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사K]① 하루도 안 살고 수억 원 벌었다?…세종 ‘공무원 특별공급’이 뭐기에

입력 2020.08.31 (10:57) 수정 2020.08.31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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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특별자치시에는 '이전기관 특별공급'이라는 특별한 분양 제도가 있습니다. 분양 아파트 물량 50%를 세종시로 이전한 정부 부처나 공공기관 종사자에게 우선 배정하는 제도입니다. 대상자 가운데 공무원이 많다 보니, 이른바 '공무원 특공'이라고 불립니다.

나머지 분양 물량의 30%는 신혼부부 등 다른 특별공급 대상자가 가져가고, 나머지 20%를 놓고 일반 분양이 이뤄집니다.

'공무원 특공'은 이전기관 종사자끼리만 경쟁해 경쟁률이 일반 분양에 비해 낮습니다. 일반 분양의 10분의 1에서 20분의 1 수준입니다. 지난해 6월 분양한 세종시 한 아파트의 경우, 일반경쟁률은 99.3대 1, '공무원 특공'은 3.8대 1이었습니다.

이렇게 낮은 경쟁률로 '특공'에 당첨된 이전기관 공사자에게는 취득세가 감면됩니다. 85㎡ 이하는 100% 면제되고, 85~102㎡ 이하는 75%, 102~135㎡ 이하는 62.5% 감면 혜택을 받습니다. 이전기관 종사자들이 지난 10년간 감면받은 취득세는 320억 원이 넘습니다. 또 2년간 매달 20만 원씩 모두 480만 원의 이주지원금도 받을 수 있습니다.


경쟁률도 낮고 취득세도 감면해주고 이주지원금까지 지원해주고…사실상 특혜를 주는 건데, 이유는 있습니다. 10년 전 이전기관 특별공급 제도가 도입된 때는 세종시 이전으로 정부 부처와 공공기관들에 '이사 대란'이 벌어졌던 때였습니다. 갑자기 세종시로 이사하라고 하니 부처를 옮겨달라는 공무원도 있었고 사표를 써야겠다는 맞벌이 공무원도 나왔습니다. 그래서 주거 안정을 보장해 줄 테니 세종시로 이주해 업무에 집중해 달라는 일종의 보상책으로 제시된 겁니다.

도입 당시에는 취지를 공감할 만했습니다. 문제는 '지금'입니다. 세종시는 최근 부동산 폭등세의 선두에 서 있습니다.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돼 분양가는 낮은데, 아파트값 상승률은 올해 들어서만 30% 넘게 올라 전국에서 제일 높습니다. 당첨만 돼도 부동산 재테크를 톡톡히 한다는 게 부동산 전문가들의 말입니다.

한 세종시민은 "신규분양 물량에서 '공무원 특별공급'이 가져가는 분양 물량이 절반으로 많아도 너무 많다"며 "몇 년째 일반 공급으로 분양을 시도하는 주변 사람들은 대부분 실패했다. 일반공급 당첨은 곧 로또 당첨이라고 불린다"고 말했습니다.

그래서 KBS 탐사보도부가 따져봤습니다. 일반 시민에게는 '로또'라는 세종시 아파트, 공직자들은 분양받은 집을 어떻게 했을까요? 도입 취지대로 직접 이주해 거주하고 있을까요?

조사 대상은 관보를 통해 재산이 공개되는 고위공직자입니다. 지난 10년간 세종시에 아파트나 분양권을 가졌던 234명을 전수조사했습니다. 그 결과 '공무원 특공'을 받고도 실제 거주하지 않고 팔아버린 공직자들이 다수 발견됐습니다.



김명준 서울국세청장은 2011년 11월 세종시 어진동에 84㎡ 아파트를 2억 7천여만 원에 '공무원 특공'으로 분양받았습니다. 하지만 이주하지 않고 임대를 줬다가 지난 2월, 5억 천만 원에 팔았습니다. 김 청장은 "자녀 학교 문제 등으로 세종에 실거주할 수 없겠다는 판단이 들어 매각했다"며 "2억 원 넘게 차익이 발생했는데 세금을 1억 원 넘게 냈다"고 밝혔습니다.

손명수 국토교통부 2차관, 2016년 세종시 반곡동에 84㎡ 아파트를 분양받았습니다. 당시 분양가는 2억 9천여만 원. 손 차관은 지난해 12월 해당 아파트가 완공된 직후 5억 7천만 원에 팔았습니다. 손 차관은 서울 송파구 오금동에 집이 있는데 "다주택 처분 권고에 솔선수범하는 차원에서 세종시 아파트를 매각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들처럼 '공무원 특별공급'으로 분양받은 아파트에 실제 거주하지 않고 매도해 차익을 얻은 경우는 최소 7명이었습니다. 이 가운데 4명은 임대 수익까지 챙겼습니다.

이런 경우, 고위 공직자들만의 얘기가 아닙니다. 지난 10년간 세종시에 '공무원 특공'으로 분양받은 사람은 2만 5천4백여 명. 이 가운데 23.4%는 아파트를 팔았거나 전·월세를 놓은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한 세종시민은 "세종시는 대다수가 '공무원 특공'으로 분양받는데 집값이 오르면서 이 사람들이 집을 팔 때 투기수요가 몰리는 상황"이라면서 "실거주하려는 사람들은 점점 내 집 마련이 멀어지는 실정"이라고 했습니다.

'보상'이 아닌 '특혜'가 되어버린 세종시 이전기관 특별공급 아파트,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공무원 특별공급 아파트'에 실제 살지도 않다가 매도해 차익을 남긴 7명의 고위공직자는 누구인지. 또 '공무원 특별공급'은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 그 실태를 오늘부터 KBS 뉴스9에서 심층 보도해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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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탐사K]① 하루도 안 살고 수억 원 벌었다?…세종 ‘공무원 특별공급’이 뭐기에
    • 입력 2020-08-31 10:57:58
    • 수정2020-08-31 14:04:11
    탐사K
세종특별자치시에는 '이전기관 특별공급'이라는 특별한 분양 제도가 있습니다. 분양 아파트 물량 50%를 세종시로 이전한 정부 부처나 공공기관 종사자에게 우선 배정하는 제도입니다. 대상자 가운데 공무원이 많다 보니, 이른바 '공무원 특공'이라고 불립니다.

나머지 분양 물량의 30%는 신혼부부 등 다른 특별공급 대상자가 가져가고, 나머지 20%를 놓고 일반 분양이 이뤄집니다.

'공무원 특공'은 이전기관 종사자끼리만 경쟁해 경쟁률이 일반 분양에 비해 낮습니다. 일반 분양의 10분의 1에서 20분의 1 수준입니다. 지난해 6월 분양한 세종시 한 아파트의 경우, 일반경쟁률은 99.3대 1, '공무원 특공'은 3.8대 1이었습니다.

이렇게 낮은 경쟁률로 '특공'에 당첨된 이전기관 공사자에게는 취득세가 감면됩니다. 85㎡ 이하는 100% 면제되고, 85~102㎡ 이하는 75%, 102~135㎡ 이하는 62.5% 감면 혜택을 받습니다. 이전기관 종사자들이 지난 10년간 감면받은 취득세는 320억 원이 넘습니다. 또 2년간 매달 20만 원씩 모두 480만 원의 이주지원금도 받을 수 있습니다.


경쟁률도 낮고 취득세도 감면해주고 이주지원금까지 지원해주고…사실상 특혜를 주는 건데, 이유는 있습니다. 10년 전 이전기관 특별공급 제도가 도입된 때는 세종시 이전으로 정부 부처와 공공기관들에 '이사 대란'이 벌어졌던 때였습니다. 갑자기 세종시로 이사하라고 하니 부처를 옮겨달라는 공무원도 있었고 사표를 써야겠다는 맞벌이 공무원도 나왔습니다. 그래서 주거 안정을 보장해 줄 테니 세종시로 이주해 업무에 집중해 달라는 일종의 보상책으로 제시된 겁니다.

도입 당시에는 취지를 공감할 만했습니다. 문제는 '지금'입니다. 세종시는 최근 부동산 폭등세의 선두에 서 있습니다.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돼 분양가는 낮은데, 아파트값 상승률은 올해 들어서만 30% 넘게 올라 전국에서 제일 높습니다. 당첨만 돼도 부동산 재테크를 톡톡히 한다는 게 부동산 전문가들의 말입니다.

한 세종시민은 "신규분양 물량에서 '공무원 특별공급'이 가져가는 분양 물량이 절반으로 많아도 너무 많다"며 "몇 년째 일반 공급으로 분양을 시도하는 주변 사람들은 대부분 실패했다. 일반공급 당첨은 곧 로또 당첨이라고 불린다"고 말했습니다.

그래서 KBS 탐사보도부가 따져봤습니다. 일반 시민에게는 '로또'라는 세종시 아파트, 공직자들은 분양받은 집을 어떻게 했을까요? 도입 취지대로 직접 이주해 거주하고 있을까요?

조사 대상은 관보를 통해 재산이 공개되는 고위공직자입니다. 지난 10년간 세종시에 아파트나 분양권을 가졌던 234명을 전수조사했습니다. 그 결과 '공무원 특공'을 받고도 실제 거주하지 않고 팔아버린 공직자들이 다수 발견됐습니다.



김명준 서울국세청장은 2011년 11월 세종시 어진동에 84㎡ 아파트를 2억 7천여만 원에 '공무원 특공'으로 분양받았습니다. 하지만 이주하지 않고 임대를 줬다가 지난 2월, 5억 천만 원에 팔았습니다. 김 청장은 "자녀 학교 문제 등으로 세종에 실거주할 수 없겠다는 판단이 들어 매각했다"며 "2억 원 넘게 차익이 발생했는데 세금을 1억 원 넘게 냈다"고 밝혔습니다.

손명수 국토교통부 2차관, 2016년 세종시 반곡동에 84㎡ 아파트를 분양받았습니다. 당시 분양가는 2억 9천여만 원. 손 차관은 지난해 12월 해당 아파트가 완공된 직후 5억 7천만 원에 팔았습니다. 손 차관은 서울 송파구 오금동에 집이 있는데 "다주택 처분 권고에 솔선수범하는 차원에서 세종시 아파트를 매각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들처럼 '공무원 특별공급'으로 분양받은 아파트에 실제 거주하지 않고 매도해 차익을 얻은 경우는 최소 7명이었습니다. 이 가운데 4명은 임대 수익까지 챙겼습니다.

이런 경우, 고위 공직자들만의 얘기가 아닙니다. 지난 10년간 세종시에 '공무원 특공'으로 분양받은 사람은 2만 5천4백여 명. 이 가운데 23.4%는 아파트를 팔았거나 전·월세를 놓은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한 세종시민은 "세종시는 대다수가 '공무원 특공'으로 분양받는데 집값이 오르면서 이 사람들이 집을 팔 때 투기수요가 몰리는 상황"이라면서 "실거주하려는 사람들은 점점 내 집 마련이 멀어지는 실정"이라고 했습니다.

'보상'이 아닌 '특혜'가 되어버린 세종시 이전기관 특별공급 아파트,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공무원 특별공급 아파트'에 실제 살지도 않다가 매도해 차익을 남긴 7명의 고위공직자는 누구인지. 또 '공무원 특별공급'은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 그 실태를 오늘부터 KBS 뉴스9에서 심층 보도해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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