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 대한 집착? 러시아 백신 발표에 세계가 갸우뚱

입력 2020.08.12 (11:07) 수정 2020.08.12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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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 '처음' 많이들 집착하는 영역입니다. 그 자체로 돋보이고 가치가 크기 때문입니다.

인류 발전의 원동력이 이 처음에 대한 집착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우주 개발이나 발명, 발견에 있어서 처음이라는 타이틀을 따내기 위해 수많은 땀과 노력을 기울여왔습니다.

그러나 의약품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습니다. 수많은 약이 제대로 된 검증 없이 출시됐다가, 부작용이 이후에 알려진 뒤 시장에서 사라졌습니다.

코로나19의 팬데믹(세계 유행)에 모두가 마음이 급하지만, 인간의 생명을 담보로 하는 백신과 치료제는 '안전성' 건너뛴 '처음'은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푸틴 "러시아, 세계 최초로 코로나19 백신 등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현지시각 11일 원격 내각회의를 주재하는 자리에서 "오늘 아침 세계에서 처음으로 코로나19 백신이 등록됐다. 그것은 상당히 효율적으로 기능하며 지속적인 면역을 형성한다"고 밝혔습니다.

본인의 두 딸 중 1명도 이 백신의 임상 시험에 참여해 접종을 받았다고 자신감을 드러냈습니다.

푸틴은 "등록된 백신의 양산이 조만간 시작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원하는 사람 모두가 접종을 받을 수 있을 만큼을 생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백신은 지난 1957년 옛 소련이 인류 최초로 쏘아 올린 인공위성의 이름을 따 '스푸트니크 V'(Sputnik V)로 명명됐습니다.

로이터통신은 백신 명칭에 대해 "냉전 시대 우주 경쟁에서 소련이 성공했다고 비유한 것과 비슷한 움직임"이라며 "일부 과학자는 러시아가 안전보다 국가적 위신을 우선에 두고 있다고 우려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러시아 백신 어떻게 만들어졌나?

러시아 보건부 산하 가말레야 센터는 러시아 국부 펀드인 '직접투자펀드'(RDIF)의 투자를 받아 러시아 국방부 산하 제48 중앙과학연구소와 공동으로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했습니다.

1차 임상 시험은 지난달 중순 끝났고, 2차 임상 시험은 상세한 내용이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3차 임상 시험은 곧 시작될 예정입니다.

미하일 무라슈코 보건부 장관은 백신 생산은 가말레야 센터와 현지 제약사 '빈노파름'이 맡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키릴 드미트리예프 RDIF 대표는 "외국 파트너들과 함께 세계 5개국에서 연 5억 회 분량 이상의 백신을 생산할 준비가 됐으며, 20개국으로부터 10억 회 이상 분량의 사전 구매 신청서를 접수했다."라고 소개했습니다.


3차 임상 시험도 안 한 러시아 백신, 세계가 갸우뚱

3차 임상 시험은 통상 수천~수만 명을 상대로 몇 달간 진행됩니다.

백신의 효과와 부작용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작업입니다.

3차 임상 결과가 없고, 2차 임상 시험 내용도 공개되지 않은 상황에 세계는 우려하고 있습니다.

앨릭스 에이자 미국 보건복지부 장관은 A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백신에 있어 중요한 것은 최초(여부)가 아니다"라며 "중요한 것은 미국인과 전 세계인에 안전하고 효과적인 백신을 확보하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독일 보건부 대변인은 현지 시각 매체 RND에 "러시아 백신의 품질과 효능, 안전성에 대해 알려진 자료가 없다"면서 "환자 안전이 최우선"이라고 밝혔습니다.

미국 CNN 방송의 산제이 굽타 의학 담당 기자도 "당연히 나는 (러시아 백신을) 맞지 않을 것이다. 나는 이 백신에 대해 아는 게 없다. (확보된) 자료가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타릭 야사레비치 세계보건기구(WHO) 대변인은 "백신에 대한 WHO의 사전 자격 인정 가능성에 대해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하면서 "절차를 가속하는 것이 곧 안전성과 타협하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나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은 TV연설에서 "러시아를 믿는다"며 "백신이 도착하면 내가 첫 시험 대상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면서 푸틴 대통령의 코로나19 백신 무상 공급 제안을 수용했다고 로이터통신이 12일 전했습니다.


■ 러시아의 '8월 서프라이즈'…미국의 "10월 서프라이즈는 없다"

프랜시스 콜린스 미 국립보건원(NIH) 원장이 현지시각 11일 CNN 방송에 출연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일(11월 3일) 전 준비가 덜 된 코로나19 백신을 승인하라고 미 식품의약청(FDA)에 압력을 넣을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 정치적 동기에 의해 코로나19 백신이 승인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이런 일이 일어나도록 허용돼선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이른바 '10월 서프라이즈"는 없다고 못 박은 것으로, 콜린스 원장의 발언은 러시아가 세계 최초로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해 등록했다고 발표한 가운데 나왔습니다.

현재 코로나19 백신 3상 임상 시험을 하고 있는 곳은 다음과 같습니다


백신 개발에 성공하더라도 그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합니다.

앤서니 파우치 NIAID 소장은 최근 미 브라운대 세미나에서 "아직 코로나19 백신의 효능이 어느 정도일지 알 수 없다"면서 "50%가 될지 60%가 될지 알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파스칼 소리오 아스트라제네카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30일 CNBC 인터뷰에서 "면역은 12개월에서 18개월가량 지속할 수 있다"며 "매년 백신 접종이 필요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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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8-12 11:07:01
    • 수정2020-08-12 11:07:15
    취재K
'최초' '처음' 많이들 집착하는 영역입니다. 그 자체로 돋보이고 가치가 크기 때문입니다.

인류 발전의 원동력이 이 처음에 대한 집착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우주 개발이나 발명, 발견에 있어서 처음이라는 타이틀을 따내기 위해 수많은 땀과 노력을 기울여왔습니다.

그러나 의약품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습니다. 수많은 약이 제대로 된 검증 없이 출시됐다가, 부작용이 이후에 알려진 뒤 시장에서 사라졌습니다.

코로나19의 팬데믹(세계 유행)에 모두가 마음이 급하지만, 인간의 생명을 담보로 하는 백신과 치료제는 '안전성' 건너뛴 '처음'은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푸틴 "러시아, 세계 최초로 코로나19 백신 등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현지시각 11일 원격 내각회의를 주재하는 자리에서 "오늘 아침 세계에서 처음으로 코로나19 백신이 등록됐다. 그것은 상당히 효율적으로 기능하며 지속적인 면역을 형성한다"고 밝혔습니다.

본인의 두 딸 중 1명도 이 백신의 임상 시험에 참여해 접종을 받았다고 자신감을 드러냈습니다.

푸틴은 "등록된 백신의 양산이 조만간 시작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원하는 사람 모두가 접종을 받을 수 있을 만큼을 생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백신은 지난 1957년 옛 소련이 인류 최초로 쏘아 올린 인공위성의 이름을 따 '스푸트니크 V'(Sputnik V)로 명명됐습니다.

로이터통신은 백신 명칭에 대해 "냉전 시대 우주 경쟁에서 소련이 성공했다고 비유한 것과 비슷한 움직임"이라며 "일부 과학자는 러시아가 안전보다 국가적 위신을 우선에 두고 있다고 우려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러시아 백신 어떻게 만들어졌나?

러시아 보건부 산하 가말레야 센터는 러시아 국부 펀드인 '직접투자펀드'(RDIF)의 투자를 받아 러시아 국방부 산하 제48 중앙과학연구소와 공동으로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했습니다.

1차 임상 시험은 지난달 중순 끝났고, 2차 임상 시험은 상세한 내용이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3차 임상 시험은 곧 시작될 예정입니다.

미하일 무라슈코 보건부 장관은 백신 생산은 가말레야 센터와 현지 제약사 '빈노파름'이 맡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키릴 드미트리예프 RDIF 대표는 "외국 파트너들과 함께 세계 5개국에서 연 5억 회 분량 이상의 백신을 생산할 준비가 됐으며, 20개국으로부터 10억 회 이상 분량의 사전 구매 신청서를 접수했다."라고 소개했습니다.


3차 임상 시험도 안 한 러시아 백신, 세계가 갸우뚱

3차 임상 시험은 통상 수천~수만 명을 상대로 몇 달간 진행됩니다.

백신의 효과와 부작용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작업입니다.

3차 임상 결과가 없고, 2차 임상 시험 내용도 공개되지 않은 상황에 세계는 우려하고 있습니다.

앨릭스 에이자 미국 보건복지부 장관은 A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백신에 있어 중요한 것은 최초(여부)가 아니다"라며 "중요한 것은 미국인과 전 세계인에 안전하고 효과적인 백신을 확보하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독일 보건부 대변인은 현지 시각 매체 RND에 "러시아 백신의 품질과 효능, 안전성에 대해 알려진 자료가 없다"면서 "환자 안전이 최우선"이라고 밝혔습니다.

미국 CNN 방송의 산제이 굽타 의학 담당 기자도 "당연히 나는 (러시아 백신을) 맞지 않을 것이다. 나는 이 백신에 대해 아는 게 없다. (확보된) 자료가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타릭 야사레비치 세계보건기구(WHO) 대변인은 "백신에 대한 WHO의 사전 자격 인정 가능성에 대해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하면서 "절차를 가속하는 것이 곧 안전성과 타협하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나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은 TV연설에서 "러시아를 믿는다"며 "백신이 도착하면 내가 첫 시험 대상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면서 푸틴 대통령의 코로나19 백신 무상 공급 제안을 수용했다고 로이터통신이 12일 전했습니다.


■ 러시아의 '8월 서프라이즈'…미국의 "10월 서프라이즈는 없다"

프랜시스 콜린스 미 국립보건원(NIH) 원장이 현지시각 11일 CNN 방송에 출연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일(11월 3일) 전 준비가 덜 된 코로나19 백신을 승인하라고 미 식품의약청(FDA)에 압력을 넣을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 정치적 동기에 의해 코로나19 백신이 승인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이런 일이 일어나도록 허용돼선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이른바 '10월 서프라이즈"는 없다고 못 박은 것으로, 콜린스 원장의 발언은 러시아가 세계 최초로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해 등록했다고 발표한 가운데 나왔습니다.

현재 코로나19 백신 3상 임상 시험을 하고 있는 곳은 다음과 같습니다


백신 개발에 성공하더라도 그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합니다.

앤서니 파우치 NIAID 소장은 최근 미 브라운대 세미나에서 "아직 코로나19 백신의 효능이 어느 정도일지 알 수 없다"면서 "50%가 될지 60%가 될지 알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파스칼 소리오 아스트라제네카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30일 CNBC 인터뷰에서 "면역은 12개월에서 18개월가량 지속할 수 있다"며 "매년 백신 접종이 필요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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