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심박제] 통합당 태영호 “분단, 100년 안 넘길 것…‘비판적 관여’ 필요”

입력 2020.08.23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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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삶을 바꾸는 토크쇼 <정치합시다>’가 21대 국회의원의 초심을 들어보는 ‘초심 박제 프로젝트’ <정치합니다>. 오늘은 25번째로 미래통합당 태영호 의원을 만났습니다.
 

“4월 15일 당일 김정은 건강상태 이상 분명”
“‘비핵화’ 개념 정의부터 시작해야”
“대북정책 이념에 치우쳐...‘비판적 관여’ 필요”

 

그의 말은 꾹꾹 눌러쓴 손글씨처럼 결연했다. “저는 모든 특권을 포기하고 자유와 민주주의, 시장경제를 선택한 사람입니다.” 사선(死線)을 넘어 대한민국의 품에 안긴 그는 다시 ‘용기’를 꺼냈다. “누구보다도 자유와 민주주의, 시장경제에 충실하고 이를 지키기 위해 용기 있게 싸울 수 있습니다.”
 
‘탈북자 출신 첫 지역구 국회의원’ 태영호 미래통합당 의원은 당선 전부터도 존재감이 컸다. 그런 존재감 때문일까. 당선인 시절 ‘김정은 신변 이상설’에 대한 예측이 빗나가면서 ‘가짜뉴스를 퍼뜨린다’는 비난을 받았고 이인영 통일부장관 인사청문회에서는 ‘공개 전향’ 질의로 격한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태 의원은 인사청문회 당시 사상검증 논란에 대해 “국회의원으로서 공적인 질의”였다며 “합리적 의심에 근거한 질문이었다”고 말했다. 김정은 신변 이상설에 대해서는 “4월 15일(김일성 생일) 김정은이 (금수산태양궁전에) 안 나온 것은 북한 체제에서는 있을 수 없는 현상”이었다며 “지금도 당일 김정은은 앉거나 일어서지 못할 상태였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최근 경색된 남북관계에도 불구하고 태 의원은 밝은 미래를 전망했다. 그는 “한반도 분단이 100년은 넘지 않을 것”이라며 “6·25를 겪은 세대와 달리 북한 젊은 세대는 미국과 한국에 대한 증오심이 없다”고 말했다. 이념적이지 않은 20~30대가 북한 체제 변화를 이끌 것이라는 분석이다. 핵 문제에 대해서도 “체제 변화가 일어나야 해결될 수 있다”며 “‘비핵화’에 대한 개념 정리부터 명확히 하고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북한이 사용하는 ‘한반도 비핵화’는 우리가 생각하는 ‘북한 비핵화’와는 다른 개념이라는 지적이다.
 
-최근 수해 복구 현장에서 변기 커버를 들고 있는 사진으로 화제가 됐네요?
 
“그날 충주에 가서 일했는데 비좁은 화장실에 들어간 분은 같은 당 김미애 의원님과 윤주경 의원님이었습니다. 저는 거기서 나오는 가재도구를 옮겼는데 그분들은 언론에 나오지 못했네요. 마치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주인이 받은 것 같아 대단히 죄송스럽습니다.”
 
-이인영 통일부장관 인사청문회에서 ‘전향’ 발언 때문에 논란이 있었습니다. 한국 민주주의에 대한 공부가 부족하다는 말도 나왔는데요.
 
“개인과 개인 사이에 사상을 검증하겠다고 하면 부적절하지만 저는 국회의원으로서 국민을 대표해 질의했습니다. 이 후보자도 공직자로서 당연히 밝혀야 할 답변이었고요. 또 합리적 의심에 근거한 질문이었습니다. 이 후보자는 전대협 1기 회장이었습니다. 우리 당에도 그분과 같이 전대협 활동을 했던 분들은 주체사상을 신봉했고 이후에 공식 전향했습니다. 이런 과거 사례에 기초해서 질문했는데 그렇게 격렬한 반응을 보인 것이 오히려 부적절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왜 그렇게 격한 반응이 나왔는지 생각해보셨나요?
 
“80년대 학생운동을 했던 분들 중 절대다수는 주체사상과 관계없이 민주화라는 숭고한 이념을 따랐던 분들입니다. 하지만 조직 상층부의 많은 분들이 주체사상을 신봉했던 것 역시 사실입니다. 이분들 입장에서는 숭고한 민주화운동이 주체사상과 엮일 수도 있다는 우려와 불안 때문에 그렇게 강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나 싶습니다.”
 
-같은 586세대인데 북한에 있을 때 남한 대학생들에 대해 들은 내용이 있나요?
 
“제가 80학번입니다. 대학에 들어갔을 때 광주민주화운동이 벌어졌고 북한은 이를 TV로 매일 보여줬습니다. 그리고 북한은 전대협이 김일성 주체사상을 따라 혁명을 일으키는 조직인 것처럼 교육시켰어요. 결국은 가짜였고 선동이었는데 북한 주민들은 사실로 믿었습니다.”
 
-문재인정부의 대북정책을 평가한다면요?
 
“남과 북이 화해하고 평화로 가기 위해서는 우리도 바뀌어야 하지만 북한도 바뀌어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상호간 진정성을 가져야 하는데 지금 정부의 대북정책에서는 진정성이 부족한 것 같아요. 예를 들면 북한에 ‘될 것은 되고 안 될 것은 안 된다’고 명확히 이야기를 해야 합니다. 개성공단이나 금강산 관광은 핵 폐기와 관련해 어느 정도 조치가 있어야 가능하다고 말해야 하고 남북연락사무소 폭파처럼 잘못된 행동은 따끔하게 지적해야 합니다. 잘못하면 사과를 받아내고 힘들면 도와주는 것이 진정성이고, 이런 진정성을 가지고 다가가야 북한도 바뀐다고 봅니다.”
 
-수해복구 지원과 코로나19 방역 지원 정책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시나요?
 
“인도적 지원은 해야 합니다. 그런데 인도적 지원을 정치와 연결시키면 안 됩니다. 새로운 통일부 장관이 남북관계 물꼬를 트기 위해 ‘내가 1천만 달러를 지원한다’고 말하면 진정성이 안 보여요. 제도적으로 ‘매년 국제기구를 통해 1천만 달러를 북한 영유아에게 지원한다’고 해야 합니다.”
 
-영유아, 여성과 같은 북한 내 사회적 약자에 대한 지원을 한다 해도 그들에게 제대로 지원이 이뤄질지 감시하고 관리할 체계가 없다는 비판도 있습니다.
 
“100% 도달하느냐를 기준으로 삼을 수는 없습니다. 다 가지는 않아요. 구호물자 중 일부는 군대에 갑니다. 제가 그 분야 일을 해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국제기구가 모니터링을 하고 있고 일부라도 꼭 필요한 사람들에게 지원이 이뤄지기 때문에 아예 안 주는 것보다는 낫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북한 체제는 계속 유지될까요? 김정은의 미래를 어떻게 예상하십니까?
 
“한반도 분단은 100년을 넘지 않을 거라 생각합니다. 분단 100년이면 2045년이죠. 앞으로 25년 안에 북한의 체제 변화가 있을 겁니다. 북한 체제가 지금까지 유지될 수 있었던 것은 공포정치나 세뇌교육 같은 요인도 있지만 남한에도 일정 정도 책임이 있다고 봅니다. 지난 70여 년 동안 북한의 변화를 이끌어내 위해 총력을 기울이지 않았어요. 대북 정책을 두고 좌우, 보수 진보로 갈라져 싸워왔기 때문입니다. 체제 변화는 북한 혼자 힘으로만 이뤄지지 않고 반드시 남한의 변화와 동시에 이뤄져야 합니다. 저는 동시에 이뤄질 수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태 의원이 향후 25년 내로 북한 체제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예측한 이유는 이렇다. 김정은은 30대지만 그 주변 인물들은 대부분 6·25를 경험한 세대다. 이 세대는 미국과 남한에 대한 증오와 적개심을 갖고 있다. 반면 20~30대 젊은이들은 그런 감정이 없다. 이들은 북한이 자랑하는 사회주의 복지시스템을 교과서에서나 봤을 뿐 경험하지 못했다. 이념적이지 않은 젊은이들이 북한 정권에 진입하면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남한을 보면 80년대 운동권에 있던 분들은 북한에 대해 아직도 좋은 감정을 갖고 있어요. 하지만 젊은이들과 이야기해보면 정의, 공정에 대단히 민감합니다. 이들에겐 김정은과 북한 정권에 대한 인식이 대단히 나빠요. 이런 세대가 앞으로 대한민국 주류가 되면 보수와 진보 사이에 합리적인 의견 접근이 이뤄지고 결국 한반도 변화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핵 문제라는 변수를 고려해도 그렇습니까?
 
“김정은 체제와 핵무기는 같다고 보면 됩니다. 김정은 체제가 존재하는 한 핵무기는 절대 안 없어집니다. 결국 체제 변화가 일어나야 핵 문제도 해결된다고 생각합니다.”
 
-북핵 문제에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요?
 
“북한이 생각하고 있는 ‘조선반도 비핵화’는 우리 생각과 완전히 다릅니다. ‘조선반도 비핵화’는 한반도를 겨냥한 모든 핵무기와 위협까지 제거해야 북한도 비핵화를 할 수 있다는 것이고, 미국과 우리가 생각하는 한반도 비핵화는 북핵 폐기거든요. 이런 개념 정리부터 명확히 하고 시작해야 하는데 이조차도 하지 않고 많은 합의 문건을 만들어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 시절인 2005년 9.19 공동성명을 보면 북한이 가지고 있는 모든 핵무기와 핵 프로그램을 폐기해야 한다고 명확히 적혀있습니다. 북한과 대화할 때 ‘2005년 6자회담에서 합의했다, 이 개념으로 가자’, 왜 이 말을 못합니까?”
 
-그렇다면 이제는 어떻게 해야할까요?
 
“장기적으로 보고 접근해야 합니다. 우선 김정은이 핵을 가지고 성공 스토리를 쓰게 해서는 안 됩니다. 먼저 남북 관계를 발전시킨 뒤 북한 비핵화를 이끈다거나, 종전선언을 해주고 북한 비핵화를 견인한다고 하는 건 핵을 두고 에둘러서 가자는 것 아닙니까? 이러면 북한 지도층은 중국이나 파키스탄처럼 핵을 가지고 국제사회에 진입한다고 오판할 수 있습니다. 핵무기는 안 된다는 것을 끊임없이 인식시켜야 합니다.”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 수석고문인 위마오춘(余茂春)은 중국과 중국공산당을 분리해서 다뤄야 한다고 했는데 우리도 북한에 대해 같은 태도를 가져야 한다고 생각하나요?
 
“당연합니다. 북한 인권 문제와 관련한 결의안은 UN에서도 표결을 안 합니다. 북한 인권유린 상황은 21세기 기준과 가치관으로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 전 세계 국가들의 합의입니다. 때문에 김정은 정권은 가해자이고 북한 주민은 피해자입니다. 우리는 피해자의 편에 서야죠. 물론 분단이라는 특수한 환경 속에서 김정은과 대화하고 협력할 수도 있지만 대북정책의 철학적 기조는 북한 주민을 바라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국민들은 대북 압박 정책이 냉전시대 산물이라고 보기도 합니다. 한반도 위기를 통해 기득권 세력이 이른바 ‘안보 장사’를 하는 측면도 있다고 보고요.
 
“압박은 냉전적 사고방식이고 협력과 교류는 탈냉전적 사고방식이라고 보는 건 소모적 논쟁입니다. 2017년까지 북한은 핵실험을 했지만 2017년 12월 강력한 대북제재가 가해지면서 핵 개발은 멈춰 섰고, 더 버티기 힘들었던 김정은은 2018년부터 대화와 협력으로 왔습니다. 그런데 대화와 협력만 옳다면 남북공동사무소 폭파와 같은 일은 일어나지 않았어야죠. 대북정책이 너무 이념화, 양극화 되어 있습니다. 대북압박이냐, 협력교류냐를 따지기보다는 ‘비판적 관여’ 정책으로 가야 합니다. 인도적 지원을 하면서 대화도 하고 협력도 하지만 비판해야 할 땐 비판하는 것, 이것이 비판적 관여 정책입니다.”
 
-의원님의 당선이 북한 주민들에게 어떤 영향을 끼칠까요?
 
“북한 주민들은 제가 정부 정책을 비판하면 ‘저러다가 잘못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할 겁니다. 그런데 당당하게 소신을 밝히는 모습을 보면서 한국 민주주의는 어떻게 돌아가는 걸까, 이런 궁금증이 생기겠죠. 궁금증이 생기면 알려고 노력하게 되고, 알려고 노력하면 결국 한국 사회에 대한 인식이 달라질 겁니다. 이렇게 남과 북이 서로 알아가는 과정이 평화로 가는 진정한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강남갑은 보수색이 강한 미래통합당의 ‘표밭’이지만 태 의원에겐 혈연도, 지연도, 학연도 없었다. 그는 선거운동 기간 갖가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도 끈질기게 지역구 유권자들을 만났다. 그런 만남의 결과일까? 정치란 무엇이냐고 묻자 “억울함을 해소해주는 것”이라고 답했다.
 
“주말에는 지역구 사무실로 민원인들이 많이 오십니다. 저는 일단 그분들의 하소연을 끝까지 들어드립니다. 그러면 그분들은 설사 해결이 안 돼도 대단히 좋아하십니다. 억울한 일을 당하는 분들에게 외롭지 않다는 걸 느끼게 해드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1호 법안으로 종합부동산세 개정안을 발의했네요?
 
“강남엔 1주택으로 평생 살아온 분들이 많습니다. 집값 폭등으로 이분들의 종부세도 늘고 있고요. 그런데 종부세는 미실현 이익에 대한 세금이거든요. 종부세를 내지 못하면 삶의 터전인 주거지를 떠나야 하는데 이보다 더 억울한 일이 있을까요. 그래서 1주택 실거주자에겐 종부세를 면제해서 억울함을 풀어드리자는 것이 법안의 취지입니다. 당장은 통과가 불가능해도 저는 끊임없이 이야기할 겁니다.”
 
-21대 국회에서 이것만은 꼭 하겠다, 혹은 절대 하지 않겠다고 생각한 것이 있다면요?
 
“동료 의원들과 정책적인 논쟁은 하겠지만 인신공격은 절대 안 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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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초심박제] 통합당 태영호 “분단, 100년 안 넘길 것…‘비판적 관여’ 필요”
    • 입력 2020-08-23 08:00:37
    정치합시다

‘당신의 삶을 바꾸는 토크쇼 <정치합시다>’가 21대 국회의원의 초심을 들어보는 ‘초심 박제 프로젝트’ <정치합니다>. 오늘은 25번째로 미래통합당 태영호 의원을 만났습니다.
 

“4월 15일 당일 김정은 건강상태 이상 분명”
“‘비핵화’ 개념 정의부터 시작해야”
“대북정책 이념에 치우쳐...‘비판적 관여’ 필요”

 

그의 말은 꾹꾹 눌러쓴 손글씨처럼 결연했다. “저는 모든 특권을 포기하고 자유와 민주주의, 시장경제를 선택한 사람입니다.” 사선(死線)을 넘어 대한민국의 품에 안긴 그는 다시 ‘용기’를 꺼냈다. “누구보다도 자유와 민주주의, 시장경제에 충실하고 이를 지키기 위해 용기 있게 싸울 수 있습니다.”
 
‘탈북자 출신 첫 지역구 국회의원’ 태영호 미래통합당 의원은 당선 전부터도 존재감이 컸다. 그런 존재감 때문일까. 당선인 시절 ‘김정은 신변 이상설’에 대한 예측이 빗나가면서 ‘가짜뉴스를 퍼뜨린다’는 비난을 받았고 이인영 통일부장관 인사청문회에서는 ‘공개 전향’ 질의로 격한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태 의원은 인사청문회 당시 사상검증 논란에 대해 “국회의원으로서 공적인 질의”였다며 “합리적 의심에 근거한 질문이었다”고 말했다. 김정은 신변 이상설에 대해서는 “4월 15일(김일성 생일) 김정은이 (금수산태양궁전에) 안 나온 것은 북한 체제에서는 있을 수 없는 현상”이었다며 “지금도 당일 김정은은 앉거나 일어서지 못할 상태였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최근 경색된 남북관계에도 불구하고 태 의원은 밝은 미래를 전망했다. 그는 “한반도 분단이 100년은 넘지 않을 것”이라며 “6·25를 겪은 세대와 달리 북한 젊은 세대는 미국과 한국에 대한 증오심이 없다”고 말했다. 이념적이지 않은 20~30대가 북한 체제 변화를 이끌 것이라는 분석이다. 핵 문제에 대해서도 “체제 변화가 일어나야 해결될 수 있다”며 “‘비핵화’에 대한 개념 정리부터 명확히 하고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북한이 사용하는 ‘한반도 비핵화’는 우리가 생각하는 ‘북한 비핵화’와는 다른 개념이라는 지적이다.
 
-최근 수해 복구 현장에서 변기 커버를 들고 있는 사진으로 화제가 됐네요?
 
“그날 충주에 가서 일했는데 비좁은 화장실에 들어간 분은 같은 당 김미애 의원님과 윤주경 의원님이었습니다. 저는 거기서 나오는 가재도구를 옮겼는데 그분들은 언론에 나오지 못했네요. 마치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주인이 받은 것 같아 대단히 죄송스럽습니다.”
 
-이인영 통일부장관 인사청문회에서 ‘전향’ 발언 때문에 논란이 있었습니다. 한국 민주주의에 대한 공부가 부족하다는 말도 나왔는데요.
 
“개인과 개인 사이에 사상을 검증하겠다고 하면 부적절하지만 저는 국회의원으로서 국민을 대표해 질의했습니다. 이 후보자도 공직자로서 당연히 밝혀야 할 답변이었고요. 또 합리적 의심에 근거한 질문이었습니다. 이 후보자는 전대협 1기 회장이었습니다. 우리 당에도 그분과 같이 전대협 활동을 했던 분들은 주체사상을 신봉했고 이후에 공식 전향했습니다. 이런 과거 사례에 기초해서 질문했는데 그렇게 격렬한 반응을 보인 것이 오히려 부적절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왜 그렇게 격한 반응이 나왔는지 생각해보셨나요?
 
“80년대 학생운동을 했던 분들 중 절대다수는 주체사상과 관계없이 민주화라는 숭고한 이념을 따랐던 분들입니다. 하지만 조직 상층부의 많은 분들이 주체사상을 신봉했던 것 역시 사실입니다. 이분들 입장에서는 숭고한 민주화운동이 주체사상과 엮일 수도 있다는 우려와 불안 때문에 그렇게 강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나 싶습니다.”
 
-같은 586세대인데 북한에 있을 때 남한 대학생들에 대해 들은 내용이 있나요?
 
“제가 80학번입니다. 대학에 들어갔을 때 광주민주화운동이 벌어졌고 북한은 이를 TV로 매일 보여줬습니다. 그리고 북한은 전대협이 김일성 주체사상을 따라 혁명을 일으키는 조직인 것처럼 교육시켰어요. 결국은 가짜였고 선동이었는데 북한 주민들은 사실로 믿었습니다.”
 
-문재인정부의 대북정책을 평가한다면요?
 
“남과 북이 화해하고 평화로 가기 위해서는 우리도 바뀌어야 하지만 북한도 바뀌어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상호간 진정성을 가져야 하는데 지금 정부의 대북정책에서는 진정성이 부족한 것 같아요. 예를 들면 북한에 ‘될 것은 되고 안 될 것은 안 된다’고 명확히 이야기를 해야 합니다. 개성공단이나 금강산 관광은 핵 폐기와 관련해 어느 정도 조치가 있어야 가능하다고 말해야 하고 남북연락사무소 폭파처럼 잘못된 행동은 따끔하게 지적해야 합니다. 잘못하면 사과를 받아내고 힘들면 도와주는 것이 진정성이고, 이런 진정성을 가지고 다가가야 북한도 바뀐다고 봅니다.”
 
-수해복구 지원과 코로나19 방역 지원 정책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시나요?
 
“인도적 지원은 해야 합니다. 그런데 인도적 지원을 정치와 연결시키면 안 됩니다. 새로운 통일부 장관이 남북관계 물꼬를 트기 위해 ‘내가 1천만 달러를 지원한다’고 말하면 진정성이 안 보여요. 제도적으로 ‘매년 국제기구를 통해 1천만 달러를 북한 영유아에게 지원한다’고 해야 합니다.”
 
-영유아, 여성과 같은 북한 내 사회적 약자에 대한 지원을 한다 해도 그들에게 제대로 지원이 이뤄질지 감시하고 관리할 체계가 없다는 비판도 있습니다.
 
“100% 도달하느냐를 기준으로 삼을 수는 없습니다. 다 가지는 않아요. 구호물자 중 일부는 군대에 갑니다. 제가 그 분야 일을 해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국제기구가 모니터링을 하고 있고 일부라도 꼭 필요한 사람들에게 지원이 이뤄지기 때문에 아예 안 주는 것보다는 낫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북한 체제는 계속 유지될까요? 김정은의 미래를 어떻게 예상하십니까?
 
“한반도 분단은 100년을 넘지 않을 거라 생각합니다. 분단 100년이면 2045년이죠. 앞으로 25년 안에 북한의 체제 변화가 있을 겁니다. 북한 체제가 지금까지 유지될 수 있었던 것은 공포정치나 세뇌교육 같은 요인도 있지만 남한에도 일정 정도 책임이 있다고 봅니다. 지난 70여 년 동안 북한의 변화를 이끌어내 위해 총력을 기울이지 않았어요. 대북 정책을 두고 좌우, 보수 진보로 갈라져 싸워왔기 때문입니다. 체제 변화는 북한 혼자 힘으로만 이뤄지지 않고 반드시 남한의 변화와 동시에 이뤄져야 합니다. 저는 동시에 이뤄질 수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태 의원이 향후 25년 내로 북한 체제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예측한 이유는 이렇다. 김정은은 30대지만 그 주변 인물들은 대부분 6·25를 경험한 세대다. 이 세대는 미국과 남한에 대한 증오와 적개심을 갖고 있다. 반면 20~30대 젊은이들은 그런 감정이 없다. 이들은 북한이 자랑하는 사회주의 복지시스템을 교과서에서나 봤을 뿐 경험하지 못했다. 이념적이지 않은 젊은이들이 북한 정권에 진입하면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남한을 보면 80년대 운동권에 있던 분들은 북한에 대해 아직도 좋은 감정을 갖고 있어요. 하지만 젊은이들과 이야기해보면 정의, 공정에 대단히 민감합니다. 이들에겐 김정은과 북한 정권에 대한 인식이 대단히 나빠요. 이런 세대가 앞으로 대한민국 주류가 되면 보수와 진보 사이에 합리적인 의견 접근이 이뤄지고 결국 한반도 변화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핵 문제라는 변수를 고려해도 그렇습니까?
 
“김정은 체제와 핵무기는 같다고 보면 됩니다. 김정은 체제가 존재하는 한 핵무기는 절대 안 없어집니다. 결국 체제 변화가 일어나야 핵 문제도 해결된다고 생각합니다.”
 
-북핵 문제에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요?
 
“북한이 생각하고 있는 ‘조선반도 비핵화’는 우리 생각과 완전히 다릅니다. ‘조선반도 비핵화’는 한반도를 겨냥한 모든 핵무기와 위협까지 제거해야 북한도 비핵화를 할 수 있다는 것이고, 미국과 우리가 생각하는 한반도 비핵화는 북핵 폐기거든요. 이런 개념 정리부터 명확히 하고 시작해야 하는데 이조차도 하지 않고 많은 합의 문건을 만들어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 시절인 2005년 9.19 공동성명을 보면 북한이 가지고 있는 모든 핵무기와 핵 프로그램을 폐기해야 한다고 명확히 적혀있습니다. 북한과 대화할 때 ‘2005년 6자회담에서 합의했다, 이 개념으로 가자’, 왜 이 말을 못합니까?”
 
-그렇다면 이제는 어떻게 해야할까요?
 
“장기적으로 보고 접근해야 합니다. 우선 김정은이 핵을 가지고 성공 스토리를 쓰게 해서는 안 됩니다. 먼저 남북 관계를 발전시킨 뒤 북한 비핵화를 이끈다거나, 종전선언을 해주고 북한 비핵화를 견인한다고 하는 건 핵을 두고 에둘러서 가자는 것 아닙니까? 이러면 북한 지도층은 중국이나 파키스탄처럼 핵을 가지고 국제사회에 진입한다고 오판할 수 있습니다. 핵무기는 안 된다는 것을 끊임없이 인식시켜야 합니다.”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 수석고문인 위마오춘(余茂春)은 중국과 중국공산당을 분리해서 다뤄야 한다고 했는데 우리도 북한에 대해 같은 태도를 가져야 한다고 생각하나요?
 
“당연합니다. 북한 인권 문제와 관련한 결의안은 UN에서도 표결을 안 합니다. 북한 인권유린 상황은 21세기 기준과 가치관으로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 전 세계 국가들의 합의입니다. 때문에 김정은 정권은 가해자이고 북한 주민은 피해자입니다. 우리는 피해자의 편에 서야죠. 물론 분단이라는 특수한 환경 속에서 김정은과 대화하고 협력할 수도 있지만 대북정책의 철학적 기조는 북한 주민을 바라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국민들은 대북 압박 정책이 냉전시대 산물이라고 보기도 합니다. 한반도 위기를 통해 기득권 세력이 이른바 ‘안보 장사’를 하는 측면도 있다고 보고요.
 
“압박은 냉전적 사고방식이고 협력과 교류는 탈냉전적 사고방식이라고 보는 건 소모적 논쟁입니다. 2017년까지 북한은 핵실험을 했지만 2017년 12월 강력한 대북제재가 가해지면서 핵 개발은 멈춰 섰고, 더 버티기 힘들었던 김정은은 2018년부터 대화와 협력으로 왔습니다. 그런데 대화와 협력만 옳다면 남북공동사무소 폭파와 같은 일은 일어나지 않았어야죠. 대북정책이 너무 이념화, 양극화 되어 있습니다. 대북압박이냐, 협력교류냐를 따지기보다는 ‘비판적 관여’ 정책으로 가야 합니다. 인도적 지원을 하면서 대화도 하고 협력도 하지만 비판해야 할 땐 비판하는 것, 이것이 비판적 관여 정책입니다.”
 
-의원님의 당선이 북한 주민들에게 어떤 영향을 끼칠까요?
 
“북한 주민들은 제가 정부 정책을 비판하면 ‘저러다가 잘못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할 겁니다. 그런데 당당하게 소신을 밝히는 모습을 보면서 한국 민주주의는 어떻게 돌아가는 걸까, 이런 궁금증이 생기겠죠. 궁금증이 생기면 알려고 노력하게 되고, 알려고 노력하면 결국 한국 사회에 대한 인식이 달라질 겁니다. 이렇게 남과 북이 서로 알아가는 과정이 평화로 가는 진정한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강남갑은 보수색이 강한 미래통합당의 ‘표밭’이지만 태 의원에겐 혈연도, 지연도, 학연도 없었다. 그는 선거운동 기간 갖가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도 끈질기게 지역구 유권자들을 만났다. 그런 만남의 결과일까? 정치란 무엇이냐고 묻자 “억울함을 해소해주는 것”이라고 답했다.
 
“주말에는 지역구 사무실로 민원인들이 많이 오십니다. 저는 일단 그분들의 하소연을 끝까지 들어드립니다. 그러면 그분들은 설사 해결이 안 돼도 대단히 좋아하십니다. 억울한 일을 당하는 분들에게 외롭지 않다는 걸 느끼게 해드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1호 법안으로 종합부동산세 개정안을 발의했네요?
 
“강남엔 1주택으로 평생 살아온 분들이 많습니다. 집값 폭등으로 이분들의 종부세도 늘고 있고요. 그런데 종부세는 미실현 이익에 대한 세금이거든요. 종부세를 내지 못하면 삶의 터전인 주거지를 떠나야 하는데 이보다 더 억울한 일이 있을까요. 그래서 1주택 실거주자에겐 종부세를 면제해서 억울함을 풀어드리자는 것이 법안의 취지입니다. 당장은 통과가 불가능해도 저는 끊임없이 이야기할 겁니다.”
 
-21대 국회에서 이것만은 꼭 하겠다, 혹은 절대 하지 않겠다고 생각한 것이 있다면요?
 
“동료 의원들과 정책적인 논쟁은 하겠지만 인신공격은 절대 안 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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