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최장 프로젝트…7개국 참여 ‘국제핵융합실험로’ 조립 시작

입력 2020.07.28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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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남부 카다라슈에 건설 중인 국제핵융합실험로(ITER) 부지 전경

프랑스 남부 카다라슈에 건설 중인 국제핵융합실험로(ITER) 부지 전경

반세기 가까운 건설과 실험 기간, 사업비 약 9조 원. 땅 위의 '인공태양'이라고 불리는 국제핵융합실험로(ITER) 얘기입니다.

인류 역사상 최장·최대 규모 프로젝트로 꼽히는 국제핵융합실험로가 오늘(28일) 프랑스 ITER 국제기구에서 '장치조립 착수 기념식'을 갖고 본격적인 장치 조립에 들어갔습니다. 한국과 미국, 유럽연합(EU), 일본, 러시아, 중국, 인도 등 7개국이 참여하는 국제 공동 연구개발 사업인데요.

이 프로젝트는 1988년 국제원자력기구(IAEA) 산하에 ITER 이사회가 구성되면서 설계가 시작됩니다. 공사는 2007년 착공해 완공 목표는 2025년입니다. 프로젝트 시작에서 시설 가동까지 30년이 넘게 걸리는 건데요. 완공 후 실험 기간은 12년 정도, 이후 5년 동안 방사능 감쇄 후 해체를 하는 과정을 거치는 반세기 국제 과학 프로젝트입니다.

실험로가 건설되는 곳은 프랑스 남부 카다라슈입니다. 사업비는 EU가 45% 정도를 부담하고, 나머지 6개 참여국이 9% 정도씩을 나누어 냅니다.

먼 이국땅에 짓는 핵융합실험로에 왜 각국은 적지 않은 돈과 연구 인력 등을 투자하고 있는 걸까요.

미래 에너지 '끝판왕' 핵융합은 무엇?

핵융합은 미래 에너지원으로 주요 선진국들이 주목하고 있는 분야입니다. 핵융합은 가벼운 원자핵들이 융합해 무거운 원자핵으로 바뀌는 걸 말합니다. 이 과정에서 줄어든 질량은 에너지로 변하게 되는데 이를 '핵융합에너지'라고 합니다.

핵융합 에너지 생성 과정핵융합 에너지 생성 과정

원자력 에너지와는 같은 듯 전혀 다른 특징을 갖고 있습니다.

원자력은 우라늄과 같은 무거운 원소의 원자핵이 가벼운 원자핵으로 분열하는 과정에서 에너지가 만들어집니다. 반대로 핵융합은 가벼운 원자핵이 분열이 아니라 융합하는 과정에서 에너지가 생성됩니다. 원료 역시 우라늄 대신 바닷물을 전기 분해하면 얻을 수 있는 중수소와 매장량이 풍부한 리튬을 사용합니다.

전문가들은 원료가 무한하고,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발생과 폭발 위험 등이 없다는 점에서 핵융합을 미래 에너지의 '끝판왕'으로 꼽고 있습니다.

핵융합 에너지 대량 생산 첫걸음…ITER 장치 조립 시작

핵융합 반응은 높은 온도와 중력을 가진 태양의 중심에선 활발하게 일어납니다. 하지만 지구에선 다릅니다. 핵융합 반응을 만들려면 태양과 같은 초고온의 환경을 인공적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이런 인공적 환경을 조성해 핵융합에너지의 대량 생산 가능성을 살펴보기 위한 게 바로 국제핵융합실험로입니다.

태양의 중심은 섭씨 약 1천5백만℃입니다. 지구에서 핵융합을 일으키기 위해선 1억℃ 이상의 초고온 플라스마가 필요합니다.

ITER 참여국별 토카막 주요 부품 조달 현황ITER 참여국별 토카막 주요 부품 조달 현황

이렇듯 극한의 상태인 초고온 플라스마를 자기장을 이용해 가두고, 핵융합 반응이 그 안에서 일어날 수 있게 하는 그릇 역할을 하는 게 '토카막'이라고 이름이 붙여진 장치입니다.

이 시설에 들어가는 부품은 참여국들이 분담한 뒤 각자 개발해 프랑스 현지로 조달합니다. 이렇게 조달된 부품들을 하나의 장치로 조립하는 단계가 오늘 기념식을 하고 본격 시작된 겁니다.

ITER 토카막 조립동 내부ITER 토카막 조립동 내부

한국은 9개 주요 부품을 맡았는데, 110여 개 국내 산업체가 제작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진공 용기, 즉 플라스마를 진공상태에서 밀폐하는 부품은 국내에서 생산돼 지난 21일 프랑스 항구에 도착했습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진공용기 최초 섹터는 핵심 품목이자 극한 기술의 결정체로 조립의 첫 순서에 해당한다"며 "국제핵융합실험로 전용 특수 조립 장비도 개발·조달해 이번 장치 조립 시작에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한, 과기정통부는 "한국의 산업체들이 기술력을 인정받아 ITER 국제기구와 타 회원국으로부터 6천1백여억 원의 규모 조달품 수주 성과를 올리고 있다"며 "그동안 한국이 ITER에 참여하면서 납부한 분담금 3천7백여억 원을 크게 넘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한국 산업체가 제작해 납품한 진공용기 최초 섹터한국 산업체가 제작해 납품한 진공용기 최초 섹터

핵융합실험로는 2025년부터 본격적인 실험에 들어가는 것을 목표로 현재 공정률은 약 70% 수준입니다.

ITER 국제기구에는 핵융합 전문가 등 한국인 연구 인력 51명도 근무 중입니다. 문재인 대통령도 오늘 기념식에 영상 메시지를 통해 축하를 전했습니다.

정부는 "2050년대 핵융합에너지 실현 목표를 달성하겠다"며 "한국이 앞으로도 글로벌 경쟁력을 갖고 기술과 시장을 선도할 수 있도록 연구개발과 인력 양상을 지속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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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류 최장 프로젝트…7개국 참여 ‘국제핵융합실험로’ 조립 시작
    • 입력 2020-07-28 17:49:47
    취재K

프랑스 남부 카다라슈에 건설 중인 국제핵융합실험로(ITER) 부지 전경

반세기 가까운 건설과 실험 기간, 사업비 약 9조 원. 땅 위의 '인공태양'이라고 불리는 국제핵융합실험로(ITER) 얘기입니다.

인류 역사상 최장·최대 규모 프로젝트로 꼽히는 국제핵융합실험로가 오늘(28일) 프랑스 ITER 국제기구에서 '장치조립 착수 기념식'을 갖고 본격적인 장치 조립에 들어갔습니다. 한국과 미국, 유럽연합(EU), 일본, 러시아, 중국, 인도 등 7개국이 참여하는 국제 공동 연구개발 사업인데요.

이 프로젝트는 1988년 국제원자력기구(IAEA) 산하에 ITER 이사회가 구성되면서 설계가 시작됩니다. 공사는 2007년 착공해 완공 목표는 2025년입니다. 프로젝트 시작에서 시설 가동까지 30년이 넘게 걸리는 건데요. 완공 후 실험 기간은 12년 정도, 이후 5년 동안 방사능 감쇄 후 해체를 하는 과정을 거치는 반세기 국제 과학 프로젝트입니다.

실험로가 건설되는 곳은 프랑스 남부 카다라슈입니다. 사업비는 EU가 45% 정도를 부담하고, 나머지 6개 참여국이 9% 정도씩을 나누어 냅니다.

먼 이국땅에 짓는 핵융합실험로에 왜 각국은 적지 않은 돈과 연구 인력 등을 투자하고 있는 걸까요.

미래 에너지 '끝판왕' 핵융합은 무엇?

핵융합은 미래 에너지원으로 주요 선진국들이 주목하고 있는 분야입니다. 핵융합은 가벼운 원자핵들이 융합해 무거운 원자핵으로 바뀌는 걸 말합니다. 이 과정에서 줄어든 질량은 에너지로 변하게 되는데 이를 '핵융합에너지'라고 합니다.

핵융합 에너지 생성 과정
원자력 에너지와는 같은 듯 전혀 다른 특징을 갖고 있습니다.

원자력은 우라늄과 같은 무거운 원소의 원자핵이 가벼운 원자핵으로 분열하는 과정에서 에너지가 만들어집니다. 반대로 핵융합은 가벼운 원자핵이 분열이 아니라 융합하는 과정에서 에너지가 생성됩니다. 원료 역시 우라늄 대신 바닷물을 전기 분해하면 얻을 수 있는 중수소와 매장량이 풍부한 리튬을 사용합니다.

전문가들은 원료가 무한하고,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발생과 폭발 위험 등이 없다는 점에서 핵융합을 미래 에너지의 '끝판왕'으로 꼽고 있습니다.

핵융합 에너지 대량 생산 첫걸음…ITER 장치 조립 시작

핵융합 반응은 높은 온도와 중력을 가진 태양의 중심에선 활발하게 일어납니다. 하지만 지구에선 다릅니다. 핵융합 반응을 만들려면 태양과 같은 초고온의 환경을 인공적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이런 인공적 환경을 조성해 핵융합에너지의 대량 생산 가능성을 살펴보기 위한 게 바로 국제핵융합실험로입니다.

태양의 중심은 섭씨 약 1천5백만℃입니다. 지구에서 핵융합을 일으키기 위해선 1억℃ 이상의 초고온 플라스마가 필요합니다.

ITER 참여국별 토카막 주요 부품 조달 현황
이렇듯 극한의 상태인 초고온 플라스마를 자기장을 이용해 가두고, 핵융합 반응이 그 안에서 일어날 수 있게 하는 그릇 역할을 하는 게 '토카막'이라고 이름이 붙여진 장치입니다.

이 시설에 들어가는 부품은 참여국들이 분담한 뒤 각자 개발해 프랑스 현지로 조달합니다. 이렇게 조달된 부품들을 하나의 장치로 조립하는 단계가 오늘 기념식을 하고 본격 시작된 겁니다.

ITER 토카막 조립동 내부
한국은 9개 주요 부품을 맡았는데, 110여 개 국내 산업체가 제작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진공 용기, 즉 플라스마를 진공상태에서 밀폐하는 부품은 국내에서 생산돼 지난 21일 프랑스 항구에 도착했습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진공용기 최초 섹터는 핵심 품목이자 극한 기술의 결정체로 조립의 첫 순서에 해당한다"며 "국제핵융합실험로 전용 특수 조립 장비도 개발·조달해 이번 장치 조립 시작에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한, 과기정통부는 "한국의 산업체들이 기술력을 인정받아 ITER 국제기구와 타 회원국으로부터 6천1백여억 원의 규모 조달품 수주 성과를 올리고 있다"며 "그동안 한국이 ITER에 참여하면서 납부한 분담금 3천7백여억 원을 크게 넘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한국 산업체가 제작해 납품한 진공용기 최초 섹터
핵융합실험로는 2025년부터 본격적인 실험에 들어가는 것을 목표로 현재 공정률은 약 70% 수준입니다.

ITER 국제기구에는 핵융합 전문가 등 한국인 연구 인력 51명도 근무 중입니다. 문재인 대통령도 오늘 기념식에 영상 메시지를 통해 축하를 전했습니다.

정부는 "2050년대 핵융합에너지 실현 목표를 달성하겠다"며 "한국이 앞으로도 글로벌 경쟁력을 갖고 기술과 시장을 선도할 수 있도록 연구개발과 인력 양상을 지속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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