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감시장비에 ‘월북’ 찍혔지만 국방장관도 北보도로 알았다

입력 2020.07.28 (17:00) 수정 2020.07.28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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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북한 보도로 알려진 탈북민 재입북 사건. 누가, 언제, 어떻게 넘어갔고 당시 군 경계 태세는 어땠는지 사건의 윤곽이 서서히 드러나고 있습니다.

오늘(28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는 정경두 국방부 장관과 박한기 합동참모본부 의장을 비롯해 국방부와 군 주요 직위 간부들이 총출동했는데 탈북민 월북 사건 관련 질의가 쏟아졌습니다. 군 수뇌부가 직접 밝힌 내용을 정리했습니다.


"배수로 철망 틈으로 나가 구명조끼로 강 건넌 듯"

국방부가 오늘 국회에 보고한 자료를 보면 월북 의심자는 북한 개성시의 농장원에서 근무하던 탈북민 1996년생 김 모 씨입니다. 김 씨는 2017년 6월 17일 밤 개성 월포해안을 통해 탈북을 시도, 다음 날인 18일 새벽 2시 26분경 김포 초강리에 위치한 해병 2사단 초소로 귀순했습니다.

군 당국은 이 같은 김 씨의 귀순 방법 등을 고려할 때 비슷한 방법으로 강화도를 통해 월북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군 철책 아래 배수로를 통과한 것으로 추정되는데, 박한기 합참의장은 "배수로에서 강으로 이어지는 곳을 차단하기 위해 철근으로 된 장애물이 있고, 그것을 통과하면 바퀴 모양 철조망을 감아놨다"고 설명했습니다.

박 의장은 김 씨가 장애물 사이 틈을 벌리고 나간 것으로 본다고 말했습니다. "김 씨의 신장이 163㎝, 몸무게 54㎏으로 체구가 왜소해 장애물을 극복하고 나갈 수 있는 여지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는 것입니다.

정경두 장관도 "침투 저지봉의 훼손이 있는 게 아니고 그 사이로 빠져나가지 않았나 생각된다"면서 아직 조사 중인 사안이기 때문에 조사가 끝나면 더 상세히 설명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배수로를 빠져나간 뒤에는 어떻게 강을 건넜을까. 박 의장은 "월북 추정 시간대가 만조 시기라 부유물이 떠오른다"며, "구명조끼를 착용하고 물속으로 잠수해서 머리만 밖으로 내놓고 갔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고, 이 경우 다른 부유물들과 섞여 있으면 파악하기가 어려운 점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 군 감시장비에 '월북' 포착, 그러나…

김 씨가 월북할 당시 군 경계 태세에 대해서는 합참 차원의 조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확인한 결과 군 감시장비는 월북 관련 장면을 포착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박한기 의장은 "감시 장비에 희미하게 찍힌 것을 몇 개 확인했는데 그에 대해서는 정밀 검증 작업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한강 하구 지역은 과학화 경계체계가 완비된 곳입니다. 이 때문에 내륙의 GOP와 마찬가지로 '사람에 의한 경계 초소'는 운영되지 않는다는 게 박 의장의 설명입니다. CCTV와 열상관측장비(TOD) 등을 활용해 경계를 하는데 일단 이 장비에는 관련 장면이 포착된 것입니다.

당시 근무자가 감시장비를 통해 해당 장면을 아예 못 본 것인지, 아니면 보고도 사람으로 인지하지 못했는지 등은 아직 조사 중입니다.

박 의장은 다만, 밀물과 썰물이 교차하는 해당 지역의 특성상 "경계의 주안점은 북한 지역으로부터 남쪽으로 물길이 형성될 때 적의 침투를 판단하는 것, 그리고 북한 지역으로부터 귀순자 상황이 발생하는 데 두고 있다"며, "당시는 북쪽으로 밀물이 발생한 때여서 경계를 간과한 부분을 식별했다"고 밝혔습니다.


■ 국방장관도 北 보도로 상황 파악…"무한 책임"

북한 매체 보도 이전에는 군이 관련 내용을 몰랐다는 점도 공개됐습니다. 정경두 장관은 26일 아침 북한 매체 방송 이후에야 월북 상황을 확인했다고 말했습니다. 정 장관은 당일 아침 청와대 안보실장으로부터 전화를 받고 상황을 파악하기 시작했고 동시에 국방부와 합참 차원에서 내용 확인이 이뤄지고 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북한 방송 보도 전에 우리는 전혀 몰랐다는 게 분명한지를 묻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습니다.

정 장관은 "이런 일이 일어난 데 대해서는 제가 백 번 지적받아도 할 말이 없다"며 책임을 인정했습니다. 그러면서 "일선에서 경계 작전을 하는 장병도 책임이 있겠지만 국방 관련 모든 책임의 끝은 장관에게 있다"며, "무한 책임을 갖고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했습니다.

박한기 의장 역시 지난해 6월 삼척항 목선, 올 초 태안 밀입국 보트 사건 이후 보완 대책을 세우는 중에 이번 상황이 발생했다며 "합참의장으로서 사안을 엄중히 보고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 "향후 어떤 상황에도 대처할 수 있는 확고한 대비태세를 강구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군은 이번 주 내로 경계 태세에 대한 조사를 마치고 그 결과를 후속 조치와 함께 발표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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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군 감시장비에 ‘월북’ 찍혔지만 국방장관도 北보도로 알았다
    • 입력 2020-07-28 17:00:17
    • 수정2020-07-28 17:07:05
    취재K
26일 북한 보도로 알려진 탈북민 재입북 사건. 누가, 언제, 어떻게 넘어갔고 당시 군 경계 태세는 어땠는지 사건의 윤곽이 서서히 드러나고 있습니다.

오늘(28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는 정경두 국방부 장관과 박한기 합동참모본부 의장을 비롯해 국방부와 군 주요 직위 간부들이 총출동했는데 탈북민 월북 사건 관련 질의가 쏟아졌습니다. 군 수뇌부가 직접 밝힌 내용을 정리했습니다.


"배수로 철망 틈으로 나가 구명조끼로 강 건넌 듯"

국방부가 오늘 국회에 보고한 자료를 보면 월북 의심자는 북한 개성시의 농장원에서 근무하던 탈북민 1996년생 김 모 씨입니다. 김 씨는 2017년 6월 17일 밤 개성 월포해안을 통해 탈북을 시도, 다음 날인 18일 새벽 2시 26분경 김포 초강리에 위치한 해병 2사단 초소로 귀순했습니다.

군 당국은 이 같은 김 씨의 귀순 방법 등을 고려할 때 비슷한 방법으로 강화도를 통해 월북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군 철책 아래 배수로를 통과한 것으로 추정되는데, 박한기 합참의장은 "배수로에서 강으로 이어지는 곳을 차단하기 위해 철근으로 된 장애물이 있고, 그것을 통과하면 바퀴 모양 철조망을 감아놨다"고 설명했습니다.

박 의장은 김 씨가 장애물 사이 틈을 벌리고 나간 것으로 본다고 말했습니다. "김 씨의 신장이 163㎝, 몸무게 54㎏으로 체구가 왜소해 장애물을 극복하고 나갈 수 있는 여지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는 것입니다.

정경두 장관도 "침투 저지봉의 훼손이 있는 게 아니고 그 사이로 빠져나가지 않았나 생각된다"면서 아직 조사 중인 사안이기 때문에 조사가 끝나면 더 상세히 설명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배수로를 빠져나간 뒤에는 어떻게 강을 건넜을까. 박 의장은 "월북 추정 시간대가 만조 시기라 부유물이 떠오른다"며, "구명조끼를 착용하고 물속으로 잠수해서 머리만 밖으로 내놓고 갔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고, 이 경우 다른 부유물들과 섞여 있으면 파악하기가 어려운 점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 군 감시장비에 '월북' 포착, 그러나…

김 씨가 월북할 당시 군 경계 태세에 대해서는 합참 차원의 조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확인한 결과 군 감시장비는 월북 관련 장면을 포착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박한기 의장은 "감시 장비에 희미하게 찍힌 것을 몇 개 확인했는데 그에 대해서는 정밀 검증 작업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한강 하구 지역은 과학화 경계체계가 완비된 곳입니다. 이 때문에 내륙의 GOP와 마찬가지로 '사람에 의한 경계 초소'는 운영되지 않는다는 게 박 의장의 설명입니다. CCTV와 열상관측장비(TOD) 등을 활용해 경계를 하는데 일단 이 장비에는 관련 장면이 포착된 것입니다.

당시 근무자가 감시장비를 통해 해당 장면을 아예 못 본 것인지, 아니면 보고도 사람으로 인지하지 못했는지 등은 아직 조사 중입니다.

박 의장은 다만, 밀물과 썰물이 교차하는 해당 지역의 특성상 "경계의 주안점은 북한 지역으로부터 남쪽으로 물길이 형성될 때 적의 침투를 판단하는 것, 그리고 북한 지역으로부터 귀순자 상황이 발생하는 데 두고 있다"며, "당시는 북쪽으로 밀물이 발생한 때여서 경계를 간과한 부분을 식별했다"고 밝혔습니다.


■ 국방장관도 北 보도로 상황 파악…"무한 책임"

북한 매체 보도 이전에는 군이 관련 내용을 몰랐다는 점도 공개됐습니다. 정경두 장관은 26일 아침 북한 매체 방송 이후에야 월북 상황을 확인했다고 말했습니다. 정 장관은 당일 아침 청와대 안보실장으로부터 전화를 받고 상황을 파악하기 시작했고 동시에 국방부와 합참 차원에서 내용 확인이 이뤄지고 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북한 방송 보도 전에 우리는 전혀 몰랐다는 게 분명한지를 묻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습니다.

정 장관은 "이런 일이 일어난 데 대해서는 제가 백 번 지적받아도 할 말이 없다"며 책임을 인정했습니다. 그러면서 "일선에서 경계 작전을 하는 장병도 책임이 있겠지만 국방 관련 모든 책임의 끝은 장관에게 있다"며, "무한 책임을 갖고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했습니다.

박한기 의장 역시 지난해 6월 삼척항 목선, 올 초 태안 밀입국 보트 사건 이후 보완 대책을 세우는 중에 이번 상황이 발생했다며 "합참의장으로서 사안을 엄중히 보고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 "향후 어떤 상황에도 대처할 수 있는 확고한 대비태세를 강구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군은 이번 주 내로 경계 태세에 대한 조사를 마치고 그 결과를 후속 조치와 함께 발표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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