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취재] 역학조사관 ‘의무 배치’?…기초단체 ‘돌려막기’

입력 2020.09.01 (2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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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감염병에 대응할 '역학조사관'을 각 시도는 물론 구,군 등 기초단체까지 의무 배치해야 하는 것으로 법이 바뀌었습니다. 

당장 오늘부터 시행됐는데요. 

하지만 지역 기초단체들은 '전문' 역학조사관을 뽑지 않고 기존 공무원들을 사실상 '돌려막기'식으로 배치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노준철 기자가 심층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코로나19 확진자의 기초자료를 받아 역학조사 중인 이정민 부산시 감염병대응팀장. 

지난 4월에 채용된 의사 출신 역학조사관입니다. 

지역사회 감염이 확산한 요즘 역학조사관은 더 바빠집니다.  

확진자의 구체적인 감염 경로를 밝혀내야 하고 동선을 추적해 접촉자 규모, 격리 대상자까지 판단합니다.  

동선 조사를 위해 휴대전화 GPS를 추적하고 확진자의 카드결제 내역까지 확인하기도 합니다. 

이처럼 역학조사관은 감염병 확산을 막아야 하는 막대한 임무를 수행하는 '감염병 수사관'입니다. 

그래서 자격도 까다롭습니다.  

교육과정 이수는 물론, 학술활동 심사까지….

현장에서 직접 뛰며 2년 과정의 직무 훈련을 모두 통과해야만 비로소 전문 '역학조사관'으로 인정받기 때문입니다. 

정부는 2015년 메르스 사태 이후 이렇게 전문성을 갖춘 역학조사관을 각 시·도에 2명씩 배치하도록 했습니다.  

올해 코로나19 사태가 터지자, 각 구·군에도 역시, 역학조사관을 1명씩 의무적으로 두도록 감염병 예방법을 개정했습니다. 

유예기간 6개월을 거쳐 당장 9월 1일, 오늘부터 법 시행입니다.  

현실은 어떨까? 

부산지역 16개 구·군은 바뀐 법에 맞춰 대부분 역학조사관을 1명씩 뒀다고 밝혔습니다. 

그런데 KBS 취재 결과, 전문임기제 의사 출신을 뽑아 역학조사관으로 배치한 구·군은 단 한 곳도 없었습니다. 

일단 급한 대로, 기존 공무원을 '수습' 역학조사관으로 사실상, 지정만 해둔 겁니다.  

이 뿐만이 아닙니다.  

역학조사관 자격을 갖추는 데만 최소 2년이 걸리는데, 해당 공무원은 교육을 채 마치기도 전에 다른 업무로 발령이 나게 돼 있습니다. 

전문임기제 역학조사관을 따로 채용하지 않는다면, 역학조사관 자리는 공무원들의 돌려막기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손현진/부산시 감염병관리지원단 부단장 : "공무원들은 길면 2~3년 일하시면 다른 자리로 가시잖아요? 수습을 떼기 전에 또 다른 자리로 가버리는 거죠. 새로 온 사람은 또다시 수습 역학조사관인 거예요."]

각 구·군이 역학조사관을 뽑지 않은 진짜 이유는 '총액 인건비제도'에 있습니다. 

열악한 재정 여건상, 돈을 많이 줘야 하는 의사 출신을 뽑기 힘든데다 또 만약 신규 인력 1명을 채용하면 총액 인건비제도에 걸려 기존 공무원을 줄여야 하기 때문입니다. 

[조봉수/부산 해운대구보건소장 : "(중앙 정부가) 기준 인건비를 풀어주겠다, 한 명분을 주겠다는 얘기가 전혀 없거든요. 그건 지자체에서 알아서 한 명 더 뽑으라는 건데 그게 사실은 쿼터(정원 제한)가 있는데 어렵죠."]

부산에서 2년간의 교육을 수료한 전문 역학조사관은 단 한 명도 없습니다.  

코로나19 재확산 속, 각 자치단체에도 감염병 관리를 책임질 역학조사관을 의무 배치하는 것으로 바뀌었지만 법 따로, 현실 따로, 땜질식 처방에 그치고 있습니다. 

KBS 뉴스 노준철입니다. 

촬영기자:정운호/영상편집:김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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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심층취재] 역학조사관 ‘의무 배치’?…기초단체 ‘돌려막기’
    • 입력 2020-09-01 22:13:41
    뉴스9(부산)
[앵커]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감염병에 대응할 '역학조사관'을 각 시도는 물론 구,군 등 기초단체까지 의무 배치해야 하는 것으로 법이 바뀌었습니다.  당장 오늘부터 시행됐는데요.  하지만 지역 기초단체들은 '전문' 역학조사관을 뽑지 않고 기존 공무원들을 사실상 '돌려막기'식으로 배치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노준철 기자가 심층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코로나19 확진자의 기초자료를 받아 역학조사 중인 이정민 부산시 감염병대응팀장.  지난 4월에 채용된 의사 출신 역학조사관입니다.  지역사회 감염이 확산한 요즘 역학조사관은 더 바빠집니다.   확진자의 구체적인 감염 경로를 밝혀내야 하고 동선을 추적해 접촉자 규모, 격리 대상자까지 판단합니다.   동선 조사를 위해 휴대전화 GPS를 추적하고 확진자의 카드결제 내역까지 확인하기도 합니다.  이처럼 역학조사관은 감염병 확산을 막아야 하는 막대한 임무를 수행하는 '감염병 수사관'입니다.  그래서 자격도 까다롭습니다.   교육과정 이수는 물론, 학술활동 심사까지…. 현장에서 직접 뛰며 2년 과정의 직무 훈련을 모두 통과해야만 비로소 전문 '역학조사관'으로 인정받기 때문입니다.  정부는 2015년 메르스 사태 이후 이렇게 전문성을 갖춘 역학조사관을 각 시·도에 2명씩 배치하도록 했습니다.   올해 코로나19 사태가 터지자, 각 구·군에도 역시, 역학조사관을 1명씩 의무적으로 두도록 감염병 예방법을 개정했습니다.  유예기간 6개월을 거쳐 당장 9월 1일, 오늘부터 법 시행입니다.   현실은 어떨까?  부산지역 16개 구·군은 바뀐 법에 맞춰 대부분 역학조사관을 1명씩 뒀다고 밝혔습니다.  그런데 KBS 취재 결과, 전문임기제 의사 출신을 뽑아 역학조사관으로 배치한 구·군은 단 한 곳도 없었습니다.  일단 급한 대로, 기존 공무원을 '수습' 역학조사관으로 사실상, 지정만 해둔 겁니다.   이 뿐만이 아닙니다.   역학조사관 자격을 갖추는 데만 최소 2년이 걸리는데, 해당 공무원은 교육을 채 마치기도 전에 다른 업무로 발령이 나게 돼 있습니다.  전문임기제 역학조사관을 따로 채용하지 않는다면, 역학조사관 자리는 공무원들의 돌려막기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손현진/부산시 감염병관리지원단 부단장 : "공무원들은 길면 2~3년 일하시면 다른 자리로 가시잖아요? 수습을 떼기 전에 또 다른 자리로 가버리는 거죠. 새로 온 사람은 또다시 수습 역학조사관인 거예요."] 각 구·군이 역학조사관을 뽑지 않은 진짜 이유는 '총액 인건비제도'에 있습니다.  열악한 재정 여건상, 돈을 많이 줘야 하는 의사 출신을 뽑기 힘든데다 또 만약 신규 인력 1명을 채용하면 총액 인건비제도에 걸려 기존 공무원을 줄여야 하기 때문입니다.  [조봉수/부산 해운대구보건소장 : "(중앙 정부가) 기준 인건비를 풀어주겠다, 한 명분을 주겠다는 얘기가 전혀 없거든요. 그건 지자체에서 알아서 한 명 더 뽑으라는 건데 그게 사실은 쿼터(정원 제한)가 있는데 어렵죠."] 부산에서 2년간의 교육을 수료한 전문 역학조사관은 단 한 명도 없습니다.   코로나19 재확산 속, 각 자치단체에도 감염병 관리를 책임질 역학조사관을 의무 배치하는 것으로 바뀌었지만 법 따로, 현실 따로, 땜질식 처방에 그치고 있습니다.  KBS 뉴스 노준철입니다.  촬영기자:정운호/영상편집:김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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