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륙붕 ‘제7광구’, 그 후 [시사기획 창]

입력 2020.08.07 (07:03) 수정 2020.08.07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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넉달 전 <시사기획 창> '제7광구, 한일 마지막 승부'라는 프로그램이 방영됐습니다. 그 뒤 어찌 됐는지 알려달라는 시청자들의 요청이 지금까지 계속 들어오고 있는데요. 뉴스가 좀 있습니다.


지난 2월 말, 우리 정부가 "더이상 허송세월하며 기다릴 수 없으니 한국은 7광구를 개발하러 들어갈 거다, 일본 정부는 어찌할지 응답하라" 이렇게 통보해놓고 기다리는 중이었거든요. 1978년 한일이 맺은 조약에 따르면 양국이 모두 동의할 경우에만 7광구 개발이 가능하게 돼 있기에 한국이 하고 싶다고 해서 혼자 개발에 들어갈 수는 없는 상황입니다.


그런데 최근 일본 정부의 통보가 왔습니다. 일본 정부가 '한.일 공동위원회'를 개최해 한국 정부가 왜 지금 7광구 개발을 들고 나왔는지 일단 설명을 들어보자고 답해왔다는 겁니다.


한일 공동위원회는 7광구 개발이 한창 의욕적으로 진행되던 1980년대 말까지는 매년 정기적으로 열렸다가 최근엔 거의 유명무실해진 상태였는데, 이걸 다시 열자고 답해온 겁니다. 당연히 우리 외교부와 산자부는 양국 외교와 경제부처 국장급들로 구성된 위원회를 어서 열자고 답했고요.


그런데 일본이 당장은 곤란하다고 했답니다. 코로나19 때문인데요. 일본 정부가 코로나 사태로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이라 7광구에 신경을 쓸 여력이 없고, 무엇보다 현실적으로 현재 한국인은 일본에 입국금지 상태이기 때문에 한국 위원단 대표들이 입국하기가 곤란하다는 이유였습니다.


코로나19 아니었으면 어쩔뻔 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핑계같이 들리긴 했으나 그래도 코로나19가 중대한 사태인 것은 맞기 때문에 우리 정부가 다시 제안을 했다고 합니다.


"그럼 화상회의로 일단 위원회를 열자, 양국 대표단이 오고갈 필요도 없고 우리가 왜 지금 7광구 탐사를 시작하겠다는 건지 화상회의로도 충분한 설명이 가능하다" 이렇게 말이죠.


일본 정부의 답은 "한일간 이렇게 중요한 문제를 화상회의로 논의할 수는 없다. 정부 부처 국장급 관리들이 직접 얼굴 마주보고 대면회의 하는 게 원칙이다. 그러니 기다려 달라"라는 답신이 왔다고 합니다. 시간을 끌겠다는 거죠.


그래서 정부가 다시 제안을 했다고 합니다. "그럼 우리 위원회 대표단이 일본 공항에 비행기 타고 가서 입국 게이트를 통과하지는 않겠다, 대신 공항에 회의실 하나 마련해주면 거기서 양국 대표단이 위원회를 열면 되지 않겠느냐"라고 말입니다.


일본 정부의 답은 "뭐 그리 급하냐, 외교적 형식과 절차는 지켜달라. 코로나 사태가 종식되면 한일 위원회를 개최하겠다"라는 것이었습니다.


코로나19 사태가 언제 종식될지도 요원한데, 내년이 되면 도쿄올림픽 때문에 바쁘니 올림픽을 치르고 나서 논의하자고 핑계대는 것은 혹시 아닐지 모르겠습니다. 현재 이런 상태에 머물고 있습니다.

1978년 맺은 한.일 공동개발 조약1978년 맺은 한.일 공동개발 조약

방송 이후 가장 많은 시청자 댓글이 "약속을 어긴 건 일본이니 그냥 한국이 단독으로 들어가 탐사하고 개발하자"는 내용이었는데 사실 감정적으로는 동의합니다.


그러나 어쩌면 일본이 가장 기다리는 시나리오가 바로 이런 상황일 수 있습니다. '양국이 공동으로 개발해야 한다는 조약을 한국이 먼저 깼다'라는 명분을 제공할 수 있거든요.


우리 정부는 다 계획이 있다고 합니다.
그동안 외교부와 산자부, 한국석유공사와 학자들이 모여 13차례 회의를 했고 일본이 시간을 계속 질질 끌 경우에 대비해 여러가지 대응책을 마련했다고 하는데요.


국민들 입장에선 무척 궁금하겠지만 그렇다고 우리의 전략을 미리 다 공개할 수는 없는 것이고, 또 상대가 있는 외교 문제이다보니 말해줄 수 없는 걸 양해해달라고 전해왔습니다.


그래도 혹시 모르는 거잖아요. 한국이 사실 불리한 싸움이다보니 아무 계획도 없으면서 있다고 말하는 건지도요?


정 그렇다면 이거 한 가지만 말해줄 테니 믿어달라고 하더군요. 그간 일본 정부가 공동개발에 나서지 않는 명분으로 내세운 게 '일본 내에서는 7광구를 개발해보겠다고 나서는 개발사업자가 나서지 않는다'는 거였거든요.


한국은 이번에 석유공사가 사업자로 나섰지만 일본 회사들은 7광구가 경제성이 없기 때문에 괜히 돈만 버리고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고 봐서 일본 내에선 어느 회사도 손 들고 나서지 않는다는 거죠. 그러니 일본 정부 입장에서도 기업들이 경제성 없어서 안 하겠다는데 등 떠밀어서 하라고 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니냐?라는 거죠.


그래서 이 경우를 대비한 전략으로 일본의 개발사업자로 한국 기업이 들어가는 방법을 세워놓았다고 합니다. 석유공사가 자회사를 내세워도 되고, 해외유전 개발사업을 많이 하는 포스코나 SK가 나설 수도 있는 것이고요. 법적으로 문제는 없다고 합니다.


예전 1970년대 우리가 기술과 자본이 없을 때 7광구 한국측 개발 사업자로 '엑손'이나 '칼텍스' 같은 미국과 유럽 석유회사들이 들어왔거든요. 그러니 일본측 개발 사업자로 외국 기업인 한국 기업이 참여하는 것도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지만, 현실적으로 가능할까 하는 의문은 남습니다. 그렇지만 이 정도로 한국 정부가 계획을 구체적으로 다 세워놓고 있는 중이니 좀더 믿고 기다려달라고 당국은 말하고 있습니다.


또 한가지, 이번에 일본 정부가 한국 정부의 통보에 반응을 보인 것은 아마도 한국 정부가 7광구 문제를 국제 법정으로 끌고갈 가능성이 클 것 같으니 그에 대한 대비용일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입니다.


한국 정부는 계속 개발을 하자고 했는데 일본이 뭉갰다고 하면 일본이 국제재판에서 불리해지니 일본도 응하긴 했다, 이런 제스처의 일종이란 거죠.


50년 기한인 '한일 공동개발 조약'이 만료되는 시점은 2028년 6월 22일입니다. 이제 8년도 채 안 남은데다 한국에 유리할 것도 별로 없는 상황입니다. 승산이 그다지 높지 않은 이 싸움에 우리 정부가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국민들의 관심과 응원이 그래서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시사기획 창> '제7광구, 한일 마지막 승부'편은 아래 주소에서 다시 보실 수 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FX6P85jxbl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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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륙붕 ‘제7광구’, 그 후 [시사기획 창]
    • 입력 2020-08-07 07:03:29
    • 수정2020-08-07 14:01:18
    취재K
넉달 전 <시사기획 창> '제7광구, 한일 마지막 승부'라는 프로그램이 방영됐습니다. 그 뒤 어찌 됐는지 알려달라는 시청자들의 요청이 지금까지 계속 들어오고 있는데요. 뉴스가 좀 있습니다.


지난 2월 말, 우리 정부가 "더이상 허송세월하며 기다릴 수 없으니 한국은 7광구를 개발하러 들어갈 거다, 일본 정부는 어찌할지 응답하라" 이렇게 통보해놓고 기다리는 중이었거든요. 1978년 한일이 맺은 조약에 따르면 양국이 모두 동의할 경우에만 7광구 개발이 가능하게 돼 있기에 한국이 하고 싶다고 해서 혼자 개발에 들어갈 수는 없는 상황입니다.


그런데 최근 일본 정부의 통보가 왔습니다. 일본 정부가 '한.일 공동위원회'를 개최해 한국 정부가 왜 지금 7광구 개발을 들고 나왔는지 일단 설명을 들어보자고 답해왔다는 겁니다.


한일 공동위원회는 7광구 개발이 한창 의욕적으로 진행되던 1980년대 말까지는 매년 정기적으로 열렸다가 최근엔 거의 유명무실해진 상태였는데, 이걸 다시 열자고 답해온 겁니다. 당연히 우리 외교부와 산자부는 양국 외교와 경제부처 국장급들로 구성된 위원회를 어서 열자고 답했고요.


그런데 일본이 당장은 곤란하다고 했답니다. 코로나19 때문인데요. 일본 정부가 코로나 사태로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이라 7광구에 신경을 쓸 여력이 없고, 무엇보다 현실적으로 현재 한국인은 일본에 입국금지 상태이기 때문에 한국 위원단 대표들이 입국하기가 곤란하다는 이유였습니다.


코로나19 아니었으면 어쩔뻔 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핑계같이 들리긴 했으나 그래도 코로나19가 중대한 사태인 것은 맞기 때문에 우리 정부가 다시 제안을 했다고 합니다.


"그럼 화상회의로 일단 위원회를 열자, 양국 대표단이 오고갈 필요도 없고 우리가 왜 지금 7광구 탐사를 시작하겠다는 건지 화상회의로도 충분한 설명이 가능하다" 이렇게 말이죠.


일본 정부의 답은 "한일간 이렇게 중요한 문제를 화상회의로 논의할 수는 없다. 정부 부처 국장급 관리들이 직접 얼굴 마주보고 대면회의 하는 게 원칙이다. 그러니 기다려 달라"라는 답신이 왔다고 합니다. 시간을 끌겠다는 거죠.


그래서 정부가 다시 제안을 했다고 합니다. "그럼 우리 위원회 대표단이 일본 공항에 비행기 타고 가서 입국 게이트를 통과하지는 않겠다, 대신 공항에 회의실 하나 마련해주면 거기서 양국 대표단이 위원회를 열면 되지 않겠느냐"라고 말입니다.


일본 정부의 답은 "뭐 그리 급하냐, 외교적 형식과 절차는 지켜달라. 코로나 사태가 종식되면 한일 위원회를 개최하겠다"라는 것이었습니다.


코로나19 사태가 언제 종식될지도 요원한데, 내년이 되면 도쿄올림픽 때문에 바쁘니 올림픽을 치르고 나서 논의하자고 핑계대는 것은 혹시 아닐지 모르겠습니다. 현재 이런 상태에 머물고 있습니다.

1978년 맺은 한.일 공동개발 조약
방송 이후 가장 많은 시청자 댓글이 "약속을 어긴 건 일본이니 그냥 한국이 단독으로 들어가 탐사하고 개발하자"는 내용이었는데 사실 감정적으로는 동의합니다.


그러나 어쩌면 일본이 가장 기다리는 시나리오가 바로 이런 상황일 수 있습니다. '양국이 공동으로 개발해야 한다는 조약을 한국이 먼저 깼다'라는 명분을 제공할 수 있거든요.


우리 정부는 다 계획이 있다고 합니다.
그동안 외교부와 산자부, 한국석유공사와 학자들이 모여 13차례 회의를 했고 일본이 시간을 계속 질질 끌 경우에 대비해 여러가지 대응책을 마련했다고 하는데요.


국민들 입장에선 무척 궁금하겠지만 그렇다고 우리의 전략을 미리 다 공개할 수는 없는 것이고, 또 상대가 있는 외교 문제이다보니 말해줄 수 없는 걸 양해해달라고 전해왔습니다.


그래도 혹시 모르는 거잖아요. 한국이 사실 불리한 싸움이다보니 아무 계획도 없으면서 있다고 말하는 건지도요?


정 그렇다면 이거 한 가지만 말해줄 테니 믿어달라고 하더군요. 그간 일본 정부가 공동개발에 나서지 않는 명분으로 내세운 게 '일본 내에서는 7광구를 개발해보겠다고 나서는 개발사업자가 나서지 않는다'는 거였거든요.


한국은 이번에 석유공사가 사업자로 나섰지만 일본 회사들은 7광구가 경제성이 없기 때문에 괜히 돈만 버리고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고 봐서 일본 내에선 어느 회사도 손 들고 나서지 않는다는 거죠. 그러니 일본 정부 입장에서도 기업들이 경제성 없어서 안 하겠다는데 등 떠밀어서 하라고 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니냐?라는 거죠.


그래서 이 경우를 대비한 전략으로 일본의 개발사업자로 한국 기업이 들어가는 방법을 세워놓았다고 합니다. 석유공사가 자회사를 내세워도 되고, 해외유전 개발사업을 많이 하는 포스코나 SK가 나설 수도 있는 것이고요. 법적으로 문제는 없다고 합니다.


예전 1970년대 우리가 기술과 자본이 없을 때 7광구 한국측 개발 사업자로 '엑손'이나 '칼텍스' 같은 미국과 유럽 석유회사들이 들어왔거든요. 그러니 일본측 개발 사업자로 외국 기업인 한국 기업이 참여하는 것도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지만, 현실적으로 가능할까 하는 의문은 남습니다. 그렇지만 이 정도로 한국 정부가 계획을 구체적으로 다 세워놓고 있는 중이니 좀더 믿고 기다려달라고 당국은 말하고 있습니다.


또 한가지, 이번에 일본 정부가 한국 정부의 통보에 반응을 보인 것은 아마도 한국 정부가 7광구 문제를 국제 법정으로 끌고갈 가능성이 클 것 같으니 그에 대한 대비용일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입니다.


한국 정부는 계속 개발을 하자고 했는데 일본이 뭉갰다고 하면 일본이 국제재판에서 불리해지니 일본도 응하긴 했다, 이런 제스처의 일종이란 거죠.


50년 기한인 '한일 공동개발 조약'이 만료되는 시점은 2028년 6월 22일입니다. 이제 8년도 채 안 남은데다 한국에 유리할 것도 별로 없는 상황입니다. 승산이 그다지 높지 않은 이 싸움에 우리 정부가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국민들의 관심과 응원이 그래서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시사기획 창> '제7광구, 한일 마지막 승부'편은 아래 주소에서 다시 보실 수 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FX6P85jxbl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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