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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코로나19’ 팬데믹
[취재후] 방역이 최우선이지만 신속한 경기진단 역시 중요합니다
입력 2020.09.04 (12:46) 수정 2020.09.04 (12:49) 취재후

내수 소비절벽이 다시 찾아왔습니다. 1차 확산기( 2월 말~ 3월)과 같은 형태의 내수 침체입니다. PC방이나 노래방 매출은 10분의 1이 됐습니다. 음식점도 반 토막 이하가 된 업종이 많습니다. 여행업은 코로나 이후 반년 이상 내내 그렇습니다.


그런 어려움을 데이터로, 실시간으로 포착한 기사를 썼습니다. 지난주에는 <서울 자영업자 매출 20% 꺾여>라는 제목의 기사를, 이번 주에는 <'도시락만 팔린다'...재확산 덮친 서울, 2주 만에 소비 절벽>이란 기사요. 내수소비 위축을 실증적으로 확인한단 점에서 의미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많은 관심 보여주셨지만 '당연한 거 아니냐?'는 반응도 적지 않습니다. 방역이 최우선이니 당장은 감내해야 하는 것 아니냔 말씀이 많았습니다. 대략 이런 댓글들입니다.

"안 좋은 지표 자꾸 말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요"
"아니 문을 열지 말라는데 당연히 소비절벽이지"
"한 달 2주? 참기 힘들지 않아요. 선동하지 마세요"
"오래갈까 두려운 거지, 2.5단계 발동했으니 당연한 거 아닌가요"
"아니 무슨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 때문에 경제고 뭐고 파탄 나는 중인데 이런 기사가 무슨 의미나요? 빨리 경제 살리고 싶으면 코로나 잡아야 함"
"그냥 (밖에) 나가지 마세요."

당연히 방역이 우선이고, 최우선이며, 경제는 당연히 안 좋아질 것이지만 그런데도 할 말이 남습니다. 의미 있을 거라 생각해 소통합니다. 소비 급감을 '가능한 최신의 데이터로 지속해서 알리는 기사의 의미' 정도 되겠네요.

■ KBS는 경제 충격의 양상을 신속히 알려주는 새로운 지표를 찾았습니다

우선 기사에 사용된 소상공인 자영업자 매출 지표는 KBS가 이번 코로나 사태에서 발굴해 낸 지표입니다. 한국신용데이터라는 스타트업이 가진 소상공인 60만 명의 매출 빅데이터를 활용한 지표인데, 직접 스타트업과 접촉해 상의해가며 지표를 구했고, 처음 보도했습니다.

가장 큰 특징은 신속성입니다. 현존하는 그 어떤 지표보다 신속하게 현재 상황을 파악합니다. 수도권 거리 두기 첫 주 곧바로 서울 소상공인 매출이 전년동기 대비 25% 급감했단 것은 다른 데이터로는 파악할 수 없습니다.


지난 8월 30일 소비 충격을 업종별로는 PC방-노래방 매출은 90% 급감하고, 서울은 전년동기 대비 소비가 67% 수준밖에 안 된 됩니다. 여행업-스포츠업의 타격이 가장 큽니다. 이렇게 빠르게 알 수 있는 데이터는 제가 판단하기엔 한국신용데이터의 지표가 유일합니다.


반면 기존 지표, 매달 발표하는 소비심리 지수, 한 달 가까운 시차가 있는 설문조사일뿐입니다. 여신협회가 내는 신용카드 매출 추이, 이건 7월 자료가 9월 초에 나옵니다. 통계청 온라인 매출 동향, 어제 발표된 데이터가 7월 데이터입니다. 국민소득(GDP)은 석 달 단위이고, 분기가 마감된 뒤 한 달 더 지나야 알 수 있습니다.

■더 빨리 알면 대책이 더 빨라집니다

2차 재난지원금 논의가 점점 빨라지고 있습니다. 선별일지 보편 지급일지 아직은 미지수지만, 추석 전에 지급할 것이라는 보도가 나옵니다. 애초는 정부가 재정부담으로 난색을 보이고, 이재명 지사 등 정치권에선 지급을 요구하면서 평행선만 긋는 양상이었죠. 어느 순간 균형추가 지급 쪽으로 기우는 모양새입니다.


다른 이유도 물론 많지만, 소상공인들 처한 실상이 실시간으로 파악되어 보도되는 영향이 큽니다. 텅 빈 매장을 보여주는 보도도 영향이 있습니다. 현실이니까요. 보도들이 쌓이면 정부는 정책 대응을 고민하게 되죠. 다만 숫자가 주는 의미는 더 큽니다.

이를테면 '1분기 소상공인 매출 데이터와 현재 매출 데이터 추이를 비교해보니까 거의 흡사하거나 지금 진행 중인 충격이 더 클 가능성이 있다. 이번엔 규모가 큰 서울을 중심으로 타격을 받기 때문이다.  1분기 같은 내수 소비침체에 의한 역성장이 3분기에 반복될 가능성이 있다'고 하면 대책을 고민하는 정부의 손놀림은 빨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12대 고위험 업종으로 지정되어 강화된 거리 두기에 따라 피해가 집중된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에게 선별적으로 재난지원금을 지급할 거라는 보도도 나옵니다. 지원 근거는 분명합니다. 데이터가 거리 두기의 충격이 어디에 집중되었는지 명확히 설명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 직접지원, 많아 봐야 100만 원 150만 원 수준일 가능성이 큽니다. 임대료 부담, 고정비 부담과 비교하면 여전히 부족합니다.

대출제도도 손볼 고민도 해야 합니다. '초저금리 대출 지원'인데요, 1차 신청을 4월이 되어서야 받았으니 시작이 일단 늦었습니다. 신청자가 너무 많아 밤새 줄 서고, 줄 서도 못 받고, 승인에도 시간 걸리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다만 일시적 자금 융통에 도움이 되는 제도인 건 분명합니다.

이번엔 더 빨리 시행해야 할 것 같습니다. 물론 지금도 있긴 한데 유명무실합니다. 초저금리가 아닙니다. 3%대에 보증비용도 부담해야 합니다. 1차 신청자는 신청 못 합니다. 똑같은 충격이 똑같은 상인들에게 다시 찾아왔는데도요. 그래서 신청하는 사람이 매우 적습니다. 정부는 준비한 자금의 5% 정도밖에 소진하지 못했습니다. 빨리 손봐야 합니다.

이런 이야기 자연스럽게 할 수 있게 됩니다. 실상을 데이터로 아니까요. 대책을 빨리 내놓으란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것, 최신의 데이터로 악화한 실상을 빨리 보여줘야 하는 이유입니다.

■더 세밀하게 알면 더 정밀한 대책을 세울 수 있습니다

재난지원금의 효과를 예로 들어볼까요. 어디서 가장 많이 쓸까요. 동네마트, 재래시장, 축산품점(한우), 스포츠용품점(특히 자전거) 이런 부문들이 데이터상 입증됩니다.


이번에 똑같은 방식으로 지급하면 이 돈은 어디로 흘러갈까요. 역시 동네마트, 재래시장, 축산품점, 스포츠용품점에 돌아갈 가능성이 큽니다.

나쁘다는 건 아닙니다. 재난지원금이 소비 활성화의 마중물이 되는 효과는 분명하니까요.

문제는 지금 가장 큰 고통을 받아 지원의 손길이 절실한 소상공인들, 그러니까 PC방 노래방 업주들, 소규모 여행사와 관광업체들, 뷔페나 샤부샤부 음식점들, 예체능 보습학원들에 재난지원금이 써질 가능성이 크지는 않다는 점입니다. 코로나 확산 국면이기 때문이죠.

나라가 빚을 내서 14조 원을 쓰는 데 가장 필요한 곳에 그 온기가 충분히 닿지 않는다면 다른 방법도 고민해야겠죠. 폐업의 위기에 놓인 사람들이 방역에 협조하면서도 '당장 일정 기간 버틸 수 있게'해주는 직접적인 도움이 될 정책 말입니다.

빠르게 세부적인 데이터를 확보해 알리면, 그런 정밀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일 수 있습니다.


■ GDP를 몰랐던 대공황 당시 미국 경제의 파탄

1929년 대공황 당시 미국엔 GDP란 개념이 없었습니다. '올해 우리 국민경제가 몇 퍼센트 성장 또는 침체하였는지' 알 지표는 없었단 이야기입니다.

그 결과 미국 경제가 3년 만에 반 토막이 났습니다. 반 토막이 났다는 사실을 5년이 지나고서야 알았습니다. 노벨상 받은 경제학자, 사이먼 쿠즈네츠가 GDP라는 지표를 개발하고 논문(1934)을 쓰고 나서 안 겁니다.


만약 대공황 당시에도 정부가 연 단위로 GDP 통계 집계를 하고 있었거나 알리는 언론·학자가 있었더라면, 정부가 더 빨리 행동할 근거가 되었겠죠. 지금 우리 정부가 막대한 재정적자를 감수하면서까지 경기 부양책을 쓰는 것처럼요. 그럼 역성장을 막지는 못해도 그 규모를 줄일 수 있습니다. '재정의 방파제' 역할지요. 안타깝게도 당시엔 늦었고 결국 대공황의 피해는 커졌습니다.

또 세부자료를 통해 피해가 누구에게 집중되는지도 알게 됩니다. 자본가와 금융의 피해 규모보다는 직업을 잃고 소득을 잃은 사람들의 피해가 컸습니다. 노동 몫 분배가 악화한 것도 실증적으로 알게 됩니다. 내수소비가 위축되어 생산이 줄어드는 총수요 부족에 따른 경기 악화의 악순환입니다.

당시 루스벨트 정부는 이후 공정노동관계법과 같은 노동자 보호 강화법안을 관철합니다. 노동자 단결권을 강화하고 실업보험을 적용하고 극빈 장애인 부조도 합니다. 고소득자 세율도 최대 94%까지 올립니다. 뉴딜은 사실 이런 정부 총수요 정책의 신호탄이란 측면에서 큰 의미가 있습니다.


현실을 잘 반영하는 데이터는 이런 힘이 있습니다. 미국 정부는 이후 정부 차원에서 공식적으로 GDP를 집계하기 시작합니다. 지금은 전 세계의 표준입니다.

■ 방역은 중요합니다... 더 좋은 지표를 더 빨리 아는 것도 중요합니다
소상공인 자영업자 매출 지표는 물론 GDP만큼 중요한 지표는 아닐 겁니다. 다만 코로나 이후 전체 경제가 받는 '새로운 충격'을 보여주는 중요한 지표가 될 자격은 충분합니다. 신속한 대응을 위해서라도, 더 세밀한 대응을 위해서라도 더 많은 사람이 알 필요가 있는 지표입니다.

방역이 중요하다는 댓글들에 공감합니다. 방역이 최우선입니다. 하지만 빠르고 세밀하게 충격을 측정할 지표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합니다. 지표의 역할은 단순히 현실을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습니다.

▶ ‘ 코로나19 현황과 대응’ 최신 기사 보기
http://news.kbs.co.kr/news/listIssue.html?icd=19588
  • [취재후] 방역이 최우선이지만 신속한 경기진단 역시 중요합니다
    • 입력 2020-09-04 12:46:41
    • 수정2020-09-04 12:49:19
    취재후

내수 소비절벽이 다시 찾아왔습니다. 1차 확산기( 2월 말~ 3월)과 같은 형태의 내수 침체입니다. PC방이나 노래방 매출은 10분의 1이 됐습니다. 음식점도 반 토막 이하가 된 업종이 많습니다. 여행업은 코로나 이후 반년 이상 내내 그렇습니다.


그런 어려움을 데이터로, 실시간으로 포착한 기사를 썼습니다. 지난주에는 <서울 자영업자 매출 20% 꺾여>라는 제목의 기사를, 이번 주에는 <'도시락만 팔린다'...재확산 덮친 서울, 2주 만에 소비 절벽>이란 기사요. 내수소비 위축을 실증적으로 확인한단 점에서 의미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많은 관심 보여주셨지만 '당연한 거 아니냐?'는 반응도 적지 않습니다. 방역이 최우선이니 당장은 감내해야 하는 것 아니냔 말씀이 많았습니다. 대략 이런 댓글들입니다.

"안 좋은 지표 자꾸 말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요"
"아니 문을 열지 말라는데 당연히 소비절벽이지"
"한 달 2주? 참기 힘들지 않아요. 선동하지 마세요"
"오래갈까 두려운 거지, 2.5단계 발동했으니 당연한 거 아닌가요"
"아니 무슨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 때문에 경제고 뭐고 파탄 나는 중인데 이런 기사가 무슨 의미나요? 빨리 경제 살리고 싶으면 코로나 잡아야 함"
"그냥 (밖에) 나가지 마세요."

당연히 방역이 우선이고, 최우선이며, 경제는 당연히 안 좋아질 것이지만 그런데도 할 말이 남습니다. 의미 있을 거라 생각해 소통합니다. 소비 급감을 '가능한 최신의 데이터로 지속해서 알리는 기사의 의미' 정도 되겠네요.

■ KBS는 경제 충격의 양상을 신속히 알려주는 새로운 지표를 찾았습니다

우선 기사에 사용된 소상공인 자영업자 매출 지표는 KBS가 이번 코로나 사태에서 발굴해 낸 지표입니다. 한국신용데이터라는 스타트업이 가진 소상공인 60만 명의 매출 빅데이터를 활용한 지표인데, 직접 스타트업과 접촉해 상의해가며 지표를 구했고, 처음 보도했습니다.

가장 큰 특징은 신속성입니다. 현존하는 그 어떤 지표보다 신속하게 현재 상황을 파악합니다. 수도권 거리 두기 첫 주 곧바로 서울 소상공인 매출이 전년동기 대비 25% 급감했단 것은 다른 데이터로는 파악할 수 없습니다.


지난 8월 30일 소비 충격을 업종별로는 PC방-노래방 매출은 90% 급감하고, 서울은 전년동기 대비 소비가 67% 수준밖에 안 된 됩니다. 여행업-스포츠업의 타격이 가장 큽니다. 이렇게 빠르게 알 수 있는 데이터는 제가 판단하기엔 한국신용데이터의 지표가 유일합니다.


반면 기존 지표, 매달 발표하는 소비심리 지수, 한 달 가까운 시차가 있는 설문조사일뿐입니다. 여신협회가 내는 신용카드 매출 추이, 이건 7월 자료가 9월 초에 나옵니다. 통계청 온라인 매출 동향, 어제 발표된 데이터가 7월 데이터입니다. 국민소득(GDP)은 석 달 단위이고, 분기가 마감된 뒤 한 달 더 지나야 알 수 있습니다.

■더 빨리 알면 대책이 더 빨라집니다

2차 재난지원금 논의가 점점 빨라지고 있습니다. 선별일지 보편 지급일지 아직은 미지수지만, 추석 전에 지급할 것이라는 보도가 나옵니다. 애초는 정부가 재정부담으로 난색을 보이고, 이재명 지사 등 정치권에선 지급을 요구하면서 평행선만 긋는 양상이었죠. 어느 순간 균형추가 지급 쪽으로 기우는 모양새입니다.


다른 이유도 물론 많지만, 소상공인들 처한 실상이 실시간으로 파악되어 보도되는 영향이 큽니다. 텅 빈 매장을 보여주는 보도도 영향이 있습니다. 현실이니까요. 보도들이 쌓이면 정부는 정책 대응을 고민하게 되죠. 다만 숫자가 주는 의미는 더 큽니다.

이를테면 '1분기 소상공인 매출 데이터와 현재 매출 데이터 추이를 비교해보니까 거의 흡사하거나 지금 진행 중인 충격이 더 클 가능성이 있다. 이번엔 규모가 큰 서울을 중심으로 타격을 받기 때문이다.  1분기 같은 내수 소비침체에 의한 역성장이 3분기에 반복될 가능성이 있다'고 하면 대책을 고민하는 정부의 손놀림은 빨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12대 고위험 업종으로 지정되어 강화된 거리 두기에 따라 피해가 집중된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에게 선별적으로 재난지원금을 지급할 거라는 보도도 나옵니다. 지원 근거는 분명합니다. 데이터가 거리 두기의 충격이 어디에 집중되었는지 명확히 설명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 직접지원, 많아 봐야 100만 원 150만 원 수준일 가능성이 큽니다. 임대료 부담, 고정비 부담과 비교하면 여전히 부족합니다.

대출제도도 손볼 고민도 해야 합니다. '초저금리 대출 지원'인데요, 1차 신청을 4월이 되어서야 받았으니 시작이 일단 늦었습니다. 신청자가 너무 많아 밤새 줄 서고, 줄 서도 못 받고, 승인에도 시간 걸리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다만 일시적 자금 융통에 도움이 되는 제도인 건 분명합니다.

이번엔 더 빨리 시행해야 할 것 같습니다. 물론 지금도 있긴 한데 유명무실합니다. 초저금리가 아닙니다. 3%대에 보증비용도 부담해야 합니다. 1차 신청자는 신청 못 합니다. 똑같은 충격이 똑같은 상인들에게 다시 찾아왔는데도요. 그래서 신청하는 사람이 매우 적습니다. 정부는 준비한 자금의 5% 정도밖에 소진하지 못했습니다. 빨리 손봐야 합니다.

이런 이야기 자연스럽게 할 수 있게 됩니다. 실상을 데이터로 아니까요. 대책을 빨리 내놓으란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것, 최신의 데이터로 악화한 실상을 빨리 보여줘야 하는 이유입니다.

■더 세밀하게 알면 더 정밀한 대책을 세울 수 있습니다

재난지원금의 효과를 예로 들어볼까요. 어디서 가장 많이 쓸까요. 동네마트, 재래시장, 축산품점(한우), 스포츠용품점(특히 자전거) 이런 부문들이 데이터상 입증됩니다.


이번에 똑같은 방식으로 지급하면 이 돈은 어디로 흘러갈까요. 역시 동네마트, 재래시장, 축산품점, 스포츠용품점에 돌아갈 가능성이 큽니다.

나쁘다는 건 아닙니다. 재난지원금이 소비 활성화의 마중물이 되는 효과는 분명하니까요.

문제는 지금 가장 큰 고통을 받아 지원의 손길이 절실한 소상공인들, 그러니까 PC방 노래방 업주들, 소규모 여행사와 관광업체들, 뷔페나 샤부샤부 음식점들, 예체능 보습학원들에 재난지원금이 써질 가능성이 크지는 않다는 점입니다. 코로나 확산 국면이기 때문이죠.

나라가 빚을 내서 14조 원을 쓰는 데 가장 필요한 곳에 그 온기가 충분히 닿지 않는다면 다른 방법도 고민해야겠죠. 폐업의 위기에 놓인 사람들이 방역에 협조하면서도 '당장 일정 기간 버틸 수 있게'해주는 직접적인 도움이 될 정책 말입니다.

빠르게 세부적인 데이터를 확보해 알리면, 그런 정밀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일 수 있습니다.


■ GDP를 몰랐던 대공황 당시 미국 경제의 파탄

1929년 대공황 당시 미국엔 GDP란 개념이 없었습니다. '올해 우리 국민경제가 몇 퍼센트 성장 또는 침체하였는지' 알 지표는 없었단 이야기입니다.

그 결과 미국 경제가 3년 만에 반 토막이 났습니다. 반 토막이 났다는 사실을 5년이 지나고서야 알았습니다. 노벨상 받은 경제학자, 사이먼 쿠즈네츠가 GDP라는 지표를 개발하고 논문(1934)을 쓰고 나서 안 겁니다.


만약 대공황 당시에도 정부가 연 단위로 GDP 통계 집계를 하고 있었거나 알리는 언론·학자가 있었더라면, 정부가 더 빨리 행동할 근거가 되었겠죠. 지금 우리 정부가 막대한 재정적자를 감수하면서까지 경기 부양책을 쓰는 것처럼요. 그럼 역성장을 막지는 못해도 그 규모를 줄일 수 있습니다. '재정의 방파제' 역할지요. 안타깝게도 당시엔 늦었고 결국 대공황의 피해는 커졌습니다.

또 세부자료를 통해 피해가 누구에게 집중되는지도 알게 됩니다. 자본가와 금융의 피해 규모보다는 직업을 잃고 소득을 잃은 사람들의 피해가 컸습니다. 노동 몫 분배가 악화한 것도 실증적으로 알게 됩니다. 내수소비가 위축되어 생산이 줄어드는 총수요 부족에 따른 경기 악화의 악순환입니다.

당시 루스벨트 정부는 이후 공정노동관계법과 같은 노동자 보호 강화법안을 관철합니다. 노동자 단결권을 강화하고 실업보험을 적용하고 극빈 장애인 부조도 합니다. 고소득자 세율도 최대 94%까지 올립니다. 뉴딜은 사실 이런 정부 총수요 정책의 신호탄이란 측면에서 큰 의미가 있습니다.


현실을 잘 반영하는 데이터는 이런 힘이 있습니다. 미국 정부는 이후 정부 차원에서 공식적으로 GDP를 집계하기 시작합니다. 지금은 전 세계의 표준입니다.

■ 방역은 중요합니다... 더 좋은 지표를 더 빨리 아는 것도 중요합니다
소상공인 자영업자 매출 지표는 물론 GDP만큼 중요한 지표는 아닐 겁니다. 다만 코로나 이후 전체 경제가 받는 '새로운 충격'을 보여주는 중요한 지표가 될 자격은 충분합니다. 신속한 대응을 위해서라도, 더 세밀한 대응을 위해서라도 더 많은 사람이 알 필요가 있는 지표입니다.

방역이 중요하다는 댓글들에 공감합니다. 방역이 최우선입니다. 하지만 빠르고 세밀하게 충격을 측정할 지표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합니다. 지표의 역할은 단순히 현실을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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