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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 13억 부은 낚시터 5년째 방치…개발로 얼룩진 우도
입력 2020.08.15 (09:07) 취재K
세금 13억 원이 투입된 제주 우도 오봉리 낚시터가 물고기 한 번 키워보지 못하고 5년째 방치되고 있다. 2018년 경관 훼손 논란이 일었던 집라인 체험장도 흉물로 전락하는 등 우도 곳곳이 개발 생채기로 얼룩지고 있다.

쓰레기 둥둥…5년째 방치 우도 오봉리 낚시터

우도 오봉리 낚시터는 2013년 정부의 섬 가꾸기 사업에 선정돼 조성됐다. 세금 13억 원이 투입돼 2015년 말 완공됐지만 5년째 방치되고 있다.

바닷물이 오가는 수문에는 파래와 쓰레기가 잔뜩 끼어 물흐름을 방해하고 있었고, 무더운 날씨에 곳곳에서 악취가 진동했다. 파래 사이로 가끔 치어만 보일 뿐, 낚시터 이름에 걸맞은 어종은 찾아볼 수 없었다.

우도 오봉리 낚시터우도 오봉리 낚시터

당초 15,000여㎡ 규모 내수면에 수심 2m 깊이의 인공 낚시터를 만들고, 일부는 메워 수영장으로 운영하려 했던 계획은 모두 실패했다. 썰물 땐 수심이 1m도 채 안 되는 데다, 빗물 유입과 높은 수온 등으로 물고기를 키운다는 건 사실상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윤봉국 우도면 오봉리 개발위원장은 "물 순환이 잘 안 돼서 이끼가 끼고 방치되고 있다"며 "지역주민으로서 굉장히 안타깝다"고 말했다. 방치된 낚시터 건물 안에는 죽은 게와 갯강구만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이영웅 제주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우도는 사방이 갯바위와 바다인데 왜 낚시터를 만들었는지 모르겠다. 애초에 경제성이 없었던 사업이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오봉리 낚시터 사업은 수익 사업을 목적으로 만들려다 실패한 사례"라고 지적했다.

우도 오봉리 낚시터우도 오봉리 낚시터

제주시는 해양수산부의 어촌뉴딜 300 사업을 통해 국비 4억 원을 확보하고 오봉리 낚시터를 재개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고재완 제주시 해양수산과장은 "오봉리 낚시터를 해녀 물질체험, 스노클링 등을 할 수 있는 종합적인 체험 문화공간으로 조성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영웅 처장은 "체험공간을 조성해도 관리 인력이 필요하고, 또다시 준설공사를 해야 해 예산 낭비가 우려된다"며 "더는 자연을 훼손하지 말고, 복원해 그대로 두는 게 더 타당하다고 덧붙였다.

우도 연평리에 있는 집라인 체험현장. 현재는 운영이 중단돼 철재 구조물만 덩그러니 놓여있다.우도 연평리에 있는 집라인 체험현장. 현재는 운영이 중단돼 철재 구조물만 덩그러니 놓여있다.

2년도 안 되 문 닫은 우도 집라인…철재 구조물만 덩그러니

2018년 3월 우도에 집라인 체험장 개발 논란이 시작됐다. 당시 우도사랑협동조합은 우도 하고수동해수욕장 인근에서 집라인 사업을 추진하려다 주민 반발에 부딪혔다. 주민 120여 명은 "주변 풍광을 해치고 자연 훼손이 우려된다"며 반대성명을 작성해 행정당국에 전달했다. 주민들은 "우도는 놀이동산이 아니"라며 거세게 반발했고, 결국 사업은 백지화됐다.

하지만 집라인 체험장은 검멀레해변 인근으로 자리를 옮겨 다시 진행됐고, 2018년 말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간다. 사업자 측은 매해 마을에 발전기금을 기부하고, 직원 70% 이상을 우도 주민으로 채용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2년도 채 되지 않은 지금 현장에는 5m 높이의 철제구조물만 덩그러니 놓여있다. 체험장은 재정난 등으로 운영이 중단됐다.

우도 연평리에 있는 집라인 체험현장. 현재는 운영이 중단돼 철재 구조물만 덩그러니 놓여있다. 우도 연평리에 있는 집라인 체험현장. 현재는 운영이 중단돼 철재 구조물만 덩그러니 놓여있다.

250m 길이의 철재 라인은 사업자가 국유지를 무단으로 점유하면서 제주시의 행정대집행으로 철거됐다. 제주시는 국토계획법 위반 혐의로 업체를 고발했다. 현장에서 만난 지역 주민은 "운영도 안 하는데 구조물을 철거하든, 운영하든 둘 중 하나는 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민소득 사업을 기대하며 집라인 체험장에 11억 원을 투자했던 우도 주민 등 11명은 투자비도 받지 못했다며 답답함만 호소했다.

취재진은 향후 대책과 운영 계획 등을 묻기 위해 집라인 체험장 업체와 대표 측에 연락을 시도했지만 닿지 않았다.

구조물이 사유지에 있어 행정에서도 철거가 어려운 상황이다. 김부길 제주시 도시계획과 주무관은 "국유지, 공유지를 지나는 부분(철재선)은 행정대집행을 통해 철거했지만, 개인사유지에 설치돼있는 구조물에 대해서는 사업주가 철거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우도 천진리에서 공사 중인 훈데르트바서 파크앤리조트 건축 현장우도 천진리에서 공사 중인 훈데르트바서 파크앤리조트 건축 현장

"제주 거친 개발과정이 부속 섬에서 그대로 재현"

이영웅 제주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개발 사업과 관련한 행정당국의 문제도 있지만, 이제는 각 마을과 리마다 이권을 챙기는 상황이 더 심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처장은 "이제 우도의 환경은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나서지 않는 한 지킬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고 진단했다.

이 처장은 "제주도의 본섬이 거쳐왔던 수많은 개발 갈등이 부속 섬에서 똑같이 재현되고 있다"며 "주민들 사이에 진지한 자각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현재 우도에서는 대규모 개발 사업이 진행 중이다. 우도면 천진리에는 축구장 7개 크기인 4만 9,900여㎡ 부지에 지상 2·3층 규모의 콘도 8개 동(48개 객실)과 미술관 등을 짓는 우도 역대 최대 규모의 리조트 개발 공사가 진행 중이다. 우도 전흘동항 앞바다에는 130m 길이의 다리를 연결해 전망대를 조성하는 해중전망대 사업 등이 추진되고 있다.
  • 세금 13억 부은 낚시터 5년째 방치…개발로 얼룩진 우도
    • 입력 2020-08-15 09:07:26
    취재K
세금 13억 원이 투입된 제주 우도 오봉리 낚시터가 물고기 한 번 키워보지 못하고 5년째 방치되고 있다. 2018년 경관 훼손 논란이 일었던 집라인 체험장도 흉물로 전락하는 등 우도 곳곳이 개발 생채기로 얼룩지고 있다.

쓰레기 둥둥…5년째 방치 우도 오봉리 낚시터

우도 오봉리 낚시터는 2013년 정부의 섬 가꾸기 사업에 선정돼 조성됐다. 세금 13억 원이 투입돼 2015년 말 완공됐지만 5년째 방치되고 있다.

바닷물이 오가는 수문에는 파래와 쓰레기가 잔뜩 끼어 물흐름을 방해하고 있었고, 무더운 날씨에 곳곳에서 악취가 진동했다. 파래 사이로 가끔 치어만 보일 뿐, 낚시터 이름에 걸맞은 어종은 찾아볼 수 없었다.

우도 오봉리 낚시터우도 오봉리 낚시터

당초 15,000여㎡ 규모 내수면에 수심 2m 깊이의 인공 낚시터를 만들고, 일부는 메워 수영장으로 운영하려 했던 계획은 모두 실패했다. 썰물 땐 수심이 1m도 채 안 되는 데다, 빗물 유입과 높은 수온 등으로 물고기를 키운다는 건 사실상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윤봉국 우도면 오봉리 개발위원장은 "물 순환이 잘 안 돼서 이끼가 끼고 방치되고 있다"며 "지역주민으로서 굉장히 안타깝다"고 말했다. 방치된 낚시터 건물 안에는 죽은 게와 갯강구만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이영웅 제주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우도는 사방이 갯바위와 바다인데 왜 낚시터를 만들었는지 모르겠다. 애초에 경제성이 없었던 사업이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오봉리 낚시터 사업은 수익 사업을 목적으로 만들려다 실패한 사례"라고 지적했다.

우도 오봉리 낚시터우도 오봉리 낚시터

제주시는 해양수산부의 어촌뉴딜 300 사업을 통해 국비 4억 원을 확보하고 오봉리 낚시터를 재개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고재완 제주시 해양수산과장은 "오봉리 낚시터를 해녀 물질체험, 스노클링 등을 할 수 있는 종합적인 체험 문화공간으로 조성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영웅 처장은 "체험공간을 조성해도 관리 인력이 필요하고, 또다시 준설공사를 해야 해 예산 낭비가 우려된다"며 "더는 자연을 훼손하지 말고, 복원해 그대로 두는 게 더 타당하다고 덧붙였다.

우도 연평리에 있는 집라인 체험현장. 현재는 운영이 중단돼 철재 구조물만 덩그러니 놓여있다.우도 연평리에 있는 집라인 체험현장. 현재는 운영이 중단돼 철재 구조물만 덩그러니 놓여있다.

2년도 안 되 문 닫은 우도 집라인…철재 구조물만 덩그러니

2018년 3월 우도에 집라인 체험장 개발 논란이 시작됐다. 당시 우도사랑협동조합은 우도 하고수동해수욕장 인근에서 집라인 사업을 추진하려다 주민 반발에 부딪혔다. 주민 120여 명은 "주변 풍광을 해치고 자연 훼손이 우려된다"며 반대성명을 작성해 행정당국에 전달했다. 주민들은 "우도는 놀이동산이 아니"라며 거세게 반발했고, 결국 사업은 백지화됐다.

하지만 집라인 체험장은 검멀레해변 인근으로 자리를 옮겨 다시 진행됐고, 2018년 말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간다. 사업자 측은 매해 마을에 발전기금을 기부하고, 직원 70% 이상을 우도 주민으로 채용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2년도 채 되지 않은 지금 현장에는 5m 높이의 철제구조물만 덩그러니 놓여있다. 체험장은 재정난 등으로 운영이 중단됐다.

우도 연평리에 있는 집라인 체험현장. 현재는 운영이 중단돼 철재 구조물만 덩그러니 놓여있다. 우도 연평리에 있는 집라인 체험현장. 현재는 운영이 중단돼 철재 구조물만 덩그러니 놓여있다.

250m 길이의 철재 라인은 사업자가 국유지를 무단으로 점유하면서 제주시의 행정대집행으로 철거됐다. 제주시는 국토계획법 위반 혐의로 업체를 고발했다. 현장에서 만난 지역 주민은 "운영도 안 하는데 구조물을 철거하든, 운영하든 둘 중 하나는 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민소득 사업을 기대하며 집라인 체험장에 11억 원을 투자했던 우도 주민 등 11명은 투자비도 받지 못했다며 답답함만 호소했다.

취재진은 향후 대책과 운영 계획 등을 묻기 위해 집라인 체험장 업체와 대표 측에 연락을 시도했지만 닿지 않았다.

구조물이 사유지에 있어 행정에서도 철거가 어려운 상황이다. 김부길 제주시 도시계획과 주무관은 "국유지, 공유지를 지나는 부분(철재선)은 행정대집행을 통해 철거했지만, 개인사유지에 설치돼있는 구조물에 대해서는 사업주가 철거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우도 천진리에서 공사 중인 훈데르트바서 파크앤리조트 건축 현장우도 천진리에서 공사 중인 훈데르트바서 파크앤리조트 건축 현장

"제주 거친 개발과정이 부속 섬에서 그대로 재현"

이영웅 제주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개발 사업과 관련한 행정당국의 문제도 있지만, 이제는 각 마을과 리마다 이권을 챙기는 상황이 더 심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처장은 "이제 우도의 환경은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나서지 않는 한 지킬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고 진단했다.

이 처장은 "제주도의 본섬이 거쳐왔던 수많은 개발 갈등이 부속 섬에서 똑같이 재현되고 있다"며 "주민들 사이에 진지한 자각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현재 우도에서는 대규모 개발 사업이 진행 중이다. 우도면 천진리에는 축구장 7개 크기인 4만 9,900여㎡ 부지에 지상 2·3층 규모의 콘도 8개 동(48개 객실)과 미술관 등을 짓는 우도 역대 최대 규모의 리조트 개발 공사가 진행 중이다. 우도 전흘동항 앞바다에는 130m 길이의 다리를 연결해 전망대를 조성하는 해중전망대 사업 등이 추진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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