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뒤 목숨 던지겠다” …개천절·한글날 대규모 집회 우려

입력 2020.09.04 (14:13) 수정 2020.09.04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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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앞으로 한 달 동안의 기간을 주겠습니다. 국민을 속이는 행위를 계속한다면 한 달 동안 지켜보다가 한 달 뒤부터는 목숨을 던지겠습니다. 저는 순교할 각오가 돼 있습니다."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담임 목사, 2020.9.2)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 서울의료원에 입원했던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담임 목사가 퇴원 뒤 첫 기자회견에서 한 말입니다. 이 자리에서 전 목사는 "건국절을 부정한 문재인 대통령을 비판하기 위해 광화문 집회에 나선 것은 정당했다"며, 대통령이 한 달 안에 사과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전 목사가 제시한 한 달이 지난 시점은 다음 달 3일, 개천절 즈음입니다.

공교롭게도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개천절 대규모 집회를 알리는 포스터가 퍼지기도 했습니다. 이 포스터에는 'Again(다시) 10.3 자유 우파 집결'이라는 문구와 함께 휴대전화를 끄고 집회에 참석하라는 안내가 담겨 있습니다. 포스터를 누가 제작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이런 가운데 어제(3일) 일부 보수단체들은 서울 종로경찰서와 남대문경찰서에 개천절 당일 집회를 열겠다고 신고했습니다.

■보수단체 4곳 개천절 집회 신고…"지난해 최대규모 집회"

경찰에 따르면 다음 달 3일 개천절 당일에 집회를 신고한 단체는 모두 다섯 곳입니다. 이중 매년 개천절 때마다 문화 행사를 해왔던 서울 국학원을 제외한 나머지 네 곳(태극기혁명국민운동본부(국본)·자유연대·박근혜대통령구명총연맹·석방운동본부)은 모두 보수단체로 분류되는 곳입니다. 단체들은 많게는 3만 명에서 적게는 2천 명 규모로 집회를 신고한 상태입니다.

지난해 개천절에는 보수단체들이 연합한 '문재인 하야 범국민투쟁본부'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퇴진을 외치며 광화문과 숭례문 인근에서 대규모 집회를 개최했습니다. 당시 주최 측은 집회에 참석한 인원이 3백만 명 이상이라며, 최근 수년간 열린 보수 집회 가운데 최대 규모라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앞서 서울시는 지난달 30일까지로 예정돼 있던 집회 금지명령을 오는 13일까지로 2주간 연장했습니다. 이에 따라 개천절 당일에는 집회 금지 조치가 적용되지 않습니다. 다만 서울시와 경찰은 코로나19 국면을 고려해, 집회 금지 명령을 추가로 연장할 수 있다는 입장입니다. 집회 금지 명령을 위반할 경우, 감염병예방법에 따라 3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물게 됩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퍼지고 있는 개천절 집회 안내 포스터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퍼지고 있는 개천절 집회 안내 포스터

■신고 단체 "유동적으로 집회 개최할 것"

개천절 집회를 신고한 주요 단체들은 KBS 취재진에게 코로나19 상황에 따라 집회를 유동적으로 개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또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퍼지고 있는 개천절 집회 관련 포스터에 대해선 관여한 바 없다며 선을 그었습니다.

광복절 당시 을지로 인근에서 2천여 명 규모의 집회를 열었던 국본 관계자는 "집회 장소 등을 선점하기 위해 개천절 집회 신고를 해놓은 것은 맞다"면서도 "당일 집회를 예정대로 추진할 수 있을지 여부는 지켜봐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만일 예정대로 집회를 연다면, 지난 21대 국회의원 선거가 부정선거라는 취지의 내용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옛 일본 대사관 인근에서 소녀상 철거를 요구하고 있는 단체인 자유연대는 지난 광복절에 서울시와 경찰의 요구에 따라 집회를 취소했습니다. 자유연대 관계자는 취재진과의 통화에서 "코로나19 방역이 잘 되어서 야외집회가 허용될 경우 개천절 집회를 진행하겠지만, 지난번처럼 금지 조치가 내려지면 집회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한 달 뒤 '순교'할 각오로 정부에 대항하겠다고 밝힌 전광훈 목사 측은 개천절 집회는 계획한 바 없다는 입장입니다. 8·15 집회 비상대책위원회 관계자는 "전 목사가 한 달을 지켜보겠다고 한 건 개인적인 발언이지, 교회나 비대위 차원에선 별다른 계획이 없다"라고 말했습니다. 전 목사가 언급한 한달 뒤와 개천절이 겹쳐 오해가 생긴 것 같다고도 덧붙였습니다.

지난해 개천절 당시 광화문 광장 모습(KBS1TV 뉴스9, 2019.10.3)지난해 개천절 당시 광화문 광장 모습(KBS1TV 뉴스9, 2019.10.3)

■한글날 대규모 집회 예측도…경찰 "금지 통고"

일각에서는 추석 연휴와 겹친 개천절보다는 그 다음 주인 한글날에 더 큰 규모의 집회가 열릴 것이란 분석도 있습니다.

실제로 한 보수 유튜버는 어제(3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광화문 광장을 둘러 보는 모습을 생중계하며 "광화문 집회에 이어 개천절인 10월 3일 집결할 예정이었는데, 추석 연휴와 겹치다 보니 불가피하게 한글날에 결집하기로 했다"며 "지방 분들은 광화문 광장 지형을 잘 모를 수 있으니 영상을 참고하라"고 당부하기도 했습니다.

이에 경찰 관계자는 "지난해 개천절과 한글날 사례를 보면, 광화문 광장 일대에서 보수단체 주도로 대규모 집회가 열렸다"며 "선례를 참고해 개천절 집회를 신고한 단체들에는 오늘 중으로 금지 통보를 내릴 것이며, 한글날 대규모 집회를 신고하는 단체가 있다면 역시 같은 조처를 내릴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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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 달 뒤 목숨 던지겠다” …개천절·한글날 대규모 집회 우려
    • 입력 2020-09-04 14:13:11
    • 수정2020-09-04 15:09:03
    취재K
"저는 앞으로 한 달 동안의 기간을 주겠습니다. 국민을 속이는 행위를 계속한다면 한 달 동안 지켜보다가 한 달 뒤부터는 목숨을 던지겠습니다. 저는 순교할 각오가 돼 있습니다."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담임 목사, 2020.9.2)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 서울의료원에 입원했던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담임 목사가 퇴원 뒤 첫 기자회견에서 한 말입니다. 이 자리에서 전 목사는 "건국절을 부정한 문재인 대통령을 비판하기 위해 광화문 집회에 나선 것은 정당했다"며, 대통령이 한 달 안에 사과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전 목사가 제시한 한 달이 지난 시점은 다음 달 3일, 개천절 즈음입니다.

공교롭게도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개천절 대규모 집회를 알리는 포스터가 퍼지기도 했습니다. 이 포스터에는 'Again(다시) 10.3 자유 우파 집결'이라는 문구와 함께 휴대전화를 끄고 집회에 참석하라는 안내가 담겨 있습니다. 포스터를 누가 제작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이런 가운데 어제(3일) 일부 보수단체들은 서울 종로경찰서와 남대문경찰서에 개천절 당일 집회를 열겠다고 신고했습니다.

■보수단체 4곳 개천절 집회 신고…"지난해 최대규모 집회"

경찰에 따르면 다음 달 3일 개천절 당일에 집회를 신고한 단체는 모두 다섯 곳입니다. 이중 매년 개천절 때마다 문화 행사를 해왔던 서울 국학원을 제외한 나머지 네 곳(태극기혁명국민운동본부(국본)·자유연대·박근혜대통령구명총연맹·석방운동본부)은 모두 보수단체로 분류되는 곳입니다. 단체들은 많게는 3만 명에서 적게는 2천 명 규모로 집회를 신고한 상태입니다.

지난해 개천절에는 보수단체들이 연합한 '문재인 하야 범국민투쟁본부'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퇴진을 외치며 광화문과 숭례문 인근에서 대규모 집회를 개최했습니다. 당시 주최 측은 집회에 참석한 인원이 3백만 명 이상이라며, 최근 수년간 열린 보수 집회 가운데 최대 규모라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앞서 서울시는 지난달 30일까지로 예정돼 있던 집회 금지명령을 오는 13일까지로 2주간 연장했습니다. 이에 따라 개천절 당일에는 집회 금지 조치가 적용되지 않습니다. 다만 서울시와 경찰은 코로나19 국면을 고려해, 집회 금지 명령을 추가로 연장할 수 있다는 입장입니다. 집회 금지 명령을 위반할 경우, 감염병예방법에 따라 3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물게 됩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퍼지고 있는 개천절 집회 안내 포스터
■신고 단체 "유동적으로 집회 개최할 것"

개천절 집회를 신고한 주요 단체들은 KBS 취재진에게 코로나19 상황에 따라 집회를 유동적으로 개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또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퍼지고 있는 개천절 집회 관련 포스터에 대해선 관여한 바 없다며 선을 그었습니다.

광복절 당시 을지로 인근에서 2천여 명 규모의 집회를 열었던 국본 관계자는 "집회 장소 등을 선점하기 위해 개천절 집회 신고를 해놓은 것은 맞다"면서도 "당일 집회를 예정대로 추진할 수 있을지 여부는 지켜봐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만일 예정대로 집회를 연다면, 지난 21대 국회의원 선거가 부정선거라는 취지의 내용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옛 일본 대사관 인근에서 소녀상 철거를 요구하고 있는 단체인 자유연대는 지난 광복절에 서울시와 경찰의 요구에 따라 집회를 취소했습니다. 자유연대 관계자는 취재진과의 통화에서 "코로나19 방역이 잘 되어서 야외집회가 허용될 경우 개천절 집회를 진행하겠지만, 지난번처럼 금지 조치가 내려지면 집회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한 달 뒤 '순교'할 각오로 정부에 대항하겠다고 밝힌 전광훈 목사 측은 개천절 집회는 계획한 바 없다는 입장입니다. 8·15 집회 비상대책위원회 관계자는 "전 목사가 한 달을 지켜보겠다고 한 건 개인적인 발언이지, 교회나 비대위 차원에선 별다른 계획이 없다"라고 말했습니다. 전 목사가 언급한 한달 뒤와 개천절이 겹쳐 오해가 생긴 것 같다고도 덧붙였습니다.

지난해 개천절 당시 광화문 광장 모습(KBS1TV 뉴스9, 2019.10.3)
■한글날 대규모 집회 예측도…경찰 "금지 통고"

일각에서는 추석 연휴와 겹친 개천절보다는 그 다음 주인 한글날에 더 큰 규모의 집회가 열릴 것이란 분석도 있습니다.

실제로 한 보수 유튜버는 어제(3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광화문 광장을 둘러 보는 모습을 생중계하며 "광화문 집회에 이어 개천절인 10월 3일 집결할 예정이었는데, 추석 연휴와 겹치다 보니 불가피하게 한글날에 결집하기로 했다"며 "지방 분들은 광화문 광장 지형을 잘 모를 수 있으니 영상을 참고하라"고 당부하기도 했습니다.

이에 경찰 관계자는 "지난해 개천절과 한글날 사례를 보면, 광화문 광장 일대에서 보수단체 주도로 대규모 집회가 열렸다"며 "선례를 참고해 개천절 집회를 신고한 단체들에는 오늘 중으로 금지 통보를 내릴 것이며, 한글날 대규모 집회를 신고하는 단체가 있다면 역시 같은 조처를 내릴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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