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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 칼럼 때문에 국익에 큰 해?…靑 비서실 정정보도 소송 전말
입력 2020.07.17 (13:50) 수정 2020.07.17 (13:59) 취재K
"강력한 유감을 표합니다."
"잘못된 정보를 옳지 않은 시선에서 나열한 '사실왜곡'입니다."

지난해 6월 11일, 청와대는 페이스북에 한 신문사를 향한 강력한 항의의 글을 올렸습니다. (▶페이스북 전문: https://web.facebook.com/TheBlueHouseKR/posts/2370109213277305/)
신문사가 지면에 실은 한 칼럼을 문제 삼은 건데요, 칼럼의 제목은 이랬습니다: "김정숙 여사의 버킷리스트?"

해당 칼럼은 문 대통령이 취임 후 25개월 동안 19번 출국했고 유독 관광지를 자주 찾는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언급했습니다. 또 문 대통령 부부가 노르웨이 방문 공식 일정 이틀 중 하루를 피오르로 유명한 관광지 베르겐에서 보낼 예정이고, 영부인인 김정숙 여사의 과거 인도 방문도 관광 목적이 짙었다는 얘기도 적었습니다. 대통령 부부의 관광지 방문이 이처럼 잦았던 전례는 없었다고도 했습니다. 칼럼의 전체 내용은 신문사 홈페이지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기사 전문: https://news.joins.com/article/23493217)


항의 글과 공문 발송에도 해당 신문사가 꿈쩍하지 않자, 청와대는 언론중재위원회(언중위)에 정정보도를 구하는 중재신청을 했습니다. 언중위는 보도로 인해 피해를 입은 당사자를 구제하는 역할 등을 하는 기구입니다. 해당 칼럼으로 피해를 봤다는 게 청와대 측 생각이었단 뜻입니다.

언중위는 신문사가 칼럼에 대한 '정정'보도가 아닌 '반론'보도를 해야 한다고 직권 조정 결정을 내렸습니다. 그러나 신문사 측이 이 결정에 이의 신청을 하면서 결국 사건은 법원까지 흘러왔습니다. 언중위의 직권 조정 결정에 대해 당사자가 이의 신청을 하면 그 결정은 효력을 상실하고, 언론중재법에 따라 보도의 피해자를 원고로, 상대방인 언론사를 피고로 하는 정정보도 청구의 소가 제기된 것으로 간주합니다.

사건이 서울중앙지법에 접수된 건 칼럼이 나온 지 2달 뒤인 지난해 8월 14일.

이 사건의 원고는 대통령비서실이 맡았고, 재판을 받고 있는 조국 전 법무부장관 부부를 변호 중인 법무법인 엘케이비앤파트너스가 대통령비서실 측 소송을 대리했습니다. 올해 2월부터 그제(15일) 판결이 나오기 전까지, 모두 3차례의 변론기일이 열렸습니다. 칼럼을 쓴 기자가 지난 6월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하기도 했습니다.

대통령비서실은 재판 과정에서, 문제의 칼럼에 다수의 허위사실이 적시돼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문 대통령 부부는 노르웨이의 요청에 따라 베르겐 해군기지를 방문한 것일 뿐 피오르를 관광하지 않았고 ▲김정숙 여사는 인도 총리의 요청으로 인도를 방문한 것뿐 인도를 관광한 것이 아니며 ▲문 대통령 부부가 전임 대통령 부부들에 비해 해외순방을 자주 하거나 관광지를 자주 찾았다고 볼 수 없는데도 사실관계를 왜곡했다는 것입니다.

또 해당 칼럼으로 인해 대통령 부부의 해외 순방을 기획하고 진행한 대통령비서실이 피해를 봤다고도 주장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칼럼의 내용이 대통령 부부를 초청한 외국 정부까지 비방하고 있다며 "국익에 큰 해가 된다"는 취지로 소송의 필요성을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법원의 판단은 '청구 기각'. 대통령비서실 측 주장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결론이었습니다.


재판부는 우선 대통령비서실에 정정보도를 청구할 자격 자체가 없다고 봤습니다.

칼럼에는 대통령비서실 직원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고 대통령 부부를 대상으로 쓴 내용에 불과해, 문제가 된 칼럼과 대통령비서실 사이에 '개별적 연관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칼럼과 관련이 없는 제3자가 보도로 피해를 봤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낼 순 없다는 얘기도 됩니다.

재판부는 또 보도 대상자들의 업무를 보좌한다는 이유만으로, 보도에서 직접 다뤄지지 않고 있는 조직이나 개인까지도 보도로 인해 피해를 입은 자로 넓게 인정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피해 인정 범위를 그렇게 넓혀버린다면 "힘 있고 돈 있는 집단을 이끄는 사람들은 전면에 나서지 않고도 그들에게 비판적이라고 생각하는 언론기관이나 언론인을 상대로 각종의 법률적 다툼을 벌임으로써, 언론의 자유나 표현의 자유를 부당하게 위축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또 해당 칼럼으로 국익이 훼손했다는 주장은 '불명확하고 막연한 우려'일 뿐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재판부는 또 칼럼 내용 자체를 살펴봐도, 정정보도가 필요한 허위 보도라고 볼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재판부는 대통령 부부의 해외 순방과 관광지 방문 빈도가 잦다고 표현한 내용이나 해외 순방에 신중해야 한다는 등의 칼럼 내용은 "단순히 의견이나 논평을 표명한 것에 불과해 정정보도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했습니다.

또 해당 칼럼은 문 대통령 부부가 피오르의 비경으로 유명한 베르겐을 방문한다고만 했을 뿐, 베르겐을 찾는 주된 목적이 피오르 관람이라고까지 적시하거나 이를 암시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칼럼 한 편을 향한 청와대의 문제 제기는 계속 이어질까요? 대통령비서실은 법원으로부터 판결문을 송달받은 오늘(17일)부터 2주 내에 항소를 제기할 수 있습니다.
  • 신문 칼럼 때문에 국익에 큰 해?…靑 비서실 정정보도 소송 전말
    • 입력 2020-07-17 13:50:49
    • 수정2020-07-17 13:59:59
    취재K
"강력한 유감을 표합니다."
"잘못된 정보를 옳지 않은 시선에서 나열한 '사실왜곡'입니다."

지난해 6월 11일, 청와대는 페이스북에 한 신문사를 향한 강력한 항의의 글을 올렸습니다. (▶페이스북 전문: https://web.facebook.com/TheBlueHouseKR/posts/2370109213277305/)
신문사가 지면에 실은 한 칼럼을 문제 삼은 건데요, 칼럼의 제목은 이랬습니다: "김정숙 여사의 버킷리스트?"

해당 칼럼은 문 대통령이 취임 후 25개월 동안 19번 출국했고 유독 관광지를 자주 찾는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언급했습니다. 또 문 대통령 부부가 노르웨이 방문 공식 일정 이틀 중 하루를 피오르로 유명한 관광지 베르겐에서 보낼 예정이고, 영부인인 김정숙 여사의 과거 인도 방문도 관광 목적이 짙었다는 얘기도 적었습니다. 대통령 부부의 관광지 방문이 이처럼 잦았던 전례는 없었다고도 했습니다. 칼럼의 전체 내용은 신문사 홈페이지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기사 전문: https://news.joins.com/article/23493217)


항의 글과 공문 발송에도 해당 신문사가 꿈쩍하지 않자, 청와대는 언론중재위원회(언중위)에 정정보도를 구하는 중재신청을 했습니다. 언중위는 보도로 인해 피해를 입은 당사자를 구제하는 역할 등을 하는 기구입니다. 해당 칼럼으로 피해를 봤다는 게 청와대 측 생각이었단 뜻입니다.

언중위는 신문사가 칼럼에 대한 '정정'보도가 아닌 '반론'보도를 해야 한다고 직권 조정 결정을 내렸습니다. 그러나 신문사 측이 이 결정에 이의 신청을 하면서 결국 사건은 법원까지 흘러왔습니다. 언중위의 직권 조정 결정에 대해 당사자가 이의 신청을 하면 그 결정은 효력을 상실하고, 언론중재법에 따라 보도의 피해자를 원고로, 상대방인 언론사를 피고로 하는 정정보도 청구의 소가 제기된 것으로 간주합니다.

사건이 서울중앙지법에 접수된 건 칼럼이 나온 지 2달 뒤인 지난해 8월 14일.

이 사건의 원고는 대통령비서실이 맡았고, 재판을 받고 있는 조국 전 법무부장관 부부를 변호 중인 법무법인 엘케이비앤파트너스가 대통령비서실 측 소송을 대리했습니다. 올해 2월부터 그제(15일) 판결이 나오기 전까지, 모두 3차례의 변론기일이 열렸습니다. 칼럼을 쓴 기자가 지난 6월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하기도 했습니다.

대통령비서실은 재판 과정에서, 문제의 칼럼에 다수의 허위사실이 적시돼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문 대통령 부부는 노르웨이의 요청에 따라 베르겐 해군기지를 방문한 것일 뿐 피오르를 관광하지 않았고 ▲김정숙 여사는 인도 총리의 요청으로 인도를 방문한 것뿐 인도를 관광한 것이 아니며 ▲문 대통령 부부가 전임 대통령 부부들에 비해 해외순방을 자주 하거나 관광지를 자주 찾았다고 볼 수 없는데도 사실관계를 왜곡했다는 것입니다.

또 해당 칼럼으로 인해 대통령 부부의 해외 순방을 기획하고 진행한 대통령비서실이 피해를 봤다고도 주장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칼럼의 내용이 대통령 부부를 초청한 외국 정부까지 비방하고 있다며 "국익에 큰 해가 된다"는 취지로 소송의 필요성을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법원의 판단은 '청구 기각'. 대통령비서실 측 주장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결론이었습니다.


재판부는 우선 대통령비서실에 정정보도를 청구할 자격 자체가 없다고 봤습니다.

칼럼에는 대통령비서실 직원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고 대통령 부부를 대상으로 쓴 내용에 불과해, 문제가 된 칼럼과 대통령비서실 사이에 '개별적 연관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칼럼과 관련이 없는 제3자가 보도로 피해를 봤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낼 순 없다는 얘기도 됩니다.

재판부는 또 보도 대상자들의 업무를 보좌한다는 이유만으로, 보도에서 직접 다뤄지지 않고 있는 조직이나 개인까지도 보도로 인해 피해를 입은 자로 넓게 인정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피해 인정 범위를 그렇게 넓혀버린다면 "힘 있고 돈 있는 집단을 이끄는 사람들은 전면에 나서지 않고도 그들에게 비판적이라고 생각하는 언론기관이나 언론인을 상대로 각종의 법률적 다툼을 벌임으로써, 언론의 자유나 표현의 자유를 부당하게 위축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또 해당 칼럼으로 국익이 훼손했다는 주장은 '불명확하고 막연한 우려'일 뿐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재판부는 또 칼럼 내용 자체를 살펴봐도, 정정보도가 필요한 허위 보도라고 볼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재판부는 대통령 부부의 해외 순방과 관광지 방문 빈도가 잦다고 표현한 내용이나 해외 순방에 신중해야 한다는 등의 칼럼 내용은 "단순히 의견이나 논평을 표명한 것에 불과해 정정보도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했습니다.

또 해당 칼럼은 문 대통령 부부가 피오르의 비경으로 유명한 베르겐을 방문한다고만 했을 뿐, 베르겐을 찾는 주된 목적이 피오르 관람이라고까지 적시하거나 이를 암시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칼럼 한 편을 향한 청와대의 문제 제기는 계속 이어질까요? 대통령비서실은 법원으로부터 판결문을 송달받은 오늘(17일)부터 2주 내에 항소를 제기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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