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 ‘황금알을 낳는 거위’ 면세점의 굴욕

입력 2020.07.28 (18:01) 수정 2020.07.28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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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분야 중 하나가 면세점 사업일 겁니다.

공항 이용객이 급감하면서 면세점을 찾는 사람도 줄다 보니까 판매 직원들이 더 많다는 이야기까지 나오는데요,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연 매출 20조 원을 달성하며 한 때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렸던 면세점 사업. 지금은 코로나19로 존폐 위기에 내몰린 처지가 됐습니다.

경제부 우정화 기자와 면세점 사업의 실태를 알아봅니다.

우 기자, 면세점하면 최근 가장 관심을 끈 게 아무래도 면세점 재고 판매일텐데, 그동안 얼마나 팔렸습니까?

[기자]

네, 일단 초반 성적은 나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예년 같으면 지금 같은 휴가철에 한창 면세 쇼핑을 하는 분들 많으실 텐데, 지금은 그렇지가 못하죠.

휴가철에 해외를 못 가는 대신 '면세품이라도 사자'는 보상심리에다, 지금 팔리는 재고면세품이 정상가의 40~50%까지 할인된 물건이 많다 보니 한때는 판매사이트가 마비될 정도로 잘 팔렸습니다.

업계 1위인 롯데면세점은 지금까지 100억 원이 좀 넘는 금액을 판매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신세계면세점은 최소 50억 원 이상 판매한 것으로 보입니다.

저도 한 재고품 판매 현장을 갔었는데, 아침 6시에 가서 번호표를 받으신 분도 계실 정도로 반응이 좋았습니다.

[앵커]

그런데 왜 이번 재고 판매에서 여성들이 특히 많이 사는 화장품을 포함해서 술, 향수 이런 건 빠졌을까요?

[기자]

네, 한마디로 말씀드려서 이런 제품들은 유통기한이 있기 때문에 들여오기가 쉽지 않습니다.

이런 제품들을 들여오려면 면세점 측이 식품의약품안전처 등에 일일이 검수를 받아야 합니다.

제품만 해도 수백 가지여서 일일이 검수를 받기가 현실적으로 쉽지도 않고, 오는 10월까지만 재고 면세품들을 팔기로 관세청에서 허가를 내줬기 때문에 현금이 급한 면세점으로선 여기서 시간을 낭비할 수 없겠죠.

그러다 보니까 유통기한이 없는 가방이나 신발, 선글라스, 이런 제품들이 판매되고 있는 겁니다.

[앵커]

이렇게 재고를 팔아서 면세점들은 당장 숨통은 트일 것 같은데, 면세점에 또 다른 문제가 있다고요?

[기자]

네, 인천공항에 입점한 면세점 임대료 문제입니다.

지난 6월에 인천공항 측이 다음 달까지 6개월간 면세점이 내야 할 임대료 일부를 깎아줬죠.

문제는 여기서부텁니다.

오는 9월부터는 원래대로 임대료를 내야 하는데요,

신세계면세점의 경우 오는 2023년까지 화면에 보시는 이 액수, 한 달에 월 300억 원을 내야 합니다.

지금 하루에 몇천만 원 팔기도 쉽지 않은데, 매출에 상관없이 저 금액, 반드시 내야 합니다.

신세계 측에서 우리 사정을 좀 봐달라며, 임대료 감면을 추가로 요구하는 일이 벌어집니다.

무엇이냐면 인천공항 측이 경쟁사인 롯데면세점, 신라면세점과 새 계약을 할 예정인데, 이들 면세점엔 신세계가 내듯이 고정 금액을 내지 말고, 얼마 동안만 매출에 연계해서, 그러니까 매출이 많이 나오면 임대료를 많이 내고, 지금처럼 매출이 거의 없으면 임대료를 적게 내는 방식을 제안한 겁니다.

[앵커]

신세계 측에선 반발할 것 같은데요?

[기자]

네, 코로나19로 매출이 급감한 똑같은 환경이고, 또 똑같은 대기업인데도 '다른 계약'이 적용되니까 말입니다.

인천공항 측은 현재 신세계의 요구로 이 문제를 협의하고 있습니다.

[앵커]

그런데 인천공항 말고도 김포공항에서도 이미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고요?

[기자]

네, 김포공항에선 롯데면세점이 임대료 감면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롯데면세점이 지난 2018년 이전에 김포공항 측과 월 27억 원의 고정 임대료를 내기로 계약했는데요,

또 다른 입점사인 신라면세점은 2018년 이후에 매출에 연계해서 임대료를 내기로 한 거죠.

지금 롯데면세점은 문을 닫아 매출이 없어도 월 27억 원을 계속 내고 있습니다.

롯데 측은 지난 4월 초에 정부가 전국 공항의 모든 국제선을 인천공항으로 일원화하면서 김포공항 국제선이 사실상 폐쇄됐으니까 이 기간만이라도 임대료를 감면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호소합니다.

그런데 김포공항 측은 아직까지 이렇다 할 반응이 없어서 사실상 롯데 측의 요구를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재고면세품 팔아서 현금 확보하고, 적자를 메우기 위해서 임대료를 깎으려고 하고, 면세점 업계가 정말 쉽지 않은 상황이네요.

오늘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영상편집:최민경/그래픽:박미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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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T] ‘황금알을 낳는 거위’ 면세점의 굴욕
    • 입력 2020-07-28 18:04:47
    • 수정2020-07-28 18:25:30
    통합뉴스룸ET
[앵커]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분야 중 하나가 면세점 사업일 겁니다.

공항 이용객이 급감하면서 면세점을 찾는 사람도 줄다 보니까 판매 직원들이 더 많다는 이야기까지 나오는데요,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연 매출 20조 원을 달성하며 한 때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렸던 면세점 사업. 지금은 코로나19로 존폐 위기에 내몰린 처지가 됐습니다.

경제부 우정화 기자와 면세점 사업의 실태를 알아봅니다.

우 기자, 면세점하면 최근 가장 관심을 끈 게 아무래도 면세점 재고 판매일텐데, 그동안 얼마나 팔렸습니까?

[기자]

네, 일단 초반 성적은 나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예년 같으면 지금 같은 휴가철에 한창 면세 쇼핑을 하는 분들 많으실 텐데, 지금은 그렇지가 못하죠.

휴가철에 해외를 못 가는 대신 '면세품이라도 사자'는 보상심리에다, 지금 팔리는 재고면세품이 정상가의 40~50%까지 할인된 물건이 많다 보니 한때는 판매사이트가 마비될 정도로 잘 팔렸습니다.

업계 1위인 롯데면세점은 지금까지 100억 원이 좀 넘는 금액을 판매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신세계면세점은 최소 50억 원 이상 판매한 것으로 보입니다.

저도 한 재고품 판매 현장을 갔었는데, 아침 6시에 가서 번호표를 받으신 분도 계실 정도로 반응이 좋았습니다.

[앵커]

그런데 왜 이번 재고 판매에서 여성들이 특히 많이 사는 화장품을 포함해서 술, 향수 이런 건 빠졌을까요?

[기자]

네, 한마디로 말씀드려서 이런 제품들은 유통기한이 있기 때문에 들여오기가 쉽지 않습니다.

이런 제품들을 들여오려면 면세점 측이 식품의약품안전처 등에 일일이 검수를 받아야 합니다.

제품만 해도 수백 가지여서 일일이 검수를 받기가 현실적으로 쉽지도 않고, 오는 10월까지만 재고 면세품들을 팔기로 관세청에서 허가를 내줬기 때문에 현금이 급한 면세점으로선 여기서 시간을 낭비할 수 없겠죠.

그러다 보니까 유통기한이 없는 가방이나 신발, 선글라스, 이런 제품들이 판매되고 있는 겁니다.

[앵커]

이렇게 재고를 팔아서 면세점들은 당장 숨통은 트일 것 같은데, 면세점에 또 다른 문제가 있다고요?

[기자]

네, 인천공항에 입점한 면세점 임대료 문제입니다.

지난 6월에 인천공항 측이 다음 달까지 6개월간 면세점이 내야 할 임대료 일부를 깎아줬죠.

문제는 여기서부텁니다.

오는 9월부터는 원래대로 임대료를 내야 하는데요,

신세계면세점의 경우 오는 2023년까지 화면에 보시는 이 액수, 한 달에 월 300억 원을 내야 합니다.

지금 하루에 몇천만 원 팔기도 쉽지 않은데, 매출에 상관없이 저 금액, 반드시 내야 합니다.

신세계 측에서 우리 사정을 좀 봐달라며, 임대료 감면을 추가로 요구하는 일이 벌어집니다.

무엇이냐면 인천공항 측이 경쟁사인 롯데면세점, 신라면세점과 새 계약을 할 예정인데, 이들 면세점엔 신세계가 내듯이 고정 금액을 내지 말고, 얼마 동안만 매출에 연계해서, 그러니까 매출이 많이 나오면 임대료를 많이 내고, 지금처럼 매출이 거의 없으면 임대료를 적게 내는 방식을 제안한 겁니다.

[앵커]

신세계 측에선 반발할 것 같은데요?

[기자]

네, 코로나19로 매출이 급감한 똑같은 환경이고, 또 똑같은 대기업인데도 '다른 계약'이 적용되니까 말입니다.

인천공항 측은 현재 신세계의 요구로 이 문제를 협의하고 있습니다.

[앵커]

그런데 인천공항 말고도 김포공항에서도 이미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고요?

[기자]

네, 김포공항에선 롯데면세점이 임대료 감면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롯데면세점이 지난 2018년 이전에 김포공항 측과 월 27억 원의 고정 임대료를 내기로 계약했는데요,

또 다른 입점사인 신라면세점은 2018년 이후에 매출에 연계해서 임대료를 내기로 한 거죠.

지금 롯데면세점은 문을 닫아 매출이 없어도 월 27억 원을 계속 내고 있습니다.

롯데 측은 지난 4월 초에 정부가 전국 공항의 모든 국제선을 인천공항으로 일원화하면서 김포공항 국제선이 사실상 폐쇄됐으니까 이 기간만이라도 임대료를 감면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호소합니다.

그런데 김포공항 측은 아직까지 이렇다 할 반응이 없어서 사실상 롯데 측의 요구를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재고면세품 팔아서 현금 확보하고, 적자를 메우기 위해서 임대료를 깎으려고 하고, 면세점 업계가 정말 쉽지 않은 상황이네요.

오늘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영상편집:최민경/그래픽:박미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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