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문 닫은 무더위쉼터…취약계층 비상

입력 2020.08.19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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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복도로 ‘반지하’에서 무더위에 시달리는 김옥희 할머니

산복도로 ‘반지하’에서 무더위에 시달리는 김옥희 할머니

"찌는 여름, 무더위 쉼터 덕분에 겨우 버텼는데…."

부산 중구 산복도로의 반지하 주택에 사는 김옥희(71) 할머니에게 여름은 유난히 고통스러운 계절입니다. 할머니는 에어컨도 없이 선풍기만 돌아가는 조그마한 단칸방에 12년째 홀로 지내고 있습니다.

좁은 반지하 방에는 바람이 들어올 작은 창문도 하나 없습니다. 요즘 같은 무더위에 할머니는 두려움에 떨면서도 매일 밤 현관문을 활짝 열어놓고 잠을 잡니다. 그렇게 해도 다음 날 아침이면 이부자리가 모두 땀에 젖어 있고 얼굴은 퉁퉁 붓습니다.

김옥희 할머니 같은 무더위 취약계층의 유일한 탈출구는 바로 '무더위 쉼터'입니다. 이곳에서는 에어컨 바람을 쐴 수 있어 비교적 수월하게 더위를 이겨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올여름엔 이마저도 힘들어졌습니다. 바로 코로나19 때문입니다.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경로당이 폐쇄됐습니다.

지난달부터 코로나19 확산세가 줄어드는가 싶더니 일부 구청에서는 경로당 등의 무더위 쉼터 운영을 재개한다는 기쁜 소식이 들리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달 중순, 코로나19 확진 환자가 다시 늘기 시작하면서 분위기는 달라졌습니다. 부산시는 코로나19 확진 환자가 늘면서 지난 17일부터 사회적 거리 두기 2단계 조치를 시행하기로 했습니다. 이번 조치로 무더위 쉼터로 지정된 경로당도 대부분 다시 문을 닫았습니다.


"실내 무더위 쉼터 300곳만 운영…더 줄 수도"

홀몸 어르신 등 무더위 취약계층을 위해 경로당과 복지관, 관공서 등에 운영되는 실내 무더위 쉼터는 부산에 모두 1,294곳이 있습니다. 하지만 올 초부터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대부분 시설이 문을 닫았습니다.

이달 초부터 코로나19 확산세가 조금씩 주춤하는 모습을 보였고 무더위가 시작되면서 지자체별로 경로당 등 실내 무더위 쉼터 운영을 일부 재개하기로 했습니다. 덕분에 운영 중인 실내 무더위 쉼터는 모두 608곳까지 늘었습니다.

하지만 이달 중순부터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기 시작했고 부산시는 경로당 등 운영을 재개했던 무더위 쉼터를 다시 폐쇄하기로 했습니다. 현재 대부분 경로당과 복지시설 등은 문을 닫았고, 은행 등에 지정된 일부 무더위 쉼터 311곳만 운영 중입니다. 부산시 관계자는 "코로나19 확산 우려에 이마저도 문을 더 닫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더위를 피하기 어려운 야외 무더위 쉼터더위를 피하기 어려운 야외 무더위 쉼터

야외 무더위 쉼터 229곳 운영…"폭염 대비엔 역부족"

실내 무더위 쉼터가 잇따라 문을 닫으면서 부산시는 그 대안으로 야외 무더위 쉼터를 지정해 운영하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부산시가 운영하는 야외 무더위 쉼터는 마을 중심에 마련된 정자나 공원에 부채 등을 설치하는 수준입니다. 에어컨 등 냉방장치가 작동되는 실내 무더위 쉼터와 비교했을 때 효용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일부 시설은 그늘막도 없어 지금과 같은 무더위 속에서는 무용지물입니다.

구청 관계자들도 야외 무더위 쉼터의 한계를 공감하고 있습니다. 한 관계자는 "폭염 대책이 안된다는 걸 알지만 뾰족한 수가 없다"고 토로했습니다.

야외 무더위 쉼터에서 만난 노인도 특히 햇볕이 내리쬐는 낮에는 무더위 쉼터가 그다지 시원하지 않아 찾아오는 사람이 많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코로나19에 폭염까지 겹친 올여름, 취약계층에는 유독 더 잔인한 계절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 ‘ 코로나19 현황과 대응’ 최신 기사 보기
http://news.kbs.co.kr/news/listIssue.html?icd=195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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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또 문 닫은 무더위쉼터…취약계층 비상
    • 입력 2020-08-19 15:57:16
    취재K

산복도로 ‘반지하’에서 무더위에 시달리는 김옥희 할머니

"찌는 여름, 무더위 쉼터 덕분에 겨우 버텼는데…."

부산 중구 산복도로의 반지하 주택에 사는 김옥희(71) 할머니에게 여름은 유난히 고통스러운 계절입니다. 할머니는 에어컨도 없이 선풍기만 돌아가는 조그마한 단칸방에 12년째 홀로 지내고 있습니다.

좁은 반지하 방에는 바람이 들어올 작은 창문도 하나 없습니다. 요즘 같은 무더위에 할머니는 두려움에 떨면서도 매일 밤 현관문을 활짝 열어놓고 잠을 잡니다. 그렇게 해도 다음 날 아침이면 이부자리가 모두 땀에 젖어 있고 얼굴은 퉁퉁 붓습니다.

김옥희 할머니 같은 무더위 취약계층의 유일한 탈출구는 바로 '무더위 쉼터'입니다. 이곳에서는 에어컨 바람을 쐴 수 있어 비교적 수월하게 더위를 이겨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올여름엔 이마저도 힘들어졌습니다. 바로 코로나19 때문입니다.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경로당이 폐쇄됐습니다.

지난달부터 코로나19 확산세가 줄어드는가 싶더니 일부 구청에서는 경로당 등의 무더위 쉼터 운영을 재개한다는 기쁜 소식이 들리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달 중순, 코로나19 확진 환자가 다시 늘기 시작하면서 분위기는 달라졌습니다. 부산시는 코로나19 확진 환자가 늘면서 지난 17일부터 사회적 거리 두기 2단계 조치를 시행하기로 했습니다. 이번 조치로 무더위 쉼터로 지정된 경로당도 대부분 다시 문을 닫았습니다.


"실내 무더위 쉼터 300곳만 운영…더 줄 수도"

홀몸 어르신 등 무더위 취약계층을 위해 경로당과 복지관, 관공서 등에 운영되는 실내 무더위 쉼터는 부산에 모두 1,294곳이 있습니다. 하지만 올 초부터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대부분 시설이 문을 닫았습니다.

이달 초부터 코로나19 확산세가 조금씩 주춤하는 모습을 보였고 무더위가 시작되면서 지자체별로 경로당 등 실내 무더위 쉼터 운영을 일부 재개하기로 했습니다. 덕분에 운영 중인 실내 무더위 쉼터는 모두 608곳까지 늘었습니다.

하지만 이달 중순부터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기 시작했고 부산시는 경로당 등 운영을 재개했던 무더위 쉼터를 다시 폐쇄하기로 했습니다. 현재 대부분 경로당과 복지시설 등은 문을 닫았고, 은행 등에 지정된 일부 무더위 쉼터 311곳만 운영 중입니다. 부산시 관계자는 "코로나19 확산 우려에 이마저도 문을 더 닫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더위를 피하기 어려운 야외 무더위 쉼터
야외 무더위 쉼터 229곳 운영…"폭염 대비엔 역부족"

실내 무더위 쉼터가 잇따라 문을 닫으면서 부산시는 그 대안으로 야외 무더위 쉼터를 지정해 운영하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부산시가 운영하는 야외 무더위 쉼터는 마을 중심에 마련된 정자나 공원에 부채 등을 설치하는 수준입니다. 에어컨 등 냉방장치가 작동되는 실내 무더위 쉼터와 비교했을 때 효용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일부 시설은 그늘막도 없어 지금과 같은 무더위 속에서는 무용지물입니다.

구청 관계자들도 야외 무더위 쉼터의 한계를 공감하고 있습니다. 한 관계자는 "폭염 대책이 안된다는 걸 알지만 뾰족한 수가 없다"고 토로했습니다.

야외 무더위 쉼터에서 만난 노인도 특히 햇볕이 내리쬐는 낮에는 무더위 쉼터가 그다지 시원하지 않아 찾아오는 사람이 많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코로나19에 폭염까지 겹친 올여름, 취약계층에는 유독 더 잔인한 계절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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