南·北·美·中 한데 모인다…올해 ARF는?

입력 2020.09.04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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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교장관 회의 일정이 확정됐습니다. 오는 12일 베트남 주재로 열립니다. 베트남이 애초 원했던 것처럼 27개 회원국 외교장관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대규모 행사로 치러지지 못합니다. 코로나 19 때문입니다.

코로나19 확산세가 다소 진정되는 듯했던 지난 초여름 베트남은 일부 국가 장관만이라도 초청하는 방안을 추진했습니다. 하지만 코로나 19가 최근 다시 전 세계적으로 확산한 데다 베트남 내부에서도 확진자가 속출하면서 그 뜻을 포기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강경화 장관의 베트남행도 무산됐습니다. 이 때문에 올해 ARF는 사상 처음으로 화상 회의로 열리게 됐습니다.

ARF 회원국은 모두 27개 나라입니다. 아세안 10개 나라를 바탕으로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EU에 북한도 회원국입니다. 지난 2018년 8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ARF에서는 리용호 북한 외무상이 단연 관심 인물이었습니다. 남북, 북미 정상회담 직후였기 때문입니다. 지난해에는 지소미아 문제를 놓고 한국과 일본 외교장관이 중심에 섰습니다.

지난해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교장관회의는 8월2일 태국 방콕에서 열렸다지난해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교장관회의는 8월2일 태국 방콕에서 열렸다

■ 한국 "비전통적 안보 등 의견 교환"

외교부는 올해 강경화 장관이 ARF에 참석해 한반도 정세와 비전통 안보 등 국제 정세, 안보 의제에 대해 의견을 교환할 예정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또 참가국 사이의 신뢰 구축과 안보 협력 강화 방안도 모색할 예정이라고 짧게 밝혔습니다.

강경화 장관은 ARF에 앞서 열리는 한-아세안 외교장관회의, 아세안+한·중·일 외교장관회의 등에 잇따라 참석해 코로나19 대응에서 국제적인 공조 문제와 경제 회복 방안에 관해서 이야기할 예정입니다. ARF에서도 감염병으로 인한 안보 위협, 사이버 공간에서의 안보 위협 등에 대해 집중적으로 거론할 것으로 보입니다.

강 장관은 지난 3일 참석한 G20 특별외교장관 회의에서 개방성과 투명성 등에 기반을 둔 한국의 코로나19 대응 상황에 관해 설명했습니다. 강 장관은 특히 몇몇 국가들과 체결한 신속통로 제도를 소개하면서 이런 모델을 확산하기 위한 다자적 협의를 진행하자고 제안하기도 했습니다.

지난해 태국에서 열린 ARF 외교장관 회의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앞줄 왼쪽에서 세번째에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장관, 네번째에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나란히 서 있다.지난해 태국에서 열린 ARF 외교장관 회의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앞줄 왼쪽에서 세번째에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장관, 네번째에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나란히 서 있다.

■ 미국 vs 중국..치열한 공방 벌이나?

미 국무부도 현지시각 2일 폼페이오 장관의 참석을 예고했습니다. 국무부는 ARF 등 회의에 참석할 예정이라며 한반도 평화와 안보의 중요성을 재확인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폼페이오 장관은 인도 태평양 지역에서 미국의 우선순위를 다루고 주권과 다원성에 근거해 자유롭고 개방적인 지역을 지원하기 위한 미국 노력의 세부사항을 공유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사실상 타깃은 중국입니다. 미국은 이번 ARF를 중국에 대한 공세의 장으로 삼을 가능성이 큽니다. 남중국해 문제와 홍콩 보안법 문제 등을 놓고 중국과 치열한 공방이 예상됩니다.

또 미국은 ARF를 앞두고 별도의 움직임을 통해 자신들의 의사를 노골적으로 내비치고 있습니다. 중국 견제를 염두에 둔 인도 태평양 협력 문제입니다.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은 지난달 31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같은 수준의 협력체가 인도 태평양 지역에 없다면서 미국·일본·호주·인도의 4각 협력체 '쿼드(Quad)'를 거론했고 여기에 한국까지 참여하는 '쿼드 플러스'로 확대할 필요성을 시사했습니다.

빈센트 브룩스 전 주한 미군 사령관은 최근 "미국과 중국과의 관계를 고려해 신중한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 아주 어려운 시기가 올 것"이라며 "한국도 북한도 아주 신중한 선택을 할 수밖에 없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리용호 당시 북한 외무상과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장관이 2018년 싱가포르에서 열린 ARF 외교장관 회의에 참석해 웃으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리용호 당시 북한 외무상과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장관이 2018년 싱가포르에서 열린 ARF 외교장관 회의에 참석해 웃으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북한 리선권 외무상 모습 드러낼까?

ARF는 북한이 참여하는 유일한 다자 안보협의체입니다. 그 중요성을 북한도 잘 알고 있습니다. 북한 외무성은 지난 7월 말 홈페이지에 ARF 가입 20주년을 맞아 축사를 게재했습니다. 조선-아시아협회장 명의의 글에서 북한은 "ARF가 대화와 협상을 통한 조선 반도의 평화와 안전 실현을 지지한다는 원칙적 입장을 갖고 있다"고 높이 평가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는 한반도의 항구적인 평화를 이룩하려는 우리 공화국 정부의 대외정책적 입장에 전적으로 부합된다"고 강조했습니다.

ARF는 북한 외무상이 모습을 드러내는 유일한 회의입니다. 전임 리용호 외무상은 2016년 라오스, 2017년 필리핀, 2018년 싱가포르 ARF에 잇따라 참석했습니다. 하지만 비핵화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졌던 지난해 태국 회의에는 돌연 불참을 선언했고 태국 주재 대사가 대신 참석했습니다.

올해 ARF가 화상으로 열리는 만큼 북측 인사 가운데 누가 어떤 방식으로 참가할 지 관심입니다. 현재 북한 외무상은 리선권입니다. 아직 공식 석상에 외무상으로 모습을 드러낸 적은 없습니다. 외무상이 불참할 경우 대신 개최국 주재 대사가 참석해 왔는데 주베트남 북한 대사는 현재 공석입니다.

이번 화상 ARF에 북한 고위 관리가 평양에서 화상으로 참석하게 된다면 그것 자체로 큰 관심을 끌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가능성은 낮습니다. 앞서 지난 7월 사전 회의로 열렸던 고위관리 회의에는 차관보급 인사 대신 리호준 주베트남 대사대리가 참석했습니다. 주베트남 북한 대사관에 화상 연결 장비가 준비돼 있지 않았던 듯 베트남 외교부 내에 별도로 마련된 시설을 이용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당초 미국 대선 전 북미 정상회담, 10월 서프라이즈 등이 거론되면서 북미 대화의 가능성을 예상하기도 했지만, 현재 이런 기대는 사실상 사라진 것도 북한의 적극적인 참여 전망을 어둡게 합니다. 비핵화 협상 대상인 미국이 대선 분위기에 휩싸여 있는 등 유의미한 대화를 할 여건이 마련돼 있지 않습니다. 이수혁 주미대사는 4일 조지워싱턴대 화상 대담에서 "북한이 11월 미 대선까지는 지금까지의 경향에서 큰 변화를 보일 것 같지 않다"고 예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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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南·北·美·中 한데 모인다…올해 ARF는?
    • 입력 2020-09-04 14:09:18
    취재K
올해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교장관 회의 일정이 확정됐습니다. 오는 12일 베트남 주재로 열립니다. 베트남이 애초 원했던 것처럼 27개 회원국 외교장관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대규모 행사로 치러지지 못합니다. 코로나 19 때문입니다.

코로나19 확산세가 다소 진정되는 듯했던 지난 초여름 베트남은 일부 국가 장관만이라도 초청하는 방안을 추진했습니다. 하지만 코로나 19가 최근 다시 전 세계적으로 확산한 데다 베트남 내부에서도 확진자가 속출하면서 그 뜻을 포기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강경화 장관의 베트남행도 무산됐습니다. 이 때문에 올해 ARF는 사상 처음으로 화상 회의로 열리게 됐습니다.

ARF 회원국은 모두 27개 나라입니다. 아세안 10개 나라를 바탕으로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EU에 북한도 회원국입니다. 지난 2018년 8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ARF에서는 리용호 북한 외무상이 단연 관심 인물이었습니다. 남북, 북미 정상회담 직후였기 때문입니다. 지난해에는 지소미아 문제를 놓고 한국과 일본 외교장관이 중심에 섰습니다.

지난해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교장관회의는 8월2일 태국 방콕에서 열렸다
■ 한국 "비전통적 안보 등 의견 교환"

외교부는 올해 강경화 장관이 ARF에 참석해 한반도 정세와 비전통 안보 등 국제 정세, 안보 의제에 대해 의견을 교환할 예정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또 참가국 사이의 신뢰 구축과 안보 협력 강화 방안도 모색할 예정이라고 짧게 밝혔습니다.

강경화 장관은 ARF에 앞서 열리는 한-아세안 외교장관회의, 아세안+한·중·일 외교장관회의 등에 잇따라 참석해 코로나19 대응에서 국제적인 공조 문제와 경제 회복 방안에 관해서 이야기할 예정입니다. ARF에서도 감염병으로 인한 안보 위협, 사이버 공간에서의 안보 위협 등에 대해 집중적으로 거론할 것으로 보입니다.

강 장관은 지난 3일 참석한 G20 특별외교장관 회의에서 개방성과 투명성 등에 기반을 둔 한국의 코로나19 대응 상황에 관해 설명했습니다. 강 장관은 특히 몇몇 국가들과 체결한 신속통로 제도를 소개하면서 이런 모델을 확산하기 위한 다자적 협의를 진행하자고 제안하기도 했습니다.

지난해 태국에서 열린 ARF 외교장관 회의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앞줄 왼쪽에서 세번째에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장관, 네번째에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나란히 서 있다.
■ 미국 vs 중국..치열한 공방 벌이나?

미 국무부도 현지시각 2일 폼페이오 장관의 참석을 예고했습니다. 국무부는 ARF 등 회의에 참석할 예정이라며 한반도 평화와 안보의 중요성을 재확인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폼페이오 장관은 인도 태평양 지역에서 미국의 우선순위를 다루고 주권과 다원성에 근거해 자유롭고 개방적인 지역을 지원하기 위한 미국 노력의 세부사항을 공유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사실상 타깃은 중국입니다. 미국은 이번 ARF를 중국에 대한 공세의 장으로 삼을 가능성이 큽니다. 남중국해 문제와 홍콩 보안법 문제 등을 놓고 중국과 치열한 공방이 예상됩니다.

또 미국은 ARF를 앞두고 별도의 움직임을 통해 자신들의 의사를 노골적으로 내비치고 있습니다. 중국 견제를 염두에 둔 인도 태평양 협력 문제입니다.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은 지난달 31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같은 수준의 협력체가 인도 태평양 지역에 없다면서 미국·일본·호주·인도의 4각 협력체 '쿼드(Quad)'를 거론했고 여기에 한국까지 참여하는 '쿼드 플러스'로 확대할 필요성을 시사했습니다.

빈센트 브룩스 전 주한 미군 사령관은 최근 "미국과 중국과의 관계를 고려해 신중한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 아주 어려운 시기가 올 것"이라며 "한국도 북한도 아주 신중한 선택을 할 수밖에 없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리용호 당시 북한 외무상과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장관이 2018년 싱가포르에서 열린 ARF 외교장관 회의에 참석해 웃으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북한 리선권 외무상 모습 드러낼까?

ARF는 북한이 참여하는 유일한 다자 안보협의체입니다. 그 중요성을 북한도 잘 알고 있습니다. 북한 외무성은 지난 7월 말 홈페이지에 ARF 가입 20주년을 맞아 축사를 게재했습니다. 조선-아시아협회장 명의의 글에서 북한은 "ARF가 대화와 협상을 통한 조선 반도의 평화와 안전 실현을 지지한다는 원칙적 입장을 갖고 있다"고 높이 평가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는 한반도의 항구적인 평화를 이룩하려는 우리 공화국 정부의 대외정책적 입장에 전적으로 부합된다"고 강조했습니다.

ARF는 북한 외무상이 모습을 드러내는 유일한 회의입니다. 전임 리용호 외무상은 2016년 라오스, 2017년 필리핀, 2018년 싱가포르 ARF에 잇따라 참석했습니다. 하지만 비핵화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졌던 지난해 태국 회의에는 돌연 불참을 선언했고 태국 주재 대사가 대신 참석했습니다.

올해 ARF가 화상으로 열리는 만큼 북측 인사 가운데 누가 어떤 방식으로 참가할 지 관심입니다. 현재 북한 외무상은 리선권입니다. 아직 공식 석상에 외무상으로 모습을 드러낸 적은 없습니다. 외무상이 불참할 경우 대신 개최국 주재 대사가 참석해 왔는데 주베트남 북한 대사는 현재 공석입니다.

이번 화상 ARF에 북한 고위 관리가 평양에서 화상으로 참석하게 된다면 그것 자체로 큰 관심을 끌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가능성은 낮습니다. 앞서 지난 7월 사전 회의로 열렸던 고위관리 회의에는 차관보급 인사 대신 리호준 주베트남 대사대리가 참석했습니다. 주베트남 북한 대사관에 화상 연결 장비가 준비돼 있지 않았던 듯 베트남 외교부 내에 별도로 마련된 시설을 이용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당초 미국 대선 전 북미 정상회담, 10월 서프라이즈 등이 거론되면서 북미 대화의 가능성을 예상하기도 했지만, 현재 이런 기대는 사실상 사라진 것도 북한의 적극적인 참여 전망을 어둡게 합니다. 비핵화 협상 대상인 미국이 대선 분위기에 휩싸여 있는 등 유의미한 대화를 할 여건이 마련돼 있지 않습니다. 이수혁 주미대사는 4일 조지워싱턴대 화상 대담에서 "북한이 11월 미 대선까지는 지금까지의 경향에서 큰 변화를 보일 것 같지 않다"고 예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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