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라 많이 먹으면 이 상한다” 부모님 말씀의 과학적 근거는

입력 2020.07.21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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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IST 신소재공학과 홍승범 교수, 오충익 박사(왼쪽부터)

KAIST 신소재공학과 홍승범 교수, 오충익 박사(왼쪽부터)

날씨가 더워질수록 사람들이 즐겨 찾는 청량음료가 치아 건강에는 독(毒)이 될 수 있다는 건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치과의사 등 전문가들은 치아 건강을 해치는 대표 음식으로 콜라 등 청량음료를 꼽습니다. 특히, 이런 음료를 즐기는 성장기 아이를 둔 학부모의 고민은 깊어지고 '잔소리'가 많아질 수밖에 없을 텐데요.

그렇다면 청량음료는 어떤 원리로 치아를 상하게 하는 걸까요. 홍승범 카이스트 신소재공학과 교수 연구팀이 청량음료가 치아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현미경으로 관찰해 과학적 근거를 제시했습니다. 해당 연구 논문은 국제 학술지 '생체 재료의 기계적 행동 저널'에 게재됐습니다.

연구에 사용된 건 원자간력 현미경이라는 장비입니다. 나노미터 수준으로 재료를 스캔해서 물질의 표면 형태를 관찰하고, 물질 표면에 힘을 가해 거칠기나 탄성 계수 등도 확인할 수 있는 장비인데요.

연구팀은 치아의 가장 바깥쪽에 있는 '법랑질(에나멜)'에 주목했습니다. 치아 중에서 가장 단단하고, 외부 환경으로부터 치아를 보호하는 역할을 하는 곳이 법랑질입니다. 법랑질이 손상되면 보호막이 없어지는 거라 극심한 통증이 뒤따르게 됩니다.

치아 표본의 가장 바깥쪽이 법랑질(왼쪽). 원자간력 현미경 탐침 사진(오른쪽)치아 표본의 가장 바깥쪽이 법랑질(왼쪽). 원자간력 현미경 탐침 사진(오른쪽)

연구팀은 콜라·사이다·오렌지 주스 등 3종의 청량음료에 치아를 넣었다가 꺼내보니 법랑질의 표면 거칠기는 거칠어지고 탄성 계수는 떨어지는 변화를 확인했습니다. 표면 거칠기는 치아의 부식 정도를, 탄성 계수는 힘을 가했을 때 변형되는 정도를 나타냅니다.

법랑질 표면 거칠기는 청량음료에 노출된 지 10분이 지났을 때 처음보다 5배 정도 거칠어졌고, 탄성 계수는 노출된 지 5분 동안 5배 정도 떨어지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원자간력 현미경을 이용해 영상화한 청량음료에 노출된 치아 법랑질의 표면 거칠기와 탄성 계수의 변화 과정. 콜라와 사이다, 오렌지 주스 모두 시간이 지날수록 표면이 더 거칠어지고(위), 탄성 계수는 노출 시간이 길어질수록 떨어지는 변화(아래)를 보였다.원자간력 현미경을 이용해 영상화한 청량음료에 노출된 치아 법랑질의 표면 거칠기와 탄성 계수의 변화 과정. 콜라와 사이다, 오렌지 주스 모두 시간이 지날수록 표면이 더 거칠어지고(위), 탄성 계수는 노출 시간이 길어질수록 떨어지는 변화(아래)를 보였다.

특히, 법랑질의 부식 과정을 분석해보니 흠집이 있는 치아의 경우 부식 속도가 훨씬 빠르게 진행된다는 사실도 확인했습니다. 치아 법랑질의 부식 정도와 청량음료에 노출된 시간이 상호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겁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 결과가 청량음료가 치아 건강에 해롭다는 기존 학설을 원자간력 현미경을 이용한 실험과 영상관찰을 통해 증명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홍승범 교수는 "실제 치아의 부식 과정은 구강 환경이나 보호막 역할을 하는 침에 의해 연구 결과만큼 심각하지 않을 수 있다"면서도 "장시간 청량음료에 노출된 치아는 부식에 의해 표면이 거칠어지고 또 탄성 계수 등 기계적 특성 또한 저하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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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콜라 많이 먹으면 이 상한다” 부모님 말씀의 과학적 근거는
    • 입력 2020-07-21 16:13:43
    취재K

KAIST 신소재공학과 홍승범 교수, 오충익 박사(왼쪽부터)

날씨가 더워질수록 사람들이 즐겨 찾는 청량음료가 치아 건강에는 독(毒)이 될 수 있다는 건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치과의사 등 전문가들은 치아 건강을 해치는 대표 음식으로 콜라 등 청량음료를 꼽습니다. 특히, 이런 음료를 즐기는 성장기 아이를 둔 학부모의 고민은 깊어지고 '잔소리'가 많아질 수밖에 없을 텐데요.

그렇다면 청량음료는 어떤 원리로 치아를 상하게 하는 걸까요. 홍승범 카이스트 신소재공학과 교수 연구팀이 청량음료가 치아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현미경으로 관찰해 과학적 근거를 제시했습니다. 해당 연구 논문은 국제 학술지 '생체 재료의 기계적 행동 저널'에 게재됐습니다.

연구에 사용된 건 원자간력 현미경이라는 장비입니다. 나노미터 수준으로 재료를 스캔해서 물질의 표면 형태를 관찰하고, 물질 표면에 힘을 가해 거칠기나 탄성 계수 등도 확인할 수 있는 장비인데요.

연구팀은 치아의 가장 바깥쪽에 있는 '법랑질(에나멜)'에 주목했습니다. 치아 중에서 가장 단단하고, 외부 환경으로부터 치아를 보호하는 역할을 하는 곳이 법랑질입니다. 법랑질이 손상되면 보호막이 없어지는 거라 극심한 통증이 뒤따르게 됩니다.

치아 표본의 가장 바깥쪽이 법랑질(왼쪽). 원자간력 현미경 탐침 사진(오른쪽)
연구팀은 콜라·사이다·오렌지 주스 등 3종의 청량음료에 치아를 넣었다가 꺼내보니 법랑질의 표면 거칠기는 거칠어지고 탄성 계수는 떨어지는 변화를 확인했습니다. 표면 거칠기는 치아의 부식 정도를, 탄성 계수는 힘을 가했을 때 변형되는 정도를 나타냅니다.

법랑질 표면 거칠기는 청량음료에 노출된 지 10분이 지났을 때 처음보다 5배 정도 거칠어졌고, 탄성 계수는 노출된 지 5분 동안 5배 정도 떨어지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원자간력 현미경을 이용해 영상화한 청량음료에 노출된 치아 법랑질의 표면 거칠기와 탄성 계수의 변화 과정. 콜라와 사이다, 오렌지 주스 모두 시간이 지날수록 표면이 더 거칠어지고(위), 탄성 계수는 노출 시간이 길어질수록 떨어지는 변화(아래)를 보였다.
특히, 법랑질의 부식 과정을 분석해보니 흠집이 있는 치아의 경우 부식 속도가 훨씬 빠르게 진행된다는 사실도 확인했습니다. 치아 법랑질의 부식 정도와 청량음료에 노출된 시간이 상호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겁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 결과가 청량음료가 치아 건강에 해롭다는 기존 학설을 원자간력 현미경을 이용한 실험과 영상관찰을 통해 증명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홍승범 교수는 "실제 치아의 부식 과정은 구강 환경이나 보호막 역할을 하는 침에 의해 연구 결과만큼 심각하지 않을 수 있다"면서도 "장시간 청량음료에 노출된 치아는 부식에 의해 표면이 거칠어지고 또 탄성 계수 등 기계적 특성 또한 저하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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