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였으면 주먹으로라도 다스려요”…국회의원 출신 협회장의 지속된 폭언

입력 2020.07.26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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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남자였으면 주먹으로라도 다스려요."

폭력으로 누군가를 휘어잡겠다는 이 말, 한국여성경제인협회장이 부하 직원을 두고 한 말입니다. 협회장은 이런 위협적인 말을 한 이유가 부하 직원의 태도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어떤 태도일까. 협회장이 같은 말을 몇 번 했는지 횟수를 정확히 대지 못했다는 게 이유였습니다. 험담의 대상이 된 직원 A 씨는 휴직했습니다.

정 회장이 부하 직원이 제대로 보고를 하지 않았다고 질책하며 보낸 카톡(우)정 회장이 부하 직원이 제대로 보고를 하지 않았다고 질책하며 보낸 카톡(우)

국회의원 출신 정윤숙 협회장, 부하 직원 '폭언·욕설' 등 피해 호소

부하 직원에게 위협적인 발언을 한 한국여성경제인협회장은 19대 국회의원을 지낸 정윤숙 씨. 이 단체는 여성 경제인 지원을 위해 중소벤처기업부로부터 매년 수십억 원의 보조금을 받습니다. 정윤숙 협회장은 지난해 취임했습니다.

A 씨는 이사회 관리는 물론 협회장 의전에 대한 지원 업무를 담당했습니다. 그런데 정윤숙 협회장이 취임한 뒤부터 고된 회사 생활이 시작됐다고 합니다. 정 협회장이 국회의원 수준의 의전을 요구했다는 겁니다. 협회장은 의전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면 지적을 하기 시작했고, 폭언과 고성을 퍼부었다고 합니다.

협회장의 반복되는 고압적 태도에 A 씨는 어느 날 스스로 무감각해지는 걸 느꼈습니다. A 씨는 그때부터 협회장의 발언을 녹음하기 시작했습니다. 취재진은 녹음된 내용을 들어봤습니다. 협회장은 다른 회사와의 저녁 자리서 술에 취해 A 씨에게 입에 담기 힘든 욕설을 퍼부었습니다.

앞서 예를 든 "남자였으면 주먹이라도 썼다"는 발언 등 "이런 애를 데리고 일을 하니 협회가 요 모양 요 꼴"이라는 등의 모욕적인 표현으로 A 씨를 헐뜯었습니다. SNS로 '바보'라는 메시지도 보냈습니다.

욕설이나 폭언 등을 금지되는 직장 내 괴롭힘 행위로 규정하고 있는 협회 취업 규칙욕설이나 폭언 등을 금지되는 직장 내 괴롭힘 행위로 규정하고 있는 협회 취업 규칙

■ 사내 취업 규칙상 금지된 직장 내 괴롭힘...하지만 위반 신고 협회장에게 해야

지속적이고 반복적인 욕설과 폭언, 게다가 다른 사람 앞에서 한 직원을 모욕하는 행위는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합니다. 한국여성경제인협회 취업 규칙에서도 금지한 행동입니다. 사내 윤리강령에도 임직원 상호가 비방하거나 불손한 언행을 하지 말 것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A 씨는 회사 내에서 문제를 해결할 수 없었습니다. 윤리강령을 보면 위반행위가 신고됐을 때 접수를 받는 대상이 협회장이었던 겁니다.또 협회장은 조사 참여는 물론 위반 행위를 한 임직원에게 징계 등 조처를 내리는 권한까지 있습니다. 협회장의 괴롭힘을 협회장에게 알려야 하는 상황이었던 겁니다.

협회장이 가해자인 경우에는 마땅히 신고할 수 있는 통로가 회사 내에는 없는 셈입니다. A 씨는 휴직에 이어 정신과 치료를 받기 시작했습니다. A 씨뿐 아니라 정윤숙 협회장을 견디다 못해 퇴사한 직원도 있습니다. 이에 대해 정 협회장은 "순간적으로 야단치고 훈계과정에서 생긴 일"이라고 해명했습니다.

A 씨는 확보한 녹취파일을 바탕으로 경찰에 모욕과 명예훼손 혐의로 정윤숙 협회장을 고소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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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7-26 07:00:45
    취재K
"내가 남자였으면 주먹으로라도 다스려요."

폭력으로 누군가를 휘어잡겠다는 이 말, 한국여성경제인협회장이 부하 직원을 두고 한 말입니다. 협회장은 이런 위협적인 말을 한 이유가 부하 직원의 태도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어떤 태도일까. 협회장이 같은 말을 몇 번 했는지 횟수를 정확히 대지 못했다는 게 이유였습니다. 험담의 대상이 된 직원 A 씨는 휴직했습니다.

정 회장이 부하 직원이 제대로 보고를 하지 않았다고 질책하며 보낸 카톡(우)
국회의원 출신 정윤숙 협회장, 부하 직원 '폭언·욕설' 등 피해 호소

부하 직원에게 위협적인 발언을 한 한국여성경제인협회장은 19대 국회의원을 지낸 정윤숙 씨. 이 단체는 여성 경제인 지원을 위해 중소벤처기업부로부터 매년 수십억 원의 보조금을 받습니다. 정윤숙 협회장은 지난해 취임했습니다.

A 씨는 이사회 관리는 물론 협회장 의전에 대한 지원 업무를 담당했습니다. 그런데 정윤숙 협회장이 취임한 뒤부터 고된 회사 생활이 시작됐다고 합니다. 정 협회장이 국회의원 수준의 의전을 요구했다는 겁니다. 협회장은 의전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면 지적을 하기 시작했고, 폭언과 고성을 퍼부었다고 합니다.

협회장의 반복되는 고압적 태도에 A 씨는 어느 날 스스로 무감각해지는 걸 느꼈습니다. A 씨는 그때부터 협회장의 발언을 녹음하기 시작했습니다. 취재진은 녹음된 내용을 들어봤습니다. 협회장은 다른 회사와의 저녁 자리서 술에 취해 A 씨에게 입에 담기 힘든 욕설을 퍼부었습니다.

앞서 예를 든 "남자였으면 주먹이라도 썼다"는 발언 등 "이런 애를 데리고 일을 하니 협회가 요 모양 요 꼴"이라는 등의 모욕적인 표현으로 A 씨를 헐뜯었습니다. SNS로 '바보'라는 메시지도 보냈습니다.

욕설이나 폭언 등을 금지되는 직장 내 괴롭힘 행위로 규정하고 있는 협회 취업 규칙
■ 사내 취업 규칙상 금지된 직장 내 괴롭힘...하지만 위반 신고 협회장에게 해야

지속적이고 반복적인 욕설과 폭언, 게다가 다른 사람 앞에서 한 직원을 모욕하는 행위는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합니다. 한국여성경제인협회 취업 규칙에서도 금지한 행동입니다. 사내 윤리강령에도 임직원 상호가 비방하거나 불손한 언행을 하지 말 것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A 씨는 회사 내에서 문제를 해결할 수 없었습니다. 윤리강령을 보면 위반행위가 신고됐을 때 접수를 받는 대상이 협회장이었던 겁니다.또 협회장은 조사 참여는 물론 위반 행위를 한 임직원에게 징계 등 조처를 내리는 권한까지 있습니다. 협회장의 괴롭힘을 협회장에게 알려야 하는 상황이었던 겁니다.

협회장이 가해자인 경우에는 마땅히 신고할 수 있는 통로가 회사 내에는 없는 셈입니다. A 씨는 휴직에 이어 정신과 치료를 받기 시작했습니다. A 씨뿐 아니라 정윤숙 협회장을 견디다 못해 퇴사한 직원도 있습니다. 이에 대해 정 협회장은 "순간적으로 야단치고 훈계과정에서 생긴 일"이라고 해명했습니다.

A 씨는 확보한 녹취파일을 바탕으로 경찰에 모욕과 명예훼손 혐의로 정윤숙 협회장을 고소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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