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일부 어린이집 부실 급식 결국 사실로…해당 어린이집 ‘사과’

입력 2020.07.28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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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지역 일부 어린이집의 부실 급식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한 어린이집이 이러한 사실을 인정한 것으로 KBS 취재결과 확인됐습니다.

해당 어린이집 원장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며, 제주도의 조사에 충실히 응하겠다고 답했습니다.

지난 22일, 제주평등보육노조는 제주 지역 일부 어린이집의 부실 급식 제공 의혹을 제기했다.지난 22일, 제주평등보육노조는 제주 지역 일부 어린이집의 부실 급식 제공 의혹을 제기했다.

반찬 없이 국에 만 밥…부실 급식 의혹 결국 '사실로'

제주 일부 어린이집 부실 급식 의혹이 제기된 건 지난 22일.

어린이집 보육교사로 구성된 제주평등보육노동조합은 제주도청 앞에서 회견을 열고 제주 일부 어린이집의 급식 사진 3장을 공개했습니다. 이 가운데엔 반찬 없이, 국에 밥만 말아놓은 사진도 있었습니다.

당시 회견에 참석한 전직 보육교사는 "반찬도 없이 국에 밥을 말아 먹이는 부실 불량 급식이 계속 제공됐다"며 "놀란 마음에 제대로 된 배식을 해야 하지 않겠냐 건의했지만 바뀌지 않았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의혹이 제기된 해당 어린이집 원장은 당시 "보육교사가 식판 배식 규정을 따르지 않은 적이 종종 있다"며 "반찬을 먹기 힘든 아이들을 위해 식판 대신 밥을 국에 말아줬다"고 취재진에 해명했습니다.

지난 24일, 해당 어린이집이 일부 학부모들에게 배포한 사과문 일부.지난 24일, 해당 어린이집이 일부 학부모들에게 배포한 사과문 일부.

'일부 교사의 모함'이라던 어린이집 원장, 수차례 말 바꿔

해당 어린이집의 복수의 학부모들을 취재한 결과, 어린이집 원장의 애초 해명은 사실과 다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첫 보도가 나간 22일 밤, 원장은 학부모들에게 연락해 모든 게 '전직 보육교사의 모함'이라며 억울한 기색을 드러냈다고 학부모들은 입을 모았습니다.

원장과 사이가 좋지 않았던 일부 보육교사가 퇴사한 뒤 지난해 사진을 악의적으로 공개했다는 겁니다.

또, 만 0세 반 아이들에겐 식사 적응을 위해 두 달 정도 국에 밥을 말아줬다며, 지금은 이러한 급식을 제공하고 있지 않다고 학부모들에게 말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다음 날인 23일부터 원장은 대뜸 말을 바꿨다고 학부모들은 설명합니다.

"올해 5월까지는 국에 밥을 말아줬다"고 말을 바꾸더니 그다음 날엔 "보도가 나가기 직전까지 이렇게 급식을 줬다"며 또다시 입장을 바꿨다는 겁니다.

원장의 진술이 뒤바뀌면서 학부모 반발이 빗발치자, 원장은 결국 사과문을 작성해 일부 학부모들에게 배포했습니다.

해당 어린이집이 학부모들에게 제공한 이번 달 급식 식단표.해당 어린이집이 학부모들에게 제공한 이번 달 급식 식단표.

급식 메뉴와 전혀 달라…"친환경 급식이라길래 믿고 맡겼는데"

이달 메뉴판대로라면 만 0세 반 아이들에게 점심으로는 식판에 밥과 국, 반찬 등을 담아 균형 잡힌 밥이 제공돼야 합니다.

하지만 국에 밥만 말아준 부실 급식 의혹이 사실로 확인되며 학부모들은 말을 잇지 못하고 있습니다. 친환경 급식을 제공한다며 걱정하지 말라고 신신당부하던 어린이집 말만 믿다가 '믿는 도끼에 발등 찍혔다'는 겁니다.

학부모 A씨는 "왜 그런 급식을 제공했냐고 따져 물으니 특정 음식에 알레르기가 있는지를 확인하려 했다는 변명만 늘어놨다"며 "그런 식으로 밥을 줄 거면 왜 식단표를 짠 건지 모르겠다"고 말했습니다.

학부모 B씨 역시 "급식 사진도 제공되지 않아, 왜 주지 않느냐고 물어봤지만, 아이들 밥 먹이는 데도 벅차다고 하더라"며 "그 어려움을 알았기 때문에 사진을 달라고 요구하지 않았지만, 인제 와서 생각하니 분통이 터진다"고 분노했습니다.



오후 간식은 '죽'만 제공돼…메뉴판과 달라

오후 간식 역시 급식 메뉴대로 제공하지 않은 사실도 추가로 확인됐습니다.

메뉴판대로라면 오후 간식으로는 빵이나 떡, 고구마 등 다양한 메뉴들이 제공돼야 합니다.

하지만 오후 간식 역시 메뉴판대로 나온 적이 없고, 항상 오전 간식과 같은 죽만 나왔다는 게 학부모들 설명입니다.

학부모 C씨는 "오후 간식은 왜 제대로 안 나왔냐고 묻자, '영양가 있는 죽을 줬다'는 원장 답변이 돌아오더라"며 "어린이집 수첩에 아이가 밥과 오후 간식을 잘 먹고 있는지 물어왔지만, 배신감이 든다"고 말했습니다.

C씨는 "아이가 점심도, 오후 간식도 제대로 먹지 못했다는 얘기에 처음에는 어찌할 바를 몰라 그냥 울기만 했다"며 "너무 빨리 어린이집에 보낸 것 같아 자신을 스스로 자책하기만 했다"고 토로했습니다.

해당 어린이집 전경해당 어린이집 전경

어린이집 원장 "변명의 여지 없어…제주도 조사 성실히 응할 것"

해당 어린이집 원장은 이 같은 사실을 모두 인정했습니다. 아이들을 일일이 챙기는 게 벅차다 보니 이러한 실수를 저질렀다는 겁니다.

어린이집 원장은 "2년 전쯤 0살 반이 생긴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국에 밥을 말아 줘도 괜찮다는 반 선생님들의 말만 듣고 급식을 제공해왔다"며 "지금 생각해보면 잘못된 거였는데, 변명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구체적으로 언제부터 이러한 급식을 제공해왔냐는 취재진의 물음엔 제주도의 조사가 실시되면 충실히 답하겠다며 말을 아꼈습니다.

오후 간식을 메뉴대로 제공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선 "샌드위치가 나온다고 하면 어떤 분들은 잼을 빼달라는 식으로 구체적으로 요구하다 보니 죽을 다시 쑤기 시작했다"며 "(다만 노조 주장대로) 폐기해야 할 죽은 아니고, 오전에 있는 죽을 다시 쒀서 문제없게 제공했다"고 해명했습니다.

원장은 "어린이집을 폐쇄하라는 일부 학부모들의 반발도 있었지만, 아직 어린이집에 보내는 학부모들을 위해 이는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문제가 불거진 뒤) 학부모들에게 급식 사진을 제공하고 있고, 제주도 조사 결과 문을 닫아야 한다면 그렇게 하겠다"고 말했습니다.

다른 어린이집 어떻게 찾나…학부모들 전전긍긍

해당 어린이집에 아이를 보냈던 일부 학부모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습니다.

'퇴소하면 어린이집 CCTV를 확인하기 어렵다'는 얘기까지 돌며, 아직 퇴소 절차를 밟지 못한 학부모들이 더러 있는 겁니다.

당장 새로운 어린이집을 찾기도 어려운 실정. 일하며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기던 일부 학부모들은 잠시 일을 중단하거나, 부모님에게 부탁해 아이를 돌보고 있습니다.

제주도는 도내 어린이집 488곳을 대상으로 전수조사하고 있습니다. 학부모들의 불안감은 언제쯤 해소될 수 있을지, 행정당국의 조사 결과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입니다.

[관련 기사] 제주 어린이집 부실 급식 결국 사실로…일부 어린이집 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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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주 일부 어린이집 부실 급식 결국 사실로…해당 어린이집 ‘사과’
    • 입력 2020-07-28 07:00:19
    취재K
제주 지역 일부 어린이집의 부실 급식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한 어린이집이 이러한 사실을 인정한 것으로 KBS 취재결과 확인됐습니다.

해당 어린이집 원장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며, 제주도의 조사에 충실히 응하겠다고 답했습니다.

지난 22일, 제주평등보육노조는 제주 지역 일부 어린이집의 부실 급식 제공 의혹을 제기했다.
반찬 없이 국에 만 밥…부실 급식 의혹 결국 '사실로'

제주 일부 어린이집 부실 급식 의혹이 제기된 건 지난 22일.

어린이집 보육교사로 구성된 제주평등보육노동조합은 제주도청 앞에서 회견을 열고 제주 일부 어린이집의 급식 사진 3장을 공개했습니다. 이 가운데엔 반찬 없이, 국에 밥만 말아놓은 사진도 있었습니다.

당시 회견에 참석한 전직 보육교사는 "반찬도 없이 국에 밥을 말아 먹이는 부실 불량 급식이 계속 제공됐다"며 "놀란 마음에 제대로 된 배식을 해야 하지 않겠냐 건의했지만 바뀌지 않았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의혹이 제기된 해당 어린이집 원장은 당시 "보육교사가 식판 배식 규정을 따르지 않은 적이 종종 있다"며 "반찬을 먹기 힘든 아이들을 위해 식판 대신 밥을 국에 말아줬다"고 취재진에 해명했습니다.

지난 24일, 해당 어린이집이 일부 학부모들에게 배포한 사과문 일부.
'일부 교사의 모함'이라던 어린이집 원장, 수차례 말 바꿔

해당 어린이집의 복수의 학부모들을 취재한 결과, 어린이집 원장의 애초 해명은 사실과 다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첫 보도가 나간 22일 밤, 원장은 학부모들에게 연락해 모든 게 '전직 보육교사의 모함'이라며 억울한 기색을 드러냈다고 학부모들은 입을 모았습니다.

원장과 사이가 좋지 않았던 일부 보육교사가 퇴사한 뒤 지난해 사진을 악의적으로 공개했다는 겁니다.

또, 만 0세 반 아이들에겐 식사 적응을 위해 두 달 정도 국에 밥을 말아줬다며, 지금은 이러한 급식을 제공하고 있지 않다고 학부모들에게 말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다음 날인 23일부터 원장은 대뜸 말을 바꿨다고 학부모들은 설명합니다.

"올해 5월까지는 국에 밥을 말아줬다"고 말을 바꾸더니 그다음 날엔 "보도가 나가기 직전까지 이렇게 급식을 줬다"며 또다시 입장을 바꿨다는 겁니다.

원장의 진술이 뒤바뀌면서 학부모 반발이 빗발치자, 원장은 결국 사과문을 작성해 일부 학부모들에게 배포했습니다.

해당 어린이집이 학부모들에게 제공한 이번 달 급식 식단표.
급식 메뉴와 전혀 달라…"친환경 급식이라길래 믿고 맡겼는데"

이달 메뉴판대로라면 만 0세 반 아이들에게 점심으로는 식판에 밥과 국, 반찬 등을 담아 균형 잡힌 밥이 제공돼야 합니다.

하지만 국에 밥만 말아준 부실 급식 의혹이 사실로 확인되며 학부모들은 말을 잇지 못하고 있습니다. 친환경 급식을 제공한다며 걱정하지 말라고 신신당부하던 어린이집 말만 믿다가 '믿는 도끼에 발등 찍혔다'는 겁니다.

학부모 A씨는 "왜 그런 급식을 제공했냐고 따져 물으니 특정 음식에 알레르기가 있는지를 확인하려 했다는 변명만 늘어놨다"며 "그런 식으로 밥을 줄 거면 왜 식단표를 짠 건지 모르겠다"고 말했습니다.

학부모 B씨 역시 "급식 사진도 제공되지 않아, 왜 주지 않느냐고 물어봤지만, 아이들 밥 먹이는 데도 벅차다고 하더라"며 "그 어려움을 알았기 때문에 사진을 달라고 요구하지 않았지만, 인제 와서 생각하니 분통이 터진다"고 분노했습니다.



오후 간식은 '죽'만 제공돼…메뉴판과 달라

오후 간식 역시 급식 메뉴대로 제공하지 않은 사실도 추가로 확인됐습니다.

메뉴판대로라면 오후 간식으로는 빵이나 떡, 고구마 등 다양한 메뉴들이 제공돼야 합니다.

하지만 오후 간식 역시 메뉴판대로 나온 적이 없고, 항상 오전 간식과 같은 죽만 나왔다는 게 학부모들 설명입니다.

학부모 C씨는 "오후 간식은 왜 제대로 안 나왔냐고 묻자, '영양가 있는 죽을 줬다'는 원장 답변이 돌아오더라"며 "어린이집 수첩에 아이가 밥과 오후 간식을 잘 먹고 있는지 물어왔지만, 배신감이 든다"고 말했습니다.

C씨는 "아이가 점심도, 오후 간식도 제대로 먹지 못했다는 얘기에 처음에는 어찌할 바를 몰라 그냥 울기만 했다"며 "너무 빨리 어린이집에 보낸 것 같아 자신을 스스로 자책하기만 했다"고 토로했습니다.

해당 어린이집 전경
어린이집 원장 "변명의 여지 없어…제주도 조사 성실히 응할 것"

해당 어린이집 원장은 이 같은 사실을 모두 인정했습니다. 아이들을 일일이 챙기는 게 벅차다 보니 이러한 실수를 저질렀다는 겁니다.

어린이집 원장은 "2년 전쯤 0살 반이 생긴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국에 밥을 말아 줘도 괜찮다는 반 선생님들의 말만 듣고 급식을 제공해왔다"며 "지금 생각해보면 잘못된 거였는데, 변명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구체적으로 언제부터 이러한 급식을 제공해왔냐는 취재진의 물음엔 제주도의 조사가 실시되면 충실히 답하겠다며 말을 아꼈습니다.

오후 간식을 메뉴대로 제공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선 "샌드위치가 나온다고 하면 어떤 분들은 잼을 빼달라는 식으로 구체적으로 요구하다 보니 죽을 다시 쑤기 시작했다"며 "(다만 노조 주장대로) 폐기해야 할 죽은 아니고, 오전에 있는 죽을 다시 쒀서 문제없게 제공했다"고 해명했습니다.

원장은 "어린이집을 폐쇄하라는 일부 학부모들의 반발도 있었지만, 아직 어린이집에 보내는 학부모들을 위해 이는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문제가 불거진 뒤) 학부모들에게 급식 사진을 제공하고 있고, 제주도 조사 결과 문을 닫아야 한다면 그렇게 하겠다"고 말했습니다.

다른 어린이집 어떻게 찾나…학부모들 전전긍긍

해당 어린이집에 아이를 보냈던 일부 학부모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습니다.

'퇴소하면 어린이집 CCTV를 확인하기 어렵다'는 얘기까지 돌며, 아직 퇴소 절차를 밟지 못한 학부모들이 더러 있는 겁니다.

당장 새로운 어린이집을 찾기도 어려운 실정. 일하며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기던 일부 학부모들은 잠시 일을 중단하거나, 부모님에게 부탁해 아이를 돌보고 있습니다.

제주도는 도내 어린이집 488곳을 대상으로 전수조사하고 있습니다. 학부모들의 불안감은 언제쯤 해소될 수 있을지, 행정당국의 조사 결과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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