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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언어 기획]① “안심쉘터가 뭐죠?”…무너지는 공공언어
입력 2020.07.29 (20:05) 수정 2020.07.29 (20:15) 뉴스7(부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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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정책에 대한 국민의 이해도를 높이고 또, 누구나 정보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정부 기관은 쉬운 우리말로 정책을 알려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하지만 공공기관이 오히려 앞장서서 정체불명의 언어를 사용한 지 오랩니다.

KBS는 우리나라 대표 공영방송으로, 또, 한국어시험 주관기관으로서 무너지는 공공언어의 실태를 면밀하게 진단하고 이를 바로잡기 위한 기획 보도를 준비했습니다.

그 첫 번째로, 지금의 공공언어가 과연 어느 정도로 변질됐는지, 이이슬 기자가 짚어봤습니다.

[리포트]

"부산 곳곳에 방치된 빈집을 새롭게 단장하겠다."

최근 부산시가 야심 차게 발표한 사업입니다.

사업명은 '라이트 업'.

빈집을 개조해 마을작업장이나 카페, 도서관을 만들겠다는 건데, 선뜻 이해되지 않는 단어들이 눈에 띕니다.

DIY, 메이커스페이스, 케어센터, 안심쉘터.

도대체 어떤 곳을 의미하는 걸까.

[정동현/부산시 도시재생경제팀장 : "(안심쉘터는) 가정폭력을 받은 주부들, 어린이들이 임시적으로 옮겨서 생활하는 그런 공간이 되겠습니다. 케어센터는 나이 드신 분들 이런 분들에 대해 가끔 돌봄 사업을 할 수 있는 그런 사업이 되겠습니다."]

정책용어를 한글과 영어를 단순히 조합하거나 아예 외국어로 만들어 낸 겁니다.

정작 정책의 혜택을 받아야 할 시민들에게는 와 닿지 않습니다.

[유숙/사회복지시설 소장 : "뭘 케어를 하겠다는 건지, 우리의 좋은 단어 '돌봄'이라는 단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비슷한 듯한 서비스가 예쁘게 포장이 돼서 마치 다른 서비스인 것처럼 비치는 것은 공공에서도 그렇고 민간에서도 좀 반성을 하고…."]

'e-fact 플랫폼 구축 사업'이라는 부산시의 또 다른 신규 사업입니다.

그냥 들어선 뭘 말하는지, 짐작이 힘듭니다.

아파트 관리비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사업.

사실이라는 뜻의 영어 'fact'에 효과를 의미하는 영어 단어 'effect'를 합쳐 만들었습니다.

'메이커 인스트럭터 양성 사업'.

사업명보다 설명이 더 어려운, 웃지 못할 일도 있습니다.

[황경숙/부산 부산진구 : "얼핏 보거나 들으면 굉장히 뭔가 있어 보이고 신박하게 들리기는 한데 저게 무슨 내용이지, 하고 이렇게 생각을 해 보면 전혀 이해가 안 되는 거죠."]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육 현장에도 국적불명의 언어는 넘쳐납니다.

'위프로젝트 공모전', '프랙탈 교실', '블랜디드 러닝'과 '플립 러닝'.

영어교육 전공자들조차 이해하기 어려운 단어가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전달될 리 없습니다.

[윤현주/학부모 : "예를 들어 '섬머스쿨'이라고 하면 우리나라 말이 '여름학기'라는 게 있는데, 그런 좋은 말로 아이들과 엄마가 잘 알아들을 수 있도록 해 주시면 좋은데 굳이 그렇게 어려운 말로 해야 될까, 라는 생각을 해 본 적도 있습니다."]

시민들의 정책 이해도를 높여 알 권리를 보장해줘야 할 공공기관이 생산하는 언어가 오히려 정보가 필요한 계층을 소외시키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KBS 뉴스 이이슬입니다.

촬영기자:이한범/그래픽:최유리/자료조사:박주형
  • [공공언어 기획]① “안심쉘터가 뭐죠?”…무너지는 공공언어
    • 입력 2020-07-29 20:05:40
    • 수정2020-07-29 20:15:00
    뉴스7(부산)
[앵커]

정책에 대한 국민의 이해도를 높이고 또, 누구나 정보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정부 기관은 쉬운 우리말로 정책을 알려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하지만 공공기관이 오히려 앞장서서 정체불명의 언어를 사용한 지 오랩니다.

KBS는 우리나라 대표 공영방송으로, 또, 한국어시험 주관기관으로서 무너지는 공공언어의 실태를 면밀하게 진단하고 이를 바로잡기 위한 기획 보도를 준비했습니다.

그 첫 번째로, 지금의 공공언어가 과연 어느 정도로 변질됐는지, 이이슬 기자가 짚어봤습니다.

[리포트]

"부산 곳곳에 방치된 빈집을 새롭게 단장하겠다."

최근 부산시가 야심 차게 발표한 사업입니다.

사업명은 '라이트 업'.

빈집을 개조해 마을작업장이나 카페, 도서관을 만들겠다는 건데, 선뜻 이해되지 않는 단어들이 눈에 띕니다.

DIY, 메이커스페이스, 케어센터, 안심쉘터.

도대체 어떤 곳을 의미하는 걸까.

[정동현/부산시 도시재생경제팀장 : "(안심쉘터는) 가정폭력을 받은 주부들, 어린이들이 임시적으로 옮겨서 생활하는 그런 공간이 되겠습니다. 케어센터는 나이 드신 분들 이런 분들에 대해 가끔 돌봄 사업을 할 수 있는 그런 사업이 되겠습니다."]

정책용어를 한글과 영어를 단순히 조합하거나 아예 외국어로 만들어 낸 겁니다.

정작 정책의 혜택을 받아야 할 시민들에게는 와 닿지 않습니다.

[유숙/사회복지시설 소장 : "뭘 케어를 하겠다는 건지, 우리의 좋은 단어 '돌봄'이라는 단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비슷한 듯한 서비스가 예쁘게 포장이 돼서 마치 다른 서비스인 것처럼 비치는 것은 공공에서도 그렇고 민간에서도 좀 반성을 하고…."]

'e-fact 플랫폼 구축 사업'이라는 부산시의 또 다른 신규 사업입니다.

그냥 들어선 뭘 말하는지, 짐작이 힘듭니다.

아파트 관리비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사업.

사실이라는 뜻의 영어 'fact'에 효과를 의미하는 영어 단어 'effect'를 합쳐 만들었습니다.

'메이커 인스트럭터 양성 사업'.

사업명보다 설명이 더 어려운, 웃지 못할 일도 있습니다.

[황경숙/부산 부산진구 : "얼핏 보거나 들으면 굉장히 뭔가 있어 보이고 신박하게 들리기는 한데 저게 무슨 내용이지, 하고 이렇게 생각을 해 보면 전혀 이해가 안 되는 거죠."]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육 현장에도 국적불명의 언어는 넘쳐납니다.

'위프로젝트 공모전', '프랙탈 교실', '블랜디드 러닝'과 '플립 러닝'.

영어교육 전공자들조차 이해하기 어려운 단어가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전달될 리 없습니다.

[윤현주/학부모 : "예를 들어 '섬머스쿨'이라고 하면 우리나라 말이 '여름학기'라는 게 있는데, 그런 좋은 말로 아이들과 엄마가 잘 알아들을 수 있도록 해 주시면 좋은데 굳이 그렇게 어려운 말로 해야 될까, 라는 생각을 해 본 적도 있습니다."]

시민들의 정책 이해도를 높여 알 권리를 보장해줘야 할 공공기관이 생산하는 언어가 오히려 정보가 필요한 계층을 소외시키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KBS 뉴스 이이슬입니다.

촬영기자:이한범/그래픽:최유리/자료조사:박주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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