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천댐 하류 침수, 부실한 제방 관리가 피해 키워”

입력 2020.08.19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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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합천댐 하류의 침수 피해는 수자원공사의 무분별한 방류가 1차 문제점으로 지적됐는데요,

하지만 이번에 내린 많은 양의 비로 자치단체의 허술한 제방 관리가 더 큰 피해를 불러온 근거가 현장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습니다.

이대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낙동강 지류 범람 피해를 본 합천 주민 300여 명이 한국수자원공사 합천지사를 항의 방문했습니다.

주민들은 삭발까지 감행하며 댐 방류량 조절 실패로 강이 범람해 피해가 났다며, 자연 재해가 아닌 명백한 인재라고 말했습니다.

[이성근/합천군 청덕면 : "저희가 요구하는 것은 피해 농민이나, 피해 축산 농가나 하우스 농가나 이런 곳에 100% 피해 보상이 될 수 있도록…."]

수자원공사는 원론적인 입장만 되풀이했습니다.

[김지헌/한국수자원공사 합천지사장 : "수자원공사의 책임이 있다고 하면,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당연히 수자원공사가 책임을 지는 게 맞다고 생각을 합니다."]

지난 7일 합천댐은 초당 500t을 방류하다 피해가 난 8일 초당 2,700t까지 늘렸습니다.

국토교통부 매뉴얼을 보면, 하류가 받아들일 수 있는 계획 홍수량 최소 지점보다 50톤가량 적은 양입니다.

잘못된 방류량 조절만 원인으로 꼽을 수 없는 이윱니다.

지난 8일 폭우 당시 무너진 제방의 모습입니다.

마을 제방 배수문 콘크리트 구조물 아래에 있던 모래흙이 다 쓸려 내려가 둥근 기둥만 남고 뻥 뚫려있습니다.

상승한 수위로 구조물과 흙 이음새에 틈이 생겨 발생하는 이른바 파이핑 현상입니다.

제방 관리가 부실했다는 흔적을 고스란히 보여줍니다.

이 제방은 지난 2012년 부산국토지방청에서 보강 공사를 했는데, 현재 관리 주체는 합천군!

[박창근/관동대 토목공학과 교수 : "합천군에서 설계를 했을 텐데, 아마도 설계하는 과정에서 파이핑 현상이라든지, 이와 같은 안전성 검토는 제대로 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됩니다."]

또, 범람 당시 제방의 배수로를 통해 강물이 마을로 역류했는데, 이를 막을 시설조차 없었습니다.

[침수 피해 마을 주민/음성변조 : "(역류 방지) 자동문 시설이 (설치)됐어야 했는데, 그 자동문 시설이 지금 안 돼 있었고요. 제방이 오래전에 설계돼서…."]

합천군은 침수 피해를 당한 뒤 곧바로 역류 차단 시설을 설치했습니다.

불어난 강물에 무너졌던 제방 3곳도 마찬가지!

하천 제방 가운데 무너진 구간의 높이가 다른 곳보다 1.5m가량 낮고, 물막이벽이 일부 유실됐습니다.

십년 넘게 제방 안전성 문제가 제기됐지만, 보강 공사는 지금까지 미뤄져왔습니다.

[박종철/합천군 안전총괄과장 : "(지방하천) 기본계획은 수립됐지만, 기본계획대로 아직 정비가 안 됐습니다. 지방하천이 워낙 많고 그렇다 보니까, 예산 투자가 늦어진 것이죠."]

환경부는 댐관리조사위원회를 꾸려 방류량 적절성 여부를 조사하고 있지만, 제방 관리의 주체인 국토부는 공식 입장조차 내놓지 않았습니다.

KBS 뉴스 이대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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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합천댐 하류 침수, 부실한 제방 관리가 피해 키워”
    • 입력 2020-08-19 20:07:53
    뉴스7(창원)
[앵커] 합천댐 하류의 침수 피해는 수자원공사의 무분별한 방류가 1차 문제점으로 지적됐는데요, 하지만 이번에 내린 많은 양의 비로 자치단체의 허술한 제방 관리가 더 큰 피해를 불러온 근거가 현장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습니다. 이대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낙동강 지류 범람 피해를 본 합천 주민 300여 명이 한국수자원공사 합천지사를 항의 방문했습니다. 주민들은 삭발까지 감행하며 댐 방류량 조절 실패로 강이 범람해 피해가 났다며, 자연 재해가 아닌 명백한 인재라고 말했습니다. [이성근/합천군 청덕면 : "저희가 요구하는 것은 피해 농민이나, 피해 축산 농가나 하우스 농가나 이런 곳에 100% 피해 보상이 될 수 있도록…."] 수자원공사는 원론적인 입장만 되풀이했습니다. [김지헌/한국수자원공사 합천지사장 : "수자원공사의 책임이 있다고 하면,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당연히 수자원공사가 책임을 지는 게 맞다고 생각을 합니다."] 지난 7일 합천댐은 초당 500t을 방류하다 피해가 난 8일 초당 2,700t까지 늘렸습니다. 국토교통부 매뉴얼을 보면, 하류가 받아들일 수 있는 계획 홍수량 최소 지점보다 50톤가량 적은 양입니다. 잘못된 방류량 조절만 원인으로 꼽을 수 없는 이윱니다. 지난 8일 폭우 당시 무너진 제방의 모습입니다. 마을 제방 배수문 콘크리트 구조물 아래에 있던 모래흙이 다 쓸려 내려가 둥근 기둥만 남고 뻥 뚫려있습니다. 상승한 수위로 구조물과 흙 이음새에 틈이 생겨 발생하는 이른바 파이핑 현상입니다. 제방 관리가 부실했다는 흔적을 고스란히 보여줍니다. 이 제방은 지난 2012년 부산국토지방청에서 보강 공사를 했는데, 현재 관리 주체는 합천군! [박창근/관동대 토목공학과 교수 : "합천군에서 설계를 했을 텐데, 아마도 설계하는 과정에서 파이핑 현상이라든지, 이와 같은 안전성 검토는 제대로 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됩니다."] 또, 범람 당시 제방의 배수로를 통해 강물이 마을로 역류했는데, 이를 막을 시설조차 없었습니다. [침수 피해 마을 주민/음성변조 : "(역류 방지) 자동문 시설이 (설치)됐어야 했는데, 그 자동문 시설이 지금 안 돼 있었고요. 제방이 오래전에 설계돼서…."] 합천군은 침수 피해를 당한 뒤 곧바로 역류 차단 시설을 설치했습니다. 불어난 강물에 무너졌던 제방 3곳도 마찬가지! 하천 제방 가운데 무너진 구간의 높이가 다른 곳보다 1.5m가량 낮고, 물막이벽이 일부 유실됐습니다. 십년 넘게 제방 안전성 문제가 제기됐지만, 보강 공사는 지금까지 미뤄져왔습니다. [박종철/합천군 안전총괄과장 : "(지방하천) 기본계획은 수립됐지만, 기본계획대로 아직 정비가 안 됐습니다. 지방하천이 워낙 많고 그렇다 보니까, 예산 투자가 늦어진 것이죠."] 환경부는 댐관리조사위원회를 꾸려 방류량 적절성 여부를 조사하고 있지만, 제방 관리의 주체인 국토부는 공식 입장조차 내놓지 않았습니다. KBS 뉴스 이대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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