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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 “뉴질랜드 외교관 성추행 아닌 성희롱”…남은 문제는?
입력 2020.09.04 (07:00) 취재K
한국 외교관이 뉴질랜드 근무 당시 동성의 "현지 채용 공관 직원을 성추행했다"는 의혹. 최근 몇 달 새 외교부를 둘러싼 가장 논쟁적인 사안이었습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국회에서 논란 끝에 "책임지겠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이 문제에 대해 외부 기관의 첫 판단이 나왔습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어제(2일) 외교부에 보낸 결정문에서 "해당 외교관의 행위는 성희롱으로 인정된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지난달 31일 국회에 출석해 뉴질랜드 외교관 성 비위 사건과 관련해 “장관이 책임지겠다”라고 말했다.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지난달 31일 국회에 출석해 뉴질랜드 외교관 성 비위 사건과 관련해 “장관이 책임지겠다”라고 말했다.

■ 외교부 손들어준 인권위

피해자는 지난 2018년 인권위에 2017년 말 A 외교관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고 진정을 냈습니다. 또 관리·감독 기관인 주뉴질랜드 한국 대사관을 상대로도 대처가 부적절했다는 진정도 냈습니다.

인권위는 이런 주장을 일부만 받아들였습니다. 인권위는 결정문에서 A 외교관의 신체접촉 행위를 성희롱으로만 인정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형사 처벌 대상인 성추행을 당했다는 피해자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은 것입니다.

외교부는 지난해 2월 이미 A 외교관의 행동이 부적절했다고 판단해 감봉 1개월의 경징계를 내린 바 있습니다. 외교부는 그동안 성추행을 저지른 직원에게는 정직 등의 중징계를, 성희롱을 저지른 직원에게는 감봉 등 경징계를 내려왔습니다. 따라서 이번 인권위의 결정은 피해자의 주장 대신 외교부의 1차 판단에 맞다고 손을 들어준 셈입니다.

현행 <남녀고용평등과 일ㆍ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이 규정한 "직장 내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본 것입니다. 법 2조 2항은 직장 내 성희롱을 "사업주ㆍ상급자 또는 근로자가 직장 내의 지위를 이용하거나 업무와 관련하여 다른 근로자에게 성적 언동 등으로 성적 굴욕감 또는 혐오감을 느끼게 하거나 성적 언동 또는 그 밖의 요구 등에 따르지 아니하였다는 이유로 근로조건 및 고용에서 불이익을 주는 것"이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인권위는 이 같은 인식을 바탕으로 외교부가 성희롱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절차상 문제가 있었다고 인정하기는 어렵지만, 일부 미흡한 부분이 있다며 개선하라는 권고도 내린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부족한 면이 있어서 보완하라는 취지의 권고인 데, 절차상 큰 문제는 없었다는 표현으로 외교부의 짐을 크게 덜어줬습니다.

뉴질랜드 방송 화면뉴질랜드 방송 화면

■ "피해에 대한 돈을 지급하라"

다만, 인권위는 다소 이례적인 권고를 내놓은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A 외교관에게 '성희롱 피해'에 대한 돈을 피해자에게 지급하라는 것입니다. 구체적인 금액도 적혀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얼마인지는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그동안 A 외교관과 피해자는 '합의'를 시도해 왔습니다. 뉴질랜드 현지 법상 이런 분쟁이 발생할 경우 고용인, 즉 뉴질랜드 주재 한국 대사관에서 중재하게 돼 있어 해당 절차를 외교부에서 진행해 왔습니다. 올해 1월부터 4개월 동안 외교부는 양측 사이에서 중재를 시도했지만 실패했습니다. 얼마를 주고 얼마를 받느냐는 양측 간의 논의가 접점을 찾지 못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그렇게 중단됐던 양측의 합의 시도는 최근에 다시 시작될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성 비위 사안이 큰 문제로 불거진 이후 피해자가 외교부에 중재해달라고 재차 요청했다는 것입니다. 외교부는 다시 중재에 나설지 검토 중입니다.

인권위가 이런 상황을 염두에 두고 '돈 지급'이라는 권고를 내렸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인권위 권고는 강제성이 없는 탓에 A 외교관이 실제 돈을 지급할지도 확정적이지 않습니다. 피해자가 돈의 액수에 대해 만족해할지도 알 수 없습니다. 여전히 분쟁의 여지는 남아있습니다.

■ 외교부 재조사는 힘들 듯

외교부는 해외공관에서 근무 중이었던 A 외교관에게 귀임 명령을 내리고 재조사 여부를 검토해 왔습니다. 이미 해당 사안에 대한 조사를 마치고 징계까지 내린 상태. 재조사는 새로운 증거가 나오거나 당시 결정이 잘못됐다는 지적이 나올 때 가능합니다. 하지만 인권위는 구체적 금액까지 제시하면서 '중재'에 무게를 실었습니다. 외교부 차원의 재조사가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가능한 대목입니다.

하지만 인권위의 결정으로 뉴질랜드 외교관 성 비위 사건이 일단락될 것으로 확신하기는 어렵습니다. 피해자가 A 외교관을 뉴질랜드 경찰에 신고해 수사가 이뤄지고 있고, 뉴질랜드 경찰은 주뉴질랜드 한국 대사관에 대한 직접 조사를 요구하기도 했기 때문입니다. 뉴질랜드 내에서 A 외교관에 대한 체포영장까지도 발부돼 있고, 우리나라를 상대로 형사사법공조나 범죄인 인도 절차 등을 요구할 가능성도 남아있습니다.

양국 정상 간 전화 통화에서 사전에 논의되지 않은 채 불쑥 제기돼 논란이 일파만파 커졌던 이번 사안은 인권위 결정으로 변곡점을 맞게 됐습니다. 실체적인 진실을 밝혀질 수 있을까요? 뉴질랜드 측 피해자가 이 결정에 만족할지, 그 반응에 앞으로의 전개 방향이 달린 것으로 보입니다.
  • 인권위 “뉴질랜드 외교관 성추행 아닌 성희롱”…남은 문제는?
    • 입력 2020-09-04 07:00:31
    취재K
한국 외교관이 뉴질랜드 근무 당시 동성의 "현지 채용 공관 직원을 성추행했다"는 의혹. 최근 몇 달 새 외교부를 둘러싼 가장 논쟁적인 사안이었습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국회에서 논란 끝에 "책임지겠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이 문제에 대해 외부 기관의 첫 판단이 나왔습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어제(2일) 외교부에 보낸 결정문에서 "해당 외교관의 행위는 성희롱으로 인정된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지난달 31일 국회에 출석해 뉴질랜드 외교관 성 비위 사건과 관련해 “장관이 책임지겠다”라고 말했다.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지난달 31일 국회에 출석해 뉴질랜드 외교관 성 비위 사건과 관련해 “장관이 책임지겠다”라고 말했다.

■ 외교부 손들어준 인권위

피해자는 지난 2018년 인권위에 2017년 말 A 외교관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고 진정을 냈습니다. 또 관리·감독 기관인 주뉴질랜드 한국 대사관을 상대로도 대처가 부적절했다는 진정도 냈습니다.

인권위는 이런 주장을 일부만 받아들였습니다. 인권위는 결정문에서 A 외교관의 신체접촉 행위를 성희롱으로만 인정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형사 처벌 대상인 성추행을 당했다는 피해자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은 것입니다.

외교부는 지난해 2월 이미 A 외교관의 행동이 부적절했다고 판단해 감봉 1개월의 경징계를 내린 바 있습니다. 외교부는 그동안 성추행을 저지른 직원에게는 정직 등의 중징계를, 성희롱을 저지른 직원에게는 감봉 등 경징계를 내려왔습니다. 따라서 이번 인권위의 결정은 피해자의 주장 대신 외교부의 1차 판단에 맞다고 손을 들어준 셈입니다.

현행 <남녀고용평등과 일ㆍ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이 규정한 "직장 내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본 것입니다. 법 2조 2항은 직장 내 성희롱을 "사업주ㆍ상급자 또는 근로자가 직장 내의 지위를 이용하거나 업무와 관련하여 다른 근로자에게 성적 언동 등으로 성적 굴욕감 또는 혐오감을 느끼게 하거나 성적 언동 또는 그 밖의 요구 등에 따르지 아니하였다는 이유로 근로조건 및 고용에서 불이익을 주는 것"이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인권위는 이 같은 인식을 바탕으로 외교부가 성희롱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절차상 문제가 있었다고 인정하기는 어렵지만, 일부 미흡한 부분이 있다며 개선하라는 권고도 내린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부족한 면이 있어서 보완하라는 취지의 권고인 데, 절차상 큰 문제는 없었다는 표현으로 외교부의 짐을 크게 덜어줬습니다.

뉴질랜드 방송 화면뉴질랜드 방송 화면

■ "피해에 대한 돈을 지급하라"

다만, 인권위는 다소 이례적인 권고를 내놓은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A 외교관에게 '성희롱 피해'에 대한 돈을 피해자에게 지급하라는 것입니다. 구체적인 금액도 적혀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얼마인지는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그동안 A 외교관과 피해자는 '합의'를 시도해 왔습니다. 뉴질랜드 현지 법상 이런 분쟁이 발생할 경우 고용인, 즉 뉴질랜드 주재 한국 대사관에서 중재하게 돼 있어 해당 절차를 외교부에서 진행해 왔습니다. 올해 1월부터 4개월 동안 외교부는 양측 사이에서 중재를 시도했지만 실패했습니다. 얼마를 주고 얼마를 받느냐는 양측 간의 논의가 접점을 찾지 못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그렇게 중단됐던 양측의 합의 시도는 최근에 다시 시작될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성 비위 사안이 큰 문제로 불거진 이후 피해자가 외교부에 중재해달라고 재차 요청했다는 것입니다. 외교부는 다시 중재에 나설지 검토 중입니다.

인권위가 이런 상황을 염두에 두고 '돈 지급'이라는 권고를 내렸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인권위 권고는 강제성이 없는 탓에 A 외교관이 실제 돈을 지급할지도 확정적이지 않습니다. 피해자가 돈의 액수에 대해 만족해할지도 알 수 없습니다. 여전히 분쟁의 여지는 남아있습니다.

■ 외교부 재조사는 힘들 듯

외교부는 해외공관에서 근무 중이었던 A 외교관에게 귀임 명령을 내리고 재조사 여부를 검토해 왔습니다. 이미 해당 사안에 대한 조사를 마치고 징계까지 내린 상태. 재조사는 새로운 증거가 나오거나 당시 결정이 잘못됐다는 지적이 나올 때 가능합니다. 하지만 인권위는 구체적 금액까지 제시하면서 '중재'에 무게를 실었습니다. 외교부 차원의 재조사가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가능한 대목입니다.

하지만 인권위의 결정으로 뉴질랜드 외교관 성 비위 사건이 일단락될 것으로 확신하기는 어렵습니다. 피해자가 A 외교관을 뉴질랜드 경찰에 신고해 수사가 이뤄지고 있고, 뉴질랜드 경찰은 주뉴질랜드 한국 대사관에 대한 직접 조사를 요구하기도 했기 때문입니다. 뉴질랜드 내에서 A 외교관에 대한 체포영장까지도 발부돼 있고, 우리나라를 상대로 형사사법공조나 범죄인 인도 절차 등을 요구할 가능성도 남아있습니다.

양국 정상 간 전화 통화에서 사전에 논의되지 않은 채 불쑥 제기돼 논란이 일파만파 커졌던 이번 사안은 인권위 결정으로 변곡점을 맞게 됐습니다. 실체적인 진실을 밝혀질 수 있을까요? 뉴질랜드 측 피해자가 이 결정에 만족할지, 그 반응에 앞으로의 전개 방향이 달린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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