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공소장에 ‘한동훈이 하지 않은 말’ 넣었다?…실제 들어보니

입력 2020.08.12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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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 진행 국면마다 새로운 논란이 불거지고 있는 이른바 '검언유착 의혹' 사건. 이번엔 이동재 전 채널A 기자의 공소장 내용이 또 다른 논란의 불씨로 떠올랐습니다.

문제가 된 것은 공소장에 적시된 한동훈 검사장의 '한 마디'였습니다.

■ 공소장 속 한동훈 검사장 한 마디..'그거는 나 같아도 그렇게 해'

공소장에 따르면 지난 2월 13일 부산고검을 찾은 이 전 기자는 한 검사장에게 '수사는 수사대로 하되 A(후배 기자)를 시켜 유시민을 찾고 있다. 이철의 와이프를 찾아다니고 있다'는 취지의 말을 합니다. 이어 옆에 있던 A기자가 '시민 수사를 위해서 취재하고 있다'고 거들자 한 검사장이 '문제의 발언'을 합니다.

바로 '그거는 나 같아도 그렇게 해, 그거는 해볼 만하지'는 말입니다.

그런데 이 가운데 '그거는 나 같아도 그렇게 해'라는 발언, 이 전 기자 측 변호인이 공개한 녹취록 전문에는 없는 부분입니다.

지난달 이 전 기자 측은 언론 보도가 왜곡·편향됐다면서 전체 녹취록을 편집 없이 그대로 공개한다며 '부산고검 녹취록 전문'과 녹취파일을 공개했습니다.

아래는 부산고검 녹취록에 나온 해당 대화 부분입니다.

이동재 : 성공률이 낮긴 하지만 그때도 말씀드렸다시피 신라젠 수사는 수사대로 따라가되 너는 유시민만 좀 찾아라.
후배 기자 : 시민 수사를 위해서 (겹쳐서 잘 안 들림)
이동재 : 이철 아파트 찾아다니고 그러는데.
한동훈 : 그건 해볼 만하지. 어차피 유시민도 지가 불었잖아. 나올 것 같으니까. 먼저 지가 불기 시작하잖아



녹취록에서는 한 검사장이 '그건 해볼 만하지'라고 말했을 뿐 공소장에 나온 '그거는 나 같아도 그렇게 해'라고 한 부분은 없습니다.

■ '그거는 나 같아도 그렇게 해'.. 있다 vs 없다

공소장 공개 뒤 조선일보, 머니투데이 등 일부 언론은 수사팀이 녹취록에 없는 한 검사장의 발언까지 공소장에 넣었다며 수사팀을 비판하는 보도를 냈습니다. 수사팀이 이 전 기자와 한 검사장의 공모 관계를 무리하게 끌고 가려고 '악마의 편집'을 하고 '무리수'를 뒀다는 겁니다.

하지만 서울중앙지검은 이 같은 보도들이 '오보'라고 반박했습니다. 중앙지검 측은 "이동재 전 기자 공소장에 한동훈 검사장이 하지 않은 발언은 포함되어 있지 않으며, 이와 다른 오늘 자 일부 보도는 사실과 다름을 알려드립니다."라고 밝혔습니다.

이 전 기자 측이 공개한 녹취록과 달리, 한 검사장이 당시 '그거는 나 같아도 그렇게 해'라는 말을 분명히 했다는 취지입니다.

앞서 부산고검 녹취록이 공개된 지난달 21일, 사건을 수사하는 중앙지검 형사1부는 해당 녹취록에 대해 "(일부) 언급이 누락되는 등 그 표현과 맥락이 정확하게 녹취되지 않은 부분이 있다"는 입장을 밝힌 사실을 다시 한 번 상기시키기도 했습니다.

■ 다른 사람 목소리에 겹쳐진 한 검사장 육성…공소장에 나온 발언과 일치하나?

검찰 수사팀은 줄곧 이 전 기자가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VIK) 대표에게서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비리를 캐내려고 협박성 취재를 했고, 이 과정에 한 검사장이 공모한 혐의가 있다고 의심해왔습니다.

반면 이 전 기자와 한 검사장 측은 공모 혐의를 철저하게 부정합니다. 한 검사장 측 변호인은 "애초 한 검사장은 공모한 사실 자체가 없다"며 "이 사건을 '검언유착'이라고 왜곡해 부르는 것을 자제해 주기를 요청한다"고 말했습니다.

결국, 이 전 기자의 공소장에는 한 검사장과의 '공모관계'는 적시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수사팀은 두 사람 사이의 공모 정황이 있다고 보고 혐의 입증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습니다.

수사팀이 한 검사장이 '그거는 나 같아도 그렇게 해'라고 말한 사실을 굳이 공소장에 포함시킨 이유도 한 검사장이 이 전 기자의 취재에 관심을 보이고 나아가 독려했다고 의심할 만한 정황 근거를 좀 더 보강하기 위해서였을 것으로 보입니다.

반대로, 일부 언론은 '수사팀이 한 검사장이 하지도 않은 말을 일부러 지어내, 허위 사실로 공모 정황을 부풀렸다'라는 입장입니다.

KBS 취재진은 부산고검 녹취를 다시 들어봤습니다. 그 결과 이 전 기자 측이 배포한 녹취록에는 나오지 않은 한 검사장의 발언이 있다는 걸 확인했습니다.

해당 발언은 A기자의 '시민 수사를 위해서'라는 말과 이 전 기자의 '이철 아파트 찾아다니고 그러는데'라는 말 사이에 등장합니다. 녹취록상 (겹쳐서 잘 안 들림)이라고 표현된 부분입니다. 실제로 들어봐도 여러 사람의 말이 겹쳐 발언 내용이 100% 명확하게 들리지는 않습니다.

공소장 내용대로 한 검사장이 '그거는 나 같아도 그렇게 해'라는 말을 했는지 아닌지, 직접 들어보시고 판단해 보시죠.


길어야 2초 남짓한 한 마디를 둘러싸고 '있다', '없다' 치열한 공방전이 펼쳐지는 상황, 첨예할 대로 첨예해진 검언 유착 의혹 사건 수사의 한 단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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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검찰이 공소장에 ‘한동훈이 하지 않은 말’ 넣었다?…실제 들어보니
    • 입력 2020-08-12 07:00:12
    취재K
사건 진행 국면마다 새로운 논란이 불거지고 있는 이른바 '검언유착 의혹' 사건. 이번엔 이동재 전 채널A 기자의 공소장 내용이 또 다른 논란의 불씨로 떠올랐습니다.

문제가 된 것은 공소장에 적시된 한동훈 검사장의 '한 마디'였습니다.

■ 공소장 속 한동훈 검사장 한 마디..'그거는 나 같아도 그렇게 해'

공소장에 따르면 지난 2월 13일 부산고검을 찾은 이 전 기자는 한 검사장에게 '수사는 수사대로 하되 A(후배 기자)를 시켜 유시민을 찾고 있다. 이철의 와이프를 찾아다니고 있다'는 취지의 말을 합니다. 이어 옆에 있던 A기자가 '시민 수사를 위해서 취재하고 있다'고 거들자 한 검사장이 '문제의 발언'을 합니다.

바로 '그거는 나 같아도 그렇게 해, 그거는 해볼 만하지'는 말입니다.

그런데 이 가운데 '그거는 나 같아도 그렇게 해'라는 발언, 이 전 기자 측 변호인이 공개한 녹취록 전문에는 없는 부분입니다.

지난달 이 전 기자 측은 언론 보도가 왜곡·편향됐다면서 전체 녹취록을 편집 없이 그대로 공개한다며 '부산고검 녹취록 전문'과 녹취파일을 공개했습니다.

아래는 부산고검 녹취록에 나온 해당 대화 부분입니다.

이동재 : 성공률이 낮긴 하지만 그때도 말씀드렸다시피 신라젠 수사는 수사대로 따라가되 너는 유시민만 좀 찾아라.
후배 기자 : 시민 수사를 위해서 (겹쳐서 잘 안 들림)
이동재 : 이철 아파트 찾아다니고 그러는데.
한동훈 : 그건 해볼 만하지. 어차피 유시민도 지가 불었잖아. 나올 것 같으니까. 먼저 지가 불기 시작하잖아



녹취록에서는 한 검사장이 '그건 해볼 만하지'라고 말했을 뿐 공소장에 나온 '그거는 나 같아도 그렇게 해'라고 한 부분은 없습니다.

■ '그거는 나 같아도 그렇게 해'.. 있다 vs 없다

공소장 공개 뒤 조선일보, 머니투데이 등 일부 언론은 수사팀이 녹취록에 없는 한 검사장의 발언까지 공소장에 넣었다며 수사팀을 비판하는 보도를 냈습니다. 수사팀이 이 전 기자와 한 검사장의 공모 관계를 무리하게 끌고 가려고 '악마의 편집'을 하고 '무리수'를 뒀다는 겁니다.

하지만 서울중앙지검은 이 같은 보도들이 '오보'라고 반박했습니다. 중앙지검 측은 "이동재 전 기자 공소장에 한동훈 검사장이 하지 않은 발언은 포함되어 있지 않으며, 이와 다른 오늘 자 일부 보도는 사실과 다름을 알려드립니다."라고 밝혔습니다.

이 전 기자 측이 공개한 녹취록과 달리, 한 검사장이 당시 '그거는 나 같아도 그렇게 해'라는 말을 분명히 했다는 취지입니다.

앞서 부산고검 녹취록이 공개된 지난달 21일, 사건을 수사하는 중앙지검 형사1부는 해당 녹취록에 대해 "(일부) 언급이 누락되는 등 그 표현과 맥락이 정확하게 녹취되지 않은 부분이 있다"는 입장을 밝힌 사실을 다시 한 번 상기시키기도 했습니다.

■ 다른 사람 목소리에 겹쳐진 한 검사장 육성…공소장에 나온 발언과 일치하나?

검찰 수사팀은 줄곧 이 전 기자가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VIK) 대표에게서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비리를 캐내려고 협박성 취재를 했고, 이 과정에 한 검사장이 공모한 혐의가 있다고 의심해왔습니다.

반면 이 전 기자와 한 검사장 측은 공모 혐의를 철저하게 부정합니다. 한 검사장 측 변호인은 "애초 한 검사장은 공모한 사실 자체가 없다"며 "이 사건을 '검언유착'이라고 왜곡해 부르는 것을 자제해 주기를 요청한다"고 말했습니다.

결국, 이 전 기자의 공소장에는 한 검사장과의 '공모관계'는 적시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수사팀은 두 사람 사이의 공모 정황이 있다고 보고 혐의 입증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습니다.

수사팀이 한 검사장이 '그거는 나 같아도 그렇게 해'라고 말한 사실을 굳이 공소장에 포함시킨 이유도 한 검사장이 이 전 기자의 취재에 관심을 보이고 나아가 독려했다고 의심할 만한 정황 근거를 좀 더 보강하기 위해서였을 것으로 보입니다.

반대로, 일부 언론은 '수사팀이 한 검사장이 하지도 않은 말을 일부러 지어내, 허위 사실로 공모 정황을 부풀렸다'라는 입장입니다.

KBS 취재진은 부산고검 녹취를 다시 들어봤습니다. 그 결과 이 전 기자 측이 배포한 녹취록에는 나오지 않은 한 검사장의 발언이 있다는 걸 확인했습니다.

해당 발언은 A기자의 '시민 수사를 위해서'라는 말과 이 전 기자의 '이철 아파트 찾아다니고 그러는데'라는 말 사이에 등장합니다. 녹취록상 (겹쳐서 잘 안 들림)이라고 표현된 부분입니다. 실제로 들어봐도 여러 사람의 말이 겹쳐 발언 내용이 100% 명확하게 들리지는 않습니다.

공소장 내용대로 한 검사장이 '그거는 나 같아도 그렇게 해'라는 말을 했는지 아닌지, 직접 들어보시고 판단해 보시죠.


길어야 2초 남짓한 한 마디를 둘러싸고 '있다', '없다' 치열한 공방전이 펼쳐지는 상황, 첨예할 대로 첨예해진 검언 유착 의혹 사건 수사의 한 단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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