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 당사자 초등생들 서로 때리게 한 교사…법원 “학생에 배상하라”

입력 2020.07.29 (17:55) 수정 2020.07.29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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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폭력 사건의 당사자인 초등학생들에게 서로 보복을 하도록 하고 경위 파악은 소홀히 한 교사에 대해, 법원이 "피해 학생에게 배상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21단독 신헌석 부장판사는 A 군과 그 어머니가 초등학교 교사 H 씨와 경기도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습니다.

재판부는 경기도가 A 군과 그 어머니에게 각각 3백만 원과 백만 원씩 모두 4백만 원을 배상하되, 이 가운데 270만 원을 교사 H 씨가 공동으로 배상하라고 했습니다.

A 군은 경기도의 한 초등학교를 다니던 2016년 4월 같은 반 학생인 B 군의 얼굴을 두 차례 주먹으로 때렸습니다. 과거 B 군이 자신의 가슴을 주먹으로 때리는 등 괴롭혔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그런데 당시 두 학생의 담임교사로서 이 사건을 알게 된 H 씨는, 자세한 경위를 파악하는 대신 A 군과 B 군에게 상대를 때리도록 시켰습니다.

학교폭력 전담기구에서도 A 군과 A 군의 보호자가 사과를 하는 것으로 사건을 마무리했습니다.

이에 불만을 품은 A 군은 학교에 나오지 않았고, 무단 결석을 이유로 같은 해 7월 학적유예 처분을 받았습니다.

A 군의 어머니는 학교폭력 전담기구가 끝난 뒤, 'B 군이 과거 지속적으로 A 군을 괴롭히고 폭행했다'는 취지로 학교에 신고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학교 측은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를 열고 A 군의 폭력을 문제삼았을 뿐, B 군에게는 특별한 조치를 내리지 않았습니다. 당시 위원회 회의에 A 군 측은 나오지 않았고, 결국 위원회는 주로 B 군의 진술에 기초해 결론을 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후 A 군과 A 군의 어머니는 이 일로 정신적인 고통을 겪었다며 소송을 냈고, 법원은 H 씨와 그 사용자인 경기도의 배상 책임을 인정했습니다.

재판부는 H 씨가 두 학생을 서로 때리도록 한 것은 징계나 지도의 목적이었다고 하더라도 법적으로 금지된 "학생의 신체에 고통을 가하는 방법"에 해당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A 군이 학교에 나오지 않는 원인이 B 군의 폭행, 괴롭힘 등 때문이라는 점이 쉽게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교사인 H 씨는 그 경위를 살피거나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도 B 군이 A 군을 괴롭혔는지 여부에 대해 섣부른 결론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학생을 보호·감독할 의무가 있는 H 씨가 징계나 지도에서 재량의 한계를 벗어나 A 군에게 불법행위를 한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아울러 A, B 군의 나이와 H 씨와의 관계, 두 학생이 서로를 때리게 된 원인과 경과, H 씨의 조치 내용, 학교의 부실한 조치로 A 군 측의 손해가 더 커진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고려해 위자료 액수를 정했다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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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학교폭력 당사자 초등생들 서로 때리게 한 교사…법원 “학생에 배상하라”
    • 입력 2020-07-29 17:55:22
    • 수정2020-07-29 18:25:19
    사회
학교폭력 사건의 당사자인 초등학생들에게 서로 보복을 하도록 하고 경위 파악은 소홀히 한 교사에 대해, 법원이 "피해 학생에게 배상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21단독 신헌석 부장판사는 A 군과 그 어머니가 초등학교 교사 H 씨와 경기도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습니다.

재판부는 경기도가 A 군과 그 어머니에게 각각 3백만 원과 백만 원씩 모두 4백만 원을 배상하되, 이 가운데 270만 원을 교사 H 씨가 공동으로 배상하라고 했습니다.

A 군은 경기도의 한 초등학교를 다니던 2016년 4월 같은 반 학생인 B 군의 얼굴을 두 차례 주먹으로 때렸습니다. 과거 B 군이 자신의 가슴을 주먹으로 때리는 등 괴롭혔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그런데 당시 두 학생의 담임교사로서 이 사건을 알게 된 H 씨는, 자세한 경위를 파악하는 대신 A 군과 B 군에게 상대를 때리도록 시켰습니다.

학교폭력 전담기구에서도 A 군과 A 군의 보호자가 사과를 하는 것으로 사건을 마무리했습니다.

이에 불만을 품은 A 군은 학교에 나오지 않았고, 무단 결석을 이유로 같은 해 7월 학적유예 처분을 받았습니다.

A 군의 어머니는 학교폭력 전담기구가 끝난 뒤, 'B 군이 과거 지속적으로 A 군을 괴롭히고 폭행했다'는 취지로 학교에 신고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학교 측은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를 열고 A 군의 폭력을 문제삼았을 뿐, B 군에게는 특별한 조치를 내리지 않았습니다. 당시 위원회 회의에 A 군 측은 나오지 않았고, 결국 위원회는 주로 B 군의 진술에 기초해 결론을 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후 A 군과 A 군의 어머니는 이 일로 정신적인 고통을 겪었다며 소송을 냈고, 법원은 H 씨와 그 사용자인 경기도의 배상 책임을 인정했습니다.

재판부는 H 씨가 두 학생을 서로 때리도록 한 것은 징계나 지도의 목적이었다고 하더라도 법적으로 금지된 "학생의 신체에 고통을 가하는 방법"에 해당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A 군이 학교에 나오지 않는 원인이 B 군의 폭행, 괴롭힘 등 때문이라는 점이 쉽게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교사인 H 씨는 그 경위를 살피거나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도 B 군이 A 군을 괴롭혔는지 여부에 대해 섣부른 결론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학생을 보호·감독할 의무가 있는 H 씨가 징계나 지도에서 재량의 한계를 벗어나 A 군에게 불법행위를 한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아울러 A, B 군의 나이와 H 씨와의 관계, 두 학생이 서로를 때리게 된 원인과 경과, H 씨의 조치 내용, 학교의 부실한 조치로 A 군 측의 손해가 더 커진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고려해 위자료 액수를 정했다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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