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엽다고 키울 때는 언제?”…관광지에 버려지는 반려동물

입력 2020.07.28 (10:56) 수정 2020.07.29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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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대표 관광지인 전남 여수시가 여름만 되면 유기 동물로 고민이 많습니다. 휴가를 온 관광객들이 여수에 반려동물을 버리고 간 것으로 추정되는 사례도 상당수입니다.

■ 포화상태 이른 여수 유기견보호소…여름엔 더 '북적'

지난 22일, 전남 여수시 주삼동에 있는 여수시 유기동물보호소를 찾았습니다. 도착하자마자 개들이 짖는 소리가 요란하게 귓가를 울렸습니다. 여수 곳곳에 버려진 뒤 포획돼 보호소로 들어온 유기견들이었습니다.

개집 안에는 유기견들이 빽빽하게 자리를 잡고 있었습니다. 여수시는 정확한 보호동물 수를 알리기는 어렵다면서도, 적정 개체 수는 한참 초과한 상태라고 밝혔습니다.

더 큰 문제는 여름철만 되면 여수에 유기동물이 늘어난다는 겁니다. 최근 3년 동안 여수시에 들어온 유기동물 신고는 2017년 890건, 2018년 1,151건, 2019년 1,328건 등으로 갈수록 많아지는 추세입니다. 특히 7월과 8월의 월평균 신고 건수는 2017년 85건, 2018년 122건, 2019년 135건 등으로 평소보다 많게는 30% 가까이 증가합니다.


■ "관광객들이 반려동물 버리고 갔을 것"…펜션·호텔서 신고

여름철에 유난히 유기동물이 증가하는 이유가 뭘까요. 여수시는 휴가를 온 관광객들이 반려동물을 유기하는 경우가 많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반려동물을 여수에 버리고 떠난다는 겁니다.

실제로 유기동물을 발견했다는 지점 상당수는 펜션이나 호텔 등 숙박업소입니다. 여수 이순신광장 같은 주요 관광지에서도 신고가 자주 접수됩니다. 누가 봐도 사람 손길이 닿았을 것 같은 동물들이 대부분입니다.

여수시 유기동물 포획 담당자는 "관광지나 숙박업소에 버려지는 유기동물들은 오히려 모습이 깔끔한 동물들이 많다. 본 것이 아니라 단언할 수는 없지만, 마지막으로 손질해 놓고 놀러 와서 버리는 게 아닌가 추정되기도 한다"고 전했습니다. 사실상 반려동물을 버릴 목적으로 여수에 왔다는 추론도 가능한 겁니다.


■ 엄연한 불법이지만 사실상 단속 불가능

휴가철만 되면 붐비다 보니 여수시 유기동물 보호소의 일손은 늘 부족합니다. 올해는 코로나 19로 인한 경기 악화의 영향으로 치료비 등을 감당하기 어렵다 보니, 동물 유기 행위 자체가 늘고 있어서 더 걱정입니다.

주인 잃은 개나 고양이들을 돌보는 건 상당 부분 자원봉사자들의 몫입니다. 새 주인을 찾으면 다행이지만 입양률은 30% 정도에 그칩니다. 버려진 반려동물들을 보는 봉사자들은 마음이 아픕니다. 취재진이 만난 한 봉사자는 "작을 때는 귀엽다고 데려와 놓고, 다 크니까 병도 생기고 돈이 많이 드니 버리는 것 같다. 말 못하는 동물이라고 이렇게 하는 것은 너무나 안타깝다"고 말했습니다.

반려동물을 버리는 건 동물보호법에 따라 엄연한 불법입니다. 3백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는 행정처분 조항도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 처분에 이르기는 쉽지 않습니다. 신고를 접수하고 현장에 가 봐도 발견되는 건 유기동물뿐입니다. 그렇지 않아도 보호소 업무가 많은데, 동물 유기 행위를 단속까지 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내년 3월부터는 과태료가 아닌 벌금, 즉 형사처벌이 가능하도록 법이 바뀌기는 합니다. 하지만 역시 누군가 의지를 갖고 증거를 확보하지 않는다면 이를 적발하는 건 쉽지 않습니다.


■ '필요 없으면 버린다' 무책임한 태도, 안 바뀐다면…

정부도 잇따르는 휴가지 동물 유기의 심각성을 알고 있습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다음 달 말까지 여수를 비롯한 휴가지와 터미널 등에서 캠페인을 벌입니다. '동물의 소중한 생명, 지켜주세요'라는 주제입니다. 반려동물을 맡길 수 있는 영업장의 위치 정보도 제공하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법을 강화하고 홍보를 한다고 해도, '필요 없으면 내다 버린다'는 태도가 바뀌지 않는다면 동물 유기는 계속될 수밖에 없습니다.

반려동물이라는 단어의 반려(伴侶)는 '짝이 되는 동무'라는 뜻입니다. 짝 반(伴), 짝 려(侶) 두 한자에 모두 '사람인변(亻)'이 들어 있습니다. 정말로 함께 지낼 '짝'이라고 생각한다면, 두 한자의 모양처럼 곁을 떠나지 말고 지켜주세요. 그렇게 하지 못할 것 같으면 아예 처음부터 사람의 짝으로 들이지 말아주세요. 보호소 유기동물들의 슬픈 눈빛에서 읽혔던 호소의 메시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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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귀엽다고 키울 때는 언제?”…관광지에 버려지는 반려동물
    • 입력 2020-07-28 10:56:15
    • 수정2020-07-29 09:31:59
    취재K
우리나라 대표 관광지인 전남 여수시가 여름만 되면 유기 동물로 고민이 많습니다. 휴가를 온 관광객들이 여수에 반려동물을 버리고 간 것으로 추정되는 사례도 상당수입니다. ■ 포화상태 이른 여수 유기견보호소…여름엔 더 '북적' 지난 22일, 전남 여수시 주삼동에 있는 여수시 유기동물보호소를 찾았습니다. 도착하자마자 개들이 짖는 소리가 요란하게 귓가를 울렸습니다. 여수 곳곳에 버려진 뒤 포획돼 보호소로 들어온 유기견들이었습니다. 개집 안에는 유기견들이 빽빽하게 자리를 잡고 있었습니다. 여수시는 정확한 보호동물 수를 알리기는 어렵다면서도, 적정 개체 수는 한참 초과한 상태라고 밝혔습니다. 더 큰 문제는 여름철만 되면 여수에 유기동물이 늘어난다는 겁니다. 최근 3년 동안 여수시에 들어온 유기동물 신고는 2017년 890건, 2018년 1,151건, 2019년 1,328건 등으로 갈수록 많아지는 추세입니다. 특히 7월과 8월의 월평균 신고 건수는 2017년 85건, 2018년 122건, 2019년 135건 등으로 평소보다 많게는 30% 가까이 증가합니다. ■ "관광객들이 반려동물 버리고 갔을 것"…펜션·호텔서 신고 여름철에 유난히 유기동물이 증가하는 이유가 뭘까요. 여수시는 휴가를 온 관광객들이 반려동물을 유기하는 경우가 많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반려동물을 여수에 버리고 떠난다는 겁니다. 실제로 유기동물을 발견했다는 지점 상당수는 펜션이나 호텔 등 숙박업소입니다. 여수 이순신광장 같은 주요 관광지에서도 신고가 자주 접수됩니다. 누가 봐도 사람 손길이 닿았을 것 같은 동물들이 대부분입니다. 여수시 유기동물 포획 담당자는 "관광지나 숙박업소에 버려지는 유기동물들은 오히려 모습이 깔끔한 동물들이 많다. 본 것이 아니라 단언할 수는 없지만, 마지막으로 손질해 놓고 놀러 와서 버리는 게 아닌가 추정되기도 한다"고 전했습니다. 사실상 반려동물을 버릴 목적으로 여수에 왔다는 추론도 가능한 겁니다. ■ 엄연한 불법이지만 사실상 단속 불가능 휴가철만 되면 붐비다 보니 여수시 유기동물 보호소의 일손은 늘 부족합니다. 올해는 코로나 19로 인한 경기 악화의 영향으로 치료비 등을 감당하기 어렵다 보니, 동물 유기 행위 자체가 늘고 있어서 더 걱정입니다. 주인 잃은 개나 고양이들을 돌보는 건 상당 부분 자원봉사자들의 몫입니다. 새 주인을 찾으면 다행이지만 입양률은 30% 정도에 그칩니다. 버려진 반려동물들을 보는 봉사자들은 마음이 아픕니다. 취재진이 만난 한 봉사자는 "작을 때는 귀엽다고 데려와 놓고, 다 크니까 병도 생기고 돈이 많이 드니 버리는 것 같다. 말 못하는 동물이라고 이렇게 하는 것은 너무나 안타깝다"고 말했습니다. 반려동물을 버리는 건 동물보호법에 따라 엄연한 불법입니다. 3백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는 행정처분 조항도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 처분에 이르기는 쉽지 않습니다. 신고를 접수하고 현장에 가 봐도 발견되는 건 유기동물뿐입니다. 그렇지 않아도 보호소 업무가 많은데, 동물 유기 행위를 단속까지 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내년 3월부터는 과태료가 아닌 벌금, 즉 형사처벌이 가능하도록 법이 바뀌기는 합니다. 하지만 역시 누군가 의지를 갖고 증거를 확보하지 않는다면 이를 적발하는 건 쉽지 않습니다. ■ '필요 없으면 버린다' 무책임한 태도, 안 바뀐다면… 정부도 잇따르는 휴가지 동물 유기의 심각성을 알고 있습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다음 달 말까지 여수를 비롯한 휴가지와 터미널 등에서 캠페인을 벌입니다. '동물의 소중한 생명, 지켜주세요'라는 주제입니다. 반려동물을 맡길 수 있는 영업장의 위치 정보도 제공하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법을 강화하고 홍보를 한다고 해도, '필요 없으면 내다 버린다'는 태도가 바뀌지 않는다면 동물 유기는 계속될 수밖에 없습니다. 반려동물이라는 단어의 반려(伴侶)는 '짝이 되는 동무'라는 뜻입니다. 짝 반(伴), 짝 려(侶) 두 한자에 모두 '사람인변(亻)'이 들어 있습니다. 정말로 함께 지낼 '짝'이라고 생각한다면, 두 한자의 모양처럼 곁을 떠나지 말고 지켜주세요. 그렇게 하지 못할 것 같으면 아예 처음부터 사람의 짝으로 들이지 말아주세요. 보호소 유기동물들의 슬픈 눈빛에서 읽혔던 호소의 메시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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