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히로시마 원폭 투하…75년 만에 ‘검은 비’ 피폭 인정

입력 2020.07.29 (15:47) 수정 2020.07.29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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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 히로시마(広島) 원자폭탄 투하 직후 방사성 물질이 포함된 이른바 '검은 비'(방사성 낙진비)를 맞은 뒤 건강 이상을 보인 사람들이 75년 만에 처음으로 피폭자로 인정됐습니다.

일본 히로시마 지방법원은 오늘(29일) 오후 원폭 피해 주민 84명이 "히로시마시가 '피폭자 원호법'이 규정한 '피폭자 건강 수첩' 교부 요청을 각하 처분한 것을 취소해 달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습니다.

타카시마 요시유키(高島義行) 재판장은 판결에서 "주민들이 검은 비를 받았다는 진술 내용에 불합리한 점이 없고, 주민들의 진단서 등에서 원폭의 영향과 관련된 병에 걸려 법률에 정하는 피폭자 요건이 인정됐다"고 밝혔습니다.

선고 직후 히로시마 지방법원 앞에서 원고 측 변호사가 '전면승소'라고 쓴 문구를 제시하는 등 원고와 지자자들이 모여 박수와 환호성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원고인단 84명 가운데 한국인 원폭 피해자는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검은 비'는 1945년 8월 6일, 히로시마에 원폭이 투하된 직후에 방사성 물질이나 화재에 의한 그을음 등이 섞여 내린 비를 뜻하며, 당시 조사에서 폭심지에서 남북으로 29km, 동서로 15km 범위에서 내렸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가운데 폭심지에서 남북으로 19km, 동서로 11km의 범위는 많은 비가 내린 '호우 지역'으로 구분됐고, 이에 일본 정부는 1976년 이 지역민들이 국가가 지정한 암 등 11종류의 질병 중 하나라도 발병할 경우 '피폭자 건강 수첩'을 교부해 의료비 등을 지급해 왔습니다.

이번에 소송을 낸 사람들은 이 지역 밖에 있었지만, "암과 같이 방사선 영향을 부정할 수 없는 질병에 걸린 사람이 상당수이고, 이는 '검은 비'에 의한 내부 피폭이 분명하다"고 주장해 왔습니다.

히로시마시 역시 그동안 연구 결과를 토대로 2010년 "'검은 비'가 내린 범위는 기존에 알려진 것의 약 6배에 이른다"며 "지역 전체를 '피폭자 지원법' 적용 대상으로 해 달라"고 요청했으나, 일본 정부는 2012년 "'검은 비'를 맞았다고 해도 건강 피해가 합리적으로 인정될 만큼 피폭됐다고 할 수 있는 구체적인 근거는 없다"며 이를 거부해 왔습니다.

이에 히로시마대와 또 다른 원폭 투자 지역인 나가사키(長崎)대 연구팀은 히로시마 원폭 투하 때 29세였던 여성의 폐 조직을 분석한 결과를 2015년에 내놓기도 했습니다.

연구팀은 1998년 절제해 보존한 폐 조직에서 히로시마 원폭에서 유래한 핵물질 '우라늄 235'를 방출하는 알파선의 흔적을 확인했습니다.

이 여성은 원폭 투하 때 폭심지로부터 4.1㎞ 떨어진 곳에 살아 직접 피폭은 면했지만 '검은 비'를 겪었고, 82세에 폐암과 위암, 84세에 대장암이 발병했고 94세에 숨을 거뒀습니다.

한편 일본 최고재판소(대법원)는 지난해 8월 히로시마에서 피폭한 뒤 한국에 돌아간 한국 국적 남성들을 일본 정부가 '피폭자 지원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한 것은 위법하다며 유족들이 제기한 소송에서 원고들의 청구를 기각한 바 있습니다.

[사진 출처 :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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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7-29 15:47:34
    • 수정2020-07-29 18:31:31
    국제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 히로시마(広島) 원자폭탄 투하 직후 방사성 물질이 포함된 이른바 '검은 비'(방사성 낙진비)를 맞은 뒤 건강 이상을 보인 사람들이 75년 만에 처음으로 피폭자로 인정됐습니다.

일본 히로시마 지방법원은 오늘(29일) 오후 원폭 피해 주민 84명이 "히로시마시가 '피폭자 원호법'이 규정한 '피폭자 건강 수첩' 교부 요청을 각하 처분한 것을 취소해 달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습니다.

타카시마 요시유키(高島義行) 재판장은 판결에서 "주민들이 검은 비를 받았다는 진술 내용에 불합리한 점이 없고, 주민들의 진단서 등에서 원폭의 영향과 관련된 병에 걸려 법률에 정하는 피폭자 요건이 인정됐다"고 밝혔습니다.

선고 직후 히로시마 지방법원 앞에서 원고 측 변호사가 '전면승소'라고 쓴 문구를 제시하는 등 원고와 지자자들이 모여 박수와 환호성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원고인단 84명 가운데 한국인 원폭 피해자는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검은 비'는 1945년 8월 6일, 히로시마에 원폭이 투하된 직후에 방사성 물질이나 화재에 의한 그을음 등이 섞여 내린 비를 뜻하며, 당시 조사에서 폭심지에서 남북으로 29km, 동서로 15km 범위에서 내렸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가운데 폭심지에서 남북으로 19km, 동서로 11km의 범위는 많은 비가 내린 '호우 지역'으로 구분됐고, 이에 일본 정부는 1976년 이 지역민들이 국가가 지정한 암 등 11종류의 질병 중 하나라도 발병할 경우 '피폭자 건강 수첩'을 교부해 의료비 등을 지급해 왔습니다.

이번에 소송을 낸 사람들은 이 지역 밖에 있었지만, "암과 같이 방사선 영향을 부정할 수 없는 질병에 걸린 사람이 상당수이고, 이는 '검은 비'에 의한 내부 피폭이 분명하다"고 주장해 왔습니다.

히로시마시 역시 그동안 연구 결과를 토대로 2010년 "'검은 비'가 내린 범위는 기존에 알려진 것의 약 6배에 이른다"며 "지역 전체를 '피폭자 지원법' 적용 대상으로 해 달라"고 요청했으나, 일본 정부는 2012년 "'검은 비'를 맞았다고 해도 건강 피해가 합리적으로 인정될 만큼 피폭됐다고 할 수 있는 구체적인 근거는 없다"며 이를 거부해 왔습니다.

이에 히로시마대와 또 다른 원폭 투자 지역인 나가사키(長崎)대 연구팀은 히로시마 원폭 투하 때 29세였던 여성의 폐 조직을 분석한 결과를 2015년에 내놓기도 했습니다.

연구팀은 1998년 절제해 보존한 폐 조직에서 히로시마 원폭에서 유래한 핵물질 '우라늄 235'를 방출하는 알파선의 흔적을 확인했습니다.

이 여성은 원폭 투하 때 폭심지로부터 4.1㎞ 떨어진 곳에 살아 직접 피폭은 면했지만 '검은 비'를 겪었고, 82세에 폐암과 위암, 84세에 대장암이 발병했고 94세에 숨을 거뒀습니다.

한편 일본 최고재판소(대법원)는 지난해 8월 히로시마에서 피폭한 뒤 한국에 돌아간 한국 국적 남성들을 일본 정부가 '피폭자 지원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한 것은 위법하다며 유족들이 제기한 소송에서 원고들의 청구를 기각한 바 있습니다.

[사진 출처 :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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