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다 가족까지 감염된다면?…코로나19가 던진 새로운 질문
입력 2020.09.05 (13:24)
수정 2020.09.05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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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재확산으로 누적 확진자 수가 지난 1일 기준 2만 명을 넘어섰습니다. 코로나19는 일터도 비껴가지 않았습니다. 일하다 코로나19에 감염됐다면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산재보험 요양급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지난달 31일 기준으로 코로나19와 관련해 의사와 간호사 등 보건의료 종사자와 콜센터 직원 등이 신청한 산재 76건이 인정됐습니다.
이 가운데 한 명이 쿠팡 부천물류센터에서 포장 노동자로 일했던 전 모 씨입니다. 지난 5월, 집단 감염이 발생한 쿠팡 부천물류센터에서는 처음으로 산재를 인정받았습니다. 전 씨는 다행히 산재 신청 한 달도 안 돼 승인을 받았지만 아직 일상으로 돌아가지는 못했습니다. 남편이 코로나19에 확진돼 석 달째 의식을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일하다 코로나19 감염"…가족 감염 책임은 누가?
전 씨는 5월 24일을 또렷이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쿠팡에 3개월 단기계약직으로 들어가 상자를 포장하는 일을 하던 전 씨, 22일과 23일 휴무를 마치고 오후 출근 시간에 맞춰 작업장에 도착했을 때부터 분위기가 이상했습니다. 관리자들은 오후 조 근무자 수백 명을 모아놓고 밀접접촉자들 이름을 부르고 이 사람들에게 코로나19 진단 검사를 받으라고 얘기했습니다. 확진자가 언제, 어느 시간대에 일했는지에 대해서는 말해주지 않았습니다. "보건소와 질병관리본부에서 시키는대로 했으니까 여러분은 안심하고 작업장 돌아가서 일하면 된다"고만 했습니다.
그래서 다음날인 25일도 평상시대로 근무했습니다. 그러다 별안간 저녁 7시까지 휴게실로 모이라고 하더니 사업장을 셧다운(폐쇄)할 거라고 말했습니다. 확진자가 더 나온 건지, 소문에는 마스크도 안 쓰고 일했다던데 어디서 일한 건지 재차 물어봤지만 "우리(관리자)들은 위에서 시키는 대로 하는 거고 알지도 못한다"는 똑같은 대답만 돌아왔습니다. 전 씨는 불안한 마음에 사람들이 흩어질 때까지 기다렸다가 따로 확진자 정보를 다시 물었지만 대답은 마찬가지였습니다.
24일에 셧다운만 했더라면 어쩌면 코로나19에 걸리지 않았을지도 모른다고 전 씨는 말했습니다. 회사가 확진 정보를 자세히 알려줬더라면 개인적으로라도 진단 검사나 예방 조치를 취해서 가족 전염을 막을 수도 있었을 겁니다. 확진 정보를 알려주지 않은 건 쏟아지는 물량, 돈벌이에 급급해 노동자들을 계속 일하게 만들기 위해서가 아니었겠냐고 반문했습니다.
쿠팡 측은 이에 대해 5월 24일 사업장 업무 재개는 방역 당국과의 협의에 따른 것이고, 확진자 동선은 알려줄 권한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전 씨의 남편은 매일매일 고비를 넘기고 있습니다. 전 씨는 근로복지공단에 산재를 신청해 인정을 받았지만 전 씨의 남편에 대한 회사 대책이나 정부 지원책은 전무합니다. 쿠팡 측은 KBS의 취재에 가족 감염과 관련해서 "드릴 말씀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결국 전 씨는 회사에 남편의 피해 책임을 묻기 위해 현재로선 유일한 방법인 민사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산재보험 보상 긍정적" VS "산재보험 범위 어디까지?"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전 씨처럼 일터에서 코로나19에 감염되고 가족까지 확진돼 큰 고통을 겪는 사례는 또 생길 수 있습니다.
장철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 같은 피해를 보상하기 위해 지난 7월 산재보험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습니다. 근로자가 업무수행 과정에서 감염병에 걸려 그 동거하는 친족에게 감염병이 전염된 경우에 업무상 재해로 보도록 하고, 그 친족의 치료를 위한 요양급여 등을 산재보험에서 근로자에게 지급해야 한다는 내용입니다.
현장에서는 대체적으로 긍정적인 반응입니다. 권동희 일과사람 노무사는 "일터에서 감염병이 발생했고 이 감염병이 필연적으로 직계가족에게까지 손해를 끼쳤다면 산재보험 보상의 범위를 어디까지 넓혀 볼 수 있을 것이냐는 부분은 충분히 논의해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산재보험료를 사업주가 부담하긴 하지만 산재 보상이 특정 사업장에 대한 피해 보상이라기보다는 사회보장의 의미가 더 크다는 겁니다.
하지만 논란의 지점은 분명히 있습니다. 일하다 코로나19에 감염된 뒤 이를 알고서도 예방적 조치를 다하지 않아 가족이 감염된 경우나 사업주는 방역 수칙 지키기 등 노동자 보호 조치를 다 하였음에도 개인의 외부 감염으로 동료와 그 가족까지 코로나19가 퍼지는 경우 등 여러 가지 경우의 수가 생길 수 있습니다. 산재 보상의 범위를 무한정 넓힐 수 없고, '출근'은 그만큼 코로나19 감염의 가능성을 높이는 일일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그래서 산재보험법 개정보다는 특수한 상황에 한정해서 별도의 정부 지원 프로세스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가정이 풍비박산 났다며 눈물을 훔치던 전 씨, 이 고통은 누가, 또 어떤 방법으로 보상해 줄 수 있을까요? 코로나19는 우리 사회에 새로운 질문을 던졌습니다.
▶ ‘ 코로나19 현황과 대응’ 최신 기사 보기http://news.kbs.co.kr/news/listIssue.html?icd=19588
이 가운데 한 명이 쿠팡 부천물류센터에서 포장 노동자로 일했던 전 모 씨입니다. 지난 5월, 집단 감염이 발생한 쿠팡 부천물류센터에서는 처음으로 산재를 인정받았습니다. 전 씨는 다행히 산재 신청 한 달도 안 돼 승인을 받았지만 아직 일상으로 돌아가지는 못했습니다. 남편이 코로나19에 확진돼 석 달째 의식을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일하다 코로나19 감염"…가족 감염 책임은 누가?
전 씨는 5월 24일을 또렷이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쿠팡에 3개월 단기계약직으로 들어가 상자를 포장하는 일을 하던 전 씨, 22일과 23일 휴무를 마치고 오후 출근 시간에 맞춰 작업장에 도착했을 때부터 분위기가 이상했습니다. 관리자들은 오후 조 근무자 수백 명을 모아놓고 밀접접촉자들 이름을 부르고 이 사람들에게 코로나19 진단 검사를 받으라고 얘기했습니다. 확진자가 언제, 어느 시간대에 일했는지에 대해서는 말해주지 않았습니다. "보건소와 질병관리본부에서 시키는대로 했으니까 여러분은 안심하고 작업장 돌아가서 일하면 된다"고만 했습니다.
그래서 다음날인 25일도 평상시대로 근무했습니다. 그러다 별안간 저녁 7시까지 휴게실로 모이라고 하더니 사업장을 셧다운(폐쇄)할 거라고 말했습니다. 확진자가 더 나온 건지, 소문에는 마스크도 안 쓰고 일했다던데 어디서 일한 건지 재차 물어봤지만 "우리(관리자)들은 위에서 시키는 대로 하는 거고 알지도 못한다"는 똑같은 대답만 돌아왔습니다. 전 씨는 불안한 마음에 사람들이 흩어질 때까지 기다렸다가 따로 확진자 정보를 다시 물었지만 대답은 마찬가지였습니다.
24일에 셧다운만 했더라면 어쩌면 코로나19에 걸리지 않았을지도 모른다고 전 씨는 말했습니다. 회사가 확진 정보를 자세히 알려줬더라면 개인적으로라도 진단 검사나 예방 조치를 취해서 가족 전염을 막을 수도 있었을 겁니다. 확진 정보를 알려주지 않은 건 쏟아지는 물량, 돈벌이에 급급해 노동자들을 계속 일하게 만들기 위해서가 아니었겠냐고 반문했습니다.
쿠팡 측은 이에 대해 5월 24일 사업장 업무 재개는 방역 당국과의 협의에 따른 것이고, 확진자 동선은 알려줄 권한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전 씨의 남편은 매일매일 고비를 넘기고 있습니다. 전 씨는 근로복지공단에 산재를 신청해 인정을 받았지만 전 씨의 남편에 대한 회사 대책이나 정부 지원책은 전무합니다. 쿠팡 측은 KBS의 취재에 가족 감염과 관련해서 "드릴 말씀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결국 전 씨는 회사에 남편의 피해 책임을 묻기 위해 현재로선 유일한 방법인 민사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산재보험 보상 긍정적" VS "산재보험 범위 어디까지?"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전 씨처럼 일터에서 코로나19에 감염되고 가족까지 확진돼 큰 고통을 겪는 사례는 또 생길 수 있습니다.
장철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 같은 피해를 보상하기 위해 지난 7월 산재보험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습니다. 근로자가 업무수행 과정에서 감염병에 걸려 그 동거하는 친족에게 감염병이 전염된 경우에 업무상 재해로 보도록 하고, 그 친족의 치료를 위한 요양급여 등을 산재보험에서 근로자에게 지급해야 한다는 내용입니다.
현장에서는 대체적으로 긍정적인 반응입니다. 권동희 일과사람 노무사는 "일터에서 감염병이 발생했고 이 감염병이 필연적으로 직계가족에게까지 손해를 끼쳤다면 산재보험 보상의 범위를 어디까지 넓혀 볼 수 있을 것이냐는 부분은 충분히 논의해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산재보험료를 사업주가 부담하긴 하지만 산재 보상이 특정 사업장에 대한 피해 보상이라기보다는 사회보장의 의미가 더 크다는 겁니다.
하지만 논란의 지점은 분명히 있습니다. 일하다 코로나19에 감염된 뒤 이를 알고서도 예방적 조치를 다하지 않아 가족이 감염된 경우나 사업주는 방역 수칙 지키기 등 노동자 보호 조치를 다 하였음에도 개인의 외부 감염으로 동료와 그 가족까지 코로나19가 퍼지는 경우 등 여러 가지 경우의 수가 생길 수 있습니다. 산재 보상의 범위를 무한정 넓힐 수 없고, '출근'은 그만큼 코로나19 감염의 가능성을 높이는 일일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그래서 산재보험법 개정보다는 특수한 상황에 한정해서 별도의 정부 지원 프로세스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가정이 풍비박산 났다며 눈물을 훔치던 전 씨, 이 고통은 누가, 또 어떤 방법으로 보상해 줄 수 있을까요? 코로나19는 우리 사회에 새로운 질문을 던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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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재확산으로 누적 확진자 수가 지난 1일 기준 2만 명을 넘어섰습니다. 코로나19는 일터도 비껴가지 않았습니다. 일하다 코로나19에 감염됐다면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산재보험 요양급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지난달 31일 기준으로 코로나19와 관련해 의사와 간호사 등 보건의료 종사자와 콜센터 직원 등이 신청한 산재 76건이 인정됐습니다.
이 가운데 한 명이 쿠팡 부천물류센터에서 포장 노동자로 일했던 전 모 씨입니다. 지난 5월, 집단 감염이 발생한 쿠팡 부천물류센터에서는 처음으로 산재를 인정받았습니다. 전 씨는 다행히 산재 신청 한 달도 안 돼 승인을 받았지만 아직 일상으로 돌아가지는 못했습니다. 남편이 코로나19에 확진돼 석 달째 의식을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일하다 코로나19 감염"…가족 감염 책임은 누가?
전 씨는 5월 24일을 또렷이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쿠팡에 3개월 단기계약직으로 들어가 상자를 포장하는 일을 하던 전 씨, 22일과 23일 휴무를 마치고 오후 출근 시간에 맞춰 작업장에 도착했을 때부터 분위기가 이상했습니다. 관리자들은 오후 조 근무자 수백 명을 모아놓고 밀접접촉자들 이름을 부르고 이 사람들에게 코로나19 진단 검사를 받으라고 얘기했습니다. 확진자가 언제, 어느 시간대에 일했는지에 대해서는 말해주지 않았습니다. "보건소와 질병관리본부에서 시키는대로 했으니까 여러분은 안심하고 작업장 돌아가서 일하면 된다"고만 했습니다.
그래서 다음날인 25일도 평상시대로 근무했습니다. 그러다 별안간 저녁 7시까지 휴게실로 모이라고 하더니 사업장을 셧다운(폐쇄)할 거라고 말했습니다. 확진자가 더 나온 건지, 소문에는 마스크도 안 쓰고 일했다던데 어디서 일한 건지 재차 물어봤지만 "우리(관리자)들은 위에서 시키는 대로 하는 거고 알지도 못한다"는 똑같은 대답만 돌아왔습니다. 전 씨는 불안한 마음에 사람들이 흩어질 때까지 기다렸다가 따로 확진자 정보를 다시 물었지만 대답은 마찬가지였습니다.
24일에 셧다운만 했더라면 어쩌면 코로나19에 걸리지 않았을지도 모른다고 전 씨는 말했습니다. 회사가 확진 정보를 자세히 알려줬더라면 개인적으로라도 진단 검사나 예방 조치를 취해서 가족 전염을 막을 수도 있었을 겁니다. 확진 정보를 알려주지 않은 건 쏟아지는 물량, 돈벌이에 급급해 노동자들을 계속 일하게 만들기 위해서가 아니었겠냐고 반문했습니다.
쿠팡 측은 이에 대해 5월 24일 사업장 업무 재개는 방역 당국과의 협의에 따른 것이고, 확진자 동선은 알려줄 권한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전 씨의 남편은 매일매일 고비를 넘기고 있습니다. 전 씨는 근로복지공단에 산재를 신청해 인정을 받았지만 전 씨의 남편에 대한 회사 대책이나 정부 지원책은 전무합니다. 쿠팡 측은 KBS의 취재에 가족 감염과 관련해서 "드릴 말씀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결국 전 씨는 회사에 남편의 피해 책임을 묻기 위해 현재로선 유일한 방법인 민사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산재보험 보상 긍정적" VS "산재보험 범위 어디까지?"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전 씨처럼 일터에서 코로나19에 감염되고 가족까지 확진돼 큰 고통을 겪는 사례는 또 생길 수 있습니다.
장철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 같은 피해를 보상하기 위해 지난 7월 산재보험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습니다. 근로자가 업무수행 과정에서 감염병에 걸려 그 동거하는 친족에게 감염병이 전염된 경우에 업무상 재해로 보도록 하고, 그 친족의 치료를 위한 요양급여 등을 산재보험에서 근로자에게 지급해야 한다는 내용입니다.
현장에서는 대체적으로 긍정적인 반응입니다. 권동희 일과사람 노무사는 "일터에서 감염병이 발생했고 이 감염병이 필연적으로 직계가족에게까지 손해를 끼쳤다면 산재보험 보상의 범위를 어디까지 넓혀 볼 수 있을 것이냐는 부분은 충분히 논의해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산재보험료를 사업주가 부담하긴 하지만 산재 보상이 특정 사업장에 대한 피해 보상이라기보다는 사회보장의 의미가 더 크다는 겁니다.
하지만 논란의 지점은 분명히 있습니다. 일하다 코로나19에 감염된 뒤 이를 알고서도 예방적 조치를 다하지 않아 가족이 감염된 경우나 사업주는 방역 수칙 지키기 등 노동자 보호 조치를 다 하였음에도 개인의 외부 감염으로 동료와 그 가족까지 코로나19가 퍼지는 경우 등 여러 가지 경우의 수가 생길 수 있습니다. 산재 보상의 범위를 무한정 넓힐 수 없고, '출근'은 그만큼 코로나19 감염의 가능성을 높이는 일일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그래서 산재보험법 개정보다는 특수한 상황에 한정해서 별도의 정부 지원 프로세스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가정이 풍비박산 났다며 눈물을 훔치던 전 씨, 이 고통은 누가, 또 어떤 방법으로 보상해 줄 수 있을까요? 코로나19는 우리 사회에 새로운 질문을 던졌습니다.
▶ ‘ 코로나19 현황과 대응’ 최신 기사 보기http://news.kbs.co.kr/news/listIssue.html?icd=19588
이 가운데 한 명이 쿠팡 부천물류센터에서 포장 노동자로 일했던 전 모 씨입니다. 지난 5월, 집단 감염이 발생한 쿠팡 부천물류센터에서는 처음으로 산재를 인정받았습니다. 전 씨는 다행히 산재 신청 한 달도 안 돼 승인을 받았지만 아직 일상으로 돌아가지는 못했습니다. 남편이 코로나19에 확진돼 석 달째 의식을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일하다 코로나19 감염"…가족 감염 책임은 누가?
전 씨는 5월 24일을 또렷이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쿠팡에 3개월 단기계약직으로 들어가 상자를 포장하는 일을 하던 전 씨, 22일과 23일 휴무를 마치고 오후 출근 시간에 맞춰 작업장에 도착했을 때부터 분위기가 이상했습니다. 관리자들은 오후 조 근무자 수백 명을 모아놓고 밀접접촉자들 이름을 부르고 이 사람들에게 코로나19 진단 검사를 받으라고 얘기했습니다. 확진자가 언제, 어느 시간대에 일했는지에 대해서는 말해주지 않았습니다. "보건소와 질병관리본부에서 시키는대로 했으니까 여러분은 안심하고 작업장 돌아가서 일하면 된다"고만 했습니다.
그래서 다음날인 25일도 평상시대로 근무했습니다. 그러다 별안간 저녁 7시까지 휴게실로 모이라고 하더니 사업장을 셧다운(폐쇄)할 거라고 말했습니다. 확진자가 더 나온 건지, 소문에는 마스크도 안 쓰고 일했다던데 어디서 일한 건지 재차 물어봤지만 "우리(관리자)들은 위에서 시키는 대로 하는 거고 알지도 못한다"는 똑같은 대답만 돌아왔습니다. 전 씨는 불안한 마음에 사람들이 흩어질 때까지 기다렸다가 따로 확진자 정보를 다시 물었지만 대답은 마찬가지였습니다.
24일에 셧다운만 했더라면 어쩌면 코로나19에 걸리지 않았을지도 모른다고 전 씨는 말했습니다. 회사가 확진 정보를 자세히 알려줬더라면 개인적으로라도 진단 검사나 예방 조치를 취해서 가족 전염을 막을 수도 있었을 겁니다. 확진 정보를 알려주지 않은 건 쏟아지는 물량, 돈벌이에 급급해 노동자들을 계속 일하게 만들기 위해서가 아니었겠냐고 반문했습니다.
쿠팡 측은 이에 대해 5월 24일 사업장 업무 재개는 방역 당국과의 협의에 따른 것이고, 확진자 동선은 알려줄 권한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전 씨의 남편은 매일매일 고비를 넘기고 있습니다. 전 씨는 근로복지공단에 산재를 신청해 인정을 받았지만 전 씨의 남편에 대한 회사 대책이나 정부 지원책은 전무합니다. 쿠팡 측은 KBS의 취재에 가족 감염과 관련해서 "드릴 말씀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결국 전 씨는 회사에 남편의 피해 책임을 묻기 위해 현재로선 유일한 방법인 민사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산재보험 보상 긍정적" VS "산재보험 범위 어디까지?"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전 씨처럼 일터에서 코로나19에 감염되고 가족까지 확진돼 큰 고통을 겪는 사례는 또 생길 수 있습니다.
장철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 같은 피해를 보상하기 위해 지난 7월 산재보험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습니다. 근로자가 업무수행 과정에서 감염병에 걸려 그 동거하는 친족에게 감염병이 전염된 경우에 업무상 재해로 보도록 하고, 그 친족의 치료를 위한 요양급여 등을 산재보험에서 근로자에게 지급해야 한다는 내용입니다.
현장에서는 대체적으로 긍정적인 반응입니다. 권동희 일과사람 노무사는 "일터에서 감염병이 발생했고 이 감염병이 필연적으로 직계가족에게까지 손해를 끼쳤다면 산재보험 보상의 범위를 어디까지 넓혀 볼 수 있을 것이냐는 부분은 충분히 논의해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산재보험료를 사업주가 부담하긴 하지만 산재 보상이 특정 사업장에 대한 피해 보상이라기보다는 사회보장의 의미가 더 크다는 겁니다.
하지만 논란의 지점은 분명히 있습니다. 일하다 코로나19에 감염된 뒤 이를 알고서도 예방적 조치를 다하지 않아 가족이 감염된 경우나 사업주는 방역 수칙 지키기 등 노동자 보호 조치를 다 하였음에도 개인의 외부 감염으로 동료와 그 가족까지 코로나19가 퍼지는 경우 등 여러 가지 경우의 수가 생길 수 있습니다. 산재 보상의 범위를 무한정 넓힐 수 없고, '출근'은 그만큼 코로나19 감염의 가능성을 높이는 일일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그래서 산재보험법 개정보다는 특수한 상황에 한정해서 별도의 정부 지원 프로세스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가정이 풍비박산 났다며 눈물을 훔치던 전 씨, 이 고통은 누가, 또 어떤 방법으로 보상해 줄 수 있을까요? 코로나19는 우리 사회에 새로운 질문을 던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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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효진 기자 her@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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