없고, 이것이 '상당한 투자나 노력으로 만들어진' 것인지는 권리자가 투입한 투자나 노력의 내용과 정도를 그 성과 등이 속한 산업분야의 관행이나 실태에 비추어 판단해야 하고, 무단 사용으로 침해된 경제적 이익이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이른바 '공공영역(public domain)'에 속하지 않는다고 평가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게 대법원의 태도입니다.

나아가 '공정한 상거래 관행이나 경쟁질서에 반하는 방법으로 자신의 영업을 위하여 무단으로 사용'한 경우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권리자와 침해자가 경쟁 관계에 있거나 가까운 장래에 경쟁관계에 놓일 가능성이 있는지 등을 고려하게 됩니다.

대법원은 이같은 법리를 바탕으로 "피고들이 이 사건 상품표지를 무단으로 사용하는 행위는 원고들이 상당한 투자나 노력으로 만든 성과 등을 공정한 상거래 관행이나 경쟁질서에 반하는 방법으로 자신의 영업을 위하여 무단으로 사용함으로써 타인의 경제적 이익을 침해하는 행위"라고 판단했습니다.

대법원은 "에르메스가 2007년부터 2015년까지 국내서 지출한 광고비는 128억 원, 국내 매출액은 약 3122억 원에 이른다. (에르메스 제품은) 국내에서 계속적·독점적·배타적으로 사용되어 옴으로써 전면부와 측면부의 모양, 손잡이와 핸드백 몸체 덮개의 형태, 벨트 모양의 가죽 끈과 링 모양의 고정구 등이 함께 어우러진 차별적 특징으로 일반 수요자들 사이에 특정의 상품 출처로서의 식별력을 갖추게 되었으므로, 공공영역(public domain)에 속하는 것으로 보기 어렵고, '법률상 보호할 가치가 있는 이익'에 해당한다"고 봤습니다.

대법원은 이어 "원고들 제품과 피고들 제품은 재질, 가격 및 주 고객층 등에 차이가 있지만, 원고들 제품 중 일부 모델은 피고들 제품의 무늬와 비슷하여 전체적·이격적으로 관찰하면 유사해 보이고, 피고들 제품을 이 사건 도안이 부착되지 않은 후면과 측면에서 관찰하면 원고들 제품과 구별이 쉽지 않다"며 "피고들 제품이 수요자들로부터 인기를 얻게 된 것은 이 사건 상품표지와 유사한 특징이 상당한 기여를 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대법원은 이어 "원고들은 켈리 백과 버킨 백의 공급량을 제한해왔는데, 이와 유사한 형태의 피고들 제품이 판매되면서 점차 이 사건 상품표지의 희소성을 유지하는데 장애요소가 될 수 있다"면서 "피고들이 원고들과 동일한 종류의 상품인 피고들 제품을 국내에서 계속 생산·판매하게 되면 원고들 제품에 대한 일부 수요를 대체하거나 원고들 제품의 희소성 및 가치 저하로 잠재적 수요자들이 원고들 제품에 대한 구매를 포기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점에서 원고들의 경제적 이익을 침해한다"고 봤습니다.

대법원은 "타인의 동의 없이 수요자들에게 널리 알려진 타인의 상품표지에 스스로 창작한 도안을 부착하여 상업적으로 판매하는 행위가 공정한 경쟁질서에 부합하는 행위라고 보기 어렵다"며 "피고들이 사용한 슬로건 “Fake for Fun"을 보더라도 이 사건 상품표지와 유사한 형태를 사용하여 이 사건 상품표지의 주지성과 인지도에 편승하려는 피고들의 의도를 추단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핸드백을 비롯한 패션잡화 분야에서 수요자들에게 널리 알려진 타인의 상품표지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계약 등을 통해 제휴나 협업을 하는 것이 공정한 상거래 관행에 부합한다는 겁니다.

대법원 관계자는 "수요자들에게 널리 알려진 명품 가방 형태를 그대로 활용하는 행위가 패션잡화 분야의 공정한 상거래 관행과 공정한 경쟁질서에 부합되지 않는다고 보아, 향후 핸드백, 패션업계 개발 실무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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