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안학교 기숙사서 성폭행…피해자 보호 조치 미흡

입력 2020.07.14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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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전남 영광의 한 대안학교 기숙사에서 중학교 1학년 남학생들이 동급생인 한 학생에게 성폭력을 가했다는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극심한 불안과 스트레스를 호소하던 피해 학생은 급성 췌장염에 걸려 세상을 떠났습니다. 

김애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기타줄을 튕기며 밝게 웃는 영상 속 소년. 

티 없이 맑았던 중학교 1학년 김모 군은 전남의 한 대안학교에서 기숙사 생활을 했습니다. 

김군은 지난 달 19일 기숙사 안에서 동급생 세명으로부터 성적 행위를 강요받아 왔다며 뒤늦게 부모에게 털어놨습니다. 

[김 군 어머니 : "여러차례 잠자려고 누워 있고 안보려고 엎드려 있는 저희 아들 위에 올라와서 신체 접촉을 계속 엉덩이에..."]

김 군의 부모는 학교 측에 문제를 제기하고, 가해학생들의 출석 금지 등 적절한 조치를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주장합니다. 

학교 측이 가해 학생들에게 내린 조치는 피해 학생에 대한 접근과 보복행위를 금지하고, 특별 교육이나 심리 치료를 받도록 한 게 전붑니다. 

가해학생과 피해학생이 분리되기엔 한계가 있습니다. 

학교 안에서 2명 이상이 성폭력을 행사했을 때 내릴 수 있는 '출석정지' 조치는 없었습니다. 

가해학생들은 사건이 접수되고도 일주일 동안 학교에 나갔지만, 정작 김 군은 불안감에 등교하지 못했습니다. 

[김 군 아버지 : "코로나 때문에 2주동안 학교를 못 갔잖아요. 친구들하고 이렇게 더 친해지고 싶은데 내가 학교를 안가고 있으면 친구들하고 더 멀어질 것 같다 말을 하면서."]

결국 성폭력 피해를 호소한지 10여일 만에, 불안과 스트레스를 호소하던 김 군은 급성 췌장염을 앓다 세상을 떠났습니다. 

이에 대해 학교 측은 '출석정지'는 가해자를 등교시키되 피해자와 수업 공간을 분리하는 방식이라 사실상 기존 조치로도 충분하고, 사실 확인이 안 된 상황에서 가해학생의 학습권 역시 보장되어야 한다는 겁니다. 

성폭력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전남지방경찰청은 가해학생들이 행위를 한 것에 대해 인정하면서도 합의하에 장난을 한 것이라고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며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KBS 뉴스 김애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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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안학교 기숙사서 성폭행…피해자 보호 조치 미흡
    • 입력 2020-07-14 20:05:16
    뉴스7(광주)
[앵커] 전남 영광의 한 대안학교 기숙사에서 중학교 1학년 남학생들이 동급생인 한 학생에게 성폭력을 가했다는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극심한 불안과 스트레스를 호소하던 피해 학생은 급성 췌장염에 걸려 세상을 떠났습니다.  김애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기타줄을 튕기며 밝게 웃는 영상 속 소년.  티 없이 맑았던 중학교 1학년 김모 군은 전남의 한 대안학교에서 기숙사 생활을 했습니다.  김군은 지난 달 19일 기숙사 안에서 동급생 세명으로부터 성적 행위를 강요받아 왔다며 뒤늦게 부모에게 털어놨습니다.  [김 군 어머니 : "여러차례 잠자려고 누워 있고 안보려고 엎드려 있는 저희 아들 위에 올라와서 신체 접촉을 계속 엉덩이에..."] 김 군의 부모는 학교 측에 문제를 제기하고, 가해학생들의 출석 금지 등 적절한 조치를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주장합니다.  학교 측이 가해 학생들에게 내린 조치는 피해 학생에 대한 접근과 보복행위를 금지하고, 특별 교육이나 심리 치료를 받도록 한 게 전붑니다.  가해학생과 피해학생이 분리되기엔 한계가 있습니다.  학교 안에서 2명 이상이 성폭력을 행사했을 때 내릴 수 있는 '출석정지' 조치는 없었습니다.  가해학생들은 사건이 접수되고도 일주일 동안 학교에 나갔지만, 정작 김 군은 불안감에 등교하지 못했습니다.  [김 군 아버지 : "코로나 때문에 2주동안 학교를 못 갔잖아요. 친구들하고 이렇게 더 친해지고 싶은데 내가 학교를 안가고 있으면 친구들하고 더 멀어질 것 같다 말을 하면서."] 결국 성폭력 피해를 호소한지 10여일 만에, 불안과 스트레스를 호소하던 김 군은 급성 췌장염을 앓다 세상을 떠났습니다.  이에 대해 학교 측은 '출석정지'는 가해자를 등교시키되 피해자와 수업 공간을 분리하는 방식이라 사실상 기존 조치로도 충분하고, 사실 확인이 안 된 상황에서 가해학생의 학습권 역시 보장되어야 한다는 겁니다.  성폭력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전남지방경찰청은 가해학생들이 행위를 한 것에 대해 인정하면서도 합의하에 장난을 한 것이라고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며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KBS 뉴스 김애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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