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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락가락 아파트 하자기준 명확해질까?
입력 2020.08.19 (15:57) 취재K
하자보수 기준 모호…'하자 분쟁' 신청 건수 매년 4천 건 안팎

서울 서초구의 한 재건축 아파트에 입주한 A 씨. 새 아파트에 입주했다는 기쁨에 들떠있었지만 불과 몇 달 만에 베란다를 사용하지 못하게 돼 골머리를 앓았습니다. 결로(結露)로 인해 베란다 한쪽 벽면이 온통 곰팡이로 뒤덮였기 때문입니다.

시공사에 보수를 요청했지만 '어쩔 수 없다'는 답변만 돌아왔습니다. '외관상 시공이 잘못된 부분이 없고 결로는 입주자의 관리 상태나 온·습도에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하자인지가 불분명해 보수가 어렵다'는 것이었습니다. A 씨는 곰팡이가 생기지 않게 하려고 베란다를 수시로 환기하고 제습기도 틀어봤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습니다.

A 씨의 경우처럼 하자의 판단 기준이 모호하다 보니 보수를 받지 못해 분쟁이 발생하는 경우가 빈번합니다.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 하자심사분쟁조정위원회나 재판으로까지 가기도 합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하자심사분쟁조정위원회에 접수되는 분쟁조정 신청은 매년 4천 건 안팎입니다. 올 상반기까지 접수된 신청 건수만 이미 2천2백 건을 넘어섰습니다.


접수된 신청 가운데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하자 유형은 도배나 타일 등 마감공사의 하자입니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마감공사와 관련된 하자는 그 건수도 많은 데다가 입주자와 시공사의 이견이 가장 많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하자 인정기준 13개 신설…도배·바닥재 들떠도 하자 '인정'

하자와 관련된 분쟁이 끊이지 않자, 국토교통부는 입주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하자로 인정하는 범위와 기준을 늘리기로 했습니다. 국토부는 하자심사분쟁조정위원회가 하자 판정에 사용하는 '공동주택 하자의 조사, 보수비용 산정 및 하자판정기준' 개정안을 행정예고한다고 오늘(19일) 밝혔습니다.

개정안에 따르면 현재 31개인 하자 판정 기준이 13개 추가돼 44개로 늘어납니다. 가장 분쟁이 빈번한 도배와 바닥재 등 마감공사의 하자는 기존에 판정 기준이 없었지만 새로 기준을 마련했습니다.

이번에 기준이 새로 마련된 항목은 도배, 바닥재, 석재, 가구, 보온재, 가전기기, 승강기, 보도·차도, 지하주차장, 옹벽, 자동화재탐지설비·시각경보장치, 가스 설비, 난간입니다.

이에 따라 앞으로는 시공상 결함으로 도배지나 시트지가 들뜨고 주름지거나 이음부가 벌어진 경우에도 하자로 인정됩니다. 또 견본주택이나 분양책자에 제시된 사양의 빌트인 가전기기가 아파트 출입구와 공간이 좁아 설치나 사용이 어렵다면 하자로 보기로 했습니다.

지하 주차장의 하자 기준도 마련됐습니다. 주행로 폭이 법적 기준에 미달하거나 주차장 기둥, 모서리에 코너가드나 안전페인트가 벗겨진 경우 등도 하자로 인정됩니다.


기존 12개 항목은 하자 인정 범위 확대

결로 등 기존에 하자 판정 기준이 있었던 12개 항목에 대해서는 인정 범위를 기존보다 확대하고 조사방법을 구체화했습니다.

하자 인정 기준이 확대된 항목은 콘크리트 균열, 마감부위 균열, 긴결재, 관통부 마감, 결로, 타일, 창호, 공기조화·냉방설비, 급·배수 위생설비, 조경수 뿌리분 결속재료, 조경수 식재 불일치, 전유부분과 공용부분의 판단기준입니다.

결로현상은 기존에 단열 처리가 불량하거나 마감재를 설계와 다르게 시공했는지 등 재료의 시공상태만을 보고 하자 여부를 판단해 왔습니다. 하지만 앞으로는 실내외 온도 차를 고려해 결로방지 설계를 했는지와 해당 부위의 온·습도 측정을 통해 하자를 판정합니다.

벽타일이 떨어지는 경우에도 기존에는 타일 접착제의 접착 강도만 측정해왔지만, 앞으로는 타일과 벽면 사이에 모르타르(시멘트와 모래를 물로 반죽한 고착재)가 얼마나 충분히 채워져 있는지 등도 종합적으로 판단합니다.

세면대와 싱크대 등 위생기구는 규격과 부착상태, 외관상 결함 등으로만 하자 여부를 판정했지만, 앞으로는 기구별 급수 토출량, 급탕 토출온도, 녹물발생 여부 등도 고려합니다.

11월부터 시행…"분쟁 감소 기대"

개정된 기준은 내일(20일)부터 다음 달 9일까지 20일간 행정예고한 뒤 법제처 심사 등을 거쳐 11월 중에 시행됩니다.

행정예고 기간 개정안에 대해 의견이 있는 경우 우편, 팩스 또는 국토교통부 누리집을 통해 의견을 제출할 수 있습니다. 개정안은 관보나 국토교통부 누리집(www.molit.go.kr)의 '정책자료-법령정보-입법예고·행정예고'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이번 개정안에 대해 국토교통부는 "법원 판례 등 그동안 축적된 사례를 바탕으로 5년 만에 대폭 손질한 것"이라며 "하자로 인한 당사자 간 분쟁을 방지하고 입주자의 권리를 두텁게 보호하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동안 모호한 하자 판정 기준 때문에 시공사와 갈등을 겪어 온 입주자들이 앞으로는 분쟁조정위원회나 재판을 거치지 않고도 하자보수를 받을 수 있을지 기대해 봅니다.
  • 오락가락 아파트 하자기준 명확해질까?
    • 입력 2020-08-19 15:57:12
    취재K
하자보수 기준 모호…'하자 분쟁' 신청 건수 매년 4천 건 안팎

서울 서초구의 한 재건축 아파트에 입주한 A 씨. 새 아파트에 입주했다는 기쁨에 들떠있었지만 불과 몇 달 만에 베란다를 사용하지 못하게 돼 골머리를 앓았습니다. 결로(結露)로 인해 베란다 한쪽 벽면이 온통 곰팡이로 뒤덮였기 때문입니다.

시공사에 보수를 요청했지만 '어쩔 수 없다'는 답변만 돌아왔습니다. '외관상 시공이 잘못된 부분이 없고 결로는 입주자의 관리 상태나 온·습도에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하자인지가 불분명해 보수가 어렵다'는 것이었습니다. A 씨는 곰팡이가 생기지 않게 하려고 베란다를 수시로 환기하고 제습기도 틀어봤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습니다.

A 씨의 경우처럼 하자의 판단 기준이 모호하다 보니 보수를 받지 못해 분쟁이 발생하는 경우가 빈번합니다.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 하자심사분쟁조정위원회나 재판으로까지 가기도 합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하자심사분쟁조정위원회에 접수되는 분쟁조정 신청은 매년 4천 건 안팎입니다. 올 상반기까지 접수된 신청 건수만 이미 2천2백 건을 넘어섰습니다.


접수된 신청 가운데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하자 유형은 도배나 타일 등 마감공사의 하자입니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마감공사와 관련된 하자는 그 건수도 많은 데다가 입주자와 시공사의 이견이 가장 많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하자 인정기준 13개 신설…도배·바닥재 들떠도 하자 '인정'

하자와 관련된 분쟁이 끊이지 않자, 국토교통부는 입주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하자로 인정하는 범위와 기준을 늘리기로 했습니다. 국토부는 하자심사분쟁조정위원회가 하자 판정에 사용하는 '공동주택 하자의 조사, 보수비용 산정 및 하자판정기준' 개정안을 행정예고한다고 오늘(19일) 밝혔습니다.

개정안에 따르면 현재 31개인 하자 판정 기준이 13개 추가돼 44개로 늘어납니다. 가장 분쟁이 빈번한 도배와 바닥재 등 마감공사의 하자는 기존에 판정 기준이 없었지만 새로 기준을 마련했습니다.

이번에 기준이 새로 마련된 항목은 도배, 바닥재, 석재, 가구, 보온재, 가전기기, 승강기, 보도·차도, 지하주차장, 옹벽, 자동화재탐지설비·시각경보장치, 가스 설비, 난간입니다.

이에 따라 앞으로는 시공상 결함으로 도배지나 시트지가 들뜨고 주름지거나 이음부가 벌어진 경우에도 하자로 인정됩니다. 또 견본주택이나 분양책자에 제시된 사양의 빌트인 가전기기가 아파트 출입구와 공간이 좁아 설치나 사용이 어렵다면 하자로 보기로 했습니다.

지하 주차장의 하자 기준도 마련됐습니다. 주행로 폭이 법적 기준에 미달하거나 주차장 기둥, 모서리에 코너가드나 안전페인트가 벗겨진 경우 등도 하자로 인정됩니다.


기존 12개 항목은 하자 인정 범위 확대

결로 등 기존에 하자 판정 기준이 있었던 12개 항목에 대해서는 인정 범위를 기존보다 확대하고 조사방법을 구체화했습니다.

하자 인정 기준이 확대된 항목은 콘크리트 균열, 마감부위 균열, 긴결재, 관통부 마감, 결로, 타일, 창호, 공기조화·냉방설비, 급·배수 위생설비, 조경수 뿌리분 결속재료, 조경수 식재 불일치, 전유부분과 공용부분의 판단기준입니다.

결로현상은 기존에 단열 처리가 불량하거나 마감재를 설계와 다르게 시공했는지 등 재료의 시공상태만을 보고 하자 여부를 판단해 왔습니다. 하지만 앞으로는 실내외 온도 차를 고려해 결로방지 설계를 했는지와 해당 부위의 온·습도 측정을 통해 하자를 판정합니다.

벽타일이 떨어지는 경우에도 기존에는 타일 접착제의 접착 강도만 측정해왔지만, 앞으로는 타일과 벽면 사이에 모르타르(시멘트와 모래를 물로 반죽한 고착재)가 얼마나 충분히 채워져 있는지 등도 종합적으로 판단합니다.

세면대와 싱크대 등 위생기구는 규격과 부착상태, 외관상 결함 등으로만 하자 여부를 판정했지만, 앞으로는 기구별 급수 토출량, 급탕 토출온도, 녹물발생 여부 등도 고려합니다.

11월부터 시행…"분쟁 감소 기대"

개정된 기준은 내일(20일)부터 다음 달 9일까지 20일간 행정예고한 뒤 법제처 심사 등을 거쳐 11월 중에 시행됩니다.

행정예고 기간 개정안에 대해 의견이 있는 경우 우편, 팩스 또는 국토교통부 누리집을 통해 의견을 제출할 수 있습니다. 개정안은 관보나 국토교통부 누리집(www.molit.go.kr)의 '정책자료-법령정보-입법예고·행정예고'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이번 개정안에 대해 국토교통부는 "법원 판례 등 그동안 축적된 사례를 바탕으로 5년 만에 대폭 손질한 것"이라며 "하자로 인한 당사자 간 분쟁을 방지하고 입주자의 권리를 두텁게 보호하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동안 모호한 하자 판정 기준 때문에 시공사와 갈등을 겪어 온 입주자들이 앞으로는 분쟁조정위원회나 재판을 거치지 않고도 하자보수를 받을 수 있을지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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