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6개월, 방역당국이 답했다…“마지막 순간 사과할 것”

입력 2020.07.19 (07:04) 수정 2020.07.19 (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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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20일 기억하시나요? 국내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처음 발생한 날입니다. 취재기자인 저도 국내 첫 확진자 발생 소식에 환자가 치료받고 있는 '인천의료원'으로 가 현장 중계를 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로부터 벌써 6개월이 지났습니다. 그동안 "조금만 더 버티면 종식을 바라볼 수도 있겠다" 생각했던 순간이 크게 두 번 있었습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그러지 못했습니다. 세계적 유행 상황이기도 했고, 미지의 바이러스에 대해 우리는 잘 알지 못했습니다.

신천지·이태원…"두 번의 변곡점이 있었다"

지난 6개월의 소회를 묻는 KBS 취재진 질문에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부본부장은 답했습니다. 두말할 것도 없이 크게 두 번의 변곡점이 있었다고 했습니다. 권준욱 부본부장이 꼽은 두 번의 순간, 바로 '대구 신천지 슈퍼전파' 때와 '이태원 집단감염' 때입니다.

"코로나19 유입 후 대구 등 특별관리지역을 중심으로 폭발적인 환자를 보였던 그 순간이 되겠습니다."

먼저, 대구에서 폭발적 증가가 일어나던 당시, 우리가 코로나19에 대해 잘 알지 못했다고 말했습니다. 사실 우리뿐 아니라 해외 모든 나라가 같은 상황이었죠. "코로나19는 마치 '스텔스기' 같다"는 소리가 나올 정도였습니다.

"4월 말, 5월 초를 거치면서 수도권을 중심으로 또 한 번의 유행 우려가 있었고, 실질적으로 많은 환자 발생이 있었습니다."

'이태원 클럽 집단 감염'은 코로나19 종식을 바라던 우리에게 찾아온 두 번째 위기였습니다. 기존 '완화된 사회적 거리 두기'가 '생활 속 거리 두기'로 전환되기 직전이었는데, 그 순간 이미 새로운 전파는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유흥시설에서의 전파에 대한 이해가 우리 모두 부족했습니다.


"마스크 혼선…WHO 마스크 지침 그대로 전달"

사과하고 싶은 순간도 꼽았습니다. 먼저, '마스크 착용'과 관련해 "당시 세계보건기구나 각국 지침대로 전달했었던 상황을 떠올리며 머리 숙여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국내 발생 초창기 권 부본부장은 브리핑에서 WHO의 권고 사항을 전하면서 "마스크 착용을 우선해 권고하고 있지는 않다"고 말했습니다. 지금 방역 당국 브리핑과는 결이 아주 많이 다르죠. 마스크 공급이 원활하지 않아 줄을 서도 마스크를 살 수 없었던 상황, 또 마스크 지침이 상황에 따라 조금씩 변했던 점도 함께 사과한 것으로 보입니다.

또, 방역 조치에 따라 동선을 공개한 것이 개인 정보 또는 특정 지역의 정보에 해당할 수 있었던 점에 대해서도 혹시라도 실수가 있을 수 있어 아쉽게 생각한다고 전했습니다.


■"저 자신 항상 부족…브리퍼로서 죄송하다"

뒤돌아보면 아쉬운 순간은 참 많았습니다. 하지만 충북 오송 질병관리본부에 차려진 중앙방역대책본부, 흔히 '방역 당국'이라 부르는 이곳에서 일하는 방역 실무자들의 수고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그럼에도 방역 실무 책임자 중 한 사람인 권준욱 부본부장은 "브리퍼로서 죄송하다"고 말했습니다. 하루하루가 어떻게 가는지 모를 정도로 바쁘지만, 코로나 관련 마지막 브리핑을 할 수 있는 순간이 온다면 자신의 부족함에 대해 사과해야겠다는 생각을 늘 가지고 있다고 했습니다.

"저 자신은 항상 부족함, 더 나아가서는 브리퍼로서의 죄송함을 마음속에 가지고 있습니다. 언제가 될지 모르겠습니다만 브리핑을 마지막으로 할 수 있는 순간이 오게 되면 제가 드렸던 말씀 중에 반드시 사과해야 할 것들을 항상 다짐하고 있습니다."

6개월을 맞은 지금, 방역 실무자인 권 부본부장의 말에서 방역 당국의 생각을 읽을 수 있습니다.

"방역실무자로서의 소회보다는 항상 브리핑 과정에서 뭔가 잘못됐거나 실수했거나 잘못 얘기한 것들을 차곡차곡 해놨다가 나중에 수정하고 또 마지막 순간에 모아서 정확하게 해명하도록 그렇게 준비하고 있습니다."

▶ ‘ 코로나19 현황과 대응’ 최신 기사 보기
http://news.kbs.co.kr/news/listIssue.html?icd=195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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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로나 6개월, 방역당국이 답했다…“마지막 순간 사과할 것”
    • 입력 2020-07-19 07:04:07
    • 수정2020-07-19 07:13:45
    취재K
지난 1월 20일 기억하시나요? 국내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처음 발생한 날입니다. 취재기자인 저도 국내 첫 확진자 발생 소식에 환자가 치료받고 있는 '인천의료원'으로 가 현장 중계를 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로부터 벌써 6개월이 지났습니다. 그동안 "조금만 더 버티면 종식을 바라볼 수도 있겠다" 생각했던 순간이 크게 두 번 있었습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그러지 못했습니다. 세계적 유행 상황이기도 했고, 미지의 바이러스에 대해 우리는 잘 알지 못했습니다.

신천지·이태원…"두 번의 변곡점이 있었다"

지난 6개월의 소회를 묻는 KBS 취재진 질문에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부본부장은 답했습니다. 두말할 것도 없이 크게 두 번의 변곡점이 있었다고 했습니다. 권준욱 부본부장이 꼽은 두 번의 순간, 바로 '대구 신천지 슈퍼전파' 때와 '이태원 집단감염' 때입니다.

"코로나19 유입 후 대구 등 특별관리지역을 중심으로 폭발적인 환자를 보였던 그 순간이 되겠습니다."

먼저, 대구에서 폭발적 증가가 일어나던 당시, 우리가 코로나19에 대해 잘 알지 못했다고 말했습니다. 사실 우리뿐 아니라 해외 모든 나라가 같은 상황이었죠. "코로나19는 마치 '스텔스기' 같다"는 소리가 나올 정도였습니다.

"4월 말, 5월 초를 거치면서 수도권을 중심으로 또 한 번의 유행 우려가 있었고, 실질적으로 많은 환자 발생이 있었습니다."

'이태원 클럽 집단 감염'은 코로나19 종식을 바라던 우리에게 찾아온 두 번째 위기였습니다. 기존 '완화된 사회적 거리 두기'가 '생활 속 거리 두기'로 전환되기 직전이었는데, 그 순간 이미 새로운 전파는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유흥시설에서의 전파에 대한 이해가 우리 모두 부족했습니다.


"마스크 혼선…WHO 마스크 지침 그대로 전달"

사과하고 싶은 순간도 꼽았습니다. 먼저, '마스크 착용'과 관련해 "당시 세계보건기구나 각국 지침대로 전달했었던 상황을 떠올리며 머리 숙여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국내 발생 초창기 권 부본부장은 브리핑에서 WHO의 권고 사항을 전하면서 "마스크 착용을 우선해 권고하고 있지는 않다"고 말했습니다. 지금 방역 당국 브리핑과는 결이 아주 많이 다르죠. 마스크 공급이 원활하지 않아 줄을 서도 마스크를 살 수 없었던 상황, 또 마스크 지침이 상황에 따라 조금씩 변했던 점도 함께 사과한 것으로 보입니다.

또, 방역 조치에 따라 동선을 공개한 것이 개인 정보 또는 특정 지역의 정보에 해당할 수 있었던 점에 대해서도 혹시라도 실수가 있을 수 있어 아쉽게 생각한다고 전했습니다.


■"저 자신 항상 부족…브리퍼로서 죄송하다"

뒤돌아보면 아쉬운 순간은 참 많았습니다. 하지만 충북 오송 질병관리본부에 차려진 중앙방역대책본부, 흔히 '방역 당국'이라 부르는 이곳에서 일하는 방역 실무자들의 수고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그럼에도 방역 실무 책임자 중 한 사람인 권준욱 부본부장은 "브리퍼로서 죄송하다"고 말했습니다. 하루하루가 어떻게 가는지 모를 정도로 바쁘지만, 코로나 관련 마지막 브리핑을 할 수 있는 순간이 온다면 자신의 부족함에 대해 사과해야겠다는 생각을 늘 가지고 있다고 했습니다.

"저 자신은 항상 부족함, 더 나아가서는 브리퍼로서의 죄송함을 마음속에 가지고 있습니다. 언제가 될지 모르겠습니다만 브리핑을 마지막으로 할 수 있는 순간이 오게 되면 제가 드렸던 말씀 중에 반드시 사과해야 할 것들을 항상 다짐하고 있습니다."

6개월을 맞은 지금, 방역 실무자인 권 부본부장의 말에서 방역 당국의 생각을 읽을 수 있습니다.

"방역실무자로서의 소회보다는 항상 브리핑 과정에서 뭔가 잘못됐거나 실수했거나 잘못 얘기한 것들을 차곡차곡 해놨다가 나중에 수정하고 또 마지막 순간에 모아서 정확하게 해명하도록 그렇게 준비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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