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후] ‘전류가 흐르는데’…새벽에만 전봇대에 올라간 ‘대범한 남성’

입력 2020.08.07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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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23일 새벽 제주시 애월읍 신엄리의 한 전봇대 앞.

손전등과 헤드랜턴, 절단기, 추락방지용 벨트를 몸에 착용한 A(57)씨가 모습을 드러냈다. 얼핏 봐서는 전선 수리 등을 담당하는 직원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이후 A 씨는 주변을 살핀 후 자신의 목적을 위해 전류가 흐르는 전봇대에 올라간다. 그는 미리 준비한 절단기를 이용, 전봇대와 전봇대 사이를 잇는 구리동선 약 300m를 잘라 바닥에 떨어뜨렸다. 전봇대에서 내려온 A 씨는 미리 준비한 차량에 구리동선을 싣고 황급히 이곳을 떠났다. 당시 A 씨가 훔친 구리동선은 한국전력공사의 소유로 약 90kg이었다.

한 달이 조금 지난 12월 28일 오전 2시쯤 제주시 애월읍 봉성리의 한 전봇대에 나타난 A 씨는 같은 방법으로 구리동선 90kg을 훔치는 등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1월까지 모두 6차례에 걸쳐 540kg(kg당=6,000원), 약 324만 원 상당의 구리동선을 훔쳤다.

애월읍 일대 전봇대 구리동선이 잘려 없어졌다는 신고를 받은 경찰은 인근 CCTV 분석과 탐문수사 끝에 A 씨를 붙잡았다. 수사기관 조사 결과 A 씨는 해당 구리동선을 고물상에 팔아 생계를 유지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A 씨는 특가법상 절도 혐의로 기소됐다. 공소사실에 따르면 A 씨는 2009년과 2013년, 2014년, 2016년에도 절도 등의 혐의로 실형 등을 선고받았다.

제주지법 형사1단독 최석문 부장판사는 오늘(7일) A 씨에게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했다.

최 부장판사는 판결문에서 “피고인은 누범기간 중에 있음에도 자숙하지 아니한 채 이 사건 범행을 저질렀고, 피해자인 한전으로부터 용서받지 못하고 있다”고 판시했다.

다만 “피고인이 잘못을 인정하고 뉘우치고 있는 점, 이 사건 범행은 생계형 범죄로 보이는 점 등을 참작해 이같이 형을 정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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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건후] ‘전류가 흐르는데’…새벽에만 전봇대에 올라간 ‘대범한 남성’
    • 입력 2020-08-07 15:10:10
    취재후·사건후
지난해 11월 23일 새벽 제주시 애월읍 신엄리의 한 전봇대 앞.

손전등과 헤드랜턴, 절단기, 추락방지용 벨트를 몸에 착용한 A(57)씨가 모습을 드러냈다. 얼핏 봐서는 전선 수리 등을 담당하는 직원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이후 A 씨는 주변을 살핀 후 자신의 목적을 위해 전류가 흐르는 전봇대에 올라간다. 그는 미리 준비한 절단기를 이용, 전봇대와 전봇대 사이를 잇는 구리동선 약 300m를 잘라 바닥에 떨어뜨렸다. 전봇대에서 내려온 A 씨는 미리 준비한 차량에 구리동선을 싣고 황급히 이곳을 떠났다. 당시 A 씨가 훔친 구리동선은 한국전력공사의 소유로 약 90kg이었다.

한 달이 조금 지난 12월 28일 오전 2시쯤 제주시 애월읍 봉성리의 한 전봇대에 나타난 A 씨는 같은 방법으로 구리동선 90kg을 훔치는 등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1월까지 모두 6차례에 걸쳐 540kg(kg당=6,000원), 약 324만 원 상당의 구리동선을 훔쳤다.

애월읍 일대 전봇대 구리동선이 잘려 없어졌다는 신고를 받은 경찰은 인근 CCTV 분석과 탐문수사 끝에 A 씨를 붙잡았다. 수사기관 조사 결과 A 씨는 해당 구리동선을 고물상에 팔아 생계를 유지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A 씨는 특가법상 절도 혐의로 기소됐다. 공소사실에 따르면 A 씨는 2009년과 2013년, 2014년, 2016년에도 절도 등의 혐의로 실형 등을 선고받았다.

제주지법 형사1단독 최석문 부장판사는 오늘(7일) A 씨에게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했다.

최 부장판사는 판결문에서 “피고인은 누범기간 중에 있음에도 자숙하지 아니한 채 이 사건 범행을 저질렀고, 피해자인 한전으로부터 용서받지 못하고 있다”고 판시했다.

다만 “피고인이 잘못을 인정하고 뉘우치고 있는 점, 이 사건 범행은 생계형 범죄로 보이는 점 등을 참작해 이같이 형을 정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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