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주빈 혼자 다 했다”… 박사방 공범들 일제히 ‘오리발’

입력 2020.07.15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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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청소년 성 착취물을 제작하고 유포해온 텔레그램 '박사방'의 운영자 조주빈, 그리고 그 운영에 가담한 공범들의 재판이 잇따라 열리고 있습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1부(재판장 조성필)는 어제(14일), 아동·청소년의 성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음란물제작·배포 등) 등 혐의로 구속기소 된 18살 남성 강훈에 대한 두 번째 공판을 진행했습니다.

강 군은 '박사방'에서 대화명 '부따'로 활동하며, 여성들을 협박하고 성 착취물을 제작해 유포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지난달 검찰은 강 군을 포함해 조주빈 일당을 '범죄집단'으로 판단하고, 범죄집단 조직·가입·활동 등 혐의를 적용해 추가로 기소했는데요. 오늘 재판에서 강 군 측은 이 같은 검찰의 결론이 잘못됐다고 정면 반박했습니다.

이어, '박사방' 관계자 3명도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했습니다. 이들은 '박사' 조주빈과 그가 운영했던 텔레그램 '박사방', 그리고 참여했던 회원들에 대해 어떻게 증언했을까요?

■ '부따' 강훈 "수익은 전부 조주빈 주머니로…'범죄집단'은 왜곡"

강 군 변호인은 조주빈 일당이 대법원 판례에서 요구하는 '범죄집단'의 4가지 조건을 갖추지 못했다고 조목조목 반박했습니다.

우선 '범죄 실행의 목적'이 있어야 하는데, 피해자들을 협박하고 강요해 성 착취물을 제작·유포한 사람은 조주빈이고, 회원들은 성 착취물 제작 과정에 대해 정확히 알지 못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조 씨가 경쟁자 없이 지위를 독점하기 위해 성 착취물을 어떻게 만드는지 회원들과 공유하지 않았다는 겁니다.

변호인은 또 유료 회원들의 가입비를 독식한 것도 조주빈이라고 꼬집었습니다. 조 씨가 수익을 받아 배분한 적은 없었으며, 가끔 수수료나 교통비 명목으로 관련자들에게 돈을 주기도 했지만 매우 적은 금액이었다고 지적했습니다.

두 번째 요건으로 범죄집단이 되려면 '다수 자연인의 결합체'여야 하는데, 박사방 회원들은 서로를 알지 못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최소한 서로가 범죄 목적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는 알아야 하는데, 이들은 각자 조주빈에게만 지시를 받고 결과를 보고했을 뿐 유기적인 공유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겁니다. 변호인은 "이걸 범죄집단 조직으로 보는 건 사실 왜곡이자 비약"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세 번째로는 다수가 동시 집합돼 있거나 조직을 이뤄야 하는데, 강 군을 포함한 회원들은 집단의 형태와 구성, 구성원을 전혀 알지 못했다고 말했습니다. 검찰이 주장하는 조직 형태는 애초부터 없었다는 게 변호인의 판단입니다.

조직 내 수괴와 간부, 가입자를 구분할 수 있어야 한다는 네 번째 조건에 대해서도, 수괴 조주빈을 빼고는 다른 회원들이 간부인지 단순 가입자인지 검찰이 정확히 밝히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범죄집단이 되려면 상명하복이나 지휘·통솔 체계가 있어야 하는데, 이들은 그저 '기브앤테이크' 방식이었다는 거죠.

강 군 측은 성 착취물 제작·배포와 강제추행 등 다른 혐의에 대해서도 대부분 조주빈에게 책임을 돌렸습니다. 변호인은 "조주빈의 지시로 박사방을 관리하다 보니 박사방에 음란물을 유포한 행위는 인정한다"며 "나머지 범죄사실은 강 군이 가담한 사실이 없고 조주빈이 단독으로 한 일"이라고 주장했습니다.

■ '랄로' 천 모 씨 "'호기심'에 들어가…포즈 제안만 했다"

어제 재판에 가장 먼저 증인으로 나온 건 전 거제시청 공무원 천 모 씨(대화명 '랄로')였습니다. 천 씨는 미성년자에게 성적 행위를 강요하고, 성매매를 권유하거나 성적 수치심을 주는 영상 등을 전송한 혐의 등으로 기소돼 오는 16일 1심 선고를 앞두고 있는데요. '박사방'과 관련해서도 범죄집단 조직 혐의로 조주빈 등과 함께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천 씨는 지난해 9월 '박사방'과 조주빈의 존재를 처음 알게 됐고, '부따' 강훈은 조주빈의 직원으로 알고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박사방'에 들어가 채팅을 하면서 '박사'와 '부따'가 방을 관리하는 권한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다고도 진술했습니다.

다만 조 씨로부터 어떤 지시를 받아 움직인 적은 없으며, 조 씨가 성 착취 영상을 어떻게 만들었는지도 잘 알지 못했다고 증언했습니다. 수사기관 조사를 받기 전까지만 해도 박사가 어떤 일을 했는지 정확히 몰랐다는 겁니다.

천 씨는 '박사 백과사전'이란 텔레그램 채널에 조 씨가 어떤 식으로 피해자들을 상대로 성 착취물을 제작했는지 공지되기도 했지만, 알고 보니 이는 모두 거짓이었다고 말했습니다. 조 씨는 자신이 사채업자이고 피해자들이 사채를 못 갚게 됐을 때 노예로 만들어 신체를 촬영하게 했고, 마약도 먹였다고 소개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천 씨는 채팅을 열심히 해 '시민' 등급이 되자 '시민의회방'에 초대해달라고 조주빈에게 연락했는데, 성 착취 영상물을 보고자 하는 호기심에 들어가게 됐다고 밝혔습니다. 박사방이나 시민의회방에서 회원들이 먼저 어떤 성 착취물을 만들자고 제안한 적은 없고, 피해자를 협박해 이른바 '노예'로 만드는 역할을 박사가 독단적으로 했다고도 설명했습니다.

다만 조 씨가 피해자에게 어떤 포즈를 취하게 할지 묻자, 채팅방 회원들이 특정 포즈를 취해달라고 답변한 적은 있다고 털어놓았습니다. 검찰은 조 씨가 이런 상황을 '실시간 이벤트'로 칭했다고도 말했습니다.

■ '미희' 송 모 씨 "'박사방' 욕했더니 신상 털리고 살해 협박"

다음으로는 텔레그램 '완장방', '주홍글씨' 등에서 관리자로 활동한 송 모 씨(대화명 '미희')가 증인으로 나왔습니다. '완장방'은 음란물의 링크를 공유한 텔레그램 대화방이며, '주홍글씨'는 '박사방' 등 성 착취 대화방을 이용한 사람들을 찾아내 신상정보를 폭로하며 자경단을 자처한 방입니다. 송 씨는 현재 아동·청소년의 성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음란물 제작·배포 등)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습니다.

송 씨는 자신이 텔레그램에서 조주빈과 소위 '전쟁'을 했다고 말했습니다. 조주빈이 운영하던 '박사방'과 자신이 운영하던 '완장방'이 대립 관계를 이뤘다는 겁니다. 실제로 '박사방'이 인기를 끌자 '완장방'의 인기가 식기도 했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송 씨는 '완장방'에선 음란물의 링크를 공유했을 뿐이고, '박사방'은 피해자들을 협박해 영상을 만든 뒤 이를 판매해 성격이 다르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송 씨는 조주빈의 살해 협박을 받기도 했다고 증언했습니다. 지난해 10월 '야동방' 링크를 주면 돈을 주겠다는 누군가의 연락을 받고 신도림역으로 나갔는데, 그곳에서 한 여성이 자신에게 전화번호를 달라고 해 번호를 넘겼더니 조 씨에게 신상 정보를 털렸다는 겁니다. 송 씨는 조 씨가 자신의 주민등록번호와 주소 등을 '박사방'에 게시하고 부모님에 대한 살해 협박을 했다고 밝혔습니다.

송 씨는 "미성년자를 협박하는 등 조 씨가 하는 짓이 마음에 안 들어서 욕을 하고 도배를 했다"며 "아무래도 조 씨가 자기 애들을 욕하거나 자기 방에서 도배를 하니 나를 협박한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검찰은 "'박사방' 조주빈이 증인에게 어린 여성 피해자를 동원해서까지 허위로 증인에게 경고 행위를 한 셈이냐"라고 물었고 송 씨는 "아마 그렇지 않을까요"라고 대답했습니다.

■ '도널드푸틴' 강 모 씨 "'고액 알바'로 생각…박사 무서웠다"

마지막에 증인으로 나온 강 모 씨는 '박사방' 운영에 가담한 전직 사회복무요원(대화명 '도널드푸틴')입니다. 강 씨는 조주빈과 공모해 자신의 고등학교 담임교사였던 A 씨 딸에 대한 살인을 청부하며 4백만 원을 건넨 혐의(살인 예비) 등으로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박사방'과 관련해선 범죄집단 조직 혐의로 조주빈 등과 함께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강 씨는 자신이 주의력 결핍과 자폐증 등 정신 질환을 앓고 있고 심적으로 매우 위축된 상태라며, 불안한 모습으로 증언을 이어갔습니다.

강 씨는 지난해 9월 디시인사이드 공익갤러리에 조 씨가 올린 글을 본 뒤, '고액 알바'로 생각하고 생계를 위해 범행에 나섰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조 씨의 지시로 피해자의 개인 정보를 조회하거나 인터넷에 '스폰서' 광고를 올리고 가상화폐를 환전하는 등의 일을 맡았다고 증언했습니다.

개인정보를 제공해준 대가로는 조 씨에게 모두 13만 원을 받았고, 광고비는 전혀 못 받았으며, 가상화폐 환전에 대해선 32만 원가량의 수수료를 받았다고 말했습니다.

재판부는 강 씨에게 "조주빈으로부터 부탁과 지시를 받고 일하면서 어떤 두려움이나 무서움을 느낀 적이 있느냐"고 물었는데, 강 씨는 "조 씨가 자신이 조선족 기사를 부린다고 했고 돈만 주면 무슨 일이든 하며 납치도 가능하다고 말한 적이 있다"며 "또 저 말고도 개인정보를 조회해 제공하는 사람이 더 있다고 말했다"고 답했습니다.

이어 "가상화폐 1,500만 원을 옮기기 전에 조 씨에게 주민등록증 일부를 찍은 사진을 보낸 적이 있는데, 이것만으로도 개인정보 조회가 가능해 보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이 있었다"고 털어놓았습니다. 강 씨는 또 조 씨가 자신에게 종종 위력을 과시하는 이야기를 했고, 위압감을 심하게 느꼈다고도 했습니다.

■ 얽히고설킨 '박사방' 재판…하나의 '범죄집단' 인정받을까?

다음 달 18일에 열리는 강 씨의 다음 재판에도 '박사방' 관계자 4명이 증인으로 나옵니다. 강 군 외에도 여러 공범들이 현재 피고인 신분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데요. 검찰이 이들을 하나의 '범죄집단'으로 보고 기소한 만큼, 조직적으로 범행이 이뤄졌는지가 재판의 쟁점이 될 겁니다.

재판부는 검찰에게 다음 달 3일까지 '박사방' 일당이 '범죄집단'으로 인정받기 위한 요건을 갖췄는지 등을 구체적으로 정리해 의견서로 제출해달라고 밝혔습니다. 또 조금 더 엄격한 체계를 갖춘 '범죄단체'가 아니라 '범죄집단'으로 판단한 이유에 관해서도 설명을 요구했습니다.

검찰은 앞서 '박사방 조직'은 수괴 조주빈을 중심으로 모두 38명의 조직원들이 유기적으로 역할을 분담하고, 74명의 피해자들을 상대로 방대한 분량의 성 착취물을 제작‧유포한 범죄집단이라고 주장했는데요. 앞으로 이어질 재판에서 조주빈 일당의 범죄 혐의가 구체적으로 입증될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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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주빈 혼자 다 했다”… 박사방 공범들 일제히 ‘오리발’
    • 입력 2020-07-15 08:01:00
    취재K
아동·청소년 성 착취물을 제작하고 유포해온 텔레그램 '박사방'의 운영자 조주빈, 그리고 그 운영에 가담한 공범들의 재판이 잇따라 열리고 있습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1부(재판장 조성필)는 어제(14일), 아동·청소년의 성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음란물제작·배포 등) 등 혐의로 구속기소 된 18살 남성 강훈에 대한 두 번째 공판을 진행했습니다.

강 군은 '박사방'에서 대화명 '부따'로 활동하며, 여성들을 협박하고 성 착취물을 제작해 유포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지난달 검찰은 강 군을 포함해 조주빈 일당을 '범죄집단'으로 판단하고, 범죄집단 조직·가입·활동 등 혐의를 적용해 추가로 기소했는데요. 오늘 재판에서 강 군 측은 이 같은 검찰의 결론이 잘못됐다고 정면 반박했습니다.

이어, '박사방' 관계자 3명도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했습니다. 이들은 '박사' 조주빈과 그가 운영했던 텔레그램 '박사방', 그리고 참여했던 회원들에 대해 어떻게 증언했을까요?

■ '부따' 강훈 "수익은 전부 조주빈 주머니로…'범죄집단'은 왜곡"

강 군 변호인은 조주빈 일당이 대법원 판례에서 요구하는 '범죄집단'의 4가지 조건을 갖추지 못했다고 조목조목 반박했습니다.

우선 '범죄 실행의 목적'이 있어야 하는데, 피해자들을 협박하고 강요해 성 착취물을 제작·유포한 사람은 조주빈이고, 회원들은 성 착취물 제작 과정에 대해 정확히 알지 못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조 씨가 경쟁자 없이 지위를 독점하기 위해 성 착취물을 어떻게 만드는지 회원들과 공유하지 않았다는 겁니다.

변호인은 또 유료 회원들의 가입비를 독식한 것도 조주빈이라고 꼬집었습니다. 조 씨가 수익을 받아 배분한 적은 없었으며, 가끔 수수료나 교통비 명목으로 관련자들에게 돈을 주기도 했지만 매우 적은 금액이었다고 지적했습니다.

두 번째 요건으로 범죄집단이 되려면 '다수 자연인의 결합체'여야 하는데, 박사방 회원들은 서로를 알지 못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최소한 서로가 범죄 목적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는 알아야 하는데, 이들은 각자 조주빈에게만 지시를 받고 결과를 보고했을 뿐 유기적인 공유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겁니다. 변호인은 "이걸 범죄집단 조직으로 보는 건 사실 왜곡이자 비약"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세 번째로는 다수가 동시 집합돼 있거나 조직을 이뤄야 하는데, 강 군을 포함한 회원들은 집단의 형태와 구성, 구성원을 전혀 알지 못했다고 말했습니다. 검찰이 주장하는 조직 형태는 애초부터 없었다는 게 변호인의 판단입니다.

조직 내 수괴와 간부, 가입자를 구분할 수 있어야 한다는 네 번째 조건에 대해서도, 수괴 조주빈을 빼고는 다른 회원들이 간부인지 단순 가입자인지 검찰이 정확히 밝히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범죄집단이 되려면 상명하복이나 지휘·통솔 체계가 있어야 하는데, 이들은 그저 '기브앤테이크' 방식이었다는 거죠.

강 군 측은 성 착취물 제작·배포와 강제추행 등 다른 혐의에 대해서도 대부분 조주빈에게 책임을 돌렸습니다. 변호인은 "조주빈의 지시로 박사방을 관리하다 보니 박사방에 음란물을 유포한 행위는 인정한다"며 "나머지 범죄사실은 강 군이 가담한 사실이 없고 조주빈이 단독으로 한 일"이라고 주장했습니다.

■ '랄로' 천 모 씨 "'호기심'에 들어가…포즈 제안만 했다"

어제 재판에 가장 먼저 증인으로 나온 건 전 거제시청 공무원 천 모 씨(대화명 '랄로')였습니다. 천 씨는 미성년자에게 성적 행위를 강요하고, 성매매를 권유하거나 성적 수치심을 주는 영상 등을 전송한 혐의 등으로 기소돼 오는 16일 1심 선고를 앞두고 있는데요. '박사방'과 관련해서도 범죄집단 조직 혐의로 조주빈 등과 함께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천 씨는 지난해 9월 '박사방'과 조주빈의 존재를 처음 알게 됐고, '부따' 강훈은 조주빈의 직원으로 알고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박사방'에 들어가 채팅을 하면서 '박사'와 '부따'가 방을 관리하는 권한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다고도 진술했습니다.

다만 조 씨로부터 어떤 지시를 받아 움직인 적은 없으며, 조 씨가 성 착취 영상을 어떻게 만들었는지도 잘 알지 못했다고 증언했습니다. 수사기관 조사를 받기 전까지만 해도 박사가 어떤 일을 했는지 정확히 몰랐다는 겁니다.

천 씨는 '박사 백과사전'이란 텔레그램 채널에 조 씨가 어떤 식으로 피해자들을 상대로 성 착취물을 제작했는지 공지되기도 했지만, 알고 보니 이는 모두 거짓이었다고 말했습니다. 조 씨는 자신이 사채업자이고 피해자들이 사채를 못 갚게 됐을 때 노예로 만들어 신체를 촬영하게 했고, 마약도 먹였다고 소개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천 씨는 채팅을 열심히 해 '시민' 등급이 되자 '시민의회방'에 초대해달라고 조주빈에게 연락했는데, 성 착취 영상물을 보고자 하는 호기심에 들어가게 됐다고 밝혔습니다. 박사방이나 시민의회방에서 회원들이 먼저 어떤 성 착취물을 만들자고 제안한 적은 없고, 피해자를 협박해 이른바 '노예'로 만드는 역할을 박사가 독단적으로 했다고도 설명했습니다.

다만 조 씨가 피해자에게 어떤 포즈를 취하게 할지 묻자, 채팅방 회원들이 특정 포즈를 취해달라고 답변한 적은 있다고 털어놓았습니다. 검찰은 조 씨가 이런 상황을 '실시간 이벤트'로 칭했다고도 말했습니다.

■ '미희' 송 모 씨 "'박사방' 욕했더니 신상 털리고 살해 협박"

다음으로는 텔레그램 '완장방', '주홍글씨' 등에서 관리자로 활동한 송 모 씨(대화명 '미희')가 증인으로 나왔습니다. '완장방'은 음란물의 링크를 공유한 텔레그램 대화방이며, '주홍글씨'는 '박사방' 등 성 착취 대화방을 이용한 사람들을 찾아내 신상정보를 폭로하며 자경단을 자처한 방입니다. 송 씨는 현재 아동·청소년의 성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음란물 제작·배포 등)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습니다.

송 씨는 자신이 텔레그램에서 조주빈과 소위 '전쟁'을 했다고 말했습니다. 조주빈이 운영하던 '박사방'과 자신이 운영하던 '완장방'이 대립 관계를 이뤘다는 겁니다. 실제로 '박사방'이 인기를 끌자 '완장방'의 인기가 식기도 했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송 씨는 '완장방'에선 음란물의 링크를 공유했을 뿐이고, '박사방'은 피해자들을 협박해 영상을 만든 뒤 이를 판매해 성격이 다르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송 씨는 조주빈의 살해 협박을 받기도 했다고 증언했습니다. 지난해 10월 '야동방' 링크를 주면 돈을 주겠다는 누군가의 연락을 받고 신도림역으로 나갔는데, 그곳에서 한 여성이 자신에게 전화번호를 달라고 해 번호를 넘겼더니 조 씨에게 신상 정보를 털렸다는 겁니다. 송 씨는 조 씨가 자신의 주민등록번호와 주소 등을 '박사방'에 게시하고 부모님에 대한 살해 협박을 했다고 밝혔습니다.

송 씨는 "미성년자를 협박하는 등 조 씨가 하는 짓이 마음에 안 들어서 욕을 하고 도배를 했다"며 "아무래도 조 씨가 자기 애들을 욕하거나 자기 방에서 도배를 하니 나를 협박한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검찰은 "'박사방' 조주빈이 증인에게 어린 여성 피해자를 동원해서까지 허위로 증인에게 경고 행위를 한 셈이냐"라고 물었고 송 씨는 "아마 그렇지 않을까요"라고 대답했습니다.

■ '도널드푸틴' 강 모 씨 "'고액 알바'로 생각…박사 무서웠다"

마지막에 증인으로 나온 강 모 씨는 '박사방' 운영에 가담한 전직 사회복무요원(대화명 '도널드푸틴')입니다. 강 씨는 조주빈과 공모해 자신의 고등학교 담임교사였던 A 씨 딸에 대한 살인을 청부하며 4백만 원을 건넨 혐의(살인 예비) 등으로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박사방'과 관련해선 범죄집단 조직 혐의로 조주빈 등과 함께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강 씨는 자신이 주의력 결핍과 자폐증 등 정신 질환을 앓고 있고 심적으로 매우 위축된 상태라며, 불안한 모습으로 증언을 이어갔습니다.

강 씨는 지난해 9월 디시인사이드 공익갤러리에 조 씨가 올린 글을 본 뒤, '고액 알바'로 생각하고 생계를 위해 범행에 나섰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조 씨의 지시로 피해자의 개인 정보를 조회하거나 인터넷에 '스폰서' 광고를 올리고 가상화폐를 환전하는 등의 일을 맡았다고 증언했습니다.

개인정보를 제공해준 대가로는 조 씨에게 모두 13만 원을 받았고, 광고비는 전혀 못 받았으며, 가상화폐 환전에 대해선 32만 원가량의 수수료를 받았다고 말했습니다.

재판부는 강 씨에게 "조주빈으로부터 부탁과 지시를 받고 일하면서 어떤 두려움이나 무서움을 느낀 적이 있느냐"고 물었는데, 강 씨는 "조 씨가 자신이 조선족 기사를 부린다고 했고 돈만 주면 무슨 일이든 하며 납치도 가능하다고 말한 적이 있다"며 "또 저 말고도 개인정보를 조회해 제공하는 사람이 더 있다고 말했다"고 답했습니다.

이어 "가상화폐 1,500만 원을 옮기기 전에 조 씨에게 주민등록증 일부를 찍은 사진을 보낸 적이 있는데, 이것만으로도 개인정보 조회가 가능해 보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이 있었다"고 털어놓았습니다. 강 씨는 또 조 씨가 자신에게 종종 위력을 과시하는 이야기를 했고, 위압감을 심하게 느꼈다고도 했습니다.

■ 얽히고설킨 '박사방' 재판…하나의 '범죄집단' 인정받을까?

다음 달 18일에 열리는 강 씨의 다음 재판에도 '박사방' 관계자 4명이 증인으로 나옵니다. 강 군 외에도 여러 공범들이 현재 피고인 신분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데요. 검찰이 이들을 하나의 '범죄집단'으로 보고 기소한 만큼, 조직적으로 범행이 이뤄졌는지가 재판의 쟁점이 될 겁니다.

재판부는 검찰에게 다음 달 3일까지 '박사방' 일당이 '범죄집단'으로 인정받기 위한 요건을 갖췄는지 등을 구체적으로 정리해 의견서로 제출해달라고 밝혔습니다. 또 조금 더 엄격한 체계를 갖춘 '범죄단체'가 아니라 '범죄집단'으로 판단한 이유에 관해서도 설명을 요구했습니다.

검찰은 앞서 '박사방 조직'은 수괴 조주빈을 중심으로 모두 38명의 조직원들이 유기적으로 역할을 분담하고, 74명의 피해자들을 상대로 방대한 분량의 성 착취물을 제작‧유포한 범죄집단이라고 주장했는데요. 앞으로 이어질 재판에서 조주빈 일당의 범죄 혐의가 구체적으로 입증될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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