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체크K] 중국서 ‘신종 진드기병’이 발생했다고?

입력 2020.08.07 (10:49)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중국에서 진드기병을 유발하는 신종 부니아바이러스에 60여 명이 감염되고 7명이 숨졌다."
"중국이 코로나19에 이어 진드기병 공포에 떨고 있다."

최근 국내 언론이 중국 매체를 인용해 보도한 기사의 주요 내용입니다. 관련 기사는 소셜미디어와 인터넷 카페·블로그 등에 널리 공유됐고 수천 개의 댓글이 달리는 등 큰 주목을 끌었습니다. "또 중국이냐?"라는 반응이 줄을 이었는데요. 일부 누리꾼들은 "정말 신종 바이러스가 맞느냐?"라는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습니다. 해당 댓글에는 또 다른 누리꾼들이 대댓글을 통해 "괜히 중국 편들지 말라"라거나 "신종 감염병이 맞다"라는 갑론을박을 벌이기도 했는데요.

이름도 생소한 '부니아바이러스'는 뭐고, 국내에 '살인 진드기'병으로 알려진 기존의 진드기 매개 감염병과의 연관성은 없는지 살펴봤습니다.

■ 부니아바이러스는 `신종'이 아니다

부니아바이러스의 실체는 2011년 중국 과학자들에 의해 처음으로 밝혀졌습니다.

2009년부터 중국 내 여러 지역에서 진드기에 물린 사람들이 고열과 소화기 증상, 혈소판·백혈구 감소, 다발성 장기부전 등의 증상을 호소하며 목숨까지 잃는 원인불명의 질환이 집단적으로 발생하자 중국 연구진이 2년간의 역학조사를 통해 병원체가 부니아바이러스과에 속하는 SFTS(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 바이러스라는 사실을 알아낸 겁니다. 그러니까 진드기병을 일으키는 건 명확히 말하자면 SFTS 바이러스인 거죠.

기사에서 언급된 부니아바이러스는 훨씬 더 큰 범주의 바이러스군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부이나바이러스과에 속하는 바이러스는 SFTS 말고도 여러 가지가 있는데요. 그 종류에 따라 모기나 진드기, 모래파리, 설치류를 통해 사람에게 전염돼 바이러스성 출혈열(다량의 출혈과 고열을 동반하는 질환)을 일으킵니다.

중국과 한국 매체 기사에서 병원체가 `신종' 부니아바이러스로 언급됐지만, 이는 일종의 고유명사처럼 쓰인 것일 뿐 실제로 `최근에 새롭게 등장했다'는 의미는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대다수 중국 언론이 바이러스의 정체가 밝혀진 2011년 이후 지금까지도 "신종 부니아바이러스"라는 표현을 쓰고 있고 그 기사를 받아쓴 국내 기사도 마찬가지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반면 최근에 새로운 형태의 부니아바이러스가 발견됐다는 공식적인 정보는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중국 질병예방통제센터나 WHO, 미국 CDC에도 관련 정보는 없었고, 전 세계 전염병 발생에 대한 최신 정보 공유 시스템인 ProMED-mail에도 2011년 3월 중국 과학자들이 올린 정보를 끝으로 새로운 형태의 부니아바이러스가 등장했다는 소식은 없습니다.

프로메드에 올라온 신종 부니아바이러스 출현 정보 화면.프로메드에 올라온 신종 부니아바이러스 출현 정보 화면.

이런 이유로 일부 매체들은 중국 내 진드기병을 유발한 것이 신종 바이러스가 아닌 일반적인 SFTS라는 점을 강조해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 국내에서 발생하는 SFTS 바이러스와는 뭐가 다를까?

중국과 한국의 SFTS 바이러스가 서로 다른 게 아닙니다. 그리고 아직까지 중국이나 국내 SFTS 바이러스가 변이했다거나 새로운 형태가 등장했다고 보고된 바는 없습니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지금까지 파악한 바에 따르면 신종 감염병은 아니고 기존의 SFTS 발병 상황으로 보인다."며 "추가로 보고되는 내용이 있는지 계속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지난 5월 경북과 충남에서 올해 처음으로 SFTS로 인한 사망자 두 명이 잇달아 발생함에 따라 예방수칙을 준수해줄 것을 당부했는데요. 특별히 공포심을 느낄 필요는 없지만, 그렇다고 방심해서도 안 된다고 합니다. 이유가 뭘까요?

■ "지금은 SFTS 유행 시기"...치료제도 백신도 없어

2013년 국내에서도 첫 SFTS 감염자가 나오면서 이후 꾸준히 환자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사망자도 증가하는 추세여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국내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SFTS) 환자발생 수(위) / 사망자 수(아래) 국내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SFTS) 환자발생 수(위) / 사망자 수(아래)

SFTS는 주로 한국, 중국, 일본에서 발생하는데 우리나라의 경우 야외활동이 많아지는 4월~11월에 집중됩니다.

사람은 주로 SFTS 바이러스에 감염된 진드기에 물려서 감염됩니다. 작은소피참진드기가 대표적인 매개체로 꼽히죠. 다행히 바이러스에 감염된 진드기는 전체의 약 0.5% 미만인 것으로 파악돼 진드기에 물렸다고 해서 모두가 SFTS에 감염되는 건 아닙니다.

작은소피참진드기(좌로부터 암컷, 수컷, 약충, 유충)작은소피참진드기(좌로부터 암컷, 수컷, 약충, 유충)

하지만 감염된 진드기에 물리면 1~2주의 잠복기를 거쳐 38도 이상의 고열과 구토, 설사, 식욕부진 등의 증상이 나타납니다. 심하면 다발성장기부전이나 사망에 이르기도 하는데 치사율이 10~30%에 달합니다.

사람 간 전파 가능성도 있습니다. 환자의 체액과 혈액에 밀접 노출되면 2차 감염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때문에 SFTS 환자의 혈액에 직접 노출되는 의료진의 경우 감염 예방 원칙을 준수하도록 하고 있죠. 다만 일반인 사이에선 사람 간 전파 가능성이 매우 낮고, 코로나19처럼 호흡기를 통해 전파되는 병도 아니기 때문에 환자를 격리 치료하지는 않습니다. SFTS가 의심된다면 바로 가까운 의료기관을 방문해 진찰을 받아야 합니다.

문제는 아직 치료제도, 백신도 없다는 겁니다. 그래서 예방이 최선인데요. 익히 많이 알려진 방법이죠? 그래도 이 시기에는 보건당국이 강조하는 예방책을 염두에 두고 꼭 실천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예방수칙은 아래와 같습니다.



◆ 진실을 향한 더 깊은 시선 [팩트체크K 보러 가기]
◆ 영상으로 한번에 팩트체크 [체크살 보러 가기]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이슈체크K] 중국서 ‘신종 진드기병’이 발생했다고?
    • 입력 2020-08-07 10:49:29
    팩트체크K
"중국에서 진드기병을 유발하는 신종 부니아바이러스에 60여 명이 감염되고 7명이 숨졌다."
"중국이 코로나19에 이어 진드기병 공포에 떨고 있다."

최근 국내 언론이 중국 매체를 인용해 보도한 기사의 주요 내용입니다. 관련 기사는 소셜미디어와 인터넷 카페·블로그 등에 널리 공유됐고 수천 개의 댓글이 달리는 등 큰 주목을 끌었습니다. "또 중국이냐?"라는 반응이 줄을 이었는데요. 일부 누리꾼들은 "정말 신종 바이러스가 맞느냐?"라는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습니다. 해당 댓글에는 또 다른 누리꾼들이 대댓글을 통해 "괜히 중국 편들지 말라"라거나 "신종 감염병이 맞다"라는 갑론을박을 벌이기도 했는데요.

이름도 생소한 '부니아바이러스'는 뭐고, 국내에 '살인 진드기'병으로 알려진 기존의 진드기 매개 감염병과의 연관성은 없는지 살펴봤습니다.

■ 부니아바이러스는 `신종'이 아니다

부니아바이러스의 실체는 2011년 중국 과학자들에 의해 처음으로 밝혀졌습니다.

2009년부터 중국 내 여러 지역에서 진드기에 물린 사람들이 고열과 소화기 증상, 혈소판·백혈구 감소, 다발성 장기부전 등의 증상을 호소하며 목숨까지 잃는 원인불명의 질환이 집단적으로 발생하자 중국 연구진이 2년간의 역학조사를 통해 병원체가 부니아바이러스과에 속하는 SFTS(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 바이러스라는 사실을 알아낸 겁니다. 그러니까 진드기병을 일으키는 건 명확히 말하자면 SFTS 바이러스인 거죠.

기사에서 언급된 부니아바이러스는 훨씬 더 큰 범주의 바이러스군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부이나바이러스과에 속하는 바이러스는 SFTS 말고도 여러 가지가 있는데요. 그 종류에 따라 모기나 진드기, 모래파리, 설치류를 통해 사람에게 전염돼 바이러스성 출혈열(다량의 출혈과 고열을 동반하는 질환)을 일으킵니다.

중국과 한국 매체 기사에서 병원체가 `신종' 부니아바이러스로 언급됐지만, 이는 일종의 고유명사처럼 쓰인 것일 뿐 실제로 `최근에 새롭게 등장했다'는 의미는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대다수 중국 언론이 바이러스의 정체가 밝혀진 2011년 이후 지금까지도 "신종 부니아바이러스"라는 표현을 쓰고 있고 그 기사를 받아쓴 국내 기사도 마찬가지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반면 최근에 새로운 형태의 부니아바이러스가 발견됐다는 공식적인 정보는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중국 질병예방통제센터나 WHO, 미국 CDC에도 관련 정보는 없었고, 전 세계 전염병 발생에 대한 최신 정보 공유 시스템인 ProMED-mail에도 2011년 3월 중국 과학자들이 올린 정보를 끝으로 새로운 형태의 부니아바이러스가 등장했다는 소식은 없습니다.

프로메드에 올라온 신종 부니아바이러스 출현 정보 화면.
이런 이유로 일부 매체들은 중국 내 진드기병을 유발한 것이 신종 바이러스가 아닌 일반적인 SFTS라는 점을 강조해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 국내에서 발생하는 SFTS 바이러스와는 뭐가 다를까?

중국과 한국의 SFTS 바이러스가 서로 다른 게 아닙니다. 그리고 아직까지 중국이나 국내 SFTS 바이러스가 변이했다거나 새로운 형태가 등장했다고 보고된 바는 없습니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지금까지 파악한 바에 따르면 신종 감염병은 아니고 기존의 SFTS 발병 상황으로 보인다."며 "추가로 보고되는 내용이 있는지 계속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지난 5월 경북과 충남에서 올해 처음으로 SFTS로 인한 사망자 두 명이 잇달아 발생함에 따라 예방수칙을 준수해줄 것을 당부했는데요. 특별히 공포심을 느낄 필요는 없지만, 그렇다고 방심해서도 안 된다고 합니다. 이유가 뭘까요?

■ "지금은 SFTS 유행 시기"...치료제도 백신도 없어

2013년 국내에서도 첫 SFTS 감염자가 나오면서 이후 꾸준히 환자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사망자도 증가하는 추세여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국내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SFTS) 환자발생 수(위) / 사망자 수(아래)
SFTS는 주로 한국, 중국, 일본에서 발생하는데 우리나라의 경우 야외활동이 많아지는 4월~11월에 집중됩니다.

사람은 주로 SFTS 바이러스에 감염된 진드기에 물려서 감염됩니다. 작은소피참진드기가 대표적인 매개체로 꼽히죠. 다행히 바이러스에 감염된 진드기는 전체의 약 0.5% 미만인 것으로 파악돼 진드기에 물렸다고 해서 모두가 SFTS에 감염되는 건 아닙니다.

작은소피참진드기(좌로부터 암컷, 수컷, 약충, 유충)
하지만 감염된 진드기에 물리면 1~2주의 잠복기를 거쳐 38도 이상의 고열과 구토, 설사, 식욕부진 등의 증상이 나타납니다. 심하면 다발성장기부전이나 사망에 이르기도 하는데 치사율이 10~30%에 달합니다.

사람 간 전파 가능성도 있습니다. 환자의 체액과 혈액에 밀접 노출되면 2차 감염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때문에 SFTS 환자의 혈액에 직접 노출되는 의료진의 경우 감염 예방 원칙을 준수하도록 하고 있죠. 다만 일반인 사이에선 사람 간 전파 가능성이 매우 낮고, 코로나19처럼 호흡기를 통해 전파되는 병도 아니기 때문에 환자를 격리 치료하지는 않습니다. SFTS가 의심된다면 바로 가까운 의료기관을 방문해 진찰을 받아야 합니다.

문제는 아직 치료제도, 백신도 없다는 겁니다. 그래서 예방이 최선인데요. 익히 많이 알려진 방법이죠? 그래도 이 시기에는 보건당국이 강조하는 예방책을 염두에 두고 꼭 실천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예방수칙은 아래와 같습니다.



◆ 진실을 향한 더 깊은 시선 [팩트체크K 보러 가기]
◆ 영상으로 한번에 팩트체크 [체크살 보러 가기]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