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국제영화제 어쩌나?

입력 2020.08.22 (12:00) 수정 2020.08.22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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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국제영화제… 코로나19에 올해 어떻게 되나?

10월이 되면 전국 영화팬을 잠 못 이루게 하는 행사가 있습니다. 아시아 최대 영화제, 부산국제영화제인데요. 올해로 25회째를 맞는 BIFF는 10월 7일부터 16일까지 열릴 예정입니다.

그런데 코로나19 재확산으로 부산시의 사회적 거리 두기가 2단계로 격상되면서 과연 정상적으로 영화제를 치를 수 있을지 걱정하는 목소리가 큽니다.


은막의 스타들 레드카펫...북적이는 관객 올해는 힘들 듯

국내외 스타들이 레드카펫을 따라 입장하면 개막식장에 모인 관객의 환호와 카메라 플래시가 일제히 터집니다. 좋은 사진을 얻기 위해 취재진끼리 몸싸움도 벌어집니다. 스타들을 눈앞에서 보며 영화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각종 이벤트는 영화의 전당을 들썩이게 합니다. 일단 올해는 그런 풍경 볼 수 없을 듯하네요.

부산국제영화제 측은 부산시가 사회적 거리 두기 2단계 행정명령을 내린 이후 사흘 연속으로 대책회의를 열고 있습니다. 논의 내용은 '올해 영화제를 개최하는 게 맞는지' 부터 '오프라인 행사와 상영을 축소하거나 취소한다면 대안은 무엇인가?'까지 방대하고 또 복잡합니다.


먼저 사람들이 밀집할 수밖에 없는 영화인 초청 이벤트는 열리기 힘들 것으로 보입니다. 아시아의 젊은 영화인들이 합숙하며 영화를 공부하는 아시아영화아카데미는 지난 7월 이미 취소됐고요.

가장 중요한 영화 상영은 강행할 것인지 아니면 지난 5월 개최된 전주국제영화제처럼 온라인으로 상영할 것인지가 관건입니다. 전주영화제는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인 웨이브(WAVVE)와 손잡고 국내 최초로 일반 관객 대상 오프라인 상영 없이 온라인 극장을 운영했지요.

'비대면' 온라인 상영이 될 수 있을 것 같지만 그리 간단한 문제는 또 아닙니다. 영화제에 출품되는 영화 대부분이 대중성보다 작품성에 방점이 찍혀있기 때문에 과연 온라인으로 영화를 온전히 '소화'할 수 있겠느냐는 지적이죠. 온라인으로는 관객의 직접적인 반응을 느낄 수 없고 영화제 특유의 북적거리는 열기를 느낄 수 없다는 아쉬움도 있습니다.

그래서 지난달 열린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는 한국 작품에 한해서는 극장 상영과 관객과의 대화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하이브리드 방식'으로 개최됐습니다. 세계 최초로 공개되는 한국 작품을 온라인으로 공개하면 작품의 가치를 떨어뜨린다는 판단이 나옵니다. 부산국제영화제 역시 이런 부분들을 자세히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 준비는 마쳤지만, 원점에서 다시 고민

개막 50일이 채 남지 않은 상황이어서 영화제 측은 가장 중요한 상영작 선정은 이미 마쳤습니다. 해외에 있는 주요 상영작 감독과 심사위원 초청 절차도 진행 중이었고요. 예정대로라면 다음 달 9일쯤 개최 기자회견도 열려야 하지요.

부산국제영화제 측은 일단 모든 절차를 보류한 채 확진자 발생 현황 등 추이를 지켜보고 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대로 여러 가지 상황에 대비한 선택지도 준비하는 중이고요.

확진자가 대폭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오프라인' 영화제를 강행하는 것도 부산국제영화제 측으로서는 부담입니다. 자칫 정부와 부산시 방침에 따르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을 수도 있으니까요.

그러나 코로나19 장기화로 영화계와 극장업계가 상반기에 너무나 큰 어려움을 겪었기에 상영관을 1/10로 줄이는 한이 있더라도 영화제는 개최하면 좋겠다는 의견도 일부에서 나오고 있는 건 사실입니다. 방역을 철저히 해서 성공적으로 행사를 치를 수 있다는 걸 보여주면 좋겠다는 의견이죠. 영화계 의견을 무시할 수 없는 영화제 측의 고민입니다.


■ 이달 말까지 영화제 개최 여부, 형식 등 결정

부산국제영화제 측은 이달 말까지는 올해 영화제를 어떻게 치를지 결정한다는 계획입니다.

감염병 전문가들과 보건당국의 조언을 받아 개최 여부와 형식, 일정 등을 정리하면 이사회와 임시총회에서 최종적으로 결정합니다.

부산국제영화제가 사단법인이고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코로나19 사태지만 부산시가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지 않고 있는 점은 아쉽습니다. 부산국제영화제 개최 여부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부산시 담당 부서 관계자는 "영화제에 대해서는 말할 수 없고, 2단계 (폐쇄 조치)가 계속되면 (영화제 개최장소인) 영화의 전당 운영을 중단할 수밖에 없다"고 답했습니다.

굳이 영화의 전당 말고도 영화제를 개최할 수 있는 장소는 많은데 말이죠. 부산국제영화제에 한 해 수십억 원을 지원하는 부산시가 역할을 제대로 하는 것일까요?

부산국제영화제는 사람으로 치면 어엿한 20대 중반으로 성장했습니다. 몇 년 전 이른바 '다이빙벨' 사태로 홍역을 치른 영화제가 올해 다시 큰 도전에 직면해 있습니다. 온라이든 오프라인이든, 개최하든 올해 쉬어가든 아시아를 대표하는 부산국제영화제가 이 위기를 건강하게 이겨내고 부산시민 그리고 전국의 영화팬들과 더욱 가까워지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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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8-22 12:00:28
    • 수정2020-08-22 12:04:40
    취재K
■ 부산국제영화제… 코로나19에 올해 어떻게 되나?

10월이 되면 전국 영화팬을 잠 못 이루게 하는 행사가 있습니다. 아시아 최대 영화제, 부산국제영화제인데요. 올해로 25회째를 맞는 BIFF는 10월 7일부터 16일까지 열릴 예정입니다.

그런데 코로나19 재확산으로 부산시의 사회적 거리 두기가 2단계로 격상되면서 과연 정상적으로 영화제를 치를 수 있을지 걱정하는 목소리가 큽니다.


은막의 스타들 레드카펫...북적이는 관객 올해는 힘들 듯

국내외 스타들이 레드카펫을 따라 입장하면 개막식장에 모인 관객의 환호와 카메라 플래시가 일제히 터집니다. 좋은 사진을 얻기 위해 취재진끼리 몸싸움도 벌어집니다. 스타들을 눈앞에서 보며 영화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각종 이벤트는 영화의 전당을 들썩이게 합니다. 일단 올해는 그런 풍경 볼 수 없을 듯하네요.

부산국제영화제 측은 부산시가 사회적 거리 두기 2단계 행정명령을 내린 이후 사흘 연속으로 대책회의를 열고 있습니다. 논의 내용은 '올해 영화제를 개최하는 게 맞는지' 부터 '오프라인 행사와 상영을 축소하거나 취소한다면 대안은 무엇인가?'까지 방대하고 또 복잡합니다.


먼저 사람들이 밀집할 수밖에 없는 영화인 초청 이벤트는 열리기 힘들 것으로 보입니다. 아시아의 젊은 영화인들이 합숙하며 영화를 공부하는 아시아영화아카데미는 지난 7월 이미 취소됐고요.

가장 중요한 영화 상영은 강행할 것인지 아니면 지난 5월 개최된 전주국제영화제처럼 온라인으로 상영할 것인지가 관건입니다. 전주영화제는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인 웨이브(WAVVE)와 손잡고 국내 최초로 일반 관객 대상 오프라인 상영 없이 온라인 극장을 운영했지요.

'비대면' 온라인 상영이 될 수 있을 것 같지만 그리 간단한 문제는 또 아닙니다. 영화제에 출품되는 영화 대부분이 대중성보다 작품성에 방점이 찍혀있기 때문에 과연 온라인으로 영화를 온전히 '소화'할 수 있겠느냐는 지적이죠. 온라인으로는 관객의 직접적인 반응을 느낄 수 없고 영화제 특유의 북적거리는 열기를 느낄 수 없다는 아쉬움도 있습니다.

그래서 지난달 열린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는 한국 작품에 한해서는 극장 상영과 관객과의 대화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하이브리드 방식'으로 개최됐습니다. 세계 최초로 공개되는 한국 작품을 온라인으로 공개하면 작품의 가치를 떨어뜨린다는 판단이 나옵니다. 부산국제영화제 역시 이런 부분들을 자세히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 준비는 마쳤지만, 원점에서 다시 고민

개막 50일이 채 남지 않은 상황이어서 영화제 측은 가장 중요한 상영작 선정은 이미 마쳤습니다. 해외에 있는 주요 상영작 감독과 심사위원 초청 절차도 진행 중이었고요. 예정대로라면 다음 달 9일쯤 개최 기자회견도 열려야 하지요.

부산국제영화제 측은 일단 모든 절차를 보류한 채 확진자 발생 현황 등 추이를 지켜보고 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대로 여러 가지 상황에 대비한 선택지도 준비하는 중이고요.

확진자가 대폭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오프라인' 영화제를 강행하는 것도 부산국제영화제 측으로서는 부담입니다. 자칫 정부와 부산시 방침에 따르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을 수도 있으니까요.

그러나 코로나19 장기화로 영화계와 극장업계가 상반기에 너무나 큰 어려움을 겪었기에 상영관을 1/10로 줄이는 한이 있더라도 영화제는 개최하면 좋겠다는 의견도 일부에서 나오고 있는 건 사실입니다. 방역을 철저히 해서 성공적으로 행사를 치를 수 있다는 걸 보여주면 좋겠다는 의견이죠. 영화계 의견을 무시할 수 없는 영화제 측의 고민입니다.


■ 이달 말까지 영화제 개최 여부, 형식 등 결정

부산국제영화제 측은 이달 말까지는 올해 영화제를 어떻게 치를지 결정한다는 계획입니다.

감염병 전문가들과 보건당국의 조언을 받아 개최 여부와 형식, 일정 등을 정리하면 이사회와 임시총회에서 최종적으로 결정합니다.

부산국제영화제가 사단법인이고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코로나19 사태지만 부산시가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지 않고 있는 점은 아쉽습니다. 부산국제영화제 개최 여부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부산시 담당 부서 관계자는 "영화제에 대해서는 말할 수 없고, 2단계 (폐쇄 조치)가 계속되면 (영화제 개최장소인) 영화의 전당 운영을 중단할 수밖에 없다"고 답했습니다.

굳이 영화의 전당 말고도 영화제를 개최할 수 있는 장소는 많은데 말이죠. 부산국제영화제에 한 해 수십억 원을 지원하는 부산시가 역할을 제대로 하는 것일까요?

부산국제영화제는 사람으로 치면 어엿한 20대 중반으로 성장했습니다. 몇 년 전 이른바 '다이빙벨' 사태로 홍역을 치른 영화제가 올해 다시 큰 도전에 직면해 있습니다. 온라이든 오프라인이든, 개최하든 올해 쉬어가든 아시아를 대표하는 부산국제영화제가 이 위기를 건강하게 이겨내고 부산시민 그리고 전국의 영화팬들과 더욱 가까워지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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