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탄올 실명 사건’ 파견노동자들, 4년 만에 손해배상 받는다

입력 2020.08.24 (09:39) 수정 2020.08.24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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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파견노동자 메탄올 실명 사건 피해자들이 파견업체 등으로부터 4년 만에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게 됐습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2부(재판장 박성인)는 '메탄올 실명 피해자' 38살 전 모 씨와 32살 김 모 씨가 파견사업주와 사용사업주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습니다. 법원은 업체 등이 전 씨와 김 씨에게 각각 10억여 원을 배상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전 씨는 2015년 9월 A 파견업체에 고용된 뒤 인천의 한 사업장에서 알루미늄을 가공해 스마트폰 볼륨 버튼을 제조하는 공정에서 일하면서 '메탄올 분사 기계'를 관리했습니다. 그런데 넉 달여 뒤인 2016년 1월 몸살 기운과 눈앞이 뿌연 증상을 겪다가 눈이 전혀 보이지 않아 조퇴했고, 집에서 의식을 잃은 채 병원으로 옮겨졌습니다. 전 씨는 병원에서 의식 저하와 시신경 손상을 진단받았고, 근로복지공단은 2016년 10월 전 씨의 시신경염과 대사성 뇌병증을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했습니다.

김 씨 역시 2015년 1월부터 B 파견업체에 고용된 뒤 부천의 한 사업장에서 전 씨와 마찬가지로 메탄올 작업을 했습니다. 이후 일을 시작한 지 보름 만에 눈이 침침해지고 숨이 가빠지는 증상을 느꼈고, 2015년 2월 호흡곤란과 시력저하 증세가 악화해 병원을 찾았습니다. 근로복지공단은 2016년 10월 김 씨의 시신경염을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했습니다.

메탄올은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에서 정한 '관리대상 유해물질'로, 장기간 노출될 경우 중추신경계와 시신경에 손상을 일으킨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에 두 사람은 2016년 12월 파견사업주와 사용사업주를 상대로 각각 11억여 원 상당의 손해배상 소송을 냈습니다.

재판부는 4년 가까운 심리 끝에, 전 씨의 파견사업주와 사용사업주, 김 씨의 사용사업주가 보호의무나 안전배려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며 피해자들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재판부는 사업주들이 ▲메탄올을 취급하는 작업장에 국소배기장치를 설치하지 않은 점, ▲근로자들에게 유해성을 알리지 않은 점, ▲방독마스크, 보호복, 피부보호 약품, 보안경 등 보호구를 지급하거나 착용하게 하지 않은 점 등을 들어 손해배상 책임을 면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피해자들에게 나타난 의식 저하와 시력 저하, 호흡곤란 등 증세도 메탄올 중독에 의한 증상에 부합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사업주들은 피해자들의 과실과 사고 경위 등을 볼 때 자신들의 책임을 70%로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재판부는 ▲피해자들이 자신들이 취급하는 물질이 메탄올이라는 사실조차 고지받지 못했던 점, ▲2014~2016년에 걸쳐 동종 작업장에서 7건의 실명 재해가 발생했고, 피해자들의 사업장에서도 약 한 달 간격으로 2건씩 재해가 발생한 점, ▲피해자들이 재해 발생에 기여할 만한 어떠한 잘못을 저질렀다고 볼 수 없는 점 등을 종합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재판부는 두 사람의 일실수입 등을 고려해 각각 10억여 원의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도록 판결했습니다.

이번 판결은 나머지 메탄올 실명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입니다. 이 모 씨 등 다른 피해자 3명도 2016년 6월 같은 법원에 사업주 등을 상대로 소송을 냈고, 4년 넘게 재판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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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메탄올 실명 사건’ 파견노동자들, 4년 만에 손해배상 받는다
    • 입력 2020-08-24 09:39:10
    • 수정2020-08-24 09:47:19
    사회
2016년 파견노동자 메탄올 실명 사건 피해자들이 파견업체 등으로부터 4년 만에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게 됐습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2부(재판장 박성인)는 '메탄올 실명 피해자' 38살 전 모 씨와 32살 김 모 씨가 파견사업주와 사용사업주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습니다. 법원은 업체 등이 전 씨와 김 씨에게 각각 10억여 원을 배상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전 씨는 2015년 9월 A 파견업체에 고용된 뒤 인천의 한 사업장에서 알루미늄을 가공해 스마트폰 볼륨 버튼을 제조하는 공정에서 일하면서 '메탄올 분사 기계'를 관리했습니다. 그런데 넉 달여 뒤인 2016년 1월 몸살 기운과 눈앞이 뿌연 증상을 겪다가 눈이 전혀 보이지 않아 조퇴했고, 집에서 의식을 잃은 채 병원으로 옮겨졌습니다. 전 씨는 병원에서 의식 저하와 시신경 손상을 진단받았고, 근로복지공단은 2016년 10월 전 씨의 시신경염과 대사성 뇌병증을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했습니다.

김 씨 역시 2015년 1월부터 B 파견업체에 고용된 뒤 부천의 한 사업장에서 전 씨와 마찬가지로 메탄올 작업을 했습니다. 이후 일을 시작한 지 보름 만에 눈이 침침해지고 숨이 가빠지는 증상을 느꼈고, 2015년 2월 호흡곤란과 시력저하 증세가 악화해 병원을 찾았습니다. 근로복지공단은 2016년 10월 김 씨의 시신경염을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했습니다.

메탄올은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에서 정한 '관리대상 유해물질'로, 장기간 노출될 경우 중추신경계와 시신경에 손상을 일으킨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에 두 사람은 2016년 12월 파견사업주와 사용사업주를 상대로 각각 11억여 원 상당의 손해배상 소송을 냈습니다.

재판부는 4년 가까운 심리 끝에, 전 씨의 파견사업주와 사용사업주, 김 씨의 사용사업주가 보호의무나 안전배려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며 피해자들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재판부는 사업주들이 ▲메탄올을 취급하는 작업장에 국소배기장치를 설치하지 않은 점, ▲근로자들에게 유해성을 알리지 않은 점, ▲방독마스크, 보호복, 피부보호 약품, 보안경 등 보호구를 지급하거나 착용하게 하지 않은 점 등을 들어 손해배상 책임을 면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피해자들에게 나타난 의식 저하와 시력 저하, 호흡곤란 등 증세도 메탄올 중독에 의한 증상에 부합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사업주들은 피해자들의 과실과 사고 경위 등을 볼 때 자신들의 책임을 70%로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재판부는 ▲피해자들이 자신들이 취급하는 물질이 메탄올이라는 사실조차 고지받지 못했던 점, ▲2014~2016년에 걸쳐 동종 작업장에서 7건의 실명 재해가 발생했고, 피해자들의 사업장에서도 약 한 달 간격으로 2건씩 재해가 발생한 점, ▲피해자들이 재해 발생에 기여할 만한 어떠한 잘못을 저질렀다고 볼 수 없는 점 등을 종합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재판부는 두 사람의 일실수입 등을 고려해 각각 10억여 원의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도록 판결했습니다.

이번 판결은 나머지 메탄올 실명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입니다. 이 모 씨 등 다른 피해자 3명도 2016년 6월 같은 법원에 사업주 등을 상대로 소송을 냈고, 4년 넘게 재판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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