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지원금 안 올리고 ‘구두정책’만 만지작?…소비자 위한 경쟁 없었다

입력 2020.09.02 (14:15) 수정 2020.09.04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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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단통법, 6년의 黑역사②〉 이통3사의 이상한 경쟁

누구는 공짜폰 사고, 누구는 호갱이 되는 소비자 차별을 바로잡겠다며 지난 2014년 제정된 법 바로 '단말기유통법'(단통법)입니다. 오는 10월 시행 6주년을 맞습니다.단통법은 그러나, 시행 이후 그 취지가 한 번도 달성된 적이 없습니다. 이통사는 오히려 불법 보조금을 맘 놓고 뿌려댔습니다. 가계 통신비 내리겠다는 목표에서도 멀어져만 갔습니다. 되레 담합을 독려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그간 소비자들은 어떤 피해를 봤을까. 이통사들은 단통법 위에 군림하며 덕을 본 건 아닐까. 단통법의 실패가 방치된 이유는 무엇일까. KBS는 조금 더 깊이 들어가 보고자 합니다. 지금까지 드러나지 않았던 단통법의 '흑역사'를 추적 취재했습니다. [편집자주]




요즈음 가장 핫하다고 하는 최신 스마트폰 갤럭시노트 20, 얼마에 팔리고 있을까요. 최저가라며 6만5천 원에 판다는 광고도 있고, 4만 원이면 산다는 곳도 있습니다. 심지어 '말장난 아니다'라 엄포를 놓으며, 공짜로 갖고 가란 곳도 있습니다.

이런 파격적 할인 광고들 정말인지 의문이 듭니다. 하지만 분명한 건 휴대전화 가격이 그때그때 달라진다는 겁니다. 이런 배경에는 이동통신사 본사에서 장려금을 조절하는 이른바 '구두정책'이 있었습니다. 지난 1월에만 해도, 이동통신 3사의 구두정책은 243차례, 하루에도 8차례나 엎치락뒤치락했다는 조사결과도 있습니다.

제아무리 순발력 좋은 고객이라도, 이 정도 되면 똑똑한 소비를 하기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도대체 이 구두정책 때문에 이동통신 시장은 얼마나 망가진 걸까요?

■ 뒤돌아서면 바뀌는 휴대전화 가격

기자가 직접 서울 시내 한 휴대전화 판매점을 찾아 최신 5G 스마트폰 가격이 얼마나 하는지 물어봤습니다. 8월 12일 오전 10시쯤 갤럭시20 5G, 이 판매점에서는 기기값 124만8천5백 원에서 5월부터 적용한 공시지원금 42만 원에 자체적으로 6만3천 원을 더 할인해 76만 원에 팔겠다고 합니다. 판매장려금 6만3천 원을 더 준 겁니다.

그런데 이동통신사 방침에 따른 거라며, 개통이 바로 되지는 않고 1, 2시간 뒤에 다시 오라고 했습니다.

기자가 직접 서울 시내 판매점에서 최신 5G 스마트폰 가격을 알아봤다. (KBS1 뉴스9 ‘끈질긴K’ 방송화면20.08.31.)기자가 직접 서울 시내 판매점에서 최신 5G 스마트폰 가격을 알아봤다. (KBS1 뉴스9 ‘끈질긴K’ 방송화면20.08.31.)

판매점 말에 따라 1시간 뒤 다시 찾았습니다. 그런데 이번엔 판매점에서 아까보다 10만 원 더 싸게 해줄 수 있다는 말을 합니다. 고맙기는 한데, 취재진은 1시간 만에 가격이 이렇게 바뀐 이유는 뭔지 궁금했습니다. 가격이 반대로 더 오르는 일도 벌어지기 때문입니다.

판매점주는 그사이 "이동통신사가 장려금 정책을 바꿨다"고 설명했습니다. 한 판매점에서 똑같은 휴대전화 가격이 하루에도 몇 번씩 변덕을 부리는 건, 이 역시 이동통신사의 영업 방침의 결과인 겁니다. 상품을 파는 판매처도, 상품을 사는 소비자도 헷갈리는 이 영업 전략, 이동통신사들이 반복하고 있는 이유는 뭘까요?

■"돌아선 내 고객 되찾기 위해"…자율정화가 영업전략 핵심?

구두정책을 할 수밖에 없는 이유, 이동통신사 관계자들은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저희 회사가 (구두정책을) 질렀으면, 3천2백 건 뺏긴 게 아니라 뺏었어야죠." -SK텔레콤 관계자-

"(경쟁사) 누군가가 이게 이제 먼저 (보조금을) 조금이라도 움직이게 되면, 저희 고객이 빠져나가는 게 보이니까(대응할 수밖에 없는 거죠)." -LG유플러스 관계자-


그러니까 자신의 고객이 다른 경쟁사로 빠져나가게 되면 '은밀한 구두정책'을 내려 되찾아 온다는 겁니다. 통신서비스 품질을 개선하거나 가격을 합리화하는 게 아니라, 불법보조금을 뿌려 고객을 다시 뺏어온다는 얘깁니다.

여기서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KAIT, 이하 카이트)가 운영하는 '모니터링 시스템'이 한몫을 합니다. 이통사들은 이 모니터링 시스템을 들여다보며 경쟁사가 내 고객을 뺏어갔는지, 얼마나 많은 돈을 뿌리고 있는지까지 파악한다고 합니다.

'모니터링 시스템'은 이통3사가 자발적으로 불법보조금을 정화하겠다며 만들었습니다. 지난 7월8일 방통위로부터 과징금을 삭감 받을 때도 이 모니터링 시스템을 더 강화하겠다고 약속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니까 이통사들은 '자율 정화'를 명분으로 만들어진 시스템을 또 다른 '불법 행위'의 근거로 삼고 있는 셈입니다.

카이트는 시간대별 이통3사의 판매장려금과 공시지원금 현황을 감시한다. (KBS1 뉴스9 ‘끈질긴K’ 방송화면20.08.31.)카이트는 시간대별 이통3사의 판매장려금과 공시지원금 현황을 감시한다. (KBS1 뉴스9 ‘끈질긴K’ 방송화면20.08.31.)

이런 시스템은 반대로도 활용됩니다. 규제가 강화될 조짐이 보이면 이동통신사는 스스로 '과열사업자'가 되지 않기 위해 판매장려금을 줄이거나, 개통을 지연하는 정책을 유통망에 신속히 내려보냅니다. 이 경우 소상공인인 판매점주들은 생계에 타격을 입습니다.

순전히 이동통신사의 유불리에 따라 판매장려금 정책이 춤을 추는 게 현실입니다. 그 피해는 차별적 대우를 받는 소비자 혹은 판매 점주들이 고스란히 떠안게 됩니다. 판매장려금이 언제 어떻게 변할지 예측하기는 어렵습니다. 이런 불투명한 이통3사의 판매장려금 정책을 업계에서는 '순증 관리'라고 부릅니다.

이종천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 이사는 "(이통사의 고객 유치가) 증대되다 보면 과열 사업자가 될 소지가 있기 때문에 스스로 (보조금)정책을 죽인다"라면서도 "그러다가 가입자들 경쟁사에 뺏기고 있으면 그때 다시 정책 드라이브를 건다"고 말했습니다.

이 같은 대응은 실시간으로 이루어지는데, 이 이사는 "10분 단위로 순증, 번호이동을 가져왔고 또 뺏겼고, 데이터를 기준으로 해서 이 사람이 주도적으로 불법 장려금을 살포하고 있느냐 이런 수치로 활용되고 있다"고 구체적으로 설명해줬습니다.

하루에도 몇 번씩 변덕을 부리는 장려금 정책, 들쑥날쑥한 휴대전화 가격, 모두 이동통신사의 '영업 작품'인 겁니다.

■언제나 '5:3:2'…어쩌다 요금제 경쟁보다 폰값 경쟁을 위한 시장이 됐나

휴대전화 판매점 연합체인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가 집계한 데이터를 보면, 판매장려금 정책은 하루에도 여러 차례 바뀝니다. 이종천 이사는 "공시지원금 정책이 한 번 바뀔 때 판매장려금 정책은 1,300번 바뀐다"고 주장했습니다.

모든 고객에게 균일하게 적용되는 혜택인 '공시지원금'은 거의 손을 대지 않고, 영업 정책인 '판매장려금' 경쟁에만 몰두했던 겁니다. 특정 대리점에는 과도한 웃돈을 안기는 '구두정책'까지 병행했습니다.

'불법을 위한 경쟁', 지난 6년 동안 '순증관리'라는 경쟁 아닌 경쟁이 벌어지는 사이, 이통 3사의 시장점유율은 별다른 변동이 없었습니다.

최근 5년 동안 이동통신 3사의 점유율은 5:3:2 비율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출처 : 변정욱 교수, ‘단말기유통법 시행이 이동통신시장에 미친 효과’ 2020.07.10.)최근 5년 동안 이동통신 3사의 점유율은 5:3:2 비율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출처 : 변정욱 교수, ‘단말기유통법 시행이 이동통신시장에 미친 효과’ 2020.07.10.)

단통법 시행 이후 지난 6년간 이통사들은 고객 유치를 위한 요금제 경쟁보다는 '폰값' 경쟁에만 몰두했다는 게 취재진의 판단입니다. 통신서비스 제공이 주 업무인 이동통신사들이 고가 요금제를 조건으로 붙인 최신 휴대전화를 파는 데 혈안이 됐다는 뜻입니다.

단통법 시행 시기 정확하게 전후로 이동통신 경쟁 비중이 뒤바뀌었다. (출처 : 변정욱 교수, ‘단말기유통법 시행이 이동통신시장에 미친 효과’ 2020.07.10.)단통법 시행 시기 정확하게 전후로 이동통신 경쟁 비중이 뒤바뀌었다. (출처 : 변정욱 교수, ‘단말기유통법 시행이 이동통신시장에 미친 효과’ 2020.07.10.)

'이동통신 단말장치 유통구조개선협의회' 의장을 맡은 홍대식 서강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통신사 사이에서 점유율 격차가 별로 변동이 없는 상황"이라며 "가시적으로 통신서비스 요금이 저렴해졌다든지 가격대비 서비스 품질이 좋아졌다든지 이런 것에 대한 체감은 많이 떨어진 것 같다"고 지적했습니다.

■시민단체·유통 협회 "방통위 재조사해야"…이동통신 3사 답변 아직

이통사들의 '구두정책' 실태를 고발한 KBS 보도가 이어지자, 참여연대와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가 각각 방송통신위원회에 조사를 요청했습니다.

참여연대는 이동통신사들이 지난 8월 방통위로부터 총 512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은 뒤에도 이런 행태를 이어온 것을 비판하며, 방송통신위원회의 처벌이 안일했다는 문제도 강조했습니다.

참여연대는 "이통 3사는 실제 불법보조금 살포가 적발돼 방통위 조사가 이뤄지더라도 자신들의 책임은 부인하고 유통점에 그 책임을 전가해 과징금 처분 등을 감경받고 있다"며 "방통위는 대대적으로 조사하면서도 이런 사실을 적발하지 못하고 솜방망이 처벌을 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동통신 유통점으로 이뤄진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도 성명을 내고 이동통신사들이 소수의 특수채널을 상대로 과도한 정책 장려금을 지급해 이용자 차별을 유도하고 있다며 특수채널 차별 행위, 고의적인 개통지연 등에 대해 방통위가 사실 조사를 해달라고 촉구했습니다.

이와 별도로 취재진은 이동통신 3사에 구체적인 개선 계획을 요청해 놓은 상태라고 보도했는데, 아직 답변을 받지는 못한 상태입니다. 이동통신 3사는 오늘도 '판매장려금 정책'을 만지작거리며 자신들에게 유리한 '구두정책'을 고민 중인 건 아닐까요?

[끈질긴K] 불변의 나눠 먹기 비율 ‘5 : 3 : 2’…이통3사의 ‘이상한 경쟁’?
[연관기사] 공짜폰 배후는 이통사였다…6년 만에 딱 걸린 ‘비밀 영업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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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시지원금 안 올리고 ‘구두정책’만 만지작?…소비자 위한 경쟁 없었다
    • 입력 2020-09-02 14:15:09
    • 수정2020-09-04 18:18:36
    취재K
〈단통법, 6년의 黑역사②〉 이통3사의 이상한 경쟁
누구는 공짜폰 사고, 누구는 호갱이 되는 소비자 차별을 바로잡겠다며 지난 2014년 제정된 법 바로 '단말기유통법'(단통법)입니다. 오는 10월 시행 6주년을 맞습니다.단통법은 그러나, 시행 이후 그 취지가 한 번도 달성된 적이 없습니다. 이통사는 오히려 불법 보조금을 맘 놓고 뿌려댔습니다. 가계 통신비 내리겠다는 목표에서도 멀어져만 갔습니다. 되레 담합을 독려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그간 소비자들은 어떤 피해를 봤을까. 이통사들은 단통법 위에 군림하며 덕을 본 건 아닐까. 단통법의 실패가 방치된 이유는 무엇일까. KBS는 조금 더 깊이 들어가 보고자 합니다. 지금까지 드러나지 않았던 단통법의 '흑역사'를 추적 취재했습니다. [편집자주]




요즈음 가장 핫하다고 하는 최신 스마트폰 갤럭시노트 20, 얼마에 팔리고 있을까요. 최저가라며 6만5천 원에 판다는 광고도 있고, 4만 원이면 산다는 곳도 있습니다. 심지어 '말장난 아니다'라 엄포를 놓으며, 공짜로 갖고 가란 곳도 있습니다.

이런 파격적 할인 광고들 정말인지 의문이 듭니다. 하지만 분명한 건 휴대전화 가격이 그때그때 달라진다는 겁니다. 이런 배경에는 이동통신사 본사에서 장려금을 조절하는 이른바 '구두정책'이 있었습니다. 지난 1월에만 해도, 이동통신 3사의 구두정책은 243차례, 하루에도 8차례나 엎치락뒤치락했다는 조사결과도 있습니다.

제아무리 순발력 좋은 고객이라도, 이 정도 되면 똑똑한 소비를 하기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도대체 이 구두정책 때문에 이동통신 시장은 얼마나 망가진 걸까요?

■ 뒤돌아서면 바뀌는 휴대전화 가격

기자가 직접 서울 시내 한 휴대전화 판매점을 찾아 최신 5G 스마트폰 가격이 얼마나 하는지 물어봤습니다. 8월 12일 오전 10시쯤 갤럭시20 5G, 이 판매점에서는 기기값 124만8천5백 원에서 5월부터 적용한 공시지원금 42만 원에 자체적으로 6만3천 원을 더 할인해 76만 원에 팔겠다고 합니다. 판매장려금 6만3천 원을 더 준 겁니다.

그런데 이동통신사 방침에 따른 거라며, 개통이 바로 되지는 않고 1, 2시간 뒤에 다시 오라고 했습니다.

기자가 직접 서울 시내 판매점에서 최신 5G 스마트폰 가격을 알아봤다. (KBS1 뉴스9 ‘끈질긴K’ 방송화면20.08.31.)
판매점 말에 따라 1시간 뒤 다시 찾았습니다. 그런데 이번엔 판매점에서 아까보다 10만 원 더 싸게 해줄 수 있다는 말을 합니다. 고맙기는 한데, 취재진은 1시간 만에 가격이 이렇게 바뀐 이유는 뭔지 궁금했습니다. 가격이 반대로 더 오르는 일도 벌어지기 때문입니다.

판매점주는 그사이 "이동통신사가 장려금 정책을 바꿨다"고 설명했습니다. 한 판매점에서 똑같은 휴대전화 가격이 하루에도 몇 번씩 변덕을 부리는 건, 이 역시 이동통신사의 영업 방침의 결과인 겁니다. 상품을 파는 판매처도, 상품을 사는 소비자도 헷갈리는 이 영업 전략, 이동통신사들이 반복하고 있는 이유는 뭘까요?

■"돌아선 내 고객 되찾기 위해"…자율정화가 영업전략 핵심?

구두정책을 할 수밖에 없는 이유, 이동통신사 관계자들은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저희 회사가 (구두정책을) 질렀으면, 3천2백 건 뺏긴 게 아니라 뺏었어야죠." -SK텔레콤 관계자-

"(경쟁사) 누군가가 이게 이제 먼저 (보조금을) 조금이라도 움직이게 되면, 저희 고객이 빠져나가는 게 보이니까(대응할 수밖에 없는 거죠)." -LG유플러스 관계자-


그러니까 자신의 고객이 다른 경쟁사로 빠져나가게 되면 '은밀한 구두정책'을 내려 되찾아 온다는 겁니다. 통신서비스 품질을 개선하거나 가격을 합리화하는 게 아니라, 불법보조금을 뿌려 고객을 다시 뺏어온다는 얘깁니다.

여기서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KAIT, 이하 카이트)가 운영하는 '모니터링 시스템'이 한몫을 합니다. 이통사들은 이 모니터링 시스템을 들여다보며 경쟁사가 내 고객을 뺏어갔는지, 얼마나 많은 돈을 뿌리고 있는지까지 파악한다고 합니다.

'모니터링 시스템'은 이통3사가 자발적으로 불법보조금을 정화하겠다며 만들었습니다. 지난 7월8일 방통위로부터 과징금을 삭감 받을 때도 이 모니터링 시스템을 더 강화하겠다고 약속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니까 이통사들은 '자율 정화'를 명분으로 만들어진 시스템을 또 다른 '불법 행위'의 근거로 삼고 있는 셈입니다.

카이트는 시간대별 이통3사의 판매장려금과 공시지원금 현황을 감시한다. (KBS1 뉴스9 ‘끈질긴K’ 방송화면20.08.31.)
이런 시스템은 반대로도 활용됩니다. 규제가 강화될 조짐이 보이면 이동통신사는 스스로 '과열사업자'가 되지 않기 위해 판매장려금을 줄이거나, 개통을 지연하는 정책을 유통망에 신속히 내려보냅니다. 이 경우 소상공인인 판매점주들은 생계에 타격을 입습니다.

순전히 이동통신사의 유불리에 따라 판매장려금 정책이 춤을 추는 게 현실입니다. 그 피해는 차별적 대우를 받는 소비자 혹은 판매 점주들이 고스란히 떠안게 됩니다. 판매장려금이 언제 어떻게 변할지 예측하기는 어렵습니다. 이런 불투명한 이통3사의 판매장려금 정책을 업계에서는 '순증 관리'라고 부릅니다.

이종천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 이사는 "(이통사의 고객 유치가) 증대되다 보면 과열 사업자가 될 소지가 있기 때문에 스스로 (보조금)정책을 죽인다"라면서도 "그러다가 가입자들 경쟁사에 뺏기고 있으면 그때 다시 정책 드라이브를 건다"고 말했습니다.

이 같은 대응은 실시간으로 이루어지는데, 이 이사는 "10분 단위로 순증, 번호이동을 가져왔고 또 뺏겼고, 데이터를 기준으로 해서 이 사람이 주도적으로 불법 장려금을 살포하고 있느냐 이런 수치로 활용되고 있다"고 구체적으로 설명해줬습니다.

하루에도 몇 번씩 변덕을 부리는 장려금 정책, 들쑥날쑥한 휴대전화 가격, 모두 이동통신사의 '영업 작품'인 겁니다.

■언제나 '5:3:2'…어쩌다 요금제 경쟁보다 폰값 경쟁을 위한 시장이 됐나

휴대전화 판매점 연합체인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가 집계한 데이터를 보면, 판매장려금 정책은 하루에도 여러 차례 바뀝니다. 이종천 이사는 "공시지원금 정책이 한 번 바뀔 때 판매장려금 정책은 1,300번 바뀐다"고 주장했습니다.

모든 고객에게 균일하게 적용되는 혜택인 '공시지원금'은 거의 손을 대지 않고, 영업 정책인 '판매장려금' 경쟁에만 몰두했던 겁니다. 특정 대리점에는 과도한 웃돈을 안기는 '구두정책'까지 병행했습니다.

'불법을 위한 경쟁', 지난 6년 동안 '순증관리'라는 경쟁 아닌 경쟁이 벌어지는 사이, 이통 3사의 시장점유율은 별다른 변동이 없었습니다.

최근 5년 동안 이동통신 3사의 점유율은 5:3:2 비율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출처 : 변정욱 교수, ‘단말기유통법 시행이 이동통신시장에 미친 효과’ 2020.07.10.)
단통법 시행 이후 지난 6년간 이통사들은 고객 유치를 위한 요금제 경쟁보다는 '폰값' 경쟁에만 몰두했다는 게 취재진의 판단입니다. 통신서비스 제공이 주 업무인 이동통신사들이 고가 요금제를 조건으로 붙인 최신 휴대전화를 파는 데 혈안이 됐다는 뜻입니다.

단통법 시행 시기 정확하게 전후로 이동통신 경쟁 비중이 뒤바뀌었다. (출처 : 변정욱 교수, ‘단말기유통법 시행이 이동통신시장에 미친 효과’ 2020.07.10.)
'이동통신 단말장치 유통구조개선협의회' 의장을 맡은 홍대식 서강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통신사 사이에서 점유율 격차가 별로 변동이 없는 상황"이라며 "가시적으로 통신서비스 요금이 저렴해졌다든지 가격대비 서비스 품질이 좋아졌다든지 이런 것에 대한 체감은 많이 떨어진 것 같다"고 지적했습니다.

■시민단체·유통 협회 "방통위 재조사해야"…이동통신 3사 답변 아직

이통사들의 '구두정책' 실태를 고발한 KBS 보도가 이어지자, 참여연대와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가 각각 방송통신위원회에 조사를 요청했습니다.

참여연대는 이동통신사들이 지난 8월 방통위로부터 총 512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은 뒤에도 이런 행태를 이어온 것을 비판하며, 방송통신위원회의 처벌이 안일했다는 문제도 강조했습니다.

참여연대는 "이통 3사는 실제 불법보조금 살포가 적발돼 방통위 조사가 이뤄지더라도 자신들의 책임은 부인하고 유통점에 그 책임을 전가해 과징금 처분 등을 감경받고 있다"며 "방통위는 대대적으로 조사하면서도 이런 사실을 적발하지 못하고 솜방망이 처벌을 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동통신 유통점으로 이뤄진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도 성명을 내고 이동통신사들이 소수의 특수채널을 상대로 과도한 정책 장려금을 지급해 이용자 차별을 유도하고 있다며 특수채널 차별 행위, 고의적인 개통지연 등에 대해 방통위가 사실 조사를 해달라고 촉구했습니다.

이와 별도로 취재진은 이동통신 3사에 구체적인 개선 계획을 요청해 놓은 상태라고 보도했는데, 아직 답변을 받지는 못한 상태입니다. 이동통신 3사는 오늘도 '판매장려금 정책'을 만지작거리며 자신들에게 유리한 '구두정책'을 고민 중인 건 아닐까요?

[끈질긴K] 불변의 나눠 먹기 비율 ‘5 : 3 : 2’…이통3사의 ‘이상한 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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