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K] “백신 맞고도 숨진 병사”…하루 전 백신, 효과 있나?

입력 2020.08.26 (16:51)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오늘(26일) 오전 포털사이트 급상승 검색어 상위에 '한타바이러스'가 올랐습니다. 이달 초 강원도 철원의 한 군부대에서 제초 작업을 하던 A일병이 한타바이러스 의심증세로 숨졌다는 사실이 여러 매체의 '보도'로 알려지자 누리꾼의 관심을 끈 겁니다.

특히 A일병이 제초 작업 하루 전에 백신접종을 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온라인에선 '하루 전 백신'의 효과가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효과가 없다"거나 "효과가 있다"는 주장이 뒤섞인 가운데 백신을 언제, 어떻게 맞아야 하는지에 대해 궁금해하는 의견도 올라왔는데요.

하루 전에 맞은 백신은 정말 효과가 없을까요? 관련 내용을 따져봤습니다.


■ 백신 맞았다고 바로 항체 생기는 것 아냐

육군에 따르면 숨진 A일병은 지난 11일에 1차 접종을 받았습니다. 제초 작업은 11~12일에 이뤄졌습니다. 한타바이러스에 의한 신증후군출혈열이 대개 10~12월에 유행한다는 점을 고려해 8월에 예방접종을 했다는 게 육군의 설명입니다.

질병관리본부와 감염병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하면, 백신을 맞았다고 해서 바로 항체가 생기는 건 아닙니다. 질병과 백신의 종류, 접종자의 건강상태 등에 따라 천차만별이지만 보통 열흘이 지나야 항체가 생성되는 걸로 봅니다. 그런 점을 고려하면 A일병은 항체가 형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제초 작업에 투입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아직 정확한 사인이 밝혀진 것은 아닙니다. 육군 관계자는“(A일병이) 한타바이러스 감염증에 의한 패혈증 쇼크로 숨졌을 가능성이 크지만 정확한 사인 규명을 위해 정밀 검증하고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 13개월에 걸쳐 3회 접종해야 효과

더군다나 신증후군출혈열 백신은 한 번만 접종해선 효과를 보기 어렵습니다.

보건당국은 기본적으로 1개월 간격으로 2회 접종하고, 그로부터 12개월 뒤에 1회 추가 접종할 것을 권고하고 있습니다. 한 번의 접종만으로는 항체 생성률이 너무 낮기 때문입니다. 3차 접종까지 했을 때 항체 생성 비율이 81%로 나타났는데, 1·2차 접종 후 한 달이 지났을 때 항체 생성 비율은 49%에 불과했습니다.(▶식약처 의약품통합정보시스템 자료)

일각에서 백신의 효과가 너무 낮다는 논란이 제기되자 약의 인허가를 결정하는 식약처가 기존 `1개월 간격 2회 접종'을 3회로 늘리고 11개월 이후 추가 접종하는 것으로 용법·용량을 늘리도록 조정했지만 아직 적용하지 않고 있습니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여전히 좀 더 살펴볼 부분이 있어 공식적인 권고는 기존 지침을 따르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 누구나 맞아야 하는 백신은 아니다

해당 보도를 보고 혹시 신증후군출혈열이 두려워 얼른 백신을 맞아야겠다고 생각하시는 분이 계실지 모르겠는데요. 모두가 맞을 필요는 없습니다.

보건당국은 군인이나 농부 등 직접적으로 바이러스에 노출될 위험이 높은 집단이나 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실 요원, 야외활동이 빈번해 설치류에 물릴 가능성이 큰 사람들을 백신 접종 대상으로 봅니다.

신증후군출혈열 백신의 안전성을 연구한 바 있는 김우주 고려대 의대 감염내과 교수는 "기본적으로 바이러스에 많이 노출되는 고위험군이 맞는 백신이어서 일반인이 접종할 필요는 없다."라면서 "다만 항체가 평생 유지되는 건 아니기 때문에 고위험군의 경우 추가 접종이 필요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 신증후군출혈열은 치명적인가?

한타바이러스가 일으키는 신증후군출혈열은 급성 발열성 질환입니다. 과거 '유행성출혈열'로 익히 알려졌죠.

발열, 신부전, 결막 출혈, 두통, 복통 등의 증상을 동반하는데 심하면 급성신부전, 급성호흡곤란증, 출혈 등으로 사망할 수 있습니다. 치사율은 5% 미만입니다. 설치류의 분변을 접촉하거나 물려서 감염되는데 기본적으로 사람 간 전파는 되지 않습니다.

세계적으로 연간 15만 명 정도의 환자가 발생하고 국내 감염 건수는 연 300~500건 정도 됩니다. 이는 같은 '3군 감염병'인 말라리아와 C형간염, 쯔쯔가무시증보다 훨씬 낮은 수준입니다.

감염되지 않으려면 유행 지역의 산이나 풀밭에 가지 않아야 하고, 불가피하게 작업이나 활동할 경우, 특히 쥐와의 접촉을 피해야 합니다.

감염병 발생 건수(신고 기준 / 질병관리본부 감염병포털 자료)감염병 발생 건수(신고 기준 / 질병관리본부 감염병포털 자료)

◆ 진실을 향한 더 깊은 시선 [팩트체크K 보러 가기]
◆ 영상으로 한번에 팩트체크 [체크살 보러 가기]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팩트체크K] “백신 맞고도 숨진 병사”…하루 전 백신, 효과 있나?
    • 입력 2020-08-26 16:51:41
    팩트체크K
오늘(26일) 오전 포털사이트 급상승 검색어 상위에 '한타바이러스'가 올랐습니다. 이달 초 강원도 철원의 한 군부대에서 제초 작업을 하던 A일병이 한타바이러스 의심증세로 숨졌다는 사실이 여러 매체의 '보도'로 알려지자 누리꾼의 관심을 끈 겁니다.

특히 A일병이 제초 작업 하루 전에 백신접종을 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온라인에선 '하루 전 백신'의 효과가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효과가 없다"거나 "효과가 있다"는 주장이 뒤섞인 가운데 백신을 언제, 어떻게 맞아야 하는지에 대해 궁금해하는 의견도 올라왔는데요.

하루 전에 맞은 백신은 정말 효과가 없을까요? 관련 내용을 따져봤습니다.


■ 백신 맞았다고 바로 항체 생기는 것 아냐

육군에 따르면 숨진 A일병은 지난 11일에 1차 접종을 받았습니다. 제초 작업은 11~12일에 이뤄졌습니다. 한타바이러스에 의한 신증후군출혈열이 대개 10~12월에 유행한다는 점을 고려해 8월에 예방접종을 했다는 게 육군의 설명입니다.

질병관리본부와 감염병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하면, 백신을 맞았다고 해서 바로 항체가 생기는 건 아닙니다. 질병과 백신의 종류, 접종자의 건강상태 등에 따라 천차만별이지만 보통 열흘이 지나야 항체가 생성되는 걸로 봅니다. 그런 점을 고려하면 A일병은 항체가 형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제초 작업에 투입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아직 정확한 사인이 밝혀진 것은 아닙니다. 육군 관계자는“(A일병이) 한타바이러스 감염증에 의한 패혈증 쇼크로 숨졌을 가능성이 크지만 정확한 사인 규명을 위해 정밀 검증하고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 13개월에 걸쳐 3회 접종해야 효과

더군다나 신증후군출혈열 백신은 한 번만 접종해선 효과를 보기 어렵습니다.

보건당국은 기본적으로 1개월 간격으로 2회 접종하고, 그로부터 12개월 뒤에 1회 추가 접종할 것을 권고하고 있습니다. 한 번의 접종만으로는 항체 생성률이 너무 낮기 때문입니다. 3차 접종까지 했을 때 항체 생성 비율이 81%로 나타났는데, 1·2차 접종 후 한 달이 지났을 때 항체 생성 비율은 49%에 불과했습니다.(▶식약처 의약품통합정보시스템 자료)

일각에서 백신의 효과가 너무 낮다는 논란이 제기되자 약의 인허가를 결정하는 식약처가 기존 `1개월 간격 2회 접종'을 3회로 늘리고 11개월 이후 추가 접종하는 것으로 용법·용량을 늘리도록 조정했지만 아직 적용하지 않고 있습니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여전히 좀 더 살펴볼 부분이 있어 공식적인 권고는 기존 지침을 따르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 누구나 맞아야 하는 백신은 아니다

해당 보도를 보고 혹시 신증후군출혈열이 두려워 얼른 백신을 맞아야겠다고 생각하시는 분이 계실지 모르겠는데요. 모두가 맞을 필요는 없습니다.

보건당국은 군인이나 농부 등 직접적으로 바이러스에 노출될 위험이 높은 집단이나 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실 요원, 야외활동이 빈번해 설치류에 물릴 가능성이 큰 사람들을 백신 접종 대상으로 봅니다.

신증후군출혈열 백신의 안전성을 연구한 바 있는 김우주 고려대 의대 감염내과 교수는 "기본적으로 바이러스에 많이 노출되는 고위험군이 맞는 백신이어서 일반인이 접종할 필요는 없다."라면서 "다만 항체가 평생 유지되는 건 아니기 때문에 고위험군의 경우 추가 접종이 필요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 신증후군출혈열은 치명적인가?

한타바이러스가 일으키는 신증후군출혈열은 급성 발열성 질환입니다. 과거 '유행성출혈열'로 익히 알려졌죠.

발열, 신부전, 결막 출혈, 두통, 복통 등의 증상을 동반하는데 심하면 급성신부전, 급성호흡곤란증, 출혈 등으로 사망할 수 있습니다. 치사율은 5% 미만입니다. 설치류의 분변을 접촉하거나 물려서 감염되는데 기본적으로 사람 간 전파는 되지 않습니다.

세계적으로 연간 15만 명 정도의 환자가 발생하고 국내 감염 건수는 연 300~500건 정도 됩니다. 이는 같은 '3군 감염병'인 말라리아와 C형간염, 쯔쯔가무시증보다 훨씬 낮은 수준입니다.

감염되지 않으려면 유행 지역의 산이나 풀밭에 가지 않아야 하고, 불가피하게 작업이나 활동할 경우, 특히 쥐와의 접촉을 피해야 합니다.

감염병 발생 건수(신고 기준 / 질병관리본부 감염병포털 자료)
◆ 진실을 향한 더 깊은 시선 [팩트체크K 보러 가기]
◆ 영상으로 한번에 팩트체크 [체크살 보러 가기]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