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국민 80% “쓸모없다”는데도…‘아베노마스크’ 8천만 장 배포 강행

입력 2020.07.28 (10:25) 수정 2020.07.28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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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가 코로나19 확산 방지 대책의 일환으로 빨아서 쓸 수 있는 천 마스크 8천만 장을 복지시설 등에 추가로 배포할 계획입니다.

일본 아사히(朝日)신문 등에 따르면 배포 대상은 유치원, 보육소, 장애인시설, 개호(介護·노약자 돌봄)시설 등으로, 배포 기간은 이달 말부터 9월까지입니다.

앞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은 이들 시설에 4월부터 2천만 장, 6월부터 4천만 장의 천 마스크를 배포한 바 있습니다.

천 마스크는 아베 총리의 경제 정책인 '아베노믹스'에 빗대 '아베노마스크'(アベノマスク·아베의 마스크)라고 불리며, 조롱의 대상이 된 전국 가구 배포 천 마스크와는 다른 사업이지만, 마스크의 소재와 형상은 같습니다.

특히 정책을 추진한 아베 내각에서도 아베 총리를 제외하면 쓰는 각료가 없어 '아베만 쓰는 마스크'라는 의미로도 쓰입니다.

일본 정부가 지난 3월부터 임산부용으로 배포한 천 마스크에 이어 전국 가구에 배포한 마스크에서도 곰팡이나 벌레 등의 이물질이 발견돼 재검품하는 촌극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재검품 과정에서 마스크 배포가 지연됐고, 배포 시점에선 이미 시중의 마스크 품귀 현상이 상당 부분 해소돼 국민의 외면을 받는 등 정책 효과가 발휘되지 못했다는 평가가 많았습니다.

이처럼 논란이 많았던 천 마스크 배포 사업이 계속 추진하는 것은 이미 발주한 물량을 소화하기 위해서로 보입니다.

아사히신문이 천 마스크 배포 사업과 관련해 후생노동성이 민간 업자와 체결한 계약서 37건을 입수해 분석한 결과, 이미 배포 및 발주가 끝난 천 마스크는 총 2억8천700만 장에 달합니다.

이 가운데 1억3천만 장은 지난달 20일까지 전국 5천 세대 모두에게 2장씩 배포됐고, 나머지 1억5천700만 장은 현재 유치원과 개호시설 등에 배포되고 있습니다.

전체 발주 비용은 507억 엔(약 5천675억 원)이며, 이 가운데 품질검사, 콜센터 위탁, 운송 등 기타 사업비가 107억 엔(약 1천210억 원)이었습니다.

모든 계약은 경쟁 입찰 없이 수의계약으로 진행됐습니다.

게다가 후생성은 전국 가구 대상 천 마스크 배포가 끝난 6월 22일에도 이토추(伊藤忠)상사 등 9개 기업에 5천800만 장을 추가로 발주했습니다.

이미 오래전에 시중의 마스크 부족 현상이 해소됐기 때문에 더 이상의 천 마스크 배포는 예산 낭비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실제로 통신판매 가격비교사이트인 '재고속보닷컴'에 따르면 일회용 마스크 1장당 최저가는 4월 24~25일 57엔에서 지난달 10일에는 10엔까지 떨어졌습니다.

이 때문에 아사히신문이 6월 21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일본 국민의 81%는 '아베노마스크가 쓸모없었다'고 답했고, 마이니치(每日)신문은 정부 관청과 복지시설에 반납 또는 기부된 아베노마스크가 10만 장에 달한다고 보도했습니다.

버려지거나 방치되는 마스크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산되며, 크기도 작고 숨쉬기도 어려워 여름에는 더더욱 사용하기가 곤란하다는 지적입니다.

일본 기타큐슈(北九州)시에서 방문 간호 업무를 하는 한 간호사(44)는 "정부의 천 마스크는 작고 얼굴에 밀착되지도 않아 간호에는 사용할 수 없다"며 "의료 현장에선 세탁해 재사용하는 것은 생각할 수 없어, 앞으로 도착해도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아사히는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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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7-28 10:25:12
    • 수정2020-07-28 10:26:51
    국제
일본 정부가 코로나19 확산 방지 대책의 일환으로 빨아서 쓸 수 있는 천 마스크 8천만 장을 복지시설 등에 추가로 배포할 계획입니다.

일본 아사히(朝日)신문 등에 따르면 배포 대상은 유치원, 보육소, 장애인시설, 개호(介護·노약자 돌봄)시설 등으로, 배포 기간은 이달 말부터 9월까지입니다.

앞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은 이들 시설에 4월부터 2천만 장, 6월부터 4천만 장의 천 마스크를 배포한 바 있습니다.

천 마스크는 아베 총리의 경제 정책인 '아베노믹스'에 빗대 '아베노마스크'(アベノマスク·아베의 마스크)라고 불리며, 조롱의 대상이 된 전국 가구 배포 천 마스크와는 다른 사업이지만, 마스크의 소재와 형상은 같습니다.

특히 정책을 추진한 아베 내각에서도 아베 총리를 제외하면 쓰는 각료가 없어 '아베만 쓰는 마스크'라는 의미로도 쓰입니다.

일본 정부가 지난 3월부터 임산부용으로 배포한 천 마스크에 이어 전국 가구에 배포한 마스크에서도 곰팡이나 벌레 등의 이물질이 발견돼 재검품하는 촌극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재검품 과정에서 마스크 배포가 지연됐고, 배포 시점에선 이미 시중의 마스크 품귀 현상이 상당 부분 해소돼 국민의 외면을 받는 등 정책 효과가 발휘되지 못했다는 평가가 많았습니다.

이처럼 논란이 많았던 천 마스크 배포 사업이 계속 추진하는 것은 이미 발주한 물량을 소화하기 위해서로 보입니다.

아사히신문이 천 마스크 배포 사업과 관련해 후생노동성이 민간 업자와 체결한 계약서 37건을 입수해 분석한 결과, 이미 배포 및 발주가 끝난 천 마스크는 총 2억8천700만 장에 달합니다.

이 가운데 1억3천만 장은 지난달 20일까지 전국 5천 세대 모두에게 2장씩 배포됐고, 나머지 1억5천700만 장은 현재 유치원과 개호시설 등에 배포되고 있습니다.

전체 발주 비용은 507억 엔(약 5천675억 원)이며, 이 가운데 품질검사, 콜센터 위탁, 운송 등 기타 사업비가 107억 엔(약 1천210억 원)이었습니다.

모든 계약은 경쟁 입찰 없이 수의계약으로 진행됐습니다.

게다가 후생성은 전국 가구 대상 천 마스크 배포가 끝난 6월 22일에도 이토추(伊藤忠)상사 등 9개 기업에 5천800만 장을 추가로 발주했습니다.

이미 오래전에 시중의 마스크 부족 현상이 해소됐기 때문에 더 이상의 천 마스크 배포는 예산 낭비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실제로 통신판매 가격비교사이트인 '재고속보닷컴'에 따르면 일회용 마스크 1장당 최저가는 4월 24~25일 57엔에서 지난달 10일에는 10엔까지 떨어졌습니다.

이 때문에 아사히신문이 6월 21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일본 국민의 81%는 '아베노마스크가 쓸모없었다'고 답했고, 마이니치(每日)신문은 정부 관청과 복지시설에 반납 또는 기부된 아베노마스크가 10만 장에 달한다고 보도했습니다.

버려지거나 방치되는 마스크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산되며, 크기도 작고 숨쉬기도 어려워 여름에는 더더욱 사용하기가 곤란하다는 지적입니다.

일본 기타큐슈(北九州)시에서 방문 간호 업무를 하는 한 간호사(44)는 "정부의 천 마스크는 작고 얼굴에 밀착되지도 않아 간호에는 사용할 수 없다"며 "의료 현장에선 세탁해 재사용하는 것은 생각할 수 없어, 앞으로 도착해도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아사히는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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