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는 문닫고 취업문은 좁아지고…청년들 “그냥 쉬어요”

입력 2020.07.15 (11:27) 수정 2020.07.15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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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코로나19로 휴학 고려 늘어"
질 낮은 온라인 수업에 등록금 반환 소송
하반기 채용시장도 '먹구름'
20대 '쉬었음' 인구 9만 명 넘게 증가


대학교 4학년 1학기에 재학 중인 A 씨는 코로나19로 모든 계획이 틀어졌다. 학교 수업은 모두 온라인 강의라 학교 근처 카페를 전전하며 수업을 듣고 있다.

취업은 상반기부터 도전해볼 생각이었는데 뽑는 기업이 적어서 제대로 원서도 내보지 못했다. 여름방학 때 하려고 했던 취업스터디도 할지 말지 고민 중이다. '하반기 취업시장도 얼어붙을 게 뻔한데 스터디가 무슨 의미가 있나'하는 생각에서다.

A 씨는 2학기 휴학도 고려하고 있다. A 씨는 "공채 시장이 활성화되지 않아서 휴학을 고려하고 있다"며 "1학기에 중도 휴학한 친구들도 많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모든 사람이 고통받고 있지만, 특히 청년층의 고통이 크다. 등록금 수백만 원을 내고도 온라인 수업을 들어야 하는 것은 물론, 취업문까지 좁아지면서 자포자기하는 청년들이 늘어나는 양상이다.


■등록금 내고도 못 가는 학교…반환 소송까지

청년층을 코로나19 타격은 제일 먼저 대학가에서 시작됐다. 대학들은 사람들이 한데 모여야 하는 기존 수업 대신 온라인 수업으로 1학기를 운영했다.

그동안 일부 수업을 온라인으로 진행하기는 했지만, 전면 온라인 수업은 사상 처음으로 곳곳에서 문제점이 드러났다.

부산의 한 대학에선 교수가 온라인 수업 중에 담배를 피웠고, 한 전문대에서는 3분짜리 온라인 강의가 올라오기도 했다.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전대넷)가 지난 3월 대학생 6,26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를 보면, 온라인 수업에 만족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64.5%나 됐다.

'낮은 수업의 질' 등 온라인 수업에 대한 불만은 사그라지지 않았고, 등록금 반환 요구로까지 이어졌다. 전대넷은 교육부를 상대로 등록금 반환 소송을 냈다.

정부는 대학의 등록금 반환에 1,000억 원을 지원하는 내용을 3차 추가경정예산에 반영했는데, 학생들은 대학생 1명당 5만 원꼴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채용계획 있는 중소기업 19%포인트 줄어

코로나19는 대학 수업을 넘어 취업시장에도 충격을 줬다. 사정이 어려워진 기업들은 상반기부터 채용을 줄였고, 하반기 전망도 밝지 않다.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지난달 중소기업 인사담당자 71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50.8%가 '하반기에 신입 및 경력직 직원을 채용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같은 대상에게 지난해 조사했을 때는 69.9%가 직원을 뽑겠다고 했는데, 1년 만에 19.1%포인트나 줄어든 것이다.

하반기 채용 계획이 없거나 아직 정하지 않은 이유(복수응답)에 대해선 44.6%가 '경기침체로 기업의 경영상태가 좋지 않기 때문'이라고 답했고, 38.1%는 '코로나19가 종식되지 않아 채용 여부를 결정하지 못했다'고 했다.


■6월 '그냥 쉰' 20대 9만 명 넘게 증가

얼어붙은 취업시장은 고용통계에서도 드러난다. 통계청이 오늘(15일) 발표한 '6월 고용동향'을 보면 20대 고용률은 55.4%로, 1년 전(57.9%)보다 2.5%포인트 감소했다. 전 연령대에서 가장 큰 감소 폭이다.

20대 중에서도 25~29살만 떼서 보면 고용률이 1년 전보다 3.8%포인트나 줄어들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오늘 페이스북을 통해 "다른 연령층에 비해 코로나19 영향을 상대적으로 크게 받은 청년층의 고용 회복이 더디다는 점도 마음 아픈 부분"이라고 하기도 했다.

학교도 못 가고 취업문은 좁아지는 상황이 이어지다 보니 청년층 사이에서 자포자기하는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다.

6월 고용동향을 보면 비경제활동인구 가운데 '쉬었음' 인구는 229만 6,000명으로, 1년 전(200만 7,000명)보다 28만 9,000명 증가했다.

특히 20대 '쉬었음' 인구 증가가 두드러졌는데, 9만 1,000명이 늘었다. '쉬었음' 인구 증가의 3분의 1가량이 20대인 셈이다.

'쉬었음' 인구는 취업을 위한 구직활동도 하지 않으면서 학교나 학원도 다니지 않고 말 그대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쉰 사람을 의미한다.

보통 '쉬었음' 인구 증가는 은퇴 후 다른 일자리를 찾지 않고 쉬는 경우가 많은 고령층에서 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이 현상이 20대에서 나타난 건 코로나19가 청년층의 의욕을 크게 꺾어놨다고 해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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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학교는 문닫고 취업문은 좁아지고…청년들 “그냥 쉬어요”
    • 입력 2020-07-15 11:27:57
    • 수정2020-07-15 11:28:42
    취재K
"코로나19로 휴학 고려 늘어"<br />질 낮은 온라인 수업에 등록금 반환 소송<br />하반기 채용시장도 '먹구름'<br />20대 '쉬었음' 인구 9만 명 넘게 증가

대학교 4학년 1학기에 재학 중인 A 씨는 코로나19로 모든 계획이 틀어졌다. 학교 수업은 모두 온라인 강의라 학교 근처 카페를 전전하며 수업을 듣고 있다.

취업은 상반기부터 도전해볼 생각이었는데 뽑는 기업이 적어서 제대로 원서도 내보지 못했다. 여름방학 때 하려고 했던 취업스터디도 할지 말지 고민 중이다. '하반기 취업시장도 얼어붙을 게 뻔한데 스터디가 무슨 의미가 있나'하는 생각에서다.

A 씨는 2학기 휴학도 고려하고 있다. A 씨는 "공채 시장이 활성화되지 않아서 휴학을 고려하고 있다"며 "1학기에 중도 휴학한 친구들도 많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모든 사람이 고통받고 있지만, 특히 청년층의 고통이 크다. 등록금 수백만 원을 내고도 온라인 수업을 들어야 하는 것은 물론, 취업문까지 좁아지면서 자포자기하는 청년들이 늘어나는 양상이다.


■등록금 내고도 못 가는 학교…반환 소송까지

청년층을 코로나19 타격은 제일 먼저 대학가에서 시작됐다. 대학들은 사람들이 한데 모여야 하는 기존 수업 대신 온라인 수업으로 1학기를 운영했다.

그동안 일부 수업을 온라인으로 진행하기는 했지만, 전면 온라인 수업은 사상 처음으로 곳곳에서 문제점이 드러났다.

부산의 한 대학에선 교수가 온라인 수업 중에 담배를 피웠고, 한 전문대에서는 3분짜리 온라인 강의가 올라오기도 했다.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전대넷)가 지난 3월 대학생 6,26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를 보면, 온라인 수업에 만족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64.5%나 됐다.

'낮은 수업의 질' 등 온라인 수업에 대한 불만은 사그라지지 않았고, 등록금 반환 요구로까지 이어졌다. 전대넷은 교육부를 상대로 등록금 반환 소송을 냈다.

정부는 대학의 등록금 반환에 1,000억 원을 지원하는 내용을 3차 추가경정예산에 반영했는데, 학생들은 대학생 1명당 5만 원꼴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채용계획 있는 중소기업 19%포인트 줄어

코로나19는 대학 수업을 넘어 취업시장에도 충격을 줬다. 사정이 어려워진 기업들은 상반기부터 채용을 줄였고, 하반기 전망도 밝지 않다.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지난달 중소기업 인사담당자 71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50.8%가 '하반기에 신입 및 경력직 직원을 채용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같은 대상에게 지난해 조사했을 때는 69.9%가 직원을 뽑겠다고 했는데, 1년 만에 19.1%포인트나 줄어든 것이다.

하반기 채용 계획이 없거나 아직 정하지 않은 이유(복수응답)에 대해선 44.6%가 '경기침체로 기업의 경영상태가 좋지 않기 때문'이라고 답했고, 38.1%는 '코로나19가 종식되지 않아 채용 여부를 결정하지 못했다'고 했다.


■6월 '그냥 쉰' 20대 9만 명 넘게 증가

얼어붙은 취업시장은 고용통계에서도 드러난다. 통계청이 오늘(15일) 발표한 '6월 고용동향'을 보면 20대 고용률은 55.4%로, 1년 전(57.9%)보다 2.5%포인트 감소했다. 전 연령대에서 가장 큰 감소 폭이다.

20대 중에서도 25~29살만 떼서 보면 고용률이 1년 전보다 3.8%포인트나 줄어들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오늘 페이스북을 통해 "다른 연령층에 비해 코로나19 영향을 상대적으로 크게 받은 청년층의 고용 회복이 더디다는 점도 마음 아픈 부분"이라고 하기도 했다.

학교도 못 가고 취업문은 좁아지는 상황이 이어지다 보니 청년층 사이에서 자포자기하는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다.

6월 고용동향을 보면 비경제활동인구 가운데 '쉬었음' 인구는 229만 6,000명으로, 1년 전(200만 7,000명)보다 28만 9,000명 증가했다.

특히 20대 '쉬었음' 인구 증가가 두드러졌는데, 9만 1,000명이 늘었다. '쉬었음' 인구 증가의 3분의 1가량이 20대인 셈이다.

'쉬었음' 인구는 취업을 위한 구직활동도 하지 않으면서 학교나 학원도 다니지 않고 말 그대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쉰 사람을 의미한다.

보통 '쉬었음' 인구 증가는 은퇴 후 다른 일자리를 찾지 않고 쉬는 경우가 많은 고령층에서 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이 현상이 20대에서 나타난 건 코로나19가 청년층의 의욕을 크게 꺾어놨다고 해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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