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장마]② 3년 연속 빗나간 기상청 여름 전망, “찍어도 맞겠다?”

입력 2020.08.22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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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5월 하순쯤 기상청의 여름철 전망 브리핑에는 연중 가장 많은 취재진이 모입니다. 6~8월까지 3개월간의 기온과 강수량 경향, 태풍 영향, 엘니뇨-라니냐 동향 등을 알려주기 때문에 관심이 뜨거운데요. 올해는 딱 석 달 전인 5월 22일에 열렸습니다.

■기상청 여름 전망에 쏠린 관심…. 올해 '역대급' 폭염?

여름 전망에는 언론뿐만 아니라 정부와 산업계를 비롯해 온 국민의 시선이 쏠립니다. 재해 대비는 물론 에어컨 같은 여름 상품의 출고 시점과 생산량을 결정하고 휴가를 잡는 데에도 유용한 정보이기 때문입니다. 올해는 '역대급 폭염이 온다'는 기사가 많이 나왔습니다. 그러나 7월 들어서 선선한 날씨가 이어지자 예측이 빗나갔다는 목소리가 높아졌습니다. 기상청이 정말 역대급 폭염을 예고했는데 빗나간 걸까요? 실제 보도자료를 살펴봤습니다.


제목이  '올여름 평년보다 무덥고 작년보다 폭염일수 늘듯'입니다. 딱 봐도 더울 거라는 느낌이 드는데요. 6월은 낮 더위, 7월 하순부터는 본격적인 무더위가 예보됐습니다.

기후위기로 최근 초여름인 6월의 기온 상승 폭이 가장 두드러지고, 여기에 7월 하순부터는 북태평양 고기압이 한반도로 확장하면서 1년 중 가장 푹푹 찌는 시기죠. 기상전문기자로 매년 기상청의 여름철 전망을 접하다 보니 올해도 그다지 특이한 점은 없었습니다.

■"작년, 평년과 비교해 덥다"...'오보'라는 비난만

기온 부분을 자세히 보면
"올 여름철 기온은 평년(23.6℃)보다 0.5~1.5℃, 작년(24.1℃)보다는 0.5~1℃ 높겠으며, 
여름철 폭염일수는 20~25일, 열대야 일수는 12~17일로 평년, 작년과 비교해 많겠다"고 발표했습니다.  
기상청은 평년, 작년과 비교해 올여름 더위가 심할 거라고 설명하고 있는데요. 우리의 기억 속에 지난해는 벌써 희미하고, 30년간의 평균을 의미라는 '평년'은 더더욱 먼 얘기입니다. 여기에 일부 언론에서 '역대급 폭염'이라는 제목을 단 기사가 쏟아져나왔고 실제로 역대 가장 더위가 심했던 2018년의 예를 든 경우도 있었습니다.



결국, 기상청의 여름철 전망에 '역대급' 폭염이라는 말은 없었지만, 대중에게는 그렇게 전달된 것입니다. 이현수 기상청 기후예측과장은 "올여름은 코로나19 상황에서 맞이하는 유례 없는 시기라 폭염 예보를 더 자세하고 친절하게 전달하려고 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역대급' 폭염 소동에, 결과적으로 폭염의 시기와 강도 예측도 틀리면서 비난이 일었습니다.

구체적인 부분을 살펴보면 6월 낮 더위 예측은 맞았지만, 나머지는 실제와 달랐습니다. 올 7월에는 이상 저온이 이어지면서 전국 평균 폭염 일수와 열대야 일수는 각각 0.1일에 머물렀는데요. 북극발
찬 공기가 밀려오면서 이례적으로 6월보다 선선한 7월을 보냈습니다. 7월 하순부터 비가 잦았고 한여름인데도 밤이면 춥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죠.

6월 평균기온은 관측 이후 가장 높았지만 7월은 평년보다 2~3도 낮은 저온현상이 나타났다. 6월 평균기온은 관측 이후 가장 높았지만 7월은 평년보다 2~3도 낮은 저온현상이 나타났다. 

■뼈아픈 '강수' 예측…. 기록적 장마 예측 못 했나?


올여름 전망에서 더욱 뼈아픈 부분은 강수량 부분이었습니다. 기상청은 "여름철 강수량은 평년과 비슷하거나 적겠다"라면서 "발달한 저기압의 영향으로 많은 비가 내릴 때가 있겠다"는 단서를 달았습니다.

과연 어땠을까요? 지난 기사에서 정리했듯이 올 장마 누적 강수량만 이미 연평균을 넘긴 곳이 많습니다. 아직 직접 영향을 준 태풍이 5호 '장미'밖에 없었지만 8호 태풍이 우리나라로 오면 더 많은 비가 쏟아질 수 있습니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뜻입니다.

■2018년 장기폭염, 미리 내다볼 수 있었다면?

2018년 8월 1일 뉴스 92018년 8월 1일 뉴스 9

장기예보가 빗나간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2018년에는 한 달 넘게 폭염이 찾아왔습니다.
2018년 8월 1일 서울의 낮 최고기온은 39.6℃로 관측 111년 만에 가장 높았습니다. 강원도 홍천은 41℃로 1942년 8월 1일에 기록한 대구의 최고기온(40℃)보다 높아 극값 1위가 됐습니다. 전국 폭염 일수는 31.4일로 폭염경보 상황이 한 달 내내 이어졌는데 과연 기상청은 극한 폭염을 사전에 예측했을까요? 그때 자료를 살펴보죠.


당시 보도자료를 보면 "6월과 8월은 평년보다 비슷하거나 높고 7월은 비슷"할 거라고 나와 있습니다. 맞힌 것 같기도 하고, 틀린 것 같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 해의 폭염은 평년보다 단순히 높은 정도가 아니라 기록적으로 높았고, 온열 질환 사망자가 48명으로 가장 많았습니다. 만약 끝이 보이지 않는 폭염을 예측할 수 있었다면 피해가 줄지 않았을까요?

■확률 계산해 '경향성' 예측하는 장기예보, 정확도는?

장기예보는 30년간의 평년과 비교해 어떤 날씨가 나타날지 경향성을 보여주는데, 기온의 경우 평년보다 높거나 비슷하거나 낮을 확률을 계산해서 구합니다. 아래 그림을 보면 당시 6월과 8월은 평균기온이 평년과 비슷하거나 높을 확률이 각각 40%로 같고 7월은 비슷할 확률이 50%로 가장 높게 나와 있습니다. 강수량 전망도 마찬가지인데요.


장기예보는 한반도뿐만 아니라 멀리 북극의 해빙과 유라시아 눈 덮임, 우랄산맥 블로킹, 열대 바다의 엘니뇨-라니냐, 성층권 등 고려해야 할 변수가 많고 수십 가지 예측 모델을 돌려서 생산합니다. 보통 인접해있는 중국과 일본, 몽골 전문가들이 모여서 회의를 하는 과정을 거칩니다.

확률적인 경향을 알려주다 보니 우리가 기대하는 구체적인 정보가 담겨 있지 않고 적중률 역시 높지 않습니다. 기상청 이현수 과장은 "수치예보 모델 자체가 대기 중 수증기 함유량이나 북극 해빙 변화 등을 제대로 예측하지 못하고 그나마 엘니뇨와 라니냐 정도가 잘 맞는 편이다"고 말했습니다.
단기예보도 1주일이 지나면 불확실성이 급증하며 정확도가 뚝뚝 떨어지는데, 똑같은 모델로 전 지구적인 변수들을 계산해 답을 얻어야 하니 결코 쉽고 만만한 작업은 아닙니다.

■장기예보에 대한 높은 기대, 사실상 '무의미'

실제로 강수 유무를 알려주는 기상청 단기예보의 정확도가 90% 이상이라면 장기예보의 경우 많이 떨어집니다. 장기예보의 정확도는 'ROC'(Relative Operating Characteristics)라는 값으로 계산하는데 0~1 사이의 값입니다.  모든 예측이 맞았다면 1이 되고 모두 틀렸다면 0이 됩니다.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렸다면 0.5가 되는 겁니다.

최근 5년간(2014~2019년) 3개월 전망에선 '기온 0.61, 강수량 0.59'라는 값이 나왔습니다. 쉽게 생각해 절반 조금 넘게 맞혔다고 볼 수 있는데 기상청은 0.5를 넘으면 '예측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언뜻 생각하면, '찍어도 맞겠다'란 생각이 들 수도 있습니다. 그만큼 장기예보에 대한 높은 기대는 현재 수준에서 사실상 무의미하다는 얘기입니다. 이현수 과장은 "유럽이나 일본도 정확도는 우리와 비슷한 수준이고 자세한 설명 없이 확률을 보여주는 수치 정보만 간략히 제공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장기예보 정확도 어떻게 높이나?

2019년에는 태풍 7개가 한반도에 영향을 줬습니다. 마지막 태풍 '미탁'은 10월 3일 개천절에 큰 피해를 줬습니다. 그해 여름 기상청의 여름 전망에는 여전히 이러한 상황에 대한 암시가 없었습니다. 평년 수준인 태풍 1~3개가 우리나라에 영향을 줄 것으로만 내다봤는데요.


1년에 태풍 7개는 관측 이후 가장 많은 기록이었고 당시 예보관들은 다시 5월로 돌아가 여름철 전망을 한다고 해도 7개라는 숫자는 나올 수 없었을 거라고 말합니다. 수치예보 모델을 통한 과학적인 계산과 통계 자료, 예보관의 경험까지 더해져도 빠르게 변하는 기후변화를 내다보기에는 아직 부족하다는 겁니다.

■동북아 협력 강화하고 상황 변할 때마다 더 활발히 소통해야

대안은 없을까요? 최근 우리나라에 영향이 커지고 있는 북극의 상황을 좀 더 자세히 관찰하고 동북아 기후 전문가들의 협력을 강화해 공동으로 예보하고 대응하는 게 필요합니다. 올해의 경우 중국과 한국, 일본은 시기는 달랐지만, 공통으로 폭우와 이상저온, 폭염 피해를 겪고 있습니다.  

또 기상청은 여름 전망 이후 상황이 변할 때마다 보도자료를 내고 정보를 발표한다고 하지만 업데이트된 정보가 대중이나 언론, 정부 재난 담당 부서에 잘 전달되지 않는 것도 문제입니다.

여름철 전망만큼 큰 비중으로 변화된 상황을 알려주고, 더 활발히 소통한다면 주목도가 높아지지 않을까요? 5월에 예측한 내용이 있더라도 6월, 7월이 되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대기는 잠시도 머물러 있지 않고 기후 시스템 아래 수많은 요인이 상호 작용하면서 새로운 상황을 만들어내기 때문입니다.

올 장마에서 보듯 재해는 '평균값'이 아니라 '극값'에서 발생합니다. 극한 폭염이나 태풍, 장마에 대한 예측이 빠진 여름 전망의 가치는 낮을 수밖에 없습니다. 장기예보 정확도 ROC 값이 0.5 이상이어서 예보로서 가치가 있다는 말은 '변명'처럼 들릴 뿐입니다. 이번 장마를 계기로 장기예보의 정확도를 전반적으로 올리기 위한 노력이 시급합니다.


◆기나 긴 '장마' 끝, 속 시원한 뒤풀이① "기상청은 오보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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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장마]② 3년 연속 빗나간 기상청 여름 전망, “찍어도 맞겠다?”
    • 입력 2020-08-22 08:00:06
    취재K

매년 5월 하순쯤 기상청의 여름철 전망 브리핑에는 연중 가장 많은 취재진이 모입니다. 6~8월까지 3개월간의 기온과 강수량 경향, 태풍 영향, 엘니뇨-라니냐 동향 등을 알려주기 때문에 관심이 뜨거운데요. 올해는 딱 석 달 전인 5월 22일에 열렸습니다.

■기상청 여름 전망에 쏠린 관심…. 올해 '역대급' 폭염?

여름 전망에는 언론뿐만 아니라 정부와 산업계를 비롯해 온 국민의 시선이 쏠립니다. 재해 대비는 물론 에어컨 같은 여름 상품의 출고 시점과 생산량을 결정하고 휴가를 잡는 데에도 유용한 정보이기 때문입니다. 올해는 '역대급 폭염이 온다'는 기사가 많이 나왔습니다. 그러나 7월 들어서 선선한 날씨가 이어지자 예측이 빗나갔다는 목소리가 높아졌습니다. 기상청이 정말 역대급 폭염을 예고했는데 빗나간 걸까요? 실제 보도자료를 살펴봤습니다.


제목이  '올여름 평년보다 무덥고 작년보다 폭염일수 늘듯'입니다. 딱 봐도 더울 거라는 느낌이 드는데요. 6월은 낮 더위, 7월 하순부터는 본격적인 무더위가 예보됐습니다.

기후위기로 최근 초여름인 6월의 기온 상승 폭이 가장 두드러지고, 여기에 7월 하순부터는 북태평양 고기압이 한반도로 확장하면서 1년 중 가장 푹푹 찌는 시기죠. 기상전문기자로 매년 기상청의 여름철 전망을 접하다 보니 올해도 그다지 특이한 점은 없었습니다.

■"작년, 평년과 비교해 덥다"...'오보'라는 비난만

기온 부분을 자세히 보면
"올 여름철 기온은 평년(23.6℃)보다 0.5~1.5℃, 작년(24.1℃)보다는 0.5~1℃ 높겠으며, 
여름철 폭염일수는 20~25일, 열대야 일수는 12~17일로 평년, 작년과 비교해 많겠다"고 발표했습니다.  
기상청은 평년, 작년과 비교해 올여름 더위가 심할 거라고 설명하고 있는데요. 우리의 기억 속에 지난해는 벌써 희미하고, 30년간의 평균을 의미라는 '평년'은 더더욱 먼 얘기입니다. 여기에 일부 언론에서 '역대급 폭염'이라는 제목을 단 기사가 쏟아져나왔고 실제로 역대 가장 더위가 심했던 2018년의 예를 든 경우도 있었습니다.



결국, 기상청의 여름철 전망에 '역대급' 폭염이라는 말은 없었지만, 대중에게는 그렇게 전달된 것입니다. 이현수 기상청 기후예측과장은 "올여름은 코로나19 상황에서 맞이하는 유례 없는 시기라 폭염 예보를 더 자세하고 친절하게 전달하려고 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역대급' 폭염 소동에, 결과적으로 폭염의 시기와 강도 예측도 틀리면서 비난이 일었습니다.

구체적인 부분을 살펴보면 6월 낮 더위 예측은 맞았지만, 나머지는 실제와 달랐습니다. 올 7월에는 이상 저온이 이어지면서 전국 평균 폭염 일수와 열대야 일수는 각각 0.1일에 머물렀는데요. 북극발
찬 공기가 밀려오면서 이례적으로 6월보다 선선한 7월을 보냈습니다. 7월 하순부터 비가 잦았고 한여름인데도 밤이면 춥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죠.

6월 평균기온은 관측 이후 가장 높았지만 7월은 평년보다 2~3도 낮은 저온현상이 나타났다. 
■뼈아픈 '강수' 예측…. 기록적 장마 예측 못 했나?


올여름 전망에서 더욱 뼈아픈 부분은 강수량 부분이었습니다. 기상청은 "여름철 강수량은 평년과 비슷하거나 적겠다"라면서 "발달한 저기압의 영향으로 많은 비가 내릴 때가 있겠다"는 단서를 달았습니다.

과연 어땠을까요? 지난 기사에서 정리했듯이 올 장마 누적 강수량만 이미 연평균을 넘긴 곳이 많습니다. 아직 직접 영향을 준 태풍이 5호 '장미'밖에 없었지만 8호 태풍이 우리나라로 오면 더 많은 비가 쏟아질 수 있습니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뜻입니다.

■2018년 장기폭염, 미리 내다볼 수 있었다면?

2018년 8월 1일 뉴스 9
장기예보가 빗나간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2018년에는 한 달 넘게 폭염이 찾아왔습니다.
2018년 8월 1일 서울의 낮 최고기온은 39.6℃로 관측 111년 만에 가장 높았습니다. 강원도 홍천은 41℃로 1942년 8월 1일에 기록한 대구의 최고기온(40℃)보다 높아 극값 1위가 됐습니다. 전국 폭염 일수는 31.4일로 폭염경보 상황이 한 달 내내 이어졌는데 과연 기상청은 극한 폭염을 사전에 예측했을까요? 그때 자료를 살펴보죠.


당시 보도자료를 보면 "6월과 8월은 평년보다 비슷하거나 높고 7월은 비슷"할 거라고 나와 있습니다. 맞힌 것 같기도 하고, 틀린 것 같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 해의 폭염은 평년보다 단순히 높은 정도가 아니라 기록적으로 높았고, 온열 질환 사망자가 48명으로 가장 많았습니다. 만약 끝이 보이지 않는 폭염을 예측할 수 있었다면 피해가 줄지 않았을까요?

■확률 계산해 '경향성' 예측하는 장기예보, 정확도는?

장기예보는 30년간의 평년과 비교해 어떤 날씨가 나타날지 경향성을 보여주는데, 기온의 경우 평년보다 높거나 비슷하거나 낮을 확률을 계산해서 구합니다. 아래 그림을 보면 당시 6월과 8월은 평균기온이 평년과 비슷하거나 높을 확률이 각각 40%로 같고 7월은 비슷할 확률이 50%로 가장 높게 나와 있습니다. 강수량 전망도 마찬가지인데요.


장기예보는 한반도뿐만 아니라 멀리 북극의 해빙과 유라시아 눈 덮임, 우랄산맥 블로킹, 열대 바다의 엘니뇨-라니냐, 성층권 등 고려해야 할 변수가 많고 수십 가지 예측 모델을 돌려서 생산합니다. 보통 인접해있는 중국과 일본, 몽골 전문가들이 모여서 회의를 하는 과정을 거칩니다.

확률적인 경향을 알려주다 보니 우리가 기대하는 구체적인 정보가 담겨 있지 않고 적중률 역시 높지 않습니다. 기상청 이현수 과장은 "수치예보 모델 자체가 대기 중 수증기 함유량이나 북극 해빙 변화 등을 제대로 예측하지 못하고 그나마 엘니뇨와 라니냐 정도가 잘 맞는 편이다"고 말했습니다.
단기예보도 1주일이 지나면 불확실성이 급증하며 정확도가 뚝뚝 떨어지는데, 똑같은 모델로 전 지구적인 변수들을 계산해 답을 얻어야 하니 결코 쉽고 만만한 작업은 아닙니다.

■장기예보에 대한 높은 기대, 사실상 '무의미'

실제로 강수 유무를 알려주는 기상청 단기예보의 정확도가 90% 이상이라면 장기예보의 경우 많이 떨어집니다. 장기예보의 정확도는 'ROC'(Relative Operating Characteristics)라는 값으로 계산하는데 0~1 사이의 값입니다.  모든 예측이 맞았다면 1이 되고 모두 틀렸다면 0이 됩니다.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렸다면 0.5가 되는 겁니다.

최근 5년간(2014~2019년) 3개월 전망에선 '기온 0.61, 강수량 0.59'라는 값이 나왔습니다. 쉽게 생각해 절반 조금 넘게 맞혔다고 볼 수 있는데 기상청은 0.5를 넘으면 '예측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언뜻 생각하면, '찍어도 맞겠다'란 생각이 들 수도 있습니다. 그만큼 장기예보에 대한 높은 기대는 현재 수준에서 사실상 무의미하다는 얘기입니다. 이현수 과장은 "유럽이나 일본도 정확도는 우리와 비슷한 수준이고 자세한 설명 없이 확률을 보여주는 수치 정보만 간략히 제공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장기예보 정확도 어떻게 높이나?

2019년에는 태풍 7개가 한반도에 영향을 줬습니다. 마지막 태풍 '미탁'은 10월 3일 개천절에 큰 피해를 줬습니다. 그해 여름 기상청의 여름 전망에는 여전히 이러한 상황에 대한 암시가 없었습니다. 평년 수준인 태풍 1~3개가 우리나라에 영향을 줄 것으로만 내다봤는데요.


1년에 태풍 7개는 관측 이후 가장 많은 기록이었고 당시 예보관들은 다시 5월로 돌아가 여름철 전망을 한다고 해도 7개라는 숫자는 나올 수 없었을 거라고 말합니다. 수치예보 모델을 통한 과학적인 계산과 통계 자료, 예보관의 경험까지 더해져도 빠르게 변하는 기후변화를 내다보기에는 아직 부족하다는 겁니다.

■동북아 협력 강화하고 상황 변할 때마다 더 활발히 소통해야

대안은 없을까요? 최근 우리나라에 영향이 커지고 있는 북극의 상황을 좀 더 자세히 관찰하고 동북아 기후 전문가들의 협력을 강화해 공동으로 예보하고 대응하는 게 필요합니다. 올해의 경우 중국과 한국, 일본은 시기는 달랐지만, 공통으로 폭우와 이상저온, 폭염 피해를 겪고 있습니다.  

또 기상청은 여름 전망 이후 상황이 변할 때마다 보도자료를 내고 정보를 발표한다고 하지만 업데이트된 정보가 대중이나 언론, 정부 재난 담당 부서에 잘 전달되지 않는 것도 문제입니다.

여름철 전망만큼 큰 비중으로 변화된 상황을 알려주고, 더 활발히 소통한다면 주목도가 높아지지 않을까요? 5월에 예측한 내용이 있더라도 6월, 7월이 되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대기는 잠시도 머물러 있지 않고 기후 시스템 아래 수많은 요인이 상호 작용하면서 새로운 상황을 만들어내기 때문입니다.

올 장마에서 보듯 재해는 '평균값'이 아니라 '극값'에서 발생합니다. 극한 폭염이나 태풍, 장마에 대한 예측이 빠진 여름 전망의 가치는 낮을 수밖에 없습니다. 장기예보 정확도 ROC 값이 0.5 이상이어서 예보로서 가치가 있다는 말은 '변명'처럼 들릴 뿐입니다. 이번 장마를 계기로 장기예보의 정확도를 전반적으로 올리기 위한 노력이 시급합니다.


◆기나 긴 '장마' 끝, 속 시원한 뒤풀이① "기상청은 오보청?"


◆기나 긴 '장마' 끝, 속 시원한 뒤풀이② "기상청 야유회때 비 오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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