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시험’ 혐의 숙명여고 쌍둥이, 1심서 집행유예…“공교육 신뢰 무너져”

입력 2020.08.12 (10:49) 수정 2020.08.12 (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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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숙명여고 교무부장이던 아버지에게 정기고사 답안을 미리 받아 시험에 응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쌍둥이 자매가 1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습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2단독 송승훈 부장판사는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된 현 모 양 등 쌍둥이 자매에 대해 오늘(12일) 각각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습니다. 또 사회봉사 240시간을 명령했습니다.

재판부는 지난 3월 대법원에서 징역 3년형을 확정받은 쌍둥이 자매의 아버지 사건에서 인정된 증거와 사실 판단을 그대로 받아들이며, 쌍둥이에 대한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했습니다.

당시 대법원은 쌍둥이 아버지 현 씨가 각 정기고사 과목의 답안 일부 또는 전부를 딸들에게 유출하고 그 딸들이 그와 같이 입수한 답안지를 참고해 정기고사에 응시했다고 판단했습니다.

간접 증거로는 쌍둥이 자매의 숙명여고 내신 성적이 이례적으로 급상승했고 전국 단위 모의고사 성적이나 학원 시험 성적과 큰 차이가 있었던 점, 자매가 시험지에 이른바 '깨알 정답'을 적어두거나 포스트잇 등에 정답을 적어둔 점, 시험에서 모두 여섯 차례 '정정 전 정답'을 적어낸 점 등이 인정됐습니다.

재판부는 "자매와 변호인들이 편 주장들은 논리와 경험칙에 비춰볼 때 합리성이 있는 의문이라기보다는 관념적이거나 추상적인 가능성에 불과하다"며 "아버지 현 씨에 대해 이미 유죄가 확정된 형사 판결의 사실 판단을 이 사건에서 채용하기 어려운 특별한 사정을 발견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어 재판부는 "자매의 범행은 대학 입시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시험으로 사회적 관심이 높고 어느 시험보다도 투명하게 치러져야 할 내부 정기고사 처리와 관련해, 일련 기간 동안 5회에 걸쳐 위계로써 숙명여고 학업 성적관리 업무를 방해한 것"이라고 꼬집었습니다.

그러면서 "숙명여고 학생들 간 공정한 경쟁 기회를 박탈하고 학교 시험 업무가 방해된 것은 물론, 공교육에 대한 다수 국민의 신뢰를 무너뜨린 결과를 초래한 사안으로 매우 중대하고 죄질이 상당히 좋지 않다"며 "그런데도 쌍둥이는 이 법정에서 잘못을 뉘우치지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

다만 재판부는 "자매는 범행 당시 만15세, 16세의 미성년자였고 현재도 소년법상 소년으로 인격이 형성돼가는 과정에 있다"며 "자매 모두 아무런 범죄전력이 없는 초범이며 이 사건으로 숙명여고에서 퇴학처분을 당했고, 아버지 현 씨가 관련 형사사건에서 3년의 무거운 징역형이 확정돼 현재 복역 중인 점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선고가 끝난 뒤 쌍둥이 자매의 변호인은 기자들을 만나 "합리적 의심이 없도록 하는 증명 기준을 적용하지 않고 (아버지 사건) 대법원 확정판결 뒤에 숨어서 도피성으로 판결한 부분은 상당히 유감"이라며 자매의 의사에 따라 항소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숙명여고 학생이었던 쌍둥이 자매는 2017년 1학년 2학기 중간고사부터 이듬해 2학년 1학기 기말고사까지 모두 4차례의 숙명여고 교내 정기고사에서, 당시 학교 교무부장이었던 아버지가 반출한 전 과목 시험의 정답을 받아 시험에 응시하는 등 학교 성적 평가 업무를 방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이에 앞서 2017년 1학년 1학기 기말고사에서는 체육 과목의 필기시험 답안을 미리 아버지에게 전달받아 부정하게 시험을 본 혐의도 받습니다.

앞서 검사는 지난달 열린 결심공판에서 쌍둥이 자매에게 각각 장기 3년과 단기 2년의 징역형을 구형했습니다. 만 19세 미만 미성년자에게는 소년법에 따라 장기와 단기로 나눠 형기의 상·하한을 둔 부정기형을 선고할 수 있습니다.

검사는 아버지에 대해 징역 3년의 유죄 판결이 확정된 이후에도 쌍둥이 자매가 끝까지 범행을 부인하고 아무런 반성의 기미도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에 대해 쌍둥이 자매는 실력으로 성적이 오른 것일 뿐 아버지가 가져온 답안을 보고 시험을 치르지 않았다며, 재판 내내 혐의를 전면 부인해왔습니다.

자매의 변호인은 "이 사건에는 직접 증거가 하나도 없이 간접 증거만 있다"라며 "관련 사건(아버지 사건)에서 유죄가 확정됐다는 사정 때문에 선입관을 갖지 말고 원점에서 면밀히 살펴달라"라고 재판부에 요청했습니다.

쌍둥이 자매 언니도 "융통성이 없는 제가 융통성이 차고 넘치는 것도 모자라서 범죄를 저질렀다는 건 제 삶을 부정하는 것"이라며 "검사님께서 말씀하시는 정의가 무엇인지 저는 도저히 알 수가 없다"라고 억울함을 호소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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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8-12 10:49:02
    • 수정2020-08-12 12:13:10
    사회
서울 숙명여고 교무부장이던 아버지에게 정기고사 답안을 미리 받아 시험에 응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쌍둥이 자매가 1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습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2단독 송승훈 부장판사는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된 현 모 양 등 쌍둥이 자매에 대해 오늘(12일) 각각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습니다. 또 사회봉사 240시간을 명령했습니다.

재판부는 지난 3월 대법원에서 징역 3년형을 확정받은 쌍둥이 자매의 아버지 사건에서 인정된 증거와 사실 판단을 그대로 받아들이며, 쌍둥이에 대한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했습니다.

당시 대법원은 쌍둥이 아버지 현 씨가 각 정기고사 과목의 답안 일부 또는 전부를 딸들에게 유출하고 그 딸들이 그와 같이 입수한 답안지를 참고해 정기고사에 응시했다고 판단했습니다.

간접 증거로는 쌍둥이 자매의 숙명여고 내신 성적이 이례적으로 급상승했고 전국 단위 모의고사 성적이나 학원 시험 성적과 큰 차이가 있었던 점, 자매가 시험지에 이른바 '깨알 정답'을 적어두거나 포스트잇 등에 정답을 적어둔 점, 시험에서 모두 여섯 차례 '정정 전 정답'을 적어낸 점 등이 인정됐습니다.

재판부는 "자매와 변호인들이 편 주장들은 논리와 경험칙에 비춰볼 때 합리성이 있는 의문이라기보다는 관념적이거나 추상적인 가능성에 불과하다"며 "아버지 현 씨에 대해 이미 유죄가 확정된 형사 판결의 사실 판단을 이 사건에서 채용하기 어려운 특별한 사정을 발견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어 재판부는 "자매의 범행은 대학 입시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시험으로 사회적 관심이 높고 어느 시험보다도 투명하게 치러져야 할 내부 정기고사 처리와 관련해, 일련 기간 동안 5회에 걸쳐 위계로써 숙명여고 학업 성적관리 업무를 방해한 것"이라고 꼬집었습니다.

그러면서 "숙명여고 학생들 간 공정한 경쟁 기회를 박탈하고 학교 시험 업무가 방해된 것은 물론, 공교육에 대한 다수 국민의 신뢰를 무너뜨린 결과를 초래한 사안으로 매우 중대하고 죄질이 상당히 좋지 않다"며 "그런데도 쌍둥이는 이 법정에서 잘못을 뉘우치지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

다만 재판부는 "자매는 범행 당시 만15세, 16세의 미성년자였고 현재도 소년법상 소년으로 인격이 형성돼가는 과정에 있다"며 "자매 모두 아무런 범죄전력이 없는 초범이며 이 사건으로 숙명여고에서 퇴학처분을 당했고, 아버지 현 씨가 관련 형사사건에서 3년의 무거운 징역형이 확정돼 현재 복역 중인 점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선고가 끝난 뒤 쌍둥이 자매의 변호인은 기자들을 만나 "합리적 의심이 없도록 하는 증명 기준을 적용하지 않고 (아버지 사건) 대법원 확정판결 뒤에 숨어서 도피성으로 판결한 부분은 상당히 유감"이라며 자매의 의사에 따라 항소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숙명여고 학생이었던 쌍둥이 자매는 2017년 1학년 2학기 중간고사부터 이듬해 2학년 1학기 기말고사까지 모두 4차례의 숙명여고 교내 정기고사에서, 당시 학교 교무부장이었던 아버지가 반출한 전 과목 시험의 정답을 받아 시험에 응시하는 등 학교 성적 평가 업무를 방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이에 앞서 2017년 1학년 1학기 기말고사에서는 체육 과목의 필기시험 답안을 미리 아버지에게 전달받아 부정하게 시험을 본 혐의도 받습니다.

앞서 검사는 지난달 열린 결심공판에서 쌍둥이 자매에게 각각 장기 3년과 단기 2년의 징역형을 구형했습니다. 만 19세 미만 미성년자에게는 소년법에 따라 장기와 단기로 나눠 형기의 상·하한을 둔 부정기형을 선고할 수 있습니다.

검사는 아버지에 대해 징역 3년의 유죄 판결이 확정된 이후에도 쌍둥이 자매가 끝까지 범행을 부인하고 아무런 반성의 기미도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에 대해 쌍둥이 자매는 실력으로 성적이 오른 것일 뿐 아버지가 가져온 답안을 보고 시험을 치르지 않았다며, 재판 내내 혐의를 전면 부인해왔습니다.

자매의 변호인은 "이 사건에는 직접 증거가 하나도 없이 간접 증거만 있다"라며 "관련 사건(아버지 사건)에서 유죄가 확정됐다는 사정 때문에 선입관을 갖지 말고 원점에서 면밀히 살펴달라"라고 재판부에 요청했습니다.

쌍둥이 자매 언니도 "융통성이 없는 제가 융통성이 차고 넘치는 것도 모자라서 범죄를 저질렀다는 건 제 삶을 부정하는 것"이라며 "검사님께서 말씀하시는 정의가 무엇인지 저는 도저히 알 수가 없다"라고 억울함을 호소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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