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브라질 - 빈곤층 급증…굶주림의 팬데믹 우려

입력 2020.07.18 (21:47) 수정 2020.07.18 (2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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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전 세계 코로나19 확진자의 25%가 넘게 나온 곳이 중남미입니다.

중남미 인구가 전 세계에서 8%에 불과한 점에 비춰볼때 빠른 증가세입니다.

최근에는 브라질 대통령을 비롯한 중남미 지도자들과 각료들의 감염이 속출하고 있습니다.

상파울루를 연결합니다.

이재환 특파원, 볼리비아의 경우는 임시 정부가 코로나19에 거의 초토화되다시피 했다구요?

[기자]

네, 볼리비아는 모랄레스 전 대통령이 해외로 망명한 뒤에 임시 정부가 나라를 이끌고 있습니다.

그런데,아녜스 임시 대통령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아 격리에 들어갔고, 대통령 실장과 외교와 보건, 경제,법무 장관 등 임시정부 각료들이 줄줄이 감염됐습니다.

확진 판정을 받은 장·차관이 10여 명에 달하고, 육군최고사령관과 중앙은행장 등도 감염됐습니다.

베네수엘라와 엘살바도르 등 다른 중남미 정부와 의회 지도자들도 잇따라 감염돼 행정 공백의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앵커]

불안정한 중남미 정국이 더욱 혼란스럽겠네요.

코로나19가 중남미의 빈부 격차를 가속화할 것이란 전망도 나와서 더욱 씁쓸합니다.

[기자]

네, 유엔의 전망이 그렇습니다.

코로나19에 실업률이 증가하면서 올해 4천5백만 명이 새롭게 빈곤층으로 추락할 것이라고 내다본 것인데요,

세계적 축구 강국 브라질의 프로축구 선수들도 예외는 아닙니다.

이처럼 넉달째 경기장 문은 닫힌 채 프로축구 경기가 중단되면서 브라질 프로축구 선수들도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상파울루 리그와 함께 브라질 프로축구 리그의 양대 축을 이루는 리우데자네이루 리그.

코로나19로 프로축구가 중단된 뒤 브라질에서 처음으로 넉달 만에 재개됐습니다.

하지만,이전에 보였던 열광하는 관중의 모습은 보이지 않습니다.

코로나19에 무관중 경기로 치러지는 겁니다.

넉달간 수익이 전무했던 축구 구단들은 관중 수익없이 TV 중계 수익에 기대를 걸고 있는 형편입니다.

상파울루 리그는 다음주 경기가 재개됩니다.

역시 관중없이 경기가 진행될 예정입니다.

[알렉산드리/상파울루 프로축구팀 총괄매니저 : "이 상황이 장기적으로 지속된다면 브라질 선수 90%는 생계를 위한 월급을 받지 못할 것으로 보입니다."]

상파울루 2부 리그에서 수비형 미드필더로 활약했던 하모스 선수, 지금은 3평 남짓한 식당에서 음식 배달과 음식 값을 계산하는 등의 허드렛일을 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에 경기가 중단된 뒤 월급을 받지 못하면서 생계를 위해 일을 찾아 나서야만 했던 겁니다.

[하모스/주벤투스 프로축구 선수 : "이 일이라도 해서 팬데믹 상황에서 어려운 가정에 보탬을 줘야 합니다."]

하모스는 빈곤층이 밀집한 이른바 '파벨라'에서 태어나 프로축구 선수로의 꿈을 이어갔습니다.

지금도 가족들과 함께 이 파벨라에서 살고 있습니다.

축구로 가난을 극복하고자 했지만 코로나19가 큰 장애물이 됐습니다.

[후벤스/하모스 선수 에이전트 : "선수뿐 아니라 구단도 큰 위기에 봉착해 있습니다. 선수들의 월급을 지불할 방법이 없습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실업률이 높아지면서 브라질을 비롯한 중남미에서 인구 3명 가운데 1명이 빈곤층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극빈층 비율도 11%에서 16%로 늘면서 2천 8백만 명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습니다.

건물의 보안요원으로 일했던 더글라스 씨, 한인들이 나눠준 생필품을 들고 집으로 향합니다.

더글라스 씨의 보안회사가 코로나19에 2백여 명을 감원하면서 일자리를 잃었습니다.

방 1칸의 허름한 집에서 12살 딸과 함께 힘겹게 살아 온 더글라스 씨는 실직에 생계가 막막합니다.

[더글라스/실직자 : "삶이 바닥으로 떨어졌습니다. 이전에 매달 들어오는 돈이 있어서 생활했는데,지금은 아무것도 없어 긴급 보조금을 받았습니다."]

도심 광장에는 서성이는 노숙자들, 상파울루 2만여 명의 노숙자 수는 코로나19 이후 증가하고 있습니다.

[나탈리시/상파울루 상인 : "노숙자 수는 늘어나고 있습니다. 팬데믹이 계속되면서 벌이가 없는 수많은 노숙자들이 거리에 누워 있습니다."]

실직 젊은이들은 한 푼이라도 벌기 위해 거리로 나섭니다.

신호 정차중인 차에 다가가 사탕 등을 판매하며 가족들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코로나19 감염을 우려한 운전자들은 창문조차 열지 않으면서 벌이가 쉽지 않습니다.

[페테르손/거리 상인 : "판매가 30% 이상 더 줄었습니다. 사람들이 코로나19 때문에 사탕 하나 사는 것도 주저합니다."]

이른 아침 도심 한 건물 앞에 긴 줄이 늘어섰습니다.

전화 상담원을 뽑는 한 회사에 면접을 보러 온 구직자들입니다.

대부분은 코로나19에 일자리를 잃은 젊은이들입니다.

[밀레나 산토스/구직자 : "요즘은 팬데믹때문에 좋은 일자리를 구하기 너무나 어렵습니다."]

[타마라/구직자 : "네일 아트 일을 했는데 손님이 많이 줄어서 공과금도 내지 못했습니다."]

브라질 정부는 연소득 6백80여 만원 이하의 근로자들에게 13만 원 정도의 긴급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습니다.

이미 6천 5백만 명이 지급 받았고 5천만 명에 대해서는 지급 여부를 심사하고 있습니다.

[호제이아스/보조금 수령 실직자 : "사람들이 보조금 신청을 잘 안받아 준다고 했는데, 저는 두달 전 신청해 다행히 받아줬습니다. 이제 공과금 내고 음식을 살 수 있게 됐습니다."]

점심 시간을 맞은 빈민가 파벨라, 카니발 삼바 학교가 코로나19에 어려움을 겪으며 식사조차 해결하지 못하는 지역 빈곤층을 위해 도시락을 나눠주고 있습니다.

주변 식당들로부터 기부를 받아 매일 2백개의 도시락을 제공합니다.

내년 카니발 준비는 뒤로 하고 지역민들의 아픔을 덜어주고 있는 겁니다.

[루아나 시우바/상파울루 삼바 학교 직원 : "삼바 학교는 카니발 축제 기간을 위해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1년 내내 지역 주민들을 돕는 역할을 합니다."]

코로나19가 중남미의 빈곤과 빈부격차를 더욱 심화시킬 것이라는 우려는 현실화되고 있습니다.

상파울루에서 이재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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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로나19 브라질 - 빈곤층 급증…굶주림의 팬데믹 우려
    • 입력 2020-07-18 22:13:39
    • 수정2020-07-18 22:31:29
    특파원 보고 세계는 지금
[앵커]

전 세계 코로나19 확진자의 25%가 넘게 나온 곳이 중남미입니다.

중남미 인구가 전 세계에서 8%에 불과한 점에 비춰볼때 빠른 증가세입니다.

최근에는 브라질 대통령을 비롯한 중남미 지도자들과 각료들의 감염이 속출하고 있습니다.

상파울루를 연결합니다.

이재환 특파원, 볼리비아의 경우는 임시 정부가 코로나19에 거의 초토화되다시피 했다구요?

[기자]

네, 볼리비아는 모랄레스 전 대통령이 해외로 망명한 뒤에 임시 정부가 나라를 이끌고 있습니다.

그런데,아녜스 임시 대통령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아 격리에 들어갔고, 대통령 실장과 외교와 보건, 경제,법무 장관 등 임시정부 각료들이 줄줄이 감염됐습니다.

확진 판정을 받은 장·차관이 10여 명에 달하고, 육군최고사령관과 중앙은행장 등도 감염됐습니다.

베네수엘라와 엘살바도르 등 다른 중남미 정부와 의회 지도자들도 잇따라 감염돼 행정 공백의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앵커]

불안정한 중남미 정국이 더욱 혼란스럽겠네요.

코로나19가 중남미의 빈부 격차를 가속화할 것이란 전망도 나와서 더욱 씁쓸합니다.

[기자]

네, 유엔의 전망이 그렇습니다.

코로나19에 실업률이 증가하면서 올해 4천5백만 명이 새롭게 빈곤층으로 추락할 것이라고 내다본 것인데요,

세계적 축구 강국 브라질의 프로축구 선수들도 예외는 아닙니다.

이처럼 넉달째 경기장 문은 닫힌 채 프로축구 경기가 중단되면서 브라질 프로축구 선수들도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상파울루 리그와 함께 브라질 프로축구 리그의 양대 축을 이루는 리우데자네이루 리그.

코로나19로 프로축구가 중단된 뒤 브라질에서 처음으로 넉달 만에 재개됐습니다.

하지만,이전에 보였던 열광하는 관중의 모습은 보이지 않습니다.

코로나19에 무관중 경기로 치러지는 겁니다.

넉달간 수익이 전무했던 축구 구단들은 관중 수익없이 TV 중계 수익에 기대를 걸고 있는 형편입니다.

상파울루 리그는 다음주 경기가 재개됩니다.

역시 관중없이 경기가 진행될 예정입니다.

[알렉산드리/상파울루 프로축구팀 총괄매니저 : "이 상황이 장기적으로 지속된다면 브라질 선수 90%는 생계를 위한 월급을 받지 못할 것으로 보입니다."]

상파울루 2부 리그에서 수비형 미드필더로 활약했던 하모스 선수, 지금은 3평 남짓한 식당에서 음식 배달과 음식 값을 계산하는 등의 허드렛일을 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에 경기가 중단된 뒤 월급을 받지 못하면서 생계를 위해 일을 찾아 나서야만 했던 겁니다.

[하모스/주벤투스 프로축구 선수 : "이 일이라도 해서 팬데믹 상황에서 어려운 가정에 보탬을 줘야 합니다."]

하모스는 빈곤층이 밀집한 이른바 '파벨라'에서 태어나 프로축구 선수로의 꿈을 이어갔습니다.

지금도 가족들과 함께 이 파벨라에서 살고 있습니다.

축구로 가난을 극복하고자 했지만 코로나19가 큰 장애물이 됐습니다.

[후벤스/하모스 선수 에이전트 : "선수뿐 아니라 구단도 큰 위기에 봉착해 있습니다. 선수들의 월급을 지불할 방법이 없습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실업률이 높아지면서 브라질을 비롯한 중남미에서 인구 3명 가운데 1명이 빈곤층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극빈층 비율도 11%에서 16%로 늘면서 2천 8백만 명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습니다.

건물의 보안요원으로 일했던 더글라스 씨, 한인들이 나눠준 생필품을 들고 집으로 향합니다.

더글라스 씨의 보안회사가 코로나19에 2백여 명을 감원하면서 일자리를 잃었습니다.

방 1칸의 허름한 집에서 12살 딸과 함께 힘겹게 살아 온 더글라스 씨는 실직에 생계가 막막합니다.

[더글라스/실직자 : "삶이 바닥으로 떨어졌습니다. 이전에 매달 들어오는 돈이 있어서 생활했는데,지금은 아무것도 없어 긴급 보조금을 받았습니다."]

도심 광장에는 서성이는 노숙자들, 상파울루 2만여 명의 노숙자 수는 코로나19 이후 증가하고 있습니다.

[나탈리시/상파울루 상인 : "노숙자 수는 늘어나고 있습니다. 팬데믹이 계속되면서 벌이가 없는 수많은 노숙자들이 거리에 누워 있습니다."]

실직 젊은이들은 한 푼이라도 벌기 위해 거리로 나섭니다.

신호 정차중인 차에 다가가 사탕 등을 판매하며 가족들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코로나19 감염을 우려한 운전자들은 창문조차 열지 않으면서 벌이가 쉽지 않습니다.

[페테르손/거리 상인 : "판매가 30% 이상 더 줄었습니다. 사람들이 코로나19 때문에 사탕 하나 사는 것도 주저합니다."]

이른 아침 도심 한 건물 앞에 긴 줄이 늘어섰습니다.

전화 상담원을 뽑는 한 회사에 면접을 보러 온 구직자들입니다.

대부분은 코로나19에 일자리를 잃은 젊은이들입니다.

[밀레나 산토스/구직자 : "요즘은 팬데믹때문에 좋은 일자리를 구하기 너무나 어렵습니다."]

[타마라/구직자 : "네일 아트 일을 했는데 손님이 많이 줄어서 공과금도 내지 못했습니다."]

브라질 정부는 연소득 6백80여 만원 이하의 근로자들에게 13만 원 정도의 긴급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습니다.

이미 6천 5백만 명이 지급 받았고 5천만 명에 대해서는 지급 여부를 심사하고 있습니다.

[호제이아스/보조금 수령 실직자 : "사람들이 보조금 신청을 잘 안받아 준다고 했는데, 저는 두달 전 신청해 다행히 받아줬습니다. 이제 공과금 내고 음식을 살 수 있게 됐습니다."]

점심 시간을 맞은 빈민가 파벨라, 카니발 삼바 학교가 코로나19에 어려움을 겪으며 식사조차 해결하지 못하는 지역 빈곤층을 위해 도시락을 나눠주고 있습니다.

주변 식당들로부터 기부를 받아 매일 2백개의 도시락을 제공합니다.

내년 카니발 준비는 뒤로 하고 지역민들의 아픔을 덜어주고 있는 겁니다.

[루아나 시우바/상파울루 삼바 학교 직원 : "삼바 학교는 카니발 축제 기간을 위해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1년 내내 지역 주민들을 돕는 역할을 합니다."]

코로나19가 중남미의 빈곤과 빈부격차를 더욱 심화시킬 것이라는 우려는 현실화되고 있습니다.

상파울루에서 이재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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