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가 제정 30주년을 맞아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남북교류협력법) 개정을 추진 중입니다. 남북교류협력법은 남북 간 이뤄지는 상호 교류의 근거가 되는 법인데요. 그동안 남북관계와 국제정세 등이 크게 변해 남북 교류협력의 안정성과 자율성을 더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통일부의 설명입니다.
통일부는 지난 5월 27일에는 남북교류협력법 개정안 온라인 공청회를 열어 남북교류협력 관계자들의 의견을 수렴했습니다. 그리고 이달 중, 이 법안을 입법예고한다는 계획입니다.
■ 의견 수렴 절차에서 외교부 '우려' 표명…"유엔 제재 저촉 우려"
그런데 외교부가 관계부처 의견 수렴 과정에서 통일부가 마련한 새 남북교류협력법안에 우려를 표시했습니다. 외교부는 지난달 8일, 남북교류협력법 개정안이 국제사회 대북제재에 저촉될 우려가 있다는 내용의 검토서를 통일부에 전달했습니다. KBS가 확보한 해당 검토서에 따르면 외교부는 개정안 내용 중 다음과 같은 조항들이 대북제재 저촉 소지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① 인증우수교역업체·협력사업체에 대한 정부 지원
새로운 남북교류협력법은 '우수업체 인증제도' 조항을 신설했습니다. 우수 업체로 인증을 받은 교류협력업체에 정부가 보조금이나 기금을 지원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입니다. 그런데 이 조항, 유엔 제재 저촉 가능성이 있다는 게 외교부의 의견입니다. 대북 무역에 공적·사적 금융지원을 금지한 유엔 안보리 결의 2321호 32항에 위배될 소지가 있다는 것입니다.
② 경제·사회·문화 협력사업
통일부는 개정안을 통해 남한과 북한의 경제 분야 협력사업은 물론, 사회·문화 협력사업 조항을 신설해 다양한 분야의 남북 교류협력의 법적 근거를 마련했습니다.
신설된 조항은 '남한과 북한 주민이 경제적 이익을 주된 목적으로 공동으로 또는 상대방 지역에서 사업을 하는 것'을 '경제협력사업'으로 규정한 뒤 구체적인 항목을 열거하고 있습니다. 남한과 북한 또는 제3국에서 독자적으로, 또는 공동으로 투자해 사업을 벌이는 행위가 가능하고, 여기서 얻는 이익은 남북한이 합의한 대외지급수단 등으로 받을 수 있다는 내용 등입니다. '사회문화협력사업' 조항에서는 남북한이 공동으로 문화 행사를 열거나 조사·연구가 가능하도록 규정했습니다. 이 같은 협력사업 규정들은 기존 고시 '남북경제협력사업 처리규정'에 담겨있던 내용으로, 통일부는 이번 개정을 통해 상향입법을 추진 중입니다.
외교부는 이 같은 입법에 대해 이렇게 지적했습니다. 우선 신설 조항에서 밝히는 '협력사업'들이 유엔 안보리 결의에서 금지한 합작(협력체)으로 간주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또 협력사업을 추진할 때 대북 자금이나 금수품 이전 금지 규정을 어길 수 있다고도 했습니다. 유엔 안보리 결의 중 구체적으로는 ▲북한과의 합작(협력체) 금지(2375호 18항), ▲WMD(Weapon of Mass Destruction, 대량살상무기) 프로그램에 기여 가능한 금융 자산 제공 금지(2094호 11항), ▲북한 정부(노동당) 등에 재원 이전 금지(2270호 32항), ▲제재 개인·단체에 대한 재원 이전 금지(1718호 8항), ▲금수품의 대북 이전 금지(2397호 등), ▲대북 환거래 금지(2270호 33항), ▲공동조사 연구 등 과학기술 협력 시 제재위 승인 또는 통보 의무(2321호 11항) 등에 저촉 가능하다는 게 외교부 의견입니다.
③ 남북협력지구, 북한지역 사무소 설치 조항
새로운 남북교류협력법 개정안에는 남한과 북한의 합의에 의해 개발·조성된 구역을 '남북협력지구'라고 정의하면서, 이곳에서의 왕래·반출·반입에 관해서는 대통령령에 따라 특례를 정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또 통일부 장관의 승인을 얻으면 북한 지역에 사무소를 설치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도 신설됐는데요. 참고로, 이 내용 역시 기존 '남북경제협력사업 처리규정' 고시 내용을 상향입법한 내용입니다.
외교부는 위 조항들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추진 방식에 따라 유엔이 규정한 ▲합작 금지, ▲대북 환거래 금지, ▲제재 대상에 대한 재원 이전 금지 등에 위배될 수 있다고 검토서에 밝혔습니다.
④ 남북교류협력추진협의회(교추협) 구성
남북교류협력법은 남북교류ㆍ협력에 관한 정책을 협의하는 기구로 통일부에 남북교류협력추진협의회(교추협)을 두도록 합니다. 관련 부처 차관과 국무총리가 임명한 민간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구조인데, 통일부는 이번 개정안에서 교추협 민간 전문가를 위촉할 때 '국무총리가 임명'하도록 하는 규정을 없앴습니다. 협의회의 자율성을 높인다는 취지입니다.
여기에 대해서도 외교부는 이견을 보이고 있습니다. 검토서에 따르면 외교부는 기존 법률대로 국무총리를 임명권자로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교추협이 범정부 협의체인 점을 감안해야 하고, 민간 전문가를 임명할 때 부처 간 의견 수렴이나 이견 조정을 할 필요성이 있다는 이유에서입니다.
외교부는 '통일부 개정안'에 대한 수정안도 제시했습니다. 검토서에 '개정안 일부 내용의 경우 현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에 저촉될 소지가 있는바, 제1장 총직과 관련 조항에 국제사회 제재 상황을 고려한 전제조건 마련 필요'라고 적시했습니다. 남북교류협력법 총칙이나 개별 조항에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상황을 밝혀둘 필요가 있다는 의견입니다.
■ 통일부 "국제사회 대북제재와 국내 입법은 상관없어"
이 같은 외교부의 지적에 대해 통일부는 '문제없다'는 입장을 밝혀왔습니다.
통일부는 "교역 및 협력사업 등 관련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를 고려하도록 하는 규정이 현행 남북교류협력법에 이미 존재한다"고 밝혔습니다. 기존 남북교류협력법 15조 1항, 18조 1항은 '국제평화 및 안전 유지를 위한 국제적 합의에 이바지할 필요가 있는 경우를 고려하여 조정명령이 가능하다'고 명시하고 있는데요. 기존 법에 이미 국제사회의 제재를 고려해야 한다는 내용이 들어있으니 추가로 이 내용을 밝힐 필요는 없다는 것입니다.
통일부는 또 "실제 남북 교류협력사업 추진 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관련 사항을 정부 차원에서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국제사회 대북제재는 '행위'를 제재할 뿐이지 국내 입법권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는 설명입니다.
대북제재 전문 변호사도 같은 설명을 내놨습니다. 법무법인 지평의 북한투자지원센터장 임성택 변호사는 "국제사회 대북제재는 '행위'를 제재하는 것"이라면서 "추상적인 법률이 대북제재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기존에 있던 남북교류협력법도 대북 송금과 물품 반출입 등을 규정하고 있었지만 그동안 미국이나 유엔에서 문제 제기하지 않았다"면서 "그간 우리 정부가 남북교류협력법을 구체적으로 적용할 때 유엔 결의에 저촉 가능성이 있다면 협력사업이나 반·출입을 승인하지 않아 왔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임 변호사는 "따라서 법이 개정된다고 해서 새삼스럽게 대북제재 위반이라고 하는 것(외교부의 지적)은 정확하지 않은 이야기"라고 평가했습니다. 또 "남북교류협력법은 한반도 평화와 공동 번영을 대비하는 미래지향적인 법"이라고 남북교류협력법을 규정했습니다.
■ 부처 간 이견 노출로 국회 심사에서 진통 예상
하지만 부처 간 이견이 노출되면서 국회의 심의·의결 단계에서도 논란이 일 수 있습니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미래통합당 소속 정진석 의원은 "외교부가 현재 통일부가 추진 중인 남북교류협력법 개정안이 유엔 안보리 제재 결의에 저촉된다고 지적했음에도 통일부가 계속 이 내용 그대로 정부입법안을 가져가겠다는 것은 매우 우려스러운 대목"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는 2중, 3중으로 촘촘한 그물망처럼 짜여져있다"며 "대북제재를 피해가기가 여간 힘든 게 아니"라고 현실적인 제한 조건을 상기시켰습니다.
통일부가 계획대로 이달 중 입법예고를 마치고 차관회의와 국무회의 심의, 대통령 재가를 거치더라도, 이후에 있을 국회의 심의·의결 단계에서 다시 논란이 될 가능성이 있어 보입니다.
■ '이인영 통일부', 촘촘한 대북제재 '상상력'으로 뚫을 수 있을까?
국제사회 대북제재와 상충될 수 있다는 의견이 제기된 통일부 역점 사업이 또 있습니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취임 직후부터 밝힌 구상인 '작은 교역'입니다.
남측 남북경총통일농사협동조합과 북측 개성고려인삼무역회사는 최근 중국 중개회사를 통해 북측 개성고려인삼술·들쭉술 등 35종과 남측 설탕 167t을 교환하는 계약을 체결했고, 통일부는 이 거래의 승인 여부를 긍정적인 방향으로 검토 중입니다. 현금이 아닌 현물이 오가기 때문에 유엔 대북제재 결의가 금지하는 '벌크캐시(대량 현금)' 문제를 피해갈 수 있다고 본 것입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대북제재 위반 소지를 더 면밀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합니다. 현물 거래 이익을 실현하는 과정에서 금융 문제가 제기될 수 있고, 북한의 계약 업체가 제재 대상인지 등도 더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와 관련해 미국의 제재 전문가인 조슈아 스탠턴 변호사는 지난 6일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인터뷰에서 "북한 측 (물물교환) 상대가 제재 대상인 노동당 39호실에 속하는지 알고 있느냐"면서 "유엔이나 미국의 대북제재 대상의 지부이거나 유령회사라면 제재 위반이 되는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또 "웜비어법에 따라 제재 대상인 북한 단체에 자금이나 자산을 제공하는 개인이나 단체의 미국 내 자산을 동결하는 등 3자 제재가 가능해졌다"며 "여기서 자산을 포함시켰다는 것은 물물교역도 포함된다는 말"이라고 물물교환 구상에 부정적인 견해를 내비쳤습니다.
외교부도 같은 입장을 밝혔습니다. 외교부 당국자는 지난달 21일 기자들과 만나, 남북 간 물물 교환 형태의 교역 구상과 관련해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에) 저촉되지 않도록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 北 호응도 변수…김정은은 "외부 지원 안 받는다"
남북 독자교류에 강한 시동을 거는 통일부, 대북제재 외에 또 따른 중요한 변수는 '북한의 호응' 여부일 것입니다. 통일부는 최근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은 정치·군사적인 상황과는 분리해 추진한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혔지만, 북한의 반응은 냉담합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 13일 노동당 중앙위 정치국회의를 열고, 최근 폭우와 홍수로 인한 피해와 관련해 "외부로부터 어떤 지원도 허용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거듭 피력하는 남측의 지원 의사를 겨냥한 발언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옵니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대북제재와 경색된 남북관계를 돌파하기 위해 '창의적 해법'과 '상상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해왔습니다. 하지만 촘촘한 제재 상황과 북한의 냉담이라는 조건은 지금 당장은 만만치 않은 고정 변수인 것으로 보입니다. '창의적'이면서도, 정교하고 실행 가능한 대안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인가가 이 장관이 추진 중인 '남북 독자교류'의 성패를 가를 관건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통일부는 지난 5월 27일에는 남북교류협력법 개정안 온라인 공청회를 열어 남북교류협력 관계자들의 의견을 수렴했습니다. 그리고 이달 중, 이 법안을 입법예고한다는 계획입니다.
남북교류협력법 개정안에 대한 외교부 검토서 / 자료: 미래통합당 정진석 의원실
■ 의견 수렴 절차에서 외교부 '우려' 표명…"유엔 제재 저촉 우려"
그런데 외교부가 관계부처 의견 수렴 과정에서 통일부가 마련한 새 남북교류협력법안에 우려를 표시했습니다. 외교부는 지난달 8일, 남북교류협력법 개정안이 국제사회 대북제재에 저촉될 우려가 있다는 내용의 검토서를 통일부에 전달했습니다. KBS가 확보한 해당 검토서에 따르면 외교부는 개정안 내용 중 다음과 같은 조항들이 대북제재 저촉 소지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① 인증우수교역업체·협력사업체에 대한 정부 지원
새로운 남북교류협력법은 '우수업체 인증제도' 조항을 신설했습니다. 우수 업체로 인증을 받은 교류협력업체에 정부가 보조금이나 기금을 지원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입니다. 그런데 이 조항, 유엔 제재 저촉 가능성이 있다는 게 외교부의 의견입니다. 대북 무역에 공적·사적 금융지원을 금지한 유엔 안보리 결의 2321호 32항에 위배될 소지가 있다는 것입니다.
② 경제·사회·문화 협력사업
통일부는 개정안을 통해 남한과 북한의 경제 분야 협력사업은 물론, 사회·문화 협력사업 조항을 신설해 다양한 분야의 남북 교류협력의 법적 근거를 마련했습니다.
신설된 조항은 '남한과 북한 주민이 경제적 이익을 주된 목적으로 공동으로 또는 상대방 지역에서 사업을 하는 것'을 '경제협력사업'으로 규정한 뒤 구체적인 항목을 열거하고 있습니다. 남한과 북한 또는 제3국에서 독자적으로, 또는 공동으로 투자해 사업을 벌이는 행위가 가능하고, 여기서 얻는 이익은 남북한이 합의한 대외지급수단 등으로 받을 수 있다는 내용 등입니다. '사회문화협력사업' 조항에서는 남북한이 공동으로 문화 행사를 열거나 조사·연구가 가능하도록 규정했습니다. 이 같은 협력사업 규정들은 기존 고시 '남북경제협력사업 처리규정'에 담겨있던 내용으로, 통일부는 이번 개정을 통해 상향입법을 추진 중입니다.
외교부는 이 같은 입법에 대해 이렇게 지적했습니다. 우선 신설 조항에서 밝히는 '협력사업'들이 유엔 안보리 결의에서 금지한 합작(협력체)으로 간주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또 협력사업을 추진할 때 대북 자금이나 금수품 이전 금지 규정을 어길 수 있다고도 했습니다. 유엔 안보리 결의 중 구체적으로는 ▲북한과의 합작(협력체) 금지(2375호 18항), ▲WMD(Weapon of Mass Destruction, 대량살상무기) 프로그램에 기여 가능한 금융 자산 제공 금지(2094호 11항), ▲북한 정부(노동당) 등에 재원 이전 금지(2270호 32항), ▲제재 개인·단체에 대한 재원 이전 금지(1718호 8항), ▲금수품의 대북 이전 금지(2397호 등), ▲대북 환거래 금지(2270호 33항), ▲공동조사 연구 등 과학기술 협력 시 제재위 승인 또는 통보 의무(2321호 11항) 등에 저촉 가능하다는 게 외교부 의견입니다.
③ 남북협력지구, 북한지역 사무소 설치 조항
새로운 남북교류협력법 개정안에는 남한과 북한의 합의에 의해 개발·조성된 구역을 '남북협력지구'라고 정의하면서, 이곳에서의 왕래·반출·반입에 관해서는 대통령령에 따라 특례를 정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또 통일부 장관의 승인을 얻으면 북한 지역에 사무소를 설치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도 신설됐는데요. 참고로, 이 내용 역시 기존 '남북경제협력사업 처리규정' 고시 내용을 상향입법한 내용입니다.
외교부는 위 조항들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추진 방식에 따라 유엔이 규정한 ▲합작 금지, ▲대북 환거래 금지, ▲제재 대상에 대한 재원 이전 금지 등에 위배될 수 있다고 검토서에 밝혔습니다.
④ 남북교류협력추진협의회(교추협) 구성
남북교류협력법은 남북교류ㆍ협력에 관한 정책을 협의하는 기구로 통일부에 남북교류협력추진협의회(교추협)을 두도록 합니다. 관련 부처 차관과 국무총리가 임명한 민간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구조인데, 통일부는 이번 개정안에서 교추협 민간 전문가를 위촉할 때 '국무총리가 임명'하도록 하는 규정을 없앴습니다. 협의회의 자율성을 높인다는 취지입니다.
여기에 대해서도 외교부는 이견을 보이고 있습니다. 검토서에 따르면 외교부는 기존 법률대로 국무총리를 임명권자로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교추협이 범정부 협의체인 점을 감안해야 하고, 민간 전문가를 임명할 때 부처 간 의견 수렴이나 이견 조정을 할 필요성이 있다는 이유에서입니다.
외교부는 '통일부 개정안'에 대한 수정안도 제시했습니다. 검토서에 '개정안 일부 내용의 경우 현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에 저촉될 소지가 있는바, 제1장 총직과 관련 조항에 국제사회 제재 상황을 고려한 전제조건 마련 필요'라고 적시했습니다. 남북교류협력법 총칙이나 개별 조항에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상황을 밝혀둘 필요가 있다는 의견입니다.
■ 통일부 "국제사회 대북제재와 국내 입법은 상관없어"
이 같은 외교부의 지적에 대해 통일부는 '문제없다'는 입장을 밝혀왔습니다.
통일부는 "교역 및 협력사업 등 관련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를 고려하도록 하는 규정이 현행 남북교류협력법에 이미 존재한다"고 밝혔습니다. 기존 남북교류협력법 15조 1항, 18조 1항은 '국제평화 및 안전 유지를 위한 국제적 합의에 이바지할 필요가 있는 경우를 고려하여 조정명령이 가능하다'고 명시하고 있는데요. 기존 법에 이미 국제사회의 제재를 고려해야 한다는 내용이 들어있으니 추가로 이 내용을 밝힐 필요는 없다는 것입니다.
통일부는 또 "실제 남북 교류협력사업 추진 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관련 사항을 정부 차원에서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국제사회 대북제재는 '행위'를 제재할 뿐이지 국내 입법권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는 설명입니다.
대북제재 전문 변호사도 같은 설명을 내놨습니다. 법무법인 지평의 북한투자지원센터장 임성택 변호사는 "국제사회 대북제재는 '행위'를 제재하는 것"이라면서 "추상적인 법률이 대북제재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기존에 있던 남북교류협력법도 대북 송금과 물품 반출입 등을 규정하고 있었지만 그동안 미국이나 유엔에서 문제 제기하지 않았다"면서 "그간 우리 정부가 남북교류협력법을 구체적으로 적용할 때 유엔 결의에 저촉 가능성이 있다면 협력사업이나 반·출입을 승인하지 않아 왔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임 변호사는 "따라서 법이 개정된다고 해서 새삼스럽게 대북제재 위반이라고 하는 것(외교부의 지적)은 정확하지 않은 이야기"라고 평가했습니다. 또 "남북교류협력법은 한반도 평화와 공동 번영을 대비하는 미래지향적인 법"이라고 남북교류협력법을 규정했습니다.
■ 부처 간 이견 노출로 국회 심사에서 진통 예상
하지만 부처 간 이견이 노출되면서 국회의 심의·의결 단계에서도 논란이 일 수 있습니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미래통합당 소속 정진석 의원은 "외교부가 현재 통일부가 추진 중인 남북교류협력법 개정안이 유엔 안보리 제재 결의에 저촉된다고 지적했음에도 통일부가 계속 이 내용 그대로 정부입법안을 가져가겠다는 것은 매우 우려스러운 대목"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는 2중, 3중으로 촘촘한 그물망처럼 짜여져있다"며 "대북제재를 피해가기가 여간 힘든 게 아니"라고 현실적인 제한 조건을 상기시켰습니다.
통일부가 계획대로 이달 중 입법예고를 마치고 차관회의와 국무회의 심의, 대통령 재가를 거치더라도, 이후에 있을 국회의 심의·의결 단계에서 다시 논란이 될 가능성이 있어 보입니다.
■ '이인영 통일부', 촘촘한 대북제재 '상상력'으로 뚫을 수 있을까?
국제사회 대북제재와 상충될 수 있다는 의견이 제기된 통일부 역점 사업이 또 있습니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취임 직후부터 밝힌 구상인 '작은 교역'입니다.
남측 남북경총통일농사협동조합과 북측 개성고려인삼무역회사는 최근 중국 중개회사를 통해 북측 개성고려인삼술·들쭉술 등 35종과 남측 설탕 167t을 교환하는 계약을 체결했고, 통일부는 이 거래의 승인 여부를 긍정적인 방향으로 검토 중입니다. 현금이 아닌 현물이 오가기 때문에 유엔 대북제재 결의가 금지하는 '벌크캐시(대량 현금)' 문제를 피해갈 수 있다고 본 것입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대북제재 위반 소지를 더 면밀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합니다. 현물 거래 이익을 실현하는 과정에서 금융 문제가 제기될 수 있고, 북한의 계약 업체가 제재 대상인지 등도 더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와 관련해 미국의 제재 전문가인 조슈아 스탠턴 변호사는 지난 6일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인터뷰에서 "북한 측 (물물교환) 상대가 제재 대상인 노동당 39호실에 속하는지 알고 있느냐"면서 "유엔이나 미국의 대북제재 대상의 지부이거나 유령회사라면 제재 위반이 되는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또 "웜비어법에 따라 제재 대상인 북한 단체에 자금이나 자산을 제공하는 개인이나 단체의 미국 내 자산을 동결하는 등 3자 제재가 가능해졌다"며 "여기서 자산을 포함시켰다는 것은 물물교역도 포함된다는 말"이라고 물물교환 구상에 부정적인 견해를 내비쳤습니다.
외교부도 같은 입장을 밝혔습니다. 외교부 당국자는 지난달 21일 기자들과 만나, 남북 간 물물 교환 형태의 교역 구상과 관련해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에) 저촉되지 않도록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 北 호응도 변수…김정은은 "외부 지원 안 받는다"
남북 독자교류에 강한 시동을 거는 통일부, 대북제재 외에 또 따른 중요한 변수는 '북한의 호응' 여부일 것입니다. 통일부는 최근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은 정치·군사적인 상황과는 분리해 추진한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혔지만, 북한의 반응은 냉담합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 13일 노동당 중앙위 정치국회의를 열고, 최근 폭우와 홍수로 인한 피해와 관련해 "외부로부터 어떤 지원도 허용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거듭 피력하는 남측의 지원 의사를 겨냥한 발언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옵니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대북제재와 경색된 남북관계를 돌파하기 위해 '창의적 해법'과 '상상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해왔습니다. 하지만 촘촘한 제재 상황과 북한의 냉담이라는 조건은 지금 당장은 만만치 않은 고정 변수인 것으로 보입니다. '창의적'이면서도, 정교하고 실행 가능한 대안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인가가 이 장관이 추진 중인 '남북 독자교류'의 성패를 가를 관건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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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0년 된 ‘남북교류협력법’, 통일부 개정안에 외교부 ‘이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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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20-08-18 18:01:57
통일부가 제정 30주년을 맞아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남북교류협력법) 개정을 추진 중입니다. 남북교류협력법은 남북 간 이뤄지는 상호 교류의 근거가 되는 법인데요. 그동안 남북관계와 국제정세 등이 크게 변해 남북 교류협력의 안정성과 자율성을 더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통일부의 설명입니다.
통일부는 지난 5월 27일에는 남북교류협력법 개정안 온라인 공청회를 열어 남북교류협력 관계자들의 의견을 수렴했습니다. 그리고 이달 중, 이 법안을 입법예고한다는 계획입니다.
■ 의견 수렴 절차에서 외교부 '우려' 표명…"유엔 제재 저촉 우려"
그런데 외교부가 관계부처 의견 수렴 과정에서 통일부가 마련한 새 남북교류협력법안에 우려를 표시했습니다. 외교부는 지난달 8일, 남북교류협력법 개정안이 국제사회 대북제재에 저촉될 우려가 있다는 내용의 검토서를 통일부에 전달했습니다. KBS가 확보한 해당 검토서에 따르면 외교부는 개정안 내용 중 다음과 같은 조항들이 대북제재 저촉 소지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① 인증우수교역업체·협력사업체에 대한 정부 지원
새로운 남북교류협력법은 '우수업체 인증제도' 조항을 신설했습니다. 우수 업체로 인증을 받은 교류협력업체에 정부가 보조금이나 기금을 지원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입니다. 그런데 이 조항, 유엔 제재 저촉 가능성이 있다는 게 외교부의 의견입니다. 대북 무역에 공적·사적 금융지원을 금지한 유엔 안보리 결의 2321호 32항에 위배될 소지가 있다는 것입니다.
② 경제·사회·문화 협력사업
통일부는 개정안을 통해 남한과 북한의 경제 분야 협력사업은 물론, 사회·문화 협력사업 조항을 신설해 다양한 분야의 남북 교류협력의 법적 근거를 마련했습니다.
신설된 조항은 '남한과 북한 주민이 경제적 이익을 주된 목적으로 공동으로 또는 상대방 지역에서 사업을 하는 것'을 '경제협력사업'으로 규정한 뒤 구체적인 항목을 열거하고 있습니다. 남한과 북한 또는 제3국에서 독자적으로, 또는 공동으로 투자해 사업을 벌이는 행위가 가능하고, 여기서 얻는 이익은 남북한이 합의한 대외지급수단 등으로 받을 수 있다는 내용 등입니다. '사회문화협력사업' 조항에서는 남북한이 공동으로 문화 행사를 열거나 조사·연구가 가능하도록 규정했습니다. 이 같은 협력사업 규정들은 기존 고시 '남북경제협력사업 처리규정'에 담겨있던 내용으로, 통일부는 이번 개정을 통해 상향입법을 추진 중입니다.
외교부는 이 같은 입법에 대해 이렇게 지적했습니다. 우선 신설 조항에서 밝히는 '협력사업'들이 유엔 안보리 결의에서 금지한 합작(협력체)으로 간주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또 협력사업을 추진할 때 대북 자금이나 금수품 이전 금지 규정을 어길 수 있다고도 했습니다. 유엔 안보리 결의 중 구체적으로는 ▲북한과의 합작(협력체) 금지(2375호 18항), ▲WMD(Weapon of Mass Destruction, 대량살상무기) 프로그램에 기여 가능한 금융 자산 제공 금지(2094호 11항), ▲북한 정부(노동당) 등에 재원 이전 금지(2270호 32항), ▲제재 개인·단체에 대한 재원 이전 금지(1718호 8항), ▲금수품의 대북 이전 금지(2397호 등), ▲대북 환거래 금지(2270호 33항), ▲공동조사 연구 등 과학기술 협력 시 제재위 승인 또는 통보 의무(2321호 11항) 등에 저촉 가능하다는 게 외교부 의견입니다.
③ 남북협력지구, 북한지역 사무소 설치 조항
새로운 남북교류협력법 개정안에는 남한과 북한의 합의에 의해 개발·조성된 구역을 '남북협력지구'라고 정의하면서, 이곳에서의 왕래·반출·반입에 관해서는 대통령령에 따라 특례를 정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또 통일부 장관의 승인을 얻으면 북한 지역에 사무소를 설치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도 신설됐는데요. 참고로, 이 내용 역시 기존 '남북경제협력사업 처리규정' 고시 내용을 상향입법한 내용입니다.
외교부는 위 조항들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추진 방식에 따라 유엔이 규정한 ▲합작 금지, ▲대북 환거래 금지, ▲제재 대상에 대한 재원 이전 금지 등에 위배될 수 있다고 검토서에 밝혔습니다.
④ 남북교류협력추진협의회(교추협) 구성
남북교류협력법은 남북교류ㆍ협력에 관한 정책을 협의하는 기구로 통일부에 남북교류협력추진협의회(교추협)을 두도록 합니다. 관련 부처 차관과 국무총리가 임명한 민간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구조인데, 통일부는 이번 개정안에서 교추협 민간 전문가를 위촉할 때 '국무총리가 임명'하도록 하는 규정을 없앴습니다. 협의회의 자율성을 높인다는 취지입니다.
여기에 대해서도 외교부는 이견을 보이고 있습니다. 검토서에 따르면 외교부는 기존 법률대로 국무총리를 임명권자로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교추협이 범정부 협의체인 점을 감안해야 하고, 민간 전문가를 임명할 때 부처 간 의견 수렴이나 이견 조정을 할 필요성이 있다는 이유에서입니다.
외교부는 '통일부 개정안'에 대한 수정안도 제시했습니다. 검토서에 '개정안 일부 내용의 경우 현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에 저촉될 소지가 있는바, 제1장 총직과 관련 조항에 국제사회 제재 상황을 고려한 전제조건 마련 필요'라고 적시했습니다. 남북교류협력법 총칙이나 개별 조항에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상황을 밝혀둘 필요가 있다는 의견입니다.
■ 통일부 "국제사회 대북제재와 국내 입법은 상관없어"
이 같은 외교부의 지적에 대해 통일부는 '문제없다'는 입장을 밝혀왔습니다.
통일부는 "교역 및 협력사업 등 관련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를 고려하도록 하는 규정이 현행 남북교류협력법에 이미 존재한다"고 밝혔습니다. 기존 남북교류협력법 15조 1항, 18조 1항은 '국제평화 및 안전 유지를 위한 국제적 합의에 이바지할 필요가 있는 경우를 고려하여 조정명령이 가능하다'고 명시하고 있는데요. 기존 법에 이미 국제사회의 제재를 고려해야 한다는 내용이 들어있으니 추가로 이 내용을 밝힐 필요는 없다는 것입니다.
통일부는 또 "실제 남북 교류협력사업 추진 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관련 사항을 정부 차원에서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국제사회 대북제재는 '행위'를 제재할 뿐이지 국내 입법권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는 설명입니다.
대북제재 전문 변호사도 같은 설명을 내놨습니다. 법무법인 지평의 북한투자지원센터장 임성택 변호사는 "국제사회 대북제재는 '행위'를 제재하는 것"이라면서 "추상적인 법률이 대북제재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기존에 있던 남북교류협력법도 대북 송금과 물품 반출입 등을 규정하고 있었지만 그동안 미국이나 유엔에서 문제 제기하지 않았다"면서 "그간 우리 정부가 남북교류협력법을 구체적으로 적용할 때 유엔 결의에 저촉 가능성이 있다면 협력사업이나 반·출입을 승인하지 않아 왔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임 변호사는 "따라서 법이 개정된다고 해서 새삼스럽게 대북제재 위반이라고 하는 것(외교부의 지적)은 정확하지 않은 이야기"라고 평가했습니다. 또 "남북교류협력법은 한반도 평화와 공동 번영을 대비하는 미래지향적인 법"이라고 남북교류협력법을 규정했습니다.
■ 부처 간 이견 노출로 국회 심사에서 진통 예상
하지만 부처 간 이견이 노출되면서 국회의 심의·의결 단계에서도 논란이 일 수 있습니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미래통합당 소속 정진석 의원은 "외교부가 현재 통일부가 추진 중인 남북교류협력법 개정안이 유엔 안보리 제재 결의에 저촉된다고 지적했음에도 통일부가 계속 이 내용 그대로 정부입법안을 가져가겠다는 것은 매우 우려스러운 대목"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는 2중, 3중으로 촘촘한 그물망처럼 짜여져있다"며 "대북제재를 피해가기가 여간 힘든 게 아니"라고 현실적인 제한 조건을 상기시켰습니다.
통일부가 계획대로 이달 중 입법예고를 마치고 차관회의와 국무회의 심의, 대통령 재가를 거치더라도, 이후에 있을 국회의 심의·의결 단계에서 다시 논란이 될 가능성이 있어 보입니다.
■ '이인영 통일부', 촘촘한 대북제재 '상상력'으로 뚫을 수 있을까?
국제사회 대북제재와 상충될 수 있다는 의견이 제기된 통일부 역점 사업이 또 있습니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취임 직후부터 밝힌 구상인 '작은 교역'입니다.
남측 남북경총통일농사협동조합과 북측 개성고려인삼무역회사는 최근 중국 중개회사를 통해 북측 개성고려인삼술·들쭉술 등 35종과 남측 설탕 167t을 교환하는 계약을 체결했고, 통일부는 이 거래의 승인 여부를 긍정적인 방향으로 검토 중입니다. 현금이 아닌 현물이 오가기 때문에 유엔 대북제재 결의가 금지하는 '벌크캐시(대량 현금)' 문제를 피해갈 수 있다고 본 것입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대북제재 위반 소지를 더 면밀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합니다. 현물 거래 이익을 실현하는 과정에서 금융 문제가 제기될 수 있고, 북한의 계약 업체가 제재 대상인지 등도 더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와 관련해 미국의 제재 전문가인 조슈아 스탠턴 변호사는 지난 6일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인터뷰에서 "북한 측 (물물교환) 상대가 제재 대상인 노동당 39호실에 속하는지 알고 있느냐"면서 "유엔이나 미국의 대북제재 대상의 지부이거나 유령회사라면 제재 위반이 되는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또 "웜비어법에 따라 제재 대상인 북한 단체에 자금이나 자산을 제공하는 개인이나 단체의 미국 내 자산을 동결하는 등 3자 제재가 가능해졌다"며 "여기서 자산을 포함시켰다는 것은 물물교역도 포함된다는 말"이라고 물물교환 구상에 부정적인 견해를 내비쳤습니다.
외교부도 같은 입장을 밝혔습니다. 외교부 당국자는 지난달 21일 기자들과 만나, 남북 간 물물 교환 형태의 교역 구상과 관련해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에) 저촉되지 않도록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 北 호응도 변수…김정은은 "외부 지원 안 받는다"
남북 독자교류에 강한 시동을 거는 통일부, 대북제재 외에 또 따른 중요한 변수는 '북한의 호응' 여부일 것입니다. 통일부는 최근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은 정치·군사적인 상황과는 분리해 추진한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혔지만, 북한의 반응은 냉담합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 13일 노동당 중앙위 정치국회의를 열고, 최근 폭우와 홍수로 인한 피해와 관련해 "외부로부터 어떤 지원도 허용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거듭 피력하는 남측의 지원 의사를 겨냥한 발언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옵니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대북제재와 경색된 남북관계를 돌파하기 위해 '창의적 해법'과 '상상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해왔습니다. 하지만 촘촘한 제재 상황과 북한의 냉담이라는 조건은 지금 당장은 만만치 않은 고정 변수인 것으로 보입니다. '창의적'이면서도, 정교하고 실행 가능한 대안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인가가 이 장관이 추진 중인 '남북 독자교류'의 성패를 가를 관건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통일부는 지난 5월 27일에는 남북교류협력법 개정안 온라인 공청회를 열어 남북교류협력 관계자들의 의견을 수렴했습니다. 그리고 이달 중, 이 법안을 입법예고한다는 계획입니다.
■ 의견 수렴 절차에서 외교부 '우려' 표명…"유엔 제재 저촉 우려"
그런데 외교부가 관계부처 의견 수렴 과정에서 통일부가 마련한 새 남북교류협력법안에 우려를 표시했습니다. 외교부는 지난달 8일, 남북교류협력법 개정안이 국제사회 대북제재에 저촉될 우려가 있다는 내용의 검토서를 통일부에 전달했습니다. KBS가 확보한 해당 검토서에 따르면 외교부는 개정안 내용 중 다음과 같은 조항들이 대북제재 저촉 소지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① 인증우수교역업체·협력사업체에 대한 정부 지원
새로운 남북교류협력법은 '우수업체 인증제도' 조항을 신설했습니다. 우수 업체로 인증을 받은 교류협력업체에 정부가 보조금이나 기금을 지원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입니다. 그런데 이 조항, 유엔 제재 저촉 가능성이 있다는 게 외교부의 의견입니다. 대북 무역에 공적·사적 금융지원을 금지한 유엔 안보리 결의 2321호 32항에 위배될 소지가 있다는 것입니다.
② 경제·사회·문화 협력사업
통일부는 개정안을 통해 남한과 북한의 경제 분야 협력사업은 물론, 사회·문화 협력사업 조항을 신설해 다양한 분야의 남북 교류협력의 법적 근거를 마련했습니다.
신설된 조항은 '남한과 북한 주민이 경제적 이익을 주된 목적으로 공동으로 또는 상대방 지역에서 사업을 하는 것'을 '경제협력사업'으로 규정한 뒤 구체적인 항목을 열거하고 있습니다. 남한과 북한 또는 제3국에서 독자적으로, 또는 공동으로 투자해 사업을 벌이는 행위가 가능하고, 여기서 얻는 이익은 남북한이 합의한 대외지급수단 등으로 받을 수 있다는 내용 등입니다. '사회문화협력사업' 조항에서는 남북한이 공동으로 문화 행사를 열거나 조사·연구가 가능하도록 규정했습니다. 이 같은 협력사업 규정들은 기존 고시 '남북경제협력사업 처리규정'에 담겨있던 내용으로, 통일부는 이번 개정을 통해 상향입법을 추진 중입니다.
외교부는 이 같은 입법에 대해 이렇게 지적했습니다. 우선 신설 조항에서 밝히는 '협력사업'들이 유엔 안보리 결의에서 금지한 합작(협력체)으로 간주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또 협력사업을 추진할 때 대북 자금이나 금수품 이전 금지 규정을 어길 수 있다고도 했습니다. 유엔 안보리 결의 중 구체적으로는 ▲북한과의 합작(협력체) 금지(2375호 18항), ▲WMD(Weapon of Mass Destruction, 대량살상무기) 프로그램에 기여 가능한 금융 자산 제공 금지(2094호 11항), ▲북한 정부(노동당) 등에 재원 이전 금지(2270호 32항), ▲제재 개인·단체에 대한 재원 이전 금지(1718호 8항), ▲금수품의 대북 이전 금지(2397호 등), ▲대북 환거래 금지(2270호 33항), ▲공동조사 연구 등 과학기술 협력 시 제재위 승인 또는 통보 의무(2321호 11항) 등에 저촉 가능하다는 게 외교부 의견입니다.
③ 남북협력지구, 북한지역 사무소 설치 조항
새로운 남북교류협력법 개정안에는 남한과 북한의 합의에 의해 개발·조성된 구역을 '남북협력지구'라고 정의하면서, 이곳에서의 왕래·반출·반입에 관해서는 대통령령에 따라 특례를 정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또 통일부 장관의 승인을 얻으면 북한 지역에 사무소를 설치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도 신설됐는데요. 참고로, 이 내용 역시 기존 '남북경제협력사업 처리규정' 고시 내용을 상향입법한 내용입니다.
외교부는 위 조항들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추진 방식에 따라 유엔이 규정한 ▲합작 금지, ▲대북 환거래 금지, ▲제재 대상에 대한 재원 이전 금지 등에 위배될 수 있다고 검토서에 밝혔습니다.
④ 남북교류협력추진협의회(교추협) 구성
남북교류협력법은 남북교류ㆍ협력에 관한 정책을 협의하는 기구로 통일부에 남북교류협력추진협의회(교추협)을 두도록 합니다. 관련 부처 차관과 국무총리가 임명한 민간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구조인데, 통일부는 이번 개정안에서 교추협 민간 전문가를 위촉할 때 '국무총리가 임명'하도록 하는 규정을 없앴습니다. 협의회의 자율성을 높인다는 취지입니다.
여기에 대해서도 외교부는 이견을 보이고 있습니다. 검토서에 따르면 외교부는 기존 법률대로 국무총리를 임명권자로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교추협이 범정부 협의체인 점을 감안해야 하고, 민간 전문가를 임명할 때 부처 간 의견 수렴이나 이견 조정을 할 필요성이 있다는 이유에서입니다.
외교부는 '통일부 개정안'에 대한 수정안도 제시했습니다. 검토서에 '개정안 일부 내용의 경우 현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에 저촉될 소지가 있는바, 제1장 총직과 관련 조항에 국제사회 제재 상황을 고려한 전제조건 마련 필요'라고 적시했습니다. 남북교류협력법 총칙이나 개별 조항에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상황을 밝혀둘 필요가 있다는 의견입니다.
■ 통일부 "국제사회 대북제재와 국내 입법은 상관없어"
이 같은 외교부의 지적에 대해 통일부는 '문제없다'는 입장을 밝혀왔습니다.
통일부는 "교역 및 협력사업 등 관련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를 고려하도록 하는 규정이 현행 남북교류협력법에 이미 존재한다"고 밝혔습니다. 기존 남북교류협력법 15조 1항, 18조 1항은 '국제평화 및 안전 유지를 위한 국제적 합의에 이바지할 필요가 있는 경우를 고려하여 조정명령이 가능하다'고 명시하고 있는데요. 기존 법에 이미 국제사회의 제재를 고려해야 한다는 내용이 들어있으니 추가로 이 내용을 밝힐 필요는 없다는 것입니다.
통일부는 또 "실제 남북 교류협력사업 추진 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관련 사항을 정부 차원에서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국제사회 대북제재는 '행위'를 제재할 뿐이지 국내 입법권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는 설명입니다.
대북제재 전문 변호사도 같은 설명을 내놨습니다. 법무법인 지평의 북한투자지원센터장 임성택 변호사는 "국제사회 대북제재는 '행위'를 제재하는 것"이라면서 "추상적인 법률이 대북제재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기존에 있던 남북교류협력법도 대북 송금과 물품 반출입 등을 규정하고 있었지만 그동안 미국이나 유엔에서 문제 제기하지 않았다"면서 "그간 우리 정부가 남북교류협력법을 구체적으로 적용할 때 유엔 결의에 저촉 가능성이 있다면 협력사업이나 반·출입을 승인하지 않아 왔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임 변호사는 "따라서 법이 개정된다고 해서 새삼스럽게 대북제재 위반이라고 하는 것(외교부의 지적)은 정확하지 않은 이야기"라고 평가했습니다. 또 "남북교류협력법은 한반도 평화와 공동 번영을 대비하는 미래지향적인 법"이라고 남북교류협력법을 규정했습니다.
■ 부처 간 이견 노출로 국회 심사에서 진통 예상
하지만 부처 간 이견이 노출되면서 국회의 심의·의결 단계에서도 논란이 일 수 있습니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미래통합당 소속 정진석 의원은 "외교부가 현재 통일부가 추진 중인 남북교류협력법 개정안이 유엔 안보리 제재 결의에 저촉된다고 지적했음에도 통일부가 계속 이 내용 그대로 정부입법안을 가져가겠다는 것은 매우 우려스러운 대목"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는 2중, 3중으로 촘촘한 그물망처럼 짜여져있다"며 "대북제재를 피해가기가 여간 힘든 게 아니"라고 현실적인 제한 조건을 상기시켰습니다.
통일부가 계획대로 이달 중 입법예고를 마치고 차관회의와 국무회의 심의, 대통령 재가를 거치더라도, 이후에 있을 국회의 심의·의결 단계에서 다시 논란이 될 가능성이 있어 보입니다.
■ '이인영 통일부', 촘촘한 대북제재 '상상력'으로 뚫을 수 있을까?
국제사회 대북제재와 상충될 수 있다는 의견이 제기된 통일부 역점 사업이 또 있습니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취임 직후부터 밝힌 구상인 '작은 교역'입니다.
남측 남북경총통일농사협동조합과 북측 개성고려인삼무역회사는 최근 중국 중개회사를 통해 북측 개성고려인삼술·들쭉술 등 35종과 남측 설탕 167t을 교환하는 계약을 체결했고, 통일부는 이 거래의 승인 여부를 긍정적인 방향으로 검토 중입니다. 현금이 아닌 현물이 오가기 때문에 유엔 대북제재 결의가 금지하는 '벌크캐시(대량 현금)' 문제를 피해갈 수 있다고 본 것입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대북제재 위반 소지를 더 면밀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합니다. 현물 거래 이익을 실현하는 과정에서 금융 문제가 제기될 수 있고, 북한의 계약 업체가 제재 대상인지 등도 더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와 관련해 미국의 제재 전문가인 조슈아 스탠턴 변호사는 지난 6일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인터뷰에서 "북한 측 (물물교환) 상대가 제재 대상인 노동당 39호실에 속하는지 알고 있느냐"면서 "유엔이나 미국의 대북제재 대상의 지부이거나 유령회사라면 제재 위반이 되는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또 "웜비어법에 따라 제재 대상인 북한 단체에 자금이나 자산을 제공하는 개인이나 단체의 미국 내 자산을 동결하는 등 3자 제재가 가능해졌다"며 "여기서 자산을 포함시켰다는 것은 물물교역도 포함된다는 말"이라고 물물교환 구상에 부정적인 견해를 내비쳤습니다.
외교부도 같은 입장을 밝혔습니다. 외교부 당국자는 지난달 21일 기자들과 만나, 남북 간 물물 교환 형태의 교역 구상과 관련해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에) 저촉되지 않도록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 北 호응도 변수…김정은은 "외부 지원 안 받는다"
남북 독자교류에 강한 시동을 거는 통일부, 대북제재 외에 또 따른 중요한 변수는 '북한의 호응' 여부일 것입니다. 통일부는 최근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은 정치·군사적인 상황과는 분리해 추진한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혔지만, 북한의 반응은 냉담합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 13일 노동당 중앙위 정치국회의를 열고, 최근 폭우와 홍수로 인한 피해와 관련해 "외부로부터 어떤 지원도 허용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거듭 피력하는 남측의 지원 의사를 겨냥한 발언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옵니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대북제재와 경색된 남북관계를 돌파하기 위해 '창의적 해법'과 '상상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해왔습니다. 하지만 촘촘한 제재 상황과 북한의 냉담이라는 조건은 지금 당장은 만만치 않은 고정 변수인 것으로 보입니다. '창의적'이면서도, 정교하고 실행 가능한 대안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인가가 이 장관이 추진 중인 '남북 독자교류'의 성패를 가를 관건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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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선민 기자 freshmin@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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