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널리즘토크쇼J] 의사 對 정부, 싸움 부추기고 중계하는 언론

입력 2020.09.06 (21:51) 수정 2020.09.06 (2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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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호] 안녕하세요? 저널리즘 토크쇼 J입니다. 지난달 7일이죠. 전공의 파업으로 시작된 의료계 집단 행동이 한 달 가까이 계속됐습니다. 오늘 J에서는 이 과정에서 우리 언론이 어떤 역할을 했고 또 하지 못했는지 돌아보도록 하고요. 이어서 최근 등장한 이른바 기상망명족과 기후변화에 대처하는 언론의 자세도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오늘 함께하실 분들 소개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강유정 교수님입니다. 어서 오세요.

[강유정] 안녕하세요? 강유정입니다.

[최욱] 반갑습니다. 최욱입니다.

[임자운] 안녕하세요? 임자운입니다.

[이상호] KBS 한승연 기자도 함께합니다. 어서 오세요.

[한승연] 안녕하세요? 한승연입니다.

[이상호] 그리고 지난주에 이어서, 헬스커뮤니케이션 전문가시죠? 유현재 서강대 지식융합미디어학부 교수 나오셨습니다. 어서 오세요.

[유현재] 안녕하십니까?

[최욱] 교수님, 지난주에 나오셨었는데 공교롭게도 지난주에 시청률이 잘 나왔습니다.

[유현재] 그렇습니까?

[이상호] 잘 나왔어요.

[최욱] 본인도 그렇게 생각할까봐 제가 공교롭다는 표현을 썼는데 주변 반응이 어땠는지 궁금하네요?

[유현재] 살은 빠졌는데 얼굴은 그대로구나, 이런 이야기도 있었고요. 제일 인상적인 건 교수 같다 고 얘기하더라고요. 제가 교수된 지 14년이 됐는데. 또 불러주셔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상호] 오늘 방송에서도 날카로운 비평 부탁드리겠습니다. 이 방송은 KBS 1TV, myK, 웨이브, 유튜브, 그리고 페이스북을 통해서도 만나실 수 있습니다

[이상호] 먼저 의사들이 파업에 나서게 된 정부의 의료 정책은 크게 네 가지입니다. 의대정원 확대, 공공의대 신설, 한방 첩약 급여화와 시범사업 원격의료가 그것인데, 언론들이 정부와 의사가 대치 중이라는 것만 부각하는 기사들이 많이 쏟아졌습니다. 지난 한 달 동안 언론 보도 어떻게 보셨는지 말씀해주세요.

[강유정] 파업 초반부터 시작해서 강대강, 치킨게임(두 명의 경기자들(players) 중 어느 한쪽이 포기하면 다른 쪽이 이득을 보게 되며, 각자의 최적 선택(optimal choice)이 다른 쪽 경기자의 행위에 의존하는 게임)처럼 이분법적 보도에만 열을 올렸다는 겁니다. 그러니까 이건 인천국제공항 사태와 저는 비슷한 기시감이 들기도 하는데 정부 정책의 방향에 대해서 이해관계자, 당사자가 등장해서 옳고 그름을 논하는 어떤 형국이 마련이 된 거죠. 그런데 왜 싸우는지, 뭐가 불만이고 문제가 있는지 전혀 진전이 없이 싸우고 있다는 형국만 반복 재생해서 보여주고 있는 게 지금 언론의 문제점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유현재] 보면 치킨게임이라고 계속 나오고 있는데 치킨게임이 뭡니까? 사실 가장 큰 특징은 서로 마치 돌진하는 호랑이 위에 그냥 탄 거예요. 극단으로 치닫죠. 그러면 가장 중요한 것은 사실 가장 효과적인 훈수꾼이 등장을 해야 하거든요. 그러니까 이거는 나쁘고 이거는 맞고 이거는 대안이 될 거 같다, 중재자로서의 언론의 역할 그런 것들이 모자랐다고 볼 수 있고요. 레이블링의 가장 큰 특징은 본질은 사라지고 이미지와 선입견만 남는 거잖아요. 그것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이게 왜 문제가 있지’라고 하는 문제의식보다는 ‘저거 나빠, 저거는 좋아’라거나 ‘나는 이 편 할래, 나는 저 편 할래’하는 판단이 되어버리고 말아요. 그러면 결국 (거기에서 오는) 사회적 낭비는 우리가 그냥 안고 사는 것이 아닌가, 그 부분이 조금 안타깝습니다.

[최욱] 제가 그 긴 이야기를 짧게 헤드라인만 뽑아드릴까요? “언론은 갈등 중재자보다는 갈등 중계자?”

[임자운] 그래서 쟤들이 지금 싸우고 있는데 둘 다 되게 세게 나오고 있다. 그래서 이제 우리 큰일 났다.‘큰일’이라는 게 어떤 특정 이익 집단의 불이익이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가 안아야 할 어떤 생명, 건강의 문제잖아요. 그런 문제를 놓고 싸우고 있음에도 마치 딴 나라에서 그 싸움을 중계하는 식의 보도가 많았던 것 같습니다.

[최욱] 왜 제 작품 갖고 가는 거예요?

[임자운] 아, 중계요? 앞에 건 편집될 것 같은데?

[유현재] 그 다음에 또 한 가지는 사실 이렇게 소비자 눈높이, 대중의 눈높이로 보니까 국민이 좀 안 보였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언론에 보도된 것들을 보면 용어들이 참 만만치 않았다.

[이상호] 그렇죠.

[유현재] 보면 인턴, 레지던트, 전공의, 전임의, 그다음에 내외산소(내과, 외과, 산부인과, 소아과를 일컫는 말) 그 다음에 병원, 의원, 이런 용어들이 사실은 기자 분들한테 쉬울 수는 있는데 일반 대중들한테는 어쩌면 그냥 의사 선생님일 가능성도 있어요. 일반 대중 입장에서는 왜 의사 선생님들 중에서 젊은 선생님들이 나왔을까? 그런데 또 의협(개원의 중심)에서는 참여율이 굉장히 낮았단 말이에요. 그러니까 (의사 집단) 그 안에 있는 케미(케미스트리)를 알기가 상당히 어려워요, 용어 정리도 다 안 된 상태에서 대중이 어떻게 현실을 파악을 합니까? 그러니까 언론이 이분법으로 한다는 건 굉장히 위험한 상황이었던 것 같아요

[이상호] 갈등은 부각하는 한편에서는 환자, 또 벗어놓은 의사 가운을 대비한 사진이 굉장히 인상적이었습니다. 이 기사들을 어떻게 보셨습니까?

[강유정] 사실 상징적인 메타포(은유)죠. 가운을 벗는다는 것은 일을 그만두겠다는 의미도 포함이 되어 있는데 벗고 갈 곳이 없는 사람과 그리고 이 벗음을 상징적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은 나뉘어야 한다고 생각을 합니다. 여기에서는 굉장히 상징적으로 사용이 됐고 그로 인해서 의사 혹은 옷을 벗은 그 주체가 위협에 처한 것이 아니라 대상이라고 할 수 있는 환자들이 위협에 빠지게 되는 대상이 된 거예요.

[최욱] 그래서 저는 오늘 임자운 변호사에게 조금 궁금한 게 있습니다. 그 전에 노동자가 파업할 때는 언론이 파업 당사자에게 관심을 두지 않는다고 비판을 하셨고요. 그런데 반면에 이번에 의사 파업은 언론이 또 파업 당사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단 말이죠. 이거는 본질적으로 무슨 차이가 있는 건지 파업 전문가로서.

[이상호] 파업 전문가예요?

[최욱] 한 마디 듣고 싶어요.

[임자운] 그러니까 저도 이번 파업 사태와 관련해서 가장 큰 언론의 차이로 생각하는 게 파업에 참여하는 노동자들의 요구 사항만큼은 분명하게 전달하는구나. 가령 의대 증원, 공공 의대, 첩약 급여, 원격 진료. 이 4대 정책의 정면 백지화를 의사들이 요구하고 이것을 걸고 집단 휴진에 나섰다는 것까지는 언론을 조금이라도 본 시민들은 다 알 것 같아요. 그런데 지금까지 그런 요구 사항이 노동자 파업 사태 때 제대로 전달이 됐냐 말이죠. 그렇지 않았단 말이죠. 멀리 갈 것도 없이 작년에 있었던 철도 파업만 생각을 해보더라도 당시 노동자들이 전면에 내세웠던 거는 안전 인력 충원, 그 다음에 생명안전업무 정규직화, 이런 부분이었거든요. 그러니까 노동자와 시민의 안전을 가장 내세웠는데 기사의 7, 80%는 시민들의 불편이었어요. 제목도 보면 <열차 운행 차질>, <수송 비상>, <시민들 우왕좌왕> 이런 내용들이었거든요. 그리고 그때 조선일보 기사 중에서 어떤 게 있었냐 하면 “노동자들의 요구가 인건비 상승과 노동시간 단축이다” 이런 식으로 확 줄여버린 거예요. 그 파업의 정당성을 차치하더라도 그것이 무엇을 요구하고 있는지는 분명하게 드러내야 하는데 이번에는 그 부분만큼은 언론사들이 제대로 하고 있다는 겁니다. 누가 파업을 하느냐, 어떤 노동자들이 거리로 나섰느냐 에 따라서도 언론사들은 참 다르구나하는 생각이 드는 거죠.

[강유정] 이번에 파업 주체가 오히려 더 힘이 있었다는 차이점이 있다고 생각이 들고요. 두 번째는 뭐냐 하면 현재 보수 언론들의 어떤 특성들 중 하나는 정부와 대치하는 편은 우리 편이라는 정서가 형성이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전광훈 목사 같은 사람한테도 많은 의견권이 갔던 이유 중에 하나가 내가 해주고 싶은 이야기를 대신 해주는, 그 부분을 과대하게 해석을 했다면 이 부분에도(의료계 집단 행동) 굉장히 정부 정책과 대치되고 있는 형국이기 때문에 그 부분에 대해서 힘을 실어주고 있는 형국도 있습니다.

[한승연] 저도 기자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하자면 과거의 파업들을 보면 대부분 파업을 왜 하는지 그 원인에 대해서는 잘 짚지 않고 시민 불편만을 부각하는 보도들을 많이 했었고.

[이상호] 그랬었죠.

[한승연] 그래서 그게 언론의 어떤 고질적인 병폐라고 생각을 하는데 과거에는 어떤 파업을 하는 노조를 귀족 노조라든지 억대 연봉자들이 파업을 벌인다든지, 비판의 잣대를 아주 정밀하게 들이대는 언론들의 모습이었는데 이번에 의사들한테는 그런 표현은 없거든요. 귀족 노조라든지 억대 연봉자들이 파업을 한다, 이런 거는 전혀 없어서 아까 강 교수님이 말씀하신 거처럼 어떤 의사들이 힘 있는 권력 집단이라는 점이 언론사의 내부에 그런 저변에 깔려있지 않나 이런 생각을 해봤습니다.

[이상호] 파업 초반과 비교했을 때 지금은 보도의 흐름이 좀 달라졌거든요.

[한승연] 의사 정원을 확대하겠다는 이야기는 이미 지난 7월 23일에 당정 협의회에서 정부가 발표한 얘기이고, 언론에서는 이게 폭발력이 크다는 걸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저희가 분석을 해봤더니 거의 무관심에 가까울 정도로 보도량이 없었거든요. 그러다가 따져보니까 14일에 전국 의사 1차 총파업이 있었잖아요. 그리고 8월 15일에 광복절 집회를 지나면서 코로나19 국면이 확산되면서 점점 더 의사 파업에 대한 보도량이 늘었고 또 26일 2차 총파업이 강행하면서 이때는 보도량이 급격히 늘어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그런데 이때까지만 해도 한마디로 “이 와중에“ “이 시국에“ 이런 제목이 달린 보도들이 줄을 이뤘었는데요. 다음날 주요 종합 일간지들의 사설도 진보 매체, 보수 매체를 막론하고 의사 파업을 비판하고 파업 그만 하고 내려와라, 이런 식의 사설들이 많았습니다.

[최욱] 이런 와중에 조선일보는 좀 달랐습니다. 앞에서는 “이 와중에 왜 파업을 하냐”인데.

[이상호] 그렇죠.

[최욱] 조선일보는 ‘이 와중에’를 다른 용도로 쓰는데요. 8월 27일자 사설을 보면 “정부가 이 와중에 의사들의 반발을 부를 것이 뻔한 의대 증원 방침을 밝혔다. 코로나 사태가 잡힌 뒤에 추진할 수는 없었나”라면서 정부를 비판하는 데 “이 와중에”를 사용했습니다.

[이상호] 도대체 어떤 와중이에요, 이거는?

[강유정] 공공 의료 확대에 대해서 지난번 대구에서 대규모 확진 사태가 있었을 때 공공의료시설이 확충이 되고 의료진도 더 확충이 돼야 하겠다, 논의들이 좀 나왔거든요. 그 긴급성이 오히려 굉장히 전대미문의 팬데믹(감염병 세계적 대유행)이기 때문에 요구가 더 강해진 거고요. 한편으로는 정책 제안을 해서 미완의 영역이 있을 수 있죠. 그런데 그거는 우리가 수정해가고 사회적 의견들을 도출해가면서 합리적인 대안, 그리고 이 대안 제시 이후에 또 다른 사회적 합의가 있어야 하는데요. 이 사설에는 마지막에 딱 한 줄 쓰여 있어요 “정부는 의대 정원 추진을 그만두고, 의사들은 치료 현장에 복귀하기를 바란다.” 이 앞에 대부분의 모든 게 다 정부가 잘못했다는 것인데 이거는 사건의 인과 관계, 선후 관계가 틀린 이야기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한승연] 흐름이 달라진 게 조선일보 사설이 나온 다음 날 정부가 전공의들을 고발을 했습니다. 8월 28일에. 그리고 30일에 전공의는 파업 지속 결의를 발표를 했고 또 통합당(현 국민의힘)에서는 정부 책임론을 들고 나왔고 그 때부터는 이제 정부 탓하는 보도들이 쏟아지기 시작을 했습니다.

[유현재] 저는 개인적으로 “이 와중에”라는 클리셰(상투적인 문구)가 자꾸만 쓰이는 게 가슴이 아프긴 합니다. 헤드라인은 사실 “이 와중에”라고 뽑는다는 것은 그냥 요원해지는 거예요. 이 와중에, 그 다음에 어떻게 좋은 말이 붙습니까? 그런게 헤드라인 대충만 잡아 봐도 열 몇 개씩 나오는 게 좀 슬펐고요. 예를 들어서 이 와중에 합의에 다다랐다, 이 와중에 사랑하게 됐다. 이 와중에 어떻게 해결, 이런 것들은 나올 수가 없잖아요. 그러니까 전부 다 “이 와중에” 하면 파국이에요. 또 와중이라고 하면 그 와(渦)가 소용돌이래요, 소용돌이에서 뭔가 정리되어서 나오게 만드는 언론의 역할이 있었으면 어땠을까하는 생각이 좀 들었습니다.

[최욱] 이 와중에 아주 멋있어 보이네요. 좀 이상하구나, 확실히. 이상하네.

[유현재] 이 와중에 놀랐습니다.

[이상호] 아니, 이 와중이 되기 한참 전에, 그러니까 정부가 의료 정책을 발표했던 당시에는 왜 이런 보도가 안 나왔을까요?

[한승연] 그래서 당시에. 당정협의회에서 7월 23일 발표한 다음 날 조선일보 보도는 그 당시에는 어땠는지 살펴보면 지금과는 굉장히 많이 다르거든요.

[최욱] 많이 달라요.

[한승연] 당시 조선일보는 지역 기사 3000명을 키운다면서 정부 정책을 그대로 전하거나 또 공공의대를 유치하려는 지자체들의 소식을 전하기도 했습니다. 심지어 온라인 판에서는 “외국보다 의사 부족한 건 맞는데 왜 의협이 화가 났나”라는 기사에서 정부와 의협이 근거로 제시한 각종 통계를 팩트 체크를 한 다음에 “이번 의대 정원 확대 자체는 긍정적인 전문가들이 많다”는 보도를 했습니다. 그리고 또 문제는 인원이 아니라 배치라는 의협의 주장에는 “정원이 적은 의대에 입학생을 늘리고 고령의 의사들이 지역에 내려가도록 유도하는 정책이 효과적일 것이다”라는 전문가의 주장을 싣기도 했습니다.

[임자운] 메르스 사태를 겪으면서 공공 의료가 부족하다는 문제가 강하게 부각됐고 코로나 사태 겪으면서도 거의 모든 언론이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로 공공 의료 문제를 꼽았었거든요. 그래서 언제라도 당장 추진했어야 하는 문제이기 때문에 여기에 대해서 “이 와중에 이거를 왜 하냐”라는 비판은 성립할 수가 없고, 다만 그 공공 의료 체계를 강화하기 위해서 시설과 지원을 먼저 확충할 것이냐 아니면 인력 양산에 먼저 방점을 찍을 것이냐, 정부는 이번에 후자에 방점을 찍은 거 같고 거기에 대해서 방법론적인 비판을 할 수는 있죠. 비판을 하더라도 공공 의료체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방향성만큼은 유지됐으면 좋겠다. 문제가 있으니 아무것도 하지 말라는 식의 비판은 없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입니다.

[유현재] 지난주에 저희가 언론사별 신뢰도를 이야기했었잖아요. 그래서 제가 좀 찾아봤습니다. 그래서 신뢰도라는 걸 측정하기 위해서 어떤 주요 항목이 쓰였을까. 제일 중요한 것은.

[이상호] 그걸 찾으셨어요?

[유현재] 네, 제가 좀 집요합니다. 물론 스케일이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게 꽤 있습니다만 그런데 가장 많이 들어간 항목이 일관성과 예측 가능성이 있어요. 그런데 거기에 제일 배치되는 게 태세 전환이거든요. 이것은 이 언론사에서 이쯤 나왔을 때 이러이러한 메시지를 전달을 했다면 상황이 변했어도 이렇게 가야 한다는 거예요. 그래서 신뢰도가 생긴느 건데 그런 측면에서 보면 태세 전환이라는 건 굉장히 나쁜 고질병인 거 같습니다. 이게 상당히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모습이라면 이거는 누군가는 경고를 해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상호] 네 가지 사안 중에서도 특히 공공 의대 설립 문제와 관련해서는 최대집 대한의사협회 회장이 공정성을 거론하면서 논란에 불을 붙였습니다.

[한승연] 협회장의 발언 이후 공공의대 선발의 공정성에 대한 논란이 확산이 됐는데요.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공정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글들이 퍼졌습니다. 그러자 보건복지부가 바로 해명에 나섰는데 오히려 이게 더 불을 붙인 셈이 됐습니다. 공공의대 후보 학생 추천은 전문가, 시민사회단체 관계자 등이 참여하는 시도 추천 위원회를 구성해서 진행한다고 밝혔기 때문인데요. 여기서 시민단체라는 단어를 문제 삼는 보도들이 쏟아졌습니다. 그래서 현대판 음서제, 운동권 자녀 특혜 전형이다. 심지어 조국 전 장관 가족까지 소환하는 보도들이 쏟아졌습니다.

[최욱] 갈등의 핵심으로 부상했어요, 이게.

[강유정] 우선은 저는 빌미를 준 복지부 잘못도 있다고 생각을 합니다. (하지만) 잘못된 거다, 정정하겠다, 오해가 있다고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언론은 놓지 않는 겁니다. 심지어 이 가짜뉴스가 거의 어느 정도까지 재생산이 되고 있냐면 의사협회(산하 의료정책연구소)에서 일종의 SNS를 이용해서 어떤 것까지 올렸냐 하면요. 이렇게 추천제를 이용해서 올라온 공부 못하는 이를테면 그런 의사들과, 내내 공부만 해서 전교 1등만 하던 그런 의사 중에서 누구에게 진료를 받겠습니까? 이런 말도 안 되는 얼토당토않은 이야기가 전혀 종식이 되지 않고 있는데 종식이 되지 않는 가장 큰 이유 자체가 언론에서 이 부분에 대해서 잘못됐다고 도와주지 않는 겁니다. 시민 단체가 얼마나 부도덕한데 시민 단체한테 맡기냐면서 전부 다 이게 사실이라는 전제 하에서 비판으로 넘어가버린 거예요. 그러니까 이건 언론이 가져야 할 기본적인 덕목, 사실이 아닐 때는 아님을 전제로 출발해야 하는데 필요하니까 사실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인용하니 더 사태가 악화하고 있습니다.

[최욱] 그러니까 그게 실수로 비롯된 오해인데. 그러면 진실이 뭐예요?

[임자운] 진실은 진실이 없다는 거죠. 아직까지 공공 의대 선발 계획에 대해서는 사실 제대로 정해진 게 없습니다. 지역 할당이 필요하다는 정책적인 방향이 제시되어 있고 그럼 지역 할당을 어떻게 할 것이냐에 대해서 보건복지부가 여러 가지 설명하는 와중에 일부 언론이 ‘시민단체가 의대 신입생을 선발해?’ 이런 식으로 왜곡을 한 거예요. 어떤 특정 집단의 이익을 위해서 존재하지 않는다, 사회 공익을 위해 존재한다, 그렇다고 정부 단체라고 하기도 어렵다고 했을 때 시민사회단체, 시민단체 이런 식으로 언론과 법령이나 정책 자료에서 많이 쓰거든요. 그런데 지금 조국 상태나, 윤미향 사태를 겪으면서 거기에 어떤 정치적인 색깔을 입혀버리는 거예요. 만약 그렇게 시민사회단체라는 말이 싫다면 비영리, 비정부단체를 통칭할 수 있는 적합한 용어를 언론사가 제시를 해줬으면 좋겠어요, 차라리.

[강유정] 그러니까 보수 언론이 자기가 만든 시민 단체에 대한 아주 부정적인 이미지를 만들어 놨습니다. 이거는 사실이 아니라 이미지죠. 그런데 이 가상 이미지를 다시 근거로 활용해서 도덕성이라는 굉장히 비논리적 기준을 제시한 거예요. 그런 다음에 자기가 만든 자기 기준을 자기 표절 방식으로 쓰고 있는 겁니다.‘내가 그랬잖아, 시민 단체는 부도덕하다고, 그런데 이번에도 또 시민 단체에서부터 추천을 받는대’그러니까 이 자체가 하나도 규명되어 있는 합리적인 근거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보수 언론은 이 시민 단체에 덧씌워진 이런 잘못된 이미지를 자기 근거로 활용하고 있는 자기 표절 문제, 굉장히 심각하고 비윤리적입니다. 더 비윤리적인 문제입니다.

[최욱] 방금 표절이라는 단어를 쓰셨는데 이런 와중에 아주 의심스러운 기사가 있었습니다. 다른 두 언론사의 기사인데 너무 흡사해서 두 기사가 어디가 다른지 찾아봐야 하는 숨은 그림 찾기 저널리즘 제가 이름 한번 붙여보고요. 심지어 이거를 보면요. 네티즌의 반응 인용까지도 두 기사가 같아요.

[강유정] 네티즌이 어떻게 얘기를 하냐 하면 “공정하게 시험을 보든 의사나 교수들이 직접 자질을 보고 뽑아야지 시민 단체가 웬 말이냐.” “저거 해명이랍시고 낸 게 코미디다” “시민 단체가 권력 킹(King)민 단체" 왕이라는 의미에서요. “이러다 수사권까지 줄까 겁난다” 등의 의견을 내놓았다고 중앙일보 기사에 실려 있는데요. 고스란히 따옴표를 또 한 번 따옴표 쳐서 인용을 하고 있는데 표절이라는 문제를 학계에서는 굉장히 엄격합니다. 같은 곳을 인용할 때조차도 해석이 다르지 않으면 표절의 시비에 걸릴 수 있는 것이거든요.

[최욱] 세상에 댓글이 얼마나 많은데 어떻게 인용하는 게 똑같냐는 거예요. 네티즌이 보도 자료를 낸 것이 아닌가 하는 너스레를 한번 떨어봅니다.

[임자운] 제가 가장 안타깝게 생각했던 거는 그것을 언론이 얘기한 것을 받아서 의사협회나 대전협(대한전공의협의회)에서도 그 문제를 그대로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최욱] 맞습니다.

[임자운] 거기에 반발하는 젊은 의사들 중에 학교장 추천으로 대학 들어간 사람들 많을 거거든요. 그러니까 학교장 추천도 음서제고 게이트냐고 저는 묻고 싶은 거죠. 공부 잘한다고 자부하신 분들은 왜 그런지 모르겠는데 제도의 이름이 아니라 제도의 내용과 취지를 살펴야 하는 거잖아요. 말꼬리 잡기 놀이에 빠져있고 그거를 심지어 이 문제를 비판하는데 가장 중요한 논거로 내세우고 있다는 게 굉장히 한심하게 느껴지고요. 지금 띄운 이 카드 자료 있죠? 이런 식으로 전교 1등을 차지하는 사람만이 의사가 되어야 하고 성적이 모자란 사람은 의사가 결코 되어서는 안 된다는 인식을 부끄럼 없이 마구 이야기하는 사람이 상당수가 의사가 차지하고 있는, 그 문제를 타파하기 위해서 사실은 여러 단위가 여러 이해관계를 가지고 여러 계층에서 공공의대라는 제도의 취지에 맞게 선발 과정에 개입할 필요성이 있다는 거죠. 그런데 그 전체적인 맥락을 다 거세하고, 공정성 시비, 음서제, 게이트, 이런 식으로 이야기하는 것은 의사 협회나 대전협 자체도 굉장히 본질을 왜곡하고 있는 거죠.

[이상호] 결국 일부 언론들이 운동권 시민 단체, 음서제로 이어지는 이런 연결고리를 활용해서 이런 기사들을 내고 싶었던 게 아닌가하는 생각이 좀 드는데 여기에 그치지 않습니다. 조선일보가 대형 오보를 터뜨렸거든요. 8월 28일자 일부 지역 배달판에 <조민, 세브란스 병원 피부과 일방적으로 찾아가.”조국 딸이다. 의사 고시 후 여기서 인턴하고 싶다”>는 기사를 실었다가 바로 다음 날 정정보도를 냈습니다. 어떻게 보셨어요, 이 기사?

[최욱] 이거는 이제 나쁜 오보에 더 나쁜 사과 저는 이렇게 좀 설명을 하고 싶은데요. 오보를 내고 사과를 하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사과를 보시면 사과인 듯 사과 아닌 사과와 또 썸을 타고 있거든요. 이거를 제 식으로 해석을 하자면 ‘우리가 잘못했다, 그런데 과연 진짜 아닐까?’ 이런 느낌. 이런 느낌을 찝찝하게 남겨 놓은 그런 사과입니다.

[이상호] 여지를 남긴.

[유현재] 사과의 기술도 있지 않습니까? 사과를 하려면 빠르게 해라 그 다음에 또 하나 강렬하게 해라. 강렬하게 해야지만 상대가 미안해질 정도로 그래야만 진위를 의심받지 않는다고 하는데요. 빠르게 파악했으니까 사과한 거까지 좋았습니다. 그런데 그걸 해명하는 과정에서 이 기사를 쓴 명분에 대해서는 정말 이만큼이라도 전달하고 싶다, 그리고 나한테는 이러이러한 명분이 있었다는 게 정말 눈물겹게 계속해서 변경이 돼요. 굉장히 언어의 마술사라는 생각은 들었습니다만 이게 분명 오보다 싶으면 명확하게 하는 게 좋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을 합니다.

[한승연] 빨리 사과를 할 수밖에 없었던 게 보도 당일 아침에 조국 전 장관이 자신의 SNS에 강한 항의글을 올렸죠. 그리고 정정 보도에서는 일부 지역이라고 했지만 조국 전 장관이 주변 분을 통해 확인을 했더니 이 기사가 나간 게 11곳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보시다시피 서울판에는 어떤 기사가 올라왔냐 하면 서울 구로구 아파트에 코로나 확산 소식이 올라왔거든요. 그러니까 서울판과 일부 지역에 나간 지면이 전혀 달랐던 거고, 또 정정 보도에는 오보라는 표현이 직접적으로 들어가 있진 않거든요. 그래서 “병원 간부들과 조국 전 장관은 모두 부인했다”는 식으로 오히려 의심의 여지를 남기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과연 그런지 저희 J가 직접 연세대 의료원을 취재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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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연세대학교 의료원 취재

[제작진] 이 복수의 연세대학교 의료원 고위 관계자는 대체 누군가요, 고위 관계자는?

[연세대학교 의료원 직원] 제발 그거 쓰신 황 기자님이나 여쭤보고 싶어요, 진짜. 저희가 다 전수로, 다 모든 교수님들 여쭤보고 관련 있는지 다 확인했거든요. “만난 사람 없고 본 사람도 없다”까지 답변드리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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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자운] 저는 이번 사건도 보면 조선일보가 진짜 과대평가됐다는 생각을 저 스스로도 하거든요. 그러니까 저도 그런 생각하는 거예요, 은연중에. ‘조선일보가 나쁜 기사를 쓰지만 세련되게는 쓴다. 황색 언론, 듣도 보도 못한 황색언론처럼 기사를 막 쓰지는 않는다’는 생각을 은연중에 했는데.

[최욱] 조선일보 워낙 좋아하거든요.

[임자운] 정론지로서의 외양은 갖추려고 노력해왔다는 생각을 막연하게나마 해왔는데 이런 기사를 보면 그게 무너져버리는 거죠. 이번 기사를 보면 다른 거 없이 그냥 이참에 조국 혐오 마케팅이나 한 번 더 해보자라는 생각에 몰두하고 있는 것 같아요.

[한승연] 이 오보 말미에 담긴 내용은 그 전에 조선일보가 이미 기사화했던 내용이기도 한데요. 그 기사는 8월 20일 <의대생 91%가 거부한 의사 고시, 조민은 시험 본다>는 보도였습니다.

[이상호] 일부 언론이 이렇게 조민 씨를 계속 주제로 해서 기사를 쓰는 이유는 뭐라고 보세요?

[최욱] 여기에 영화 평론가가 나와 계시는데 영화 볼 때 앞에 일어났던 여러 사건들이 촘촘하게 마지막에 탁탁탁 연결되면 더 재밌게 느껴지거든요. 저의 이런 취향을 언론이 잘 아는 게 아닌가. 어떤 하나의 사건이 탁 터지면 앞에 있었던 조국, 윤미향, 탈원전 이거를 항상 엮습니다. 그래서 계속 장사를 하고 그런 서사의 구조를 계속 만들어내는 거 아닌가, 개인적으로 그런 생각해봅니다.

[이상호] 언론들이 이런 데 관심을 가지는 동안 정말 중요한 쟁점들을 어떻게 다뤘는지도 좀 살펴봐야겠죠, 파업 기간 내내 가장 논란이 뜨거운 의대 정원 확대 문제를 두고 정부와 의사들 주장이 팽팽하게 맞섰는데 관련 내용 잠깐 들어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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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의대 정원 확대 문제, 정부와 의사의 입장은?

[김헌주 /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 계속해서 의사 수의 부족 문제는 이야기가 되어왔고 또 공공 의대 설립의 문제도 이전부터 작년, 재작년 국회에서 여러 차례 논의가 된 바가 있었습니다. 그런 와중에 코로나19가 발발하고 그러면서 의사 수의 문제 그리고 부족한 지역에 의료 인력을 어떻게 채워야 하는가 문제에 대해서는 조금 더 공론화가 되고 있고요.

[김형철 / 대한전공의협의회 전 대변인] 의사 수가 몇 명인지가 더 중요한 거고 인구 밀도를 고려한 의사 수가 얼마큼 더 되는지가 중요한 거고 그런 것들이 의료 이용이 얼마나 쉬운지를 나타내는 훨씬 중요한 지표예요. 게다가 우리나라는 출산율 0명대 인구 소멸국가에 가깝잖아요. 반면에 의사 수 증가율은 OECD 거의 최고 수준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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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유정] 이 문제를 많은 언론들이 지금 보도를 하긴 했죠. 그래서 적다, 많다 이런 근거도 굉장히 제각각이고, 통계도 제각각인데요. 의대 정원을 키우는 것보다는 공공 병원을 만들어야 한다는 게 의사 쪽 주장이더라고요. 그러면 ‘공공 병원을 어떻게 만들어야 하냐’라고 얘기를 했더니 ‘공공 병원을 만들면 거기에 환자 수가 있어야 하고 환자에 맞춰서 의사 외에 간호사라든가 다른 전문 인력들도 들어가야 하는데 지금 병원을 만들어도 거기에는 사람이 없습니다. 그러므로 의미가 없습니다’ 이런 식으로 계속 논점을 벗어나요. “의사들을 재배치하기 위해서는 어떤 도움이 더 필요할까요?”라고 얘기했더니 김형철 씨가 뭐라고 대답을 하냐 하면 “한 마디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입니다”라고 대답을 해요. 그러니까 대안이 없는 겁니다, 현재. 그러면 다음 스텝은 합리적으로 생각해서 뭡니까? ‘사회적으로 공공 담론화해서 우리 얘기해봅시다’라고 가야 하는데 그 다음 담론이 ‘안 됩니다. 일단 다 철회합시다’로 가고 있으니까 이 부분에서 일단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생각이 일단 저는 들었습니다.

[이상호] 의사가 절대 부족하지 않다, 계속 증가할 것이다. 이런 의견도 있고 아니다, 의사 절대 수가 부족하다. 도대체 헷갈려요, 어떤 게 맞는 기준인지

[최욱] 취재 설마 했겠죠? 이 정도는

[한승연] 네, 그래서 제가 한번 알아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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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한승연의 팩트 A/S 의사 수 논란의 진실은?

[자막] 한국 의사 수 부족? 사실(FACT)
[인구 천 명당 의사 수] -2017년
한국 2.3명 OECD 평균 3.5명

[자막] 한국 연평균 의사 증가율 높으니 2038년에는 OECD 평균 따라잡는다? 거의 거짓(FALSE)
[인구 10 만 명 당 의대 졸업자 수] - 2017년
한국 7.6명 OECD 평균 13.1명

[정형준 /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장] 현재 비율(증가율)이 높다는 거 자체가 거꾸로 현재 의사가 너무 적다는 걸 보여줄 수도 있는 거고 10만 명당 의사가 몇 명이 지금 양성이 되느냐, 1,000명당 의사가 10년이 지나면 몇 명이 증가하느냐. 여기에 지금 본다고 했을 때는 한국이 OECD 평균만큼도 증가가 안 돼요. 그러면 결국 못 따라간다는 거죠. 지금 수준으로 가면. 늘리지 않으면 OECD 평균만큼은 못 간다, 라는 것이 사실이에요.

[자막] 의사 접근성 세계 최고 수준? 일부 사실(FACT?)
[환자 1인당 연간 외래진료 건수] -2017년
한국 16.6회 OECD 평균 6.8회
[정형준 /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장] 의료 접근성이 높은 이유는 의사 한 명이 엄청나게 많은 환자를 보기 때문이에요. 그러면 거꾸로 이야기를 하면 적절한 수준의 환자를 보고 의사가 적절한 수준의 의료의 질, 적정 진료를 제공하게 되면 사실은 의사가 부족하다는 뜻이거든요.

[자막] 지역별 의료 격차 크다? 사실(FACT)
[인구 천 명당 의사 수] -2017년
서울 3.1명 경북 1.4명

[자막] 정부 추진 지역 의사제로 의료 격차 줄일 수 있다? 일부 사실(FACT?)

[정형준 /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장] 의무 복무에 여기 수련 기간이 포함돼 있기 때문에 지역 사회에서 실제 일할 수 있는 기간이 많으면 4~5년, 짧으면 2년 정도밖에 안 되는 이런 상황이라. 이게 엄청나게 큰 허점이고요. 그렇게 하게 되면 사실상 지역의사할당제의 본래 취지인 지역에서 계속 일할 수 있는 의사를 양성한다는 것이 퇴색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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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자운] 결과적으로 얘기를 들어보면 제가 생각할 때는 의사 수 정원이든 지역의사제든 의사들이 가장 강하게 반대하는 핵심 근거는 퀄리티 컨트롤(Quality control), 즉 ‘의료 서비스의 질이 떨어진다. 그런 식으로 의사 뽑으면’인 것 같아요. 그게 또 궁금해지는 거죠. 의사 수를 늘리면 혹은 지역 의사제 같은 걸 도입하면 왜 의료 서비스의 질이 낮아진다고 생각하는 걸까. 그 이유를 듣고 싶어서 여러 자료나 인터뷰 내용을 찾아봐도 사실 잘 못 찾겠어요, 그러니까 그래서 의심하게 되는 거죠. 이제까지는 1등부터 3000등까지만 의사가 됐는데 이제는 3500등까지 의사가 되게 생겼으니 설마 그 수능 점수가 더 넓어졌으니까 그거 때문에 퀄리티가 떨어진다고 생각하는 거야? 이게 오해이길 바랐는데 아까 소개했던 대한의협 산하 연구소에서 나온 자료를 보면 실제 그런 말을 직접 하는 거잖아요. 지금 의사들이 하는 투쟁이 자신의 성적을 인정해달라는 투쟁이었어? 아니면 자신의 학벌을 인정해달라는 투쟁이었어? 이런 생각까지 드는 거죠. 의사 수를 늘린다는 것 자체가 만능일 수는 없죠. 하지만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는 하나의 해법이 될 수는 있다, 언론도 이 방향에 대해서는 사실 무게를 실어주는 게 맞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상호] 소통에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최대집 현 의협 회장이 “이 사안과 관련해서 정부가 1년간 단 한 번도 의협과 협의한 적이 없다” 이렇게 주장을 하기도 했는데 이 부분은 어떻게 보세요?

[강유정] 최대집 대표라고 해야겠죠? 2018년 3월 당선되자마자 사실 그 전에 의협이 의사, 병원 그리고 정부 이렇게 해서 계속해서 지속해 오던 합의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파기해 버렸습니다. 그러면서 3년간 대화하지 않겠다고 얘기를 했어요, 그런데 그 합의 내용이 뭐였냐 하면 지금 전공의들이 요구하고 있는 수가 인상과 처우 개선에 대한 문제가 포함된 내용이 있었다는 겁니다. 문제적인 건 최대집이라는 이분이 단순히 의사의 어떤 권리라든가 처우 개선 문제만 가지고 스피커가 되었느냐, 그게 아니라는 거죠. 지금까지 굉장히 다양한 정치적인 목소리를 내세웠고 심지어는 그래서 의사 문제를 대정부 투쟁의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의혹까지 받고 있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 상당히 개연성이 있기도 하죠. 그러니까 국민 건강을 진짜로 목적으로 두고 그리고 의사 수 문제와 관련된 공공 의료 문제 때문에만 투쟁을 하느냐고 했을 때 저는 정말로 대표를 고른다면 최대집이라는 이 의협 대표 뿐만 아니라 다양한 의료계, 말 그대로 범의료계 목소리를 들어야 하는데 굉장히 극단적인 목소리를 하나로 강조함으로써 갈등이 더 증폭이 되고 언론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유현재] 전체적으로 마음은 무겁습니다만 대국민 소통에 있어서 약간 미숙함이 많이 보였습니다. 그리고 이번에 덕분에 챌린지를 패러디해서 ‘덕분이라며? 챌린지’ 이런 게 있었어요. 덕분에 챌린지는 정부에서도 많이 참여를 한 것은 많지만 ‘덕분에’라고 한 것은 국민들의 마음이었잖아요. 그런데 ‘덕분이라며?’ 하는 순간 정부를 적으로 만든 게 아니라 국민을 적으로 만들었어요. 아까 사진 나왔습니다마는 그 사진도 가만히 생각해보면 가운이 벗겨졌다? 저건 무책임의 기호잖아요. 그러니까 이런 상황들이 다 보면 굉장히 의사 그룹이 소통과 관련해서는 미숙하구나. 지금 이렇게 파국으로 하면 이게 결국 윈(Win), 루즈(Lose) 게임이 아닙니다. 루즈 루즈 게임이거든요. 정부에게도 똑같은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정부에게는 법이고 정책이지만 국민에게는 삶입니다. 그러니까 이런 부분에 있어서는 진실은 항상 중간쯤에 있다고 하잖아요. 그러면 좀 가까이 다가설 수 있는 그런 노력과 용기가 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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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자막] 지난 4일, 대한의사협회는 코로나19 안정 이후 쟁점을 재논의하는 조건으로 진료 복귀에 합의했다.

[자막] 의사들이 복귀해도 공공의료와 지역의료 공백 문제는 그저 미뤄졌을 뿐이다.

[자막] 언론에게는 지난 한달 동안 보여주지 못한 공론장을 다시 준비할 기회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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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호] 이후 언론들 어떤 역할을 해야 한다고 보시는지

[임자운] 두 가지인데요. 첫째는 가르마를 잘 타줬으면 좋겠어요. 가령 저는 이야기를 자꾸 듣다 보면 결국 수가가 문제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고 전공의 처우 개선 이게 문제라고 생각하는데 언론에서 그것들은 잘 안 나타나거든요. 그래서 가르마를 좀 타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하나가 있고요. 두 번째는 파업이나 집단행동이 자신의 의사를 전달을 넘어서 관철시키겠다는 태도로까지 나아가려면 결국 사회적 공감대가 필수적이에요. 그런데 지금 의사들의 이런 집단행동이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이유가 그 공감대를 얻어서일까요? 아니에요, 제가 봤을 때는. 너무 큰 걸 걸고 있기 때문이에요. 환자들의 생명을 걸고 있기 때문에 이렇게 힘이 있는 거거든요. 굉장히 위험한 행동이에요. 이것을 하지 말라고 의료법이나 응급의료법이나 이 자체에 대해서 불법 행위라고 규정을 하고 있는 거잖아요. 그래서 저는 메시지의 옳고 그름을 떠나서 그것을 관철시키겠다고 지금 의사들이 벌이고 있는 행동, 그 일부 양식에 대해서는 분명히 언론이 비판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강유정] 의료를 멈춰서라도 의료를 살리겠다고 최대집 대표가 말했습니다. 소방을 살리기 위해서 소방을 멈추겠다. 말이 안 됩니다. 이 말이 안 되는 표제를 언론이 그냥 갖다 쓰는 거는 굉장히 부도덕한 일이라고 일단 생각이 들고요. 의사라는 집단 자체도 자신의 이기적인 어떤 삶에 대한 욕망과 그리고 의료인으로서의 의무를 다 가진 복합적 존재라는 겁니다. 이 양쪽 때문에 하나를 위해서 하나를 포기하라고 말하고 싶지 않아요. 그러나 언론은 누구의 편을 들거나 누구를 비난하는 몫이 아니라 단지 언론이 반대하고 싶은 어떤 정책적 방향에 힘을 쏟아주는 그런 정파적인 태도뿐만 아니라 정말 미래를 보고 필요한 논의를 담고 전달하고 증폭할 수 있는 제대로 된 확성기 역할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유현재] TF가 만들어졌으면 좋겠어요. 이제 제로베이스에서 다시 한 번 논의하겠다는 거잖아요. 그러면 이제 협의체가 구성이 될 겁니다. 그렇다면 특정 언론사가 협의체에 초대될 정도의 전문성을 키우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그러니까 전부 다 OECD 통계 들이대고 이런 것들이 아니라 적확하게 타당성을 인정받을 수 있는 데이터도 찾고 그리고 굉장히 해외에 있는 자료들도 찾고 그래서 전문가가 됐으면 좋겠고요. 의사들도 그리고 정부도 뭔가 속내는 있는데 말 못 하는 거 있잖아요. 솔직히 말해서 돈 이야기다, 그러면 돈 얘기를 할 수도 있는 거고요. 그 얘기를 언론이 좀 해주면 출구가 나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좀 듭니다.

[이상호] 오늘 수고해주신 한승연 기자 고맙습니다.

[한승연] 고맙습니다.

[이상호] 올여름에는 무려 54일간의 긴 장마가 있었죠. 지난주에 태풍 바비, 이번에는 제 9호 태풍 마이삭까지 올라왔습니다. 날씨에 이렇게 관심이 가진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인데, 언론은 이 문제를 어떻게 다루고 있는지 KBS 신방실 기상전문기자와 함께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어서 오세요.

[신방실] 안녕하세요?

[이상호] 반갑습니다.

[최욱] 초면에 이런 말씀 드리기는 좀 뭐 하지만 저는 이분을 TV에서 보고 싶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태풍과 함께 나타나시고 이분이 나타나시면 제가 진행하는 <더 라이브>가 항상 결방이에요.

[신방실] 죄송합니다.

[최욱] 그래서 오늘은 제가 굉장히 날카롭게 오늘 대하겠습니다.

[이상호] 태풍 장미까지 겹치면서 역대 최장기간의 장마가 계속되던 8월 11일이죠. 일부 언론의 헤드라인에 이른바 기상망명족이 등장했습니다. 당시 기상청의 예보가 번번이 빗나갔는데 그러자 해외 기상 예보 사이트를 찾는 사람들을 소개한 건데 어떻게 좀 보세요?

[강유정] 굳이 부정적 호명을 붙일 필요가 있냐는 생각이 들어요. 그러나 부정적 호명을 붙일 때 클릭 수가 느는 건 사실이죠. 가령 기상 얼리 어댑터라든가 기상 정보 프론티어 이렇게 붙였다면 ‘이거 뭐야? 무슨 홍보 문구야?’‘라고 하면 사람들이 관심을 안 가질 거니까. 그러나 날씨는 정확성의 영역이지 위계 영역이 아니거든요. 뭐가 낫다, 그르다의 의미보다는 어떤 게 더 정확하므로 이런 수치를 더 반영하면 좋겠다, 이런 기준이면 좋겠다는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언론이면 좋을 텐데 저는 이름을 붙여보자면 이간질 저널리즘이라고 생각이 듭니다.

[유현재] 예전에 혹시 아시는지 모르겠으나 노르웨이를 포털에 치면 옛날에 연관 검색어가 1등이 고등어였습니다. 노르웨이 하면 고등어였죠. 그런데 2위로 떨어졌답니다. 노르웨이 기상청이 1위에요. 또 체코 치면 원래는 프라하였대요. 그런데 윈디로 바뀌었답니다. 기상망명족이라고 해서 레이블링이 되면 사실 본질은 사라지고 이미지와 선입견만 남는다고 하는데 저 개인적인 생각은 이것도 이분법인 거 같아요. 정확하게 따지면 이건 과학의 영역이라서 오차가 있지만 오보라고 보기는 좀 그래요. 그러니까 기상전문가가 볼 때는 수치상으로 정확하다고 할 거 아니에요. 그런데 일반인은 그런 거 모르겠고 내가 나가서 서핑을 타도 되냐, 안 되냐. 그리고 우리 집 지붕이 안 날아가, 날아가. 이게 정확도인 것 같아요. 그러니까 그 와중에 소통의 갭(격차)이 좀 있는 것 같아요. 그런데 그런 걸 해결해주는 역할을 언론이 좀 해줬으면 좋겠다.

[최욱] 태풍마저도 스포츠화시켜 버립니다. <태풍 경로 예측 이번에는 기상청이 윈디 이겼다> 8월 27일 MBN은 <태풍 경로 예측, 기상청 vs 윈디> 이런 식으로 보도하고 있다는 거. 이거 책임감 느껴야 합니다.

[유현재] 경마 저널리즘의 2020년 버전이 좀 보이고 있는 것 같아요, 1번 마(馬), 2번 마, 3번 마 이런 식으로 되는데. 최근에 젊은 대중들이 MMORPG(대규모 다중사용자 온라인 롤 플레잉 게임의 줄임말)에 굉장히 익숙하지 않았습니까? 그러니까 게임이 익숙하고 편해요. 그러다 보니까 뭐, 뭐 승. 중간에 VS 있고 그러면 엔터테이닝 팩터(흥미 요소)도 있는 것 같아요. 언론은. 경쟁력을 키워야 하는 건 맞기는 합니다마는 오보청이라든가 그 다음에 필연적으로 망신 주기가 되면 한 사람이 희생이 되어야 하잖아요. 그런 부분에 있어서는 조금 안타까운 부분이 있습니다.

[임자운] 그러니까 이번 태풍과 관련해서 게임식 보도를 하면 가장 가슴 아픈 사람들은 태풍 피해를 입은 분들일 거 같아요.

[최욱] 맞습니다.

[임자운] 그래서 그분들의 목소리나 지금 현재의 입장이 어떤 지를 게임식 보도할 시간에 그런 거 좀 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데 지금도 태풍 마이삭과 관련해서 또다시 대결 구도의 보도가 나오고 있더라고요. YTN이 1일 <일본 ‘루사’ VS 한국 '매미' 진로 예보 또 시험대>라는 제목으로 한국과 일본의 기상청 태풍 진로 예측을 비교를 해서 기상청의 예측 능력을 언론이 다시 한 번 시험대에 올렸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상호] 태풍 진로를 두고 이런 식으로 평가하는 기사를 쓰는 게 정말 일종의 관행이라고 보십니까? 신방실 기자. 이거 벗어날 수가 없어요?

[신방실] 네, 사실은 이전에도 태풍이 늘 상륙을 했을 때 뭔가 이런 기사가 늘 반복이 되어 왔고요.
그래서 이번 태풍 마이삭 같은 경우에는 매미랑 비슷하다고 해도 아무도 그거를 신뢰하지 않고 언론은 책임지지 않는 이런 경기 중계식 보도를 하고 빠져버리지만 결국 거기에 휘말려서 기상청 예보를 무시하고 서핑을 간다든지 계곡에 가신다든지 해서 피해를 당하는 건 그분들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될 수 있을 거 같습니다.

[이상호] 실제로 그 기상 보도 준비할 때 해외 예보도 많이 참고를 하시나요?

[신방실] 네. 저희가 일단은 가장 먼저 보는 게 한국 기상청의 예보고 사실 일기도나 이런 걸 직접 다 보거든요. 기상청에서 공식적으로 나오는 자료와 또 저희가 직접 해석하는 자료들, 이런 거를 통해서 취재를 하고 있습니다. 동시에 아까 얘기가 나왔지만 윈디, 요즘 정말 체코가 윈디로 정말 유명해졌잖아요. 사실 윈디는 굉장히 정확하거든요. 기자들도 많이 참고를 하는데.

[최욱] 원조 망명족이에요.

[신방실] 윈디는 참고 자료고. 윈디라는 게 절대적인 기준은 아니고 윈디는 그냥 시뮬레이션을 보여주는 툴이에요. 윈디의 기반이 되는 게 유럽 중기 예보 센터의 수치 예보 모델과 미국 모델이거든요. 유럽 모델은 전 세계 1위 모델이에요. 그 유럽 모델이 생산한 예보를 그냥 시각화해주는 앱이라고 그냥 보시면 돼요, 윈디는.

[최욱] 아니, 그러면 제가 단도직입적으로 하나 여쭤보겠습니다. 지금 유럽 모델이 정말 세계 1위다, 이렇게 강조를 하셨는데 그러면 우리나라의 날씨 예보도 그 모델이 실제 더 정확하게 맞출 수 있느냐. 이게 궁금한 거예요.

[신방실] 아니죠.

[최욱] 그건 아니에요?

[신방실] 그거는 아니다. 왜냐하면 유럽 모델이라서 전 지구 대상으로 하고 그 한 부분이 우리나라일 뿐인 거고요. 특히 노르웨이 기상청은 우리나라 대상으로 어떤 상세한 예보를 생산하는 게 아니라 그냥 전 지구 중의 한 지역으로 평균적인 값을 계산하기 때문에.

[최욱] 그렇겠죠.

[신방실] 어떤 국지적으로 비가 많이 온다든지 이런 건 전혀 예측을 못 하거든요.

[이상호] 성동구 날씨를 맞힌 노르웨이 기상청의 관련 보도는 어떻게 보셨어요?

[신방실] 그런 보도를 하려고 마음만 먹는다면 수십 번을 할 수가 있어요. 왜냐하면 굉장히 디테일한 사례들을 특정한 시각, 그리고 특정한 지역을 골라서 그때 자기 입맛에 맞게. 서울에서도 도봉구, 성동구, 영등포구, 날씨가 다 다르잖아요. 요즘 비구름이 굉장히 국지적으로 많이 와서 정말 그런 현상들이 많은데. 노르웨이 기상청이 더 정확한 강수량 예보를 한 거를 뽑아내고자 한다면 충분히 그런 사례를 많이 뽑을 수 있어요.

[최욱] 이런 류의 보도는 굉장히 위험할 수 있겠네요.

[이상호] 독자들 입장에서는 무슨 헥토파스칼 이런 수치보다는 사람 날아갈 정도, 전국 덮친다, 매미보다 강한 놈, 사람 날리고 차 뒤집는 수준. 이런 게 그냥 눈에 먼저 들어오거든요.

[신방실] 태풍의 위험도를 얘기할 때 초속 10m, 20m 하면 잘 와닿지가 않잖아요. 그래서 요즘은 이런 위력을 대부분 강조하는 제목을 뽑고 이번 태풍에 대해서도 제가 되게 눈에 띄는 기사들이 어떤 이 태풍이 경남 해안을 때린다, 뭐 이런 표현들이 너무 많은 거예요. 제목에.

[유현재] 우리나라 언론이 지켜야 할 준칙, 그중 에 대표적인 게 자살 보도 준칙이 있고 그다음에 감염병 준칙이 있고 또 한 가지가 재난보도 준칙이 있어요. 그 세 가지의 공통점은 사실 국민의 건강, 안위, 안정 이런 것들과 직결됐기 때문에 자극적이라든가 어떤 지역을 이렇게 혐오가능성이 있을 법한 것이라든가 그런 걸 좀 조심하자고 하는데요. 웬만한 날씨는 전부 역대급으로 포장이 되어 있어요. 어떤 기사든 어쨌든 클릭이 되고 장사 좀 해야겠어 하는 이런 부분도 없지 않아 있는 거 같습니다.

[강유정] 무엇보다도 언론사에서 예측은 과감하게 하고 결과는 아주 엄격하게 심판관으로서 하고 있는 측면이 또 큽니다. 과학적으로 오히려 수치를 얘기하는 게 어렵고 전달해야 한다면 저는 이거 볼 때마다 의심이 들었어요. 사람 날아갈 정도면 몇 킬로그램이어야 해요? 어린이입니까? 노인입니까? 아니면 건장한 남성입니까? 일상에 굉장히 근접한 용어 같지만 결론적으로 오히려 공포감을 높이다 보니 거듭되면 둔감해질 수 있는 요소가 너무 많은 거예요. 이러고 나서 또 조용히 지나가면 조용히 지나갔다고 예보가 틀렸으면 틀렸다고 언론은 모습을 바꾸고 심판관으로 다시 등장을 하는 겁니다.

[이상호] 지난 7월이죠. 7월< 역대급 폭염 온다>라고 전한 조선일보도 한 달 뒤 기사에서 올해 <역대급 폭염을 썼던 기상청이 오명을 쓰게 됐다>고 짚었습니다. 그런데 신방실 기자가 확인한 바로는 언론 보도와 기상청이 발표한 여름철 전망의 뉘앙스가 달랐다면서요.

[신방실] (기상청이) 여름 전망을 하고 나서 역대급 더위에 대한 기사들이 쏟아져 나왔고 그런데 기상청 보도 자료나 그날 브리핑에서는 절대 이런 이야기가 없었거든요.

[최욱] 그래요?

[신방실] 기상청이 정확하게 뭐라고 했냐면 “올 여름철 기온이 평년보다 0.5에서 1.5도 높고 작년보다는 0.5도에서 1도가 높겠으며” 이런 식으로 얘기를 했어요.

[최욱] 평년이 뭐죠?

[신방실] 바로 그거죠. 평년이 지난 30년간 평균한 값, 평균 기온. 그러니까 기자들은‘아~ 평년? 작년? 그래, 무조건 높네‘ 하면서 역대급 폭염으로 둔갑을 하게 된 거예요.

[유현재] 기상은 상당히 과학적인 거니까 비율을 통해서 이렇게 얘기를 하는 게 맞죠. CNN도 그렇게 하더라고요, 보니까. 그런데 우리나라는 그렇지 않고 마치 날씨 읽어주는 예보관이 있는 거예요. 그분들이 약간 도사님화 되어야 하는 거예요,‘오늘의 날씨는 어떻게 되겠습니까’해서 맞혀야 하는 건데 사실 과학자들한테 사실 그거 하라는 것은 무리가 있기도 하거든요. CNN이나 다른 해외 언론사에서 어떻게 날씨를 전하는지도 한 번 벤치마킹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좀 듭니다.

[최욱] 오늘따라 제가 유독 소외되는 느낌인데 그동안에 우리 J가 항상 했던 이야기가 언론은 어려운 정보를 대중의 언어로 쉽게 전달해야 한다. 이렇게 말씀하지 않았습니까? 아니, 틀린 기상청이 잘못이지. 대중의 언어로 전달한 언론이 저는 뭐가 그렇게 잘못됐는지.

[강유정] 역대급이라고 표현이라고 하면 제 기억에 1994년과 2018년 더위가 기억나거든요. 역대급이라는 거는 정말 몇 십년에 한 번씩 쓸 수 있을 만큼의 급격한 차이가 있을 때 쓸 수 있는 말인데 언론이 너무 쉽게 쓰고 있다는 생각이 들고요. 또 하나는 아직 시민에게 굉장히 체감으로 이거는 정확하다고 느껴질 만한 기상 언어가 없어요. 어차피 원래 소스가 부정확하니까 이렇게 전달할 수밖에 없다고 얘기하는 거는 굉장히 무책임하고 게으른 변명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이상호] 제 기억이 맞다면 이전 과거 몇 십년 동안의 날씨 예보와 지금의 날씨 예보 굉장히 예전에 비해서 많이 복잡해졌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게 기후 변화와 관련이 있지 않을까 그런 이야기들을 많이 하지 않습니까?

[신방실] 제가 기상 전문기자로 취재를 하고 하다 보면 최근에는 달라진 걸 몸으로 체감할 수가 있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2018년 앞서 말씀을 하셨지만, 정말 31일이 넘는 전국의 폭염 일수가 이어졌고, 2019년도에는 태풍 7개가 왔고 올해는 좀 잠잠하나 했더니 아무 애를 안 먹이던 장마가 애를 먹이고 있잖아요. 그래서 기후 위기가 현실이 되고 있는 것을 체감을 하고 있고 날씨에 대한 언론들의 어떤 자세나 태도가 또 그 이전과는 달라야 하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하게 되더라고요.

[이상호] 기후 위기, 기후 변화가 왔다는 거는 사실이네요?

[신방실] 네, 그렇죠.

[이상호]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닌 건데 우리 언론도 조금씩 이 문제에 주목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최근 기후 변화가 우리 삶에 미치는 영향을 잘 보여준 보도를 J-PICK으로 짚어보도록 할 텐데요. 경향신문의 기획보도 <기후 변화의 증인>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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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J-PICK <기후 변화의 증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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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욱] 사실 그 기후변화 이 단어는 많이 들었는데 내 일처럼 느껴지지는 않거든요. 먼 미래. 아니면 나 다음 세대의 문제 정도로 느끼고 살아왔는데 이 기획기사를 보면서 내 문제로 다가왔습니다. 이런 공을 인정받았는지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을 받았습니다. 훌륭한 기사예요.

[임자운] 바다 농장, 산, 도시, 이렇게 위치 장소를 달리해가면서 기후나 환경에 대한 전문가가 아니라 일상 사시는 분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자기가 느끼는 기후변화, 기후 위기에 대해서 얘기하는 게 훨씬 더 실감나게 다가온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 영상도 봤는데 제주 분이 감태가 없어, 해조류죠? 감태가 없어서 소라 잡기에는 좋지만 이게 좋은 현상은 아닌 것 같다는 말씀을 되게 담담한 어조로 하시고 이 영상에 등장하는 모든 분들이 다 담담한 어조로 말씀하시는데 굉장히 임팩트 있게 다가와요. 그래서 예전에 경향신문이 했던 산재 기획보도도 저는 가장 좋았던 게 산재 문제가 나의 문제처럼 느끼게 했던 거거든요. 이번에 기후 위기 기획 보도 역시도 이게 지금 나와 내 주변에 이미 가까이 와 있는 나의 위기가 나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위기가 될 수 있다는 그 효과를 제대로 전달한 기사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신방실] 저희가 폭우가 오거나 장마가 길거나 했을 때 거리에 나가서 늘 인터뷰하면 나오는 얘기들이 이런 거거든요. 그러니까 “80살이 넘으신 할아버지, 할머니가 내가 80 평생 살면서 이런 비는 처음이다. 내가 어렸을 때는 한강에서 스케이트 타고 우리가 놀았는데 지금 얼지가 않는다” 이런 생생한 이야기를 솔직히 방송 기자들이 현장 나가서 많이 듣는데 저희는 그냥 이런 어떤 기획이나 이런 사람들한테 와닿는 거를 만들어야겠다, 이런 생각은 잘 못한 거 같아요.

[강유정] 기후 변화 문제는 우리가 급성 질환이 아니라 굉장히 만성적 질환이라고 생각해요. 다들 문제는 있다. 그러나 당장 죽을 문제 아니지 않냐고 만성 질환이 되니까 문제인데. 캘린더 보도식으로 이때쯤이면 장마니까 기후보도 한 번 해볼까? 이런 식으로 위기가 닥쳤을 때만 출동하는 언론이 아니라 정말 만성 질환이라면 만성 질환에 대비하는 만성적인 예보팀, 탐사보도하는 팀이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모든 언론사에 이런 전문기자가 마련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신방실] 솔직히 저희는 어떤 기자가 취재해서 발제하면 그게 9시 뉴스에 잡히면 일단 최고로 여겨지는 분위기인데 기후 변화나 이런 먼 이야기들이 한두 번 9시 뉴스에서 빠지고 늘 아침 뉴스로 넘어가고 이런 일들이 굉장히 많이 되풀이가 됐거든요. 그럼 기자들도 살짝 거기에 익숙해지는 거예요.

[최욱] 9시 뉴스에서 안 받아주면 더 라이브로 오세요.

[신방실] 가겠습니다. 받아주세요.

[유현재] 관련 정보가 모여 있는 곳이 있더라고요. 우리나라에도 기구가 국가기후변화적응센터가 있어요. 그리고 사실은 경향신문에서 말하고자 하는 어떤 그런 팩트들, 그런 것들은 정리가 되어 있거든요. 그런데 경향 신문이 돋보였던 것은 전형적인 기사 거리를 찾아서 뭔가 기사화하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 입장에서 나온 것 같아요. 그래서 뭔가 미진한 욕구에서 출발했기 때문에 ‘아, 나 저거 내 얘기야’ 그런 팩터(요인)가 있기 때문에 굉장히 와닿기도 하고. 기후 변화 그러면 사실은 어렵지 않습니까?

[임자운] 2018년에 폭염으로 돌아가신 분이 142명이라고 해요. 그러니까 이 숫자가 사실 믿기 어려울 정도로 큰데 더 놀라운 거는 뉴스 타파가 1997년부터 2018년까지 폭염으로 사망하신 분 통계를 폭염으로 사망한 분들이 가장 많이 숨진 장소가 사업장이 아니라 집안이더라고요. 그러니까 모든 재난이 그러하듯이 이 기후 재난 역시도 굉장히 불평등하게 다가온다. 그래서 사회적 취약 계층 사람들에게 훨씬 더 크고 지독하게 다가오는 재난 불평등 문제에 대해서 언론이 더 관심을 가져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습니다.

[이상호] 저널리즘 토크쇼 J 오늘 준비한 내용은 여기까지입니다. 오늘 함께해주신 유현재 교수님, KBS 신방실 기상전문기자 고맙습니다. 이 방송은 KBS 1TV, myK, 웨이브, 유튜브, 그리고 페이스북을 통해서도 만나실 수 있습니다. 언론개혁 끝까지 함께하겠습니다. 다음 주 일요일 밤에 다시 찾아 뵙겠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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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널리즘토크쇼J] 의사 對 정부, 싸움 부추기고 중계하는 언론
    • 입력 2020-09-06 21:53:07
    • 수정2020-09-06 22:54:53
    저널리즘 토크쇼 J
[이상호] 안녕하세요? 저널리즘 토크쇼 J입니다. 지난달 7일이죠. 전공의 파업으로 시작된 의료계 집단 행동이 한 달 가까이 계속됐습니다. 오늘 J에서는 이 과정에서 우리 언론이 어떤 역할을 했고 또 하지 못했는지 돌아보도록 하고요. 이어서 최근 등장한 이른바 기상망명족과 기후변화에 대처하는 언론의 자세도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오늘 함께하실 분들 소개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강유정 교수님입니다. 어서 오세요.

[강유정] 안녕하세요? 강유정입니다.

[최욱] 반갑습니다. 최욱입니다.

[임자운] 안녕하세요? 임자운입니다.

[이상호] KBS 한승연 기자도 함께합니다. 어서 오세요.

[한승연] 안녕하세요? 한승연입니다.

[이상호] 그리고 지난주에 이어서, 헬스커뮤니케이션 전문가시죠? 유현재 서강대 지식융합미디어학부 교수 나오셨습니다. 어서 오세요.

[유현재] 안녕하십니까?

[최욱] 교수님, 지난주에 나오셨었는데 공교롭게도 지난주에 시청률이 잘 나왔습니다.

[유현재] 그렇습니까?

[이상호] 잘 나왔어요.

[최욱] 본인도 그렇게 생각할까봐 제가 공교롭다는 표현을 썼는데 주변 반응이 어땠는지 궁금하네요?

[유현재] 살은 빠졌는데 얼굴은 그대로구나, 이런 이야기도 있었고요. 제일 인상적인 건 교수 같다 고 얘기하더라고요. 제가 교수된 지 14년이 됐는데. 또 불러주셔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상호] 오늘 방송에서도 날카로운 비평 부탁드리겠습니다. 이 방송은 KBS 1TV, myK, 웨이브, 유튜브, 그리고 페이스북을 통해서도 만나실 수 있습니다

[이상호] 먼저 의사들이 파업에 나서게 된 정부의 의료 정책은 크게 네 가지입니다. 의대정원 확대, 공공의대 신설, 한방 첩약 급여화와 시범사업 원격의료가 그것인데, 언론들이 정부와 의사가 대치 중이라는 것만 부각하는 기사들이 많이 쏟아졌습니다. 지난 한 달 동안 언론 보도 어떻게 보셨는지 말씀해주세요.

[강유정] 파업 초반부터 시작해서 강대강, 치킨게임(두 명의 경기자들(players) 중 어느 한쪽이 포기하면 다른 쪽이 이득을 보게 되며, 각자의 최적 선택(optimal choice)이 다른 쪽 경기자의 행위에 의존하는 게임)처럼 이분법적 보도에만 열을 올렸다는 겁니다. 그러니까 이건 인천국제공항 사태와 저는 비슷한 기시감이 들기도 하는데 정부 정책의 방향에 대해서 이해관계자, 당사자가 등장해서 옳고 그름을 논하는 어떤 형국이 마련이 된 거죠. 그런데 왜 싸우는지, 뭐가 불만이고 문제가 있는지 전혀 진전이 없이 싸우고 있다는 형국만 반복 재생해서 보여주고 있는 게 지금 언론의 문제점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유현재] 보면 치킨게임이라고 계속 나오고 있는데 치킨게임이 뭡니까? 사실 가장 큰 특징은 서로 마치 돌진하는 호랑이 위에 그냥 탄 거예요. 극단으로 치닫죠. 그러면 가장 중요한 것은 사실 가장 효과적인 훈수꾼이 등장을 해야 하거든요. 그러니까 이거는 나쁘고 이거는 맞고 이거는 대안이 될 거 같다, 중재자로서의 언론의 역할 그런 것들이 모자랐다고 볼 수 있고요. 레이블링의 가장 큰 특징은 본질은 사라지고 이미지와 선입견만 남는 거잖아요. 그것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이게 왜 문제가 있지’라고 하는 문제의식보다는 ‘저거 나빠, 저거는 좋아’라거나 ‘나는 이 편 할래, 나는 저 편 할래’하는 판단이 되어버리고 말아요. 그러면 결국 (거기에서 오는) 사회적 낭비는 우리가 그냥 안고 사는 것이 아닌가, 그 부분이 조금 안타깝습니다.

[최욱] 제가 그 긴 이야기를 짧게 헤드라인만 뽑아드릴까요? “언론은 갈등 중재자보다는 갈등 중계자?”

[임자운] 그래서 쟤들이 지금 싸우고 있는데 둘 다 되게 세게 나오고 있다. 그래서 이제 우리 큰일 났다.‘큰일’이라는 게 어떤 특정 이익 집단의 불이익이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가 안아야 할 어떤 생명, 건강의 문제잖아요. 그런 문제를 놓고 싸우고 있음에도 마치 딴 나라에서 그 싸움을 중계하는 식의 보도가 많았던 것 같습니다.

[최욱] 왜 제 작품 갖고 가는 거예요?

[임자운] 아, 중계요? 앞에 건 편집될 것 같은데?

[유현재] 그 다음에 또 한 가지는 사실 이렇게 소비자 눈높이, 대중의 눈높이로 보니까 국민이 좀 안 보였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언론에 보도된 것들을 보면 용어들이 참 만만치 않았다.

[이상호] 그렇죠.

[유현재] 보면 인턴, 레지던트, 전공의, 전임의, 그다음에 내외산소(내과, 외과, 산부인과, 소아과를 일컫는 말) 그 다음에 병원, 의원, 이런 용어들이 사실은 기자 분들한테 쉬울 수는 있는데 일반 대중들한테는 어쩌면 그냥 의사 선생님일 가능성도 있어요. 일반 대중 입장에서는 왜 의사 선생님들 중에서 젊은 선생님들이 나왔을까? 그런데 또 의협(개원의 중심)에서는 참여율이 굉장히 낮았단 말이에요. 그러니까 (의사 집단) 그 안에 있는 케미(케미스트리)를 알기가 상당히 어려워요, 용어 정리도 다 안 된 상태에서 대중이 어떻게 현실을 파악을 합니까? 그러니까 언론이 이분법으로 한다는 건 굉장히 위험한 상황이었던 것 같아요

[이상호] 갈등은 부각하는 한편에서는 환자, 또 벗어놓은 의사 가운을 대비한 사진이 굉장히 인상적이었습니다. 이 기사들을 어떻게 보셨습니까?

[강유정] 사실 상징적인 메타포(은유)죠. 가운을 벗는다는 것은 일을 그만두겠다는 의미도 포함이 되어 있는데 벗고 갈 곳이 없는 사람과 그리고 이 벗음을 상징적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은 나뉘어야 한다고 생각을 합니다. 여기에서는 굉장히 상징적으로 사용이 됐고 그로 인해서 의사 혹은 옷을 벗은 그 주체가 위협에 처한 것이 아니라 대상이라고 할 수 있는 환자들이 위협에 빠지게 되는 대상이 된 거예요.

[최욱] 그래서 저는 오늘 임자운 변호사에게 조금 궁금한 게 있습니다. 그 전에 노동자가 파업할 때는 언론이 파업 당사자에게 관심을 두지 않는다고 비판을 하셨고요. 그런데 반면에 이번에 의사 파업은 언론이 또 파업 당사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단 말이죠. 이거는 본질적으로 무슨 차이가 있는 건지 파업 전문가로서.

[이상호] 파업 전문가예요?

[최욱] 한 마디 듣고 싶어요.

[임자운] 그러니까 저도 이번 파업 사태와 관련해서 가장 큰 언론의 차이로 생각하는 게 파업에 참여하는 노동자들의 요구 사항만큼은 분명하게 전달하는구나. 가령 의대 증원, 공공 의대, 첩약 급여, 원격 진료. 이 4대 정책의 정면 백지화를 의사들이 요구하고 이것을 걸고 집단 휴진에 나섰다는 것까지는 언론을 조금이라도 본 시민들은 다 알 것 같아요. 그런데 지금까지 그런 요구 사항이 노동자 파업 사태 때 제대로 전달이 됐냐 말이죠. 그렇지 않았단 말이죠. 멀리 갈 것도 없이 작년에 있었던 철도 파업만 생각을 해보더라도 당시 노동자들이 전면에 내세웠던 거는 안전 인력 충원, 그 다음에 생명안전업무 정규직화, 이런 부분이었거든요. 그러니까 노동자와 시민의 안전을 가장 내세웠는데 기사의 7, 80%는 시민들의 불편이었어요. 제목도 보면 <열차 운행 차질>, <수송 비상>, <시민들 우왕좌왕> 이런 내용들이었거든요. 그리고 그때 조선일보 기사 중에서 어떤 게 있었냐 하면 “노동자들의 요구가 인건비 상승과 노동시간 단축이다” 이런 식으로 확 줄여버린 거예요. 그 파업의 정당성을 차치하더라도 그것이 무엇을 요구하고 있는지는 분명하게 드러내야 하는데 이번에는 그 부분만큼은 언론사들이 제대로 하고 있다는 겁니다. 누가 파업을 하느냐, 어떤 노동자들이 거리로 나섰느냐 에 따라서도 언론사들은 참 다르구나하는 생각이 드는 거죠.

[강유정] 이번에 파업 주체가 오히려 더 힘이 있었다는 차이점이 있다고 생각이 들고요. 두 번째는 뭐냐 하면 현재 보수 언론들의 어떤 특성들 중 하나는 정부와 대치하는 편은 우리 편이라는 정서가 형성이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전광훈 목사 같은 사람한테도 많은 의견권이 갔던 이유 중에 하나가 내가 해주고 싶은 이야기를 대신 해주는, 그 부분을 과대하게 해석을 했다면 이 부분에도(의료계 집단 행동) 굉장히 정부 정책과 대치되고 있는 형국이기 때문에 그 부분에 대해서 힘을 실어주고 있는 형국도 있습니다.

[한승연] 저도 기자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하자면 과거의 파업들을 보면 대부분 파업을 왜 하는지 그 원인에 대해서는 잘 짚지 않고 시민 불편만을 부각하는 보도들을 많이 했었고.

[이상호] 그랬었죠.

[한승연] 그래서 그게 언론의 어떤 고질적인 병폐라고 생각을 하는데 과거에는 어떤 파업을 하는 노조를 귀족 노조라든지 억대 연봉자들이 파업을 벌인다든지, 비판의 잣대를 아주 정밀하게 들이대는 언론들의 모습이었는데 이번에 의사들한테는 그런 표현은 없거든요. 귀족 노조라든지 억대 연봉자들이 파업을 한다, 이런 거는 전혀 없어서 아까 강 교수님이 말씀하신 거처럼 어떤 의사들이 힘 있는 권력 집단이라는 점이 언론사의 내부에 그런 저변에 깔려있지 않나 이런 생각을 해봤습니다.

[이상호] 파업 초반과 비교했을 때 지금은 보도의 흐름이 좀 달라졌거든요.

[한승연] 의사 정원을 확대하겠다는 이야기는 이미 지난 7월 23일에 당정 협의회에서 정부가 발표한 얘기이고, 언론에서는 이게 폭발력이 크다는 걸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저희가 분석을 해봤더니 거의 무관심에 가까울 정도로 보도량이 없었거든요. 그러다가 따져보니까 14일에 전국 의사 1차 총파업이 있었잖아요. 그리고 8월 15일에 광복절 집회를 지나면서 코로나19 국면이 확산되면서 점점 더 의사 파업에 대한 보도량이 늘었고 또 26일 2차 총파업이 강행하면서 이때는 보도량이 급격히 늘어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그런데 이때까지만 해도 한마디로 “이 와중에“ “이 시국에“ 이런 제목이 달린 보도들이 줄을 이뤘었는데요. 다음날 주요 종합 일간지들의 사설도 진보 매체, 보수 매체를 막론하고 의사 파업을 비판하고 파업 그만 하고 내려와라, 이런 식의 사설들이 많았습니다.

[최욱] 이런 와중에 조선일보는 좀 달랐습니다. 앞에서는 “이 와중에 왜 파업을 하냐”인데.

[이상호] 그렇죠.

[최욱] 조선일보는 ‘이 와중에’를 다른 용도로 쓰는데요. 8월 27일자 사설을 보면 “정부가 이 와중에 의사들의 반발을 부를 것이 뻔한 의대 증원 방침을 밝혔다. 코로나 사태가 잡힌 뒤에 추진할 수는 없었나”라면서 정부를 비판하는 데 “이 와중에”를 사용했습니다.

[이상호] 도대체 어떤 와중이에요, 이거는?

[강유정] 공공 의료 확대에 대해서 지난번 대구에서 대규모 확진 사태가 있었을 때 공공의료시설이 확충이 되고 의료진도 더 확충이 돼야 하겠다, 논의들이 좀 나왔거든요. 그 긴급성이 오히려 굉장히 전대미문의 팬데믹(감염병 세계적 대유행)이기 때문에 요구가 더 강해진 거고요. 한편으로는 정책 제안을 해서 미완의 영역이 있을 수 있죠. 그런데 그거는 우리가 수정해가고 사회적 의견들을 도출해가면서 합리적인 대안, 그리고 이 대안 제시 이후에 또 다른 사회적 합의가 있어야 하는데요. 이 사설에는 마지막에 딱 한 줄 쓰여 있어요 “정부는 의대 정원 추진을 그만두고, 의사들은 치료 현장에 복귀하기를 바란다.” 이 앞에 대부분의 모든 게 다 정부가 잘못했다는 것인데 이거는 사건의 인과 관계, 선후 관계가 틀린 이야기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한승연] 흐름이 달라진 게 조선일보 사설이 나온 다음 날 정부가 전공의들을 고발을 했습니다. 8월 28일에. 그리고 30일에 전공의는 파업 지속 결의를 발표를 했고 또 통합당(현 국민의힘)에서는 정부 책임론을 들고 나왔고 그 때부터는 이제 정부 탓하는 보도들이 쏟아지기 시작을 했습니다.

[유현재] 저는 개인적으로 “이 와중에”라는 클리셰(상투적인 문구)가 자꾸만 쓰이는 게 가슴이 아프긴 합니다. 헤드라인은 사실 “이 와중에”라고 뽑는다는 것은 그냥 요원해지는 거예요. 이 와중에, 그 다음에 어떻게 좋은 말이 붙습니까? 그런게 헤드라인 대충만 잡아 봐도 열 몇 개씩 나오는 게 좀 슬펐고요. 예를 들어서 이 와중에 합의에 다다랐다, 이 와중에 사랑하게 됐다. 이 와중에 어떻게 해결, 이런 것들은 나올 수가 없잖아요. 그러니까 전부 다 “이 와중에” 하면 파국이에요. 또 와중이라고 하면 그 와(渦)가 소용돌이래요, 소용돌이에서 뭔가 정리되어서 나오게 만드는 언론의 역할이 있었으면 어땠을까하는 생각이 좀 들었습니다.

[최욱] 이 와중에 아주 멋있어 보이네요. 좀 이상하구나, 확실히. 이상하네.

[유현재] 이 와중에 놀랐습니다.

[이상호] 아니, 이 와중이 되기 한참 전에, 그러니까 정부가 의료 정책을 발표했던 당시에는 왜 이런 보도가 안 나왔을까요?

[한승연] 그래서 당시에. 당정협의회에서 7월 23일 발표한 다음 날 조선일보 보도는 그 당시에는 어땠는지 살펴보면 지금과는 굉장히 많이 다르거든요.

[최욱] 많이 달라요.

[한승연] 당시 조선일보는 지역 기사 3000명을 키운다면서 정부 정책을 그대로 전하거나 또 공공의대를 유치하려는 지자체들의 소식을 전하기도 했습니다. 심지어 온라인 판에서는 “외국보다 의사 부족한 건 맞는데 왜 의협이 화가 났나”라는 기사에서 정부와 의협이 근거로 제시한 각종 통계를 팩트 체크를 한 다음에 “이번 의대 정원 확대 자체는 긍정적인 전문가들이 많다”는 보도를 했습니다. 그리고 또 문제는 인원이 아니라 배치라는 의협의 주장에는 “정원이 적은 의대에 입학생을 늘리고 고령의 의사들이 지역에 내려가도록 유도하는 정책이 효과적일 것이다”라는 전문가의 주장을 싣기도 했습니다.

[임자운] 메르스 사태를 겪으면서 공공 의료가 부족하다는 문제가 강하게 부각됐고 코로나 사태 겪으면서도 거의 모든 언론이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로 공공 의료 문제를 꼽았었거든요. 그래서 언제라도 당장 추진했어야 하는 문제이기 때문에 여기에 대해서 “이 와중에 이거를 왜 하냐”라는 비판은 성립할 수가 없고, 다만 그 공공 의료 체계를 강화하기 위해서 시설과 지원을 먼저 확충할 것이냐 아니면 인력 양산에 먼저 방점을 찍을 것이냐, 정부는 이번에 후자에 방점을 찍은 거 같고 거기에 대해서 방법론적인 비판을 할 수는 있죠. 비판을 하더라도 공공 의료체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방향성만큼은 유지됐으면 좋겠다. 문제가 있으니 아무것도 하지 말라는 식의 비판은 없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입니다.

[유현재] 지난주에 저희가 언론사별 신뢰도를 이야기했었잖아요. 그래서 제가 좀 찾아봤습니다. 그래서 신뢰도라는 걸 측정하기 위해서 어떤 주요 항목이 쓰였을까. 제일 중요한 것은.

[이상호] 그걸 찾으셨어요?

[유현재] 네, 제가 좀 집요합니다. 물론 스케일이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게 꽤 있습니다만 그런데 가장 많이 들어간 항목이 일관성과 예측 가능성이 있어요. 그런데 거기에 제일 배치되는 게 태세 전환이거든요. 이것은 이 언론사에서 이쯤 나왔을 때 이러이러한 메시지를 전달을 했다면 상황이 변했어도 이렇게 가야 한다는 거예요. 그래서 신뢰도가 생긴느 건데 그런 측면에서 보면 태세 전환이라는 건 굉장히 나쁜 고질병인 거 같습니다. 이게 상당히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모습이라면 이거는 누군가는 경고를 해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상호] 네 가지 사안 중에서도 특히 공공 의대 설립 문제와 관련해서는 최대집 대한의사협회 회장이 공정성을 거론하면서 논란에 불을 붙였습니다.

[한승연] 협회장의 발언 이후 공공의대 선발의 공정성에 대한 논란이 확산이 됐는데요.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공정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글들이 퍼졌습니다. 그러자 보건복지부가 바로 해명에 나섰는데 오히려 이게 더 불을 붙인 셈이 됐습니다. 공공의대 후보 학생 추천은 전문가, 시민사회단체 관계자 등이 참여하는 시도 추천 위원회를 구성해서 진행한다고 밝혔기 때문인데요. 여기서 시민단체라는 단어를 문제 삼는 보도들이 쏟아졌습니다. 그래서 현대판 음서제, 운동권 자녀 특혜 전형이다. 심지어 조국 전 장관 가족까지 소환하는 보도들이 쏟아졌습니다.

[최욱] 갈등의 핵심으로 부상했어요, 이게.

[강유정] 우선은 저는 빌미를 준 복지부 잘못도 있다고 생각을 합니다. (하지만) 잘못된 거다, 정정하겠다, 오해가 있다고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언론은 놓지 않는 겁니다. 심지어 이 가짜뉴스가 거의 어느 정도까지 재생산이 되고 있냐면 의사협회(산하 의료정책연구소)에서 일종의 SNS를 이용해서 어떤 것까지 올렸냐 하면요. 이렇게 추천제를 이용해서 올라온 공부 못하는 이를테면 그런 의사들과, 내내 공부만 해서 전교 1등만 하던 그런 의사 중에서 누구에게 진료를 받겠습니까? 이런 말도 안 되는 얼토당토않은 이야기가 전혀 종식이 되지 않고 있는데 종식이 되지 않는 가장 큰 이유 자체가 언론에서 이 부분에 대해서 잘못됐다고 도와주지 않는 겁니다. 시민 단체가 얼마나 부도덕한데 시민 단체한테 맡기냐면서 전부 다 이게 사실이라는 전제 하에서 비판으로 넘어가버린 거예요. 그러니까 이건 언론이 가져야 할 기본적인 덕목, 사실이 아닐 때는 아님을 전제로 출발해야 하는데 필요하니까 사실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인용하니 더 사태가 악화하고 있습니다.

[최욱] 그러니까 그게 실수로 비롯된 오해인데. 그러면 진실이 뭐예요?

[임자운] 진실은 진실이 없다는 거죠. 아직까지 공공 의대 선발 계획에 대해서는 사실 제대로 정해진 게 없습니다. 지역 할당이 필요하다는 정책적인 방향이 제시되어 있고 그럼 지역 할당을 어떻게 할 것이냐에 대해서 보건복지부가 여러 가지 설명하는 와중에 일부 언론이 ‘시민단체가 의대 신입생을 선발해?’ 이런 식으로 왜곡을 한 거예요. 어떤 특정 집단의 이익을 위해서 존재하지 않는다, 사회 공익을 위해 존재한다, 그렇다고 정부 단체라고 하기도 어렵다고 했을 때 시민사회단체, 시민단체 이런 식으로 언론과 법령이나 정책 자료에서 많이 쓰거든요. 그런데 지금 조국 상태나, 윤미향 사태를 겪으면서 거기에 어떤 정치적인 색깔을 입혀버리는 거예요. 만약 그렇게 시민사회단체라는 말이 싫다면 비영리, 비정부단체를 통칭할 수 있는 적합한 용어를 언론사가 제시를 해줬으면 좋겠어요, 차라리.

[강유정] 그러니까 보수 언론이 자기가 만든 시민 단체에 대한 아주 부정적인 이미지를 만들어 놨습니다. 이거는 사실이 아니라 이미지죠. 그런데 이 가상 이미지를 다시 근거로 활용해서 도덕성이라는 굉장히 비논리적 기준을 제시한 거예요. 그런 다음에 자기가 만든 자기 기준을 자기 표절 방식으로 쓰고 있는 겁니다.‘내가 그랬잖아, 시민 단체는 부도덕하다고, 그런데 이번에도 또 시민 단체에서부터 추천을 받는대’그러니까 이 자체가 하나도 규명되어 있는 합리적인 근거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보수 언론은 이 시민 단체에 덧씌워진 이런 잘못된 이미지를 자기 근거로 활용하고 있는 자기 표절 문제, 굉장히 심각하고 비윤리적입니다. 더 비윤리적인 문제입니다.

[최욱] 방금 표절이라는 단어를 쓰셨는데 이런 와중에 아주 의심스러운 기사가 있었습니다. 다른 두 언론사의 기사인데 너무 흡사해서 두 기사가 어디가 다른지 찾아봐야 하는 숨은 그림 찾기 저널리즘 제가 이름 한번 붙여보고요. 심지어 이거를 보면요. 네티즌의 반응 인용까지도 두 기사가 같아요.

[강유정] 네티즌이 어떻게 얘기를 하냐 하면 “공정하게 시험을 보든 의사나 교수들이 직접 자질을 보고 뽑아야지 시민 단체가 웬 말이냐.” “저거 해명이랍시고 낸 게 코미디다” “시민 단체가 권력 킹(King)민 단체" 왕이라는 의미에서요. “이러다 수사권까지 줄까 겁난다” 등의 의견을 내놓았다고 중앙일보 기사에 실려 있는데요. 고스란히 따옴표를 또 한 번 따옴표 쳐서 인용을 하고 있는데 표절이라는 문제를 학계에서는 굉장히 엄격합니다. 같은 곳을 인용할 때조차도 해석이 다르지 않으면 표절의 시비에 걸릴 수 있는 것이거든요.

[최욱] 세상에 댓글이 얼마나 많은데 어떻게 인용하는 게 똑같냐는 거예요. 네티즌이 보도 자료를 낸 것이 아닌가 하는 너스레를 한번 떨어봅니다.

[임자운] 제가 가장 안타깝게 생각했던 거는 그것을 언론이 얘기한 것을 받아서 의사협회나 대전협(대한전공의협의회)에서도 그 문제를 그대로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최욱] 맞습니다.

[임자운] 거기에 반발하는 젊은 의사들 중에 학교장 추천으로 대학 들어간 사람들 많을 거거든요. 그러니까 학교장 추천도 음서제고 게이트냐고 저는 묻고 싶은 거죠. 공부 잘한다고 자부하신 분들은 왜 그런지 모르겠는데 제도의 이름이 아니라 제도의 내용과 취지를 살펴야 하는 거잖아요. 말꼬리 잡기 놀이에 빠져있고 그거를 심지어 이 문제를 비판하는데 가장 중요한 논거로 내세우고 있다는 게 굉장히 한심하게 느껴지고요. 지금 띄운 이 카드 자료 있죠? 이런 식으로 전교 1등을 차지하는 사람만이 의사가 되어야 하고 성적이 모자란 사람은 의사가 결코 되어서는 안 된다는 인식을 부끄럼 없이 마구 이야기하는 사람이 상당수가 의사가 차지하고 있는, 그 문제를 타파하기 위해서 사실은 여러 단위가 여러 이해관계를 가지고 여러 계층에서 공공의대라는 제도의 취지에 맞게 선발 과정에 개입할 필요성이 있다는 거죠. 그런데 그 전체적인 맥락을 다 거세하고, 공정성 시비, 음서제, 게이트, 이런 식으로 이야기하는 것은 의사 협회나 대전협 자체도 굉장히 본질을 왜곡하고 있는 거죠.

[이상호] 결국 일부 언론들이 운동권 시민 단체, 음서제로 이어지는 이런 연결고리를 활용해서 이런 기사들을 내고 싶었던 게 아닌가하는 생각이 좀 드는데 여기에 그치지 않습니다. 조선일보가 대형 오보를 터뜨렸거든요. 8월 28일자 일부 지역 배달판에 <조민, 세브란스 병원 피부과 일방적으로 찾아가.”조국 딸이다. 의사 고시 후 여기서 인턴하고 싶다”>는 기사를 실었다가 바로 다음 날 정정보도를 냈습니다. 어떻게 보셨어요, 이 기사?

[최욱] 이거는 이제 나쁜 오보에 더 나쁜 사과 저는 이렇게 좀 설명을 하고 싶은데요. 오보를 내고 사과를 하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사과를 보시면 사과인 듯 사과 아닌 사과와 또 썸을 타고 있거든요. 이거를 제 식으로 해석을 하자면 ‘우리가 잘못했다, 그런데 과연 진짜 아닐까?’ 이런 느낌. 이런 느낌을 찝찝하게 남겨 놓은 그런 사과입니다.

[이상호] 여지를 남긴.

[유현재] 사과의 기술도 있지 않습니까? 사과를 하려면 빠르게 해라 그 다음에 또 하나 강렬하게 해라. 강렬하게 해야지만 상대가 미안해질 정도로 그래야만 진위를 의심받지 않는다고 하는데요. 빠르게 파악했으니까 사과한 거까지 좋았습니다. 그런데 그걸 해명하는 과정에서 이 기사를 쓴 명분에 대해서는 정말 이만큼이라도 전달하고 싶다, 그리고 나한테는 이러이러한 명분이 있었다는 게 정말 눈물겹게 계속해서 변경이 돼요. 굉장히 언어의 마술사라는 생각은 들었습니다만 이게 분명 오보다 싶으면 명확하게 하는 게 좋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을 합니다.

[한승연] 빨리 사과를 할 수밖에 없었던 게 보도 당일 아침에 조국 전 장관이 자신의 SNS에 강한 항의글을 올렸죠. 그리고 정정 보도에서는 일부 지역이라고 했지만 조국 전 장관이 주변 분을 통해 확인을 했더니 이 기사가 나간 게 11곳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보시다시피 서울판에는 어떤 기사가 올라왔냐 하면 서울 구로구 아파트에 코로나 확산 소식이 올라왔거든요. 그러니까 서울판과 일부 지역에 나간 지면이 전혀 달랐던 거고, 또 정정 보도에는 오보라는 표현이 직접적으로 들어가 있진 않거든요. 그래서 “병원 간부들과 조국 전 장관은 모두 부인했다”는 식으로 오히려 의심의 여지를 남기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과연 그런지 저희 J가 직접 연세대 의료원을 취재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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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연세대학교 의료원 취재

[제작진] 이 복수의 연세대학교 의료원 고위 관계자는 대체 누군가요, 고위 관계자는?

[연세대학교 의료원 직원] 제발 그거 쓰신 황 기자님이나 여쭤보고 싶어요, 진짜. 저희가 다 전수로, 다 모든 교수님들 여쭤보고 관련 있는지 다 확인했거든요. “만난 사람 없고 본 사람도 없다”까지 답변드리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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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자운] 저는 이번 사건도 보면 조선일보가 진짜 과대평가됐다는 생각을 저 스스로도 하거든요. 그러니까 저도 그런 생각하는 거예요, 은연중에. ‘조선일보가 나쁜 기사를 쓰지만 세련되게는 쓴다. 황색 언론, 듣도 보도 못한 황색언론처럼 기사를 막 쓰지는 않는다’는 생각을 은연중에 했는데.

[최욱] 조선일보 워낙 좋아하거든요.

[임자운] 정론지로서의 외양은 갖추려고 노력해왔다는 생각을 막연하게나마 해왔는데 이런 기사를 보면 그게 무너져버리는 거죠. 이번 기사를 보면 다른 거 없이 그냥 이참에 조국 혐오 마케팅이나 한 번 더 해보자라는 생각에 몰두하고 있는 것 같아요.

[한승연] 이 오보 말미에 담긴 내용은 그 전에 조선일보가 이미 기사화했던 내용이기도 한데요. 그 기사는 8월 20일 <의대생 91%가 거부한 의사 고시, 조민은 시험 본다>는 보도였습니다.

[이상호] 일부 언론이 이렇게 조민 씨를 계속 주제로 해서 기사를 쓰는 이유는 뭐라고 보세요?

[최욱] 여기에 영화 평론가가 나와 계시는데 영화 볼 때 앞에 일어났던 여러 사건들이 촘촘하게 마지막에 탁탁탁 연결되면 더 재밌게 느껴지거든요. 저의 이런 취향을 언론이 잘 아는 게 아닌가. 어떤 하나의 사건이 탁 터지면 앞에 있었던 조국, 윤미향, 탈원전 이거를 항상 엮습니다. 그래서 계속 장사를 하고 그런 서사의 구조를 계속 만들어내는 거 아닌가, 개인적으로 그런 생각해봅니다.

[이상호] 언론들이 이런 데 관심을 가지는 동안 정말 중요한 쟁점들을 어떻게 다뤘는지도 좀 살펴봐야겠죠, 파업 기간 내내 가장 논란이 뜨거운 의대 정원 확대 문제를 두고 정부와 의사들 주장이 팽팽하게 맞섰는데 관련 내용 잠깐 들어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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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의대 정원 확대 문제, 정부와 의사의 입장은?

[김헌주 /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 계속해서 의사 수의 부족 문제는 이야기가 되어왔고 또 공공 의대 설립의 문제도 이전부터 작년, 재작년 국회에서 여러 차례 논의가 된 바가 있었습니다. 그런 와중에 코로나19가 발발하고 그러면서 의사 수의 문제 그리고 부족한 지역에 의료 인력을 어떻게 채워야 하는가 문제에 대해서는 조금 더 공론화가 되고 있고요.

[김형철 / 대한전공의협의회 전 대변인] 의사 수가 몇 명인지가 더 중요한 거고 인구 밀도를 고려한 의사 수가 얼마큼 더 되는지가 중요한 거고 그런 것들이 의료 이용이 얼마나 쉬운지를 나타내는 훨씬 중요한 지표예요. 게다가 우리나라는 출산율 0명대 인구 소멸국가에 가깝잖아요. 반면에 의사 수 증가율은 OECD 거의 최고 수준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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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유정] 이 문제를 많은 언론들이 지금 보도를 하긴 했죠. 그래서 적다, 많다 이런 근거도 굉장히 제각각이고, 통계도 제각각인데요. 의대 정원을 키우는 것보다는 공공 병원을 만들어야 한다는 게 의사 쪽 주장이더라고요. 그러면 ‘공공 병원을 어떻게 만들어야 하냐’라고 얘기를 했더니 ‘공공 병원을 만들면 거기에 환자 수가 있어야 하고 환자에 맞춰서 의사 외에 간호사라든가 다른 전문 인력들도 들어가야 하는데 지금 병원을 만들어도 거기에는 사람이 없습니다. 그러므로 의미가 없습니다’ 이런 식으로 계속 논점을 벗어나요. “의사들을 재배치하기 위해서는 어떤 도움이 더 필요할까요?”라고 얘기했더니 김형철 씨가 뭐라고 대답을 하냐 하면 “한 마디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입니다”라고 대답을 해요. 그러니까 대안이 없는 겁니다, 현재. 그러면 다음 스텝은 합리적으로 생각해서 뭡니까? ‘사회적으로 공공 담론화해서 우리 얘기해봅시다’라고 가야 하는데 그 다음 담론이 ‘안 됩니다. 일단 다 철회합시다’로 가고 있으니까 이 부분에서 일단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생각이 일단 저는 들었습니다.

[이상호] 의사가 절대 부족하지 않다, 계속 증가할 것이다. 이런 의견도 있고 아니다, 의사 절대 수가 부족하다. 도대체 헷갈려요, 어떤 게 맞는 기준인지

[최욱] 취재 설마 했겠죠? 이 정도는

[한승연] 네, 그래서 제가 한번 알아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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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한승연의 팩트 A/S 의사 수 논란의 진실은?

[자막] 한국 의사 수 부족? 사실(FACT)
[인구 천 명당 의사 수] -2017년
한국 2.3명 OECD 평균 3.5명

[자막] 한국 연평균 의사 증가율 높으니 2038년에는 OECD 평균 따라잡는다? 거의 거짓(FALSE)
[인구 10 만 명 당 의대 졸업자 수] - 2017년
한국 7.6명 OECD 평균 13.1명

[정형준 /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장] 현재 비율(증가율)이 높다는 거 자체가 거꾸로 현재 의사가 너무 적다는 걸 보여줄 수도 있는 거고 10만 명당 의사가 몇 명이 지금 양성이 되느냐, 1,000명당 의사가 10년이 지나면 몇 명이 증가하느냐. 여기에 지금 본다고 했을 때는 한국이 OECD 평균만큼도 증가가 안 돼요. 그러면 결국 못 따라간다는 거죠. 지금 수준으로 가면. 늘리지 않으면 OECD 평균만큼은 못 간다, 라는 것이 사실이에요.

[자막] 의사 접근성 세계 최고 수준? 일부 사실(FACT?)
[환자 1인당 연간 외래진료 건수] -2017년
한국 16.6회 OECD 평균 6.8회
[정형준 /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장] 의료 접근성이 높은 이유는 의사 한 명이 엄청나게 많은 환자를 보기 때문이에요. 그러면 거꾸로 이야기를 하면 적절한 수준의 환자를 보고 의사가 적절한 수준의 의료의 질, 적정 진료를 제공하게 되면 사실은 의사가 부족하다는 뜻이거든요.

[자막] 지역별 의료 격차 크다? 사실(FACT)
[인구 천 명당 의사 수] -2017년
서울 3.1명 경북 1.4명

[자막] 정부 추진 지역 의사제로 의료 격차 줄일 수 있다? 일부 사실(FACT?)

[정형준 /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장] 의무 복무에 여기 수련 기간이 포함돼 있기 때문에 지역 사회에서 실제 일할 수 있는 기간이 많으면 4~5년, 짧으면 2년 정도밖에 안 되는 이런 상황이라. 이게 엄청나게 큰 허점이고요. 그렇게 하게 되면 사실상 지역의사할당제의 본래 취지인 지역에서 계속 일할 수 있는 의사를 양성한다는 것이 퇴색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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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자운] 결과적으로 얘기를 들어보면 제가 생각할 때는 의사 수 정원이든 지역의사제든 의사들이 가장 강하게 반대하는 핵심 근거는 퀄리티 컨트롤(Quality control), 즉 ‘의료 서비스의 질이 떨어진다. 그런 식으로 의사 뽑으면’인 것 같아요. 그게 또 궁금해지는 거죠. 의사 수를 늘리면 혹은 지역 의사제 같은 걸 도입하면 왜 의료 서비스의 질이 낮아진다고 생각하는 걸까. 그 이유를 듣고 싶어서 여러 자료나 인터뷰 내용을 찾아봐도 사실 잘 못 찾겠어요, 그러니까 그래서 의심하게 되는 거죠. 이제까지는 1등부터 3000등까지만 의사가 됐는데 이제는 3500등까지 의사가 되게 생겼으니 설마 그 수능 점수가 더 넓어졌으니까 그거 때문에 퀄리티가 떨어진다고 생각하는 거야? 이게 오해이길 바랐는데 아까 소개했던 대한의협 산하 연구소에서 나온 자료를 보면 실제 그런 말을 직접 하는 거잖아요. 지금 의사들이 하는 투쟁이 자신의 성적을 인정해달라는 투쟁이었어? 아니면 자신의 학벌을 인정해달라는 투쟁이었어? 이런 생각까지 드는 거죠. 의사 수를 늘린다는 것 자체가 만능일 수는 없죠. 하지만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는 하나의 해법이 될 수는 있다, 언론도 이 방향에 대해서는 사실 무게를 실어주는 게 맞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상호] 소통에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최대집 현 의협 회장이 “이 사안과 관련해서 정부가 1년간 단 한 번도 의협과 협의한 적이 없다” 이렇게 주장을 하기도 했는데 이 부분은 어떻게 보세요?

[강유정] 최대집 대표라고 해야겠죠? 2018년 3월 당선되자마자 사실 그 전에 의협이 의사, 병원 그리고 정부 이렇게 해서 계속해서 지속해 오던 합의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파기해 버렸습니다. 그러면서 3년간 대화하지 않겠다고 얘기를 했어요, 그런데 그 합의 내용이 뭐였냐 하면 지금 전공의들이 요구하고 있는 수가 인상과 처우 개선에 대한 문제가 포함된 내용이 있었다는 겁니다. 문제적인 건 최대집이라는 이분이 단순히 의사의 어떤 권리라든가 처우 개선 문제만 가지고 스피커가 되었느냐, 그게 아니라는 거죠. 지금까지 굉장히 다양한 정치적인 목소리를 내세웠고 심지어는 그래서 의사 문제를 대정부 투쟁의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의혹까지 받고 있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 상당히 개연성이 있기도 하죠. 그러니까 국민 건강을 진짜로 목적으로 두고 그리고 의사 수 문제와 관련된 공공 의료 문제 때문에만 투쟁을 하느냐고 했을 때 저는 정말로 대표를 고른다면 최대집이라는 이 의협 대표 뿐만 아니라 다양한 의료계, 말 그대로 범의료계 목소리를 들어야 하는데 굉장히 극단적인 목소리를 하나로 강조함으로써 갈등이 더 증폭이 되고 언론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유현재] 전체적으로 마음은 무겁습니다만 대국민 소통에 있어서 약간 미숙함이 많이 보였습니다. 그리고 이번에 덕분에 챌린지를 패러디해서 ‘덕분이라며? 챌린지’ 이런 게 있었어요. 덕분에 챌린지는 정부에서도 많이 참여를 한 것은 많지만 ‘덕분에’라고 한 것은 국민들의 마음이었잖아요. 그런데 ‘덕분이라며?’ 하는 순간 정부를 적으로 만든 게 아니라 국민을 적으로 만들었어요. 아까 사진 나왔습니다마는 그 사진도 가만히 생각해보면 가운이 벗겨졌다? 저건 무책임의 기호잖아요. 그러니까 이런 상황들이 다 보면 굉장히 의사 그룹이 소통과 관련해서는 미숙하구나. 지금 이렇게 파국으로 하면 이게 결국 윈(Win), 루즈(Lose) 게임이 아닙니다. 루즈 루즈 게임이거든요. 정부에게도 똑같은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정부에게는 법이고 정책이지만 국민에게는 삶입니다. 그러니까 이런 부분에 있어서는 진실은 항상 중간쯤에 있다고 하잖아요. 그러면 좀 가까이 다가설 수 있는 그런 노력과 용기가 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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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자막] 지난 4일, 대한의사협회는 코로나19 안정 이후 쟁점을 재논의하는 조건으로 진료 복귀에 합의했다.

[자막] 의사들이 복귀해도 공공의료와 지역의료 공백 문제는 그저 미뤄졌을 뿐이다.

[자막] 언론에게는 지난 한달 동안 보여주지 못한 공론장을 다시 준비할 기회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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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호] 이후 언론들 어떤 역할을 해야 한다고 보시는지

[임자운] 두 가지인데요. 첫째는 가르마를 잘 타줬으면 좋겠어요. 가령 저는 이야기를 자꾸 듣다 보면 결국 수가가 문제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고 전공의 처우 개선 이게 문제라고 생각하는데 언론에서 그것들은 잘 안 나타나거든요. 그래서 가르마를 좀 타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하나가 있고요. 두 번째는 파업이나 집단행동이 자신의 의사를 전달을 넘어서 관철시키겠다는 태도로까지 나아가려면 결국 사회적 공감대가 필수적이에요. 그런데 지금 의사들의 이런 집단행동이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이유가 그 공감대를 얻어서일까요? 아니에요, 제가 봤을 때는. 너무 큰 걸 걸고 있기 때문이에요. 환자들의 생명을 걸고 있기 때문에 이렇게 힘이 있는 거거든요. 굉장히 위험한 행동이에요. 이것을 하지 말라고 의료법이나 응급의료법이나 이 자체에 대해서 불법 행위라고 규정을 하고 있는 거잖아요. 그래서 저는 메시지의 옳고 그름을 떠나서 그것을 관철시키겠다고 지금 의사들이 벌이고 있는 행동, 그 일부 양식에 대해서는 분명히 언론이 비판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강유정] 의료를 멈춰서라도 의료를 살리겠다고 최대집 대표가 말했습니다. 소방을 살리기 위해서 소방을 멈추겠다. 말이 안 됩니다. 이 말이 안 되는 표제를 언론이 그냥 갖다 쓰는 거는 굉장히 부도덕한 일이라고 일단 생각이 들고요. 의사라는 집단 자체도 자신의 이기적인 어떤 삶에 대한 욕망과 그리고 의료인으로서의 의무를 다 가진 복합적 존재라는 겁니다. 이 양쪽 때문에 하나를 위해서 하나를 포기하라고 말하고 싶지 않아요. 그러나 언론은 누구의 편을 들거나 누구를 비난하는 몫이 아니라 단지 언론이 반대하고 싶은 어떤 정책적 방향에 힘을 쏟아주는 그런 정파적인 태도뿐만 아니라 정말 미래를 보고 필요한 논의를 담고 전달하고 증폭할 수 있는 제대로 된 확성기 역할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유현재] TF가 만들어졌으면 좋겠어요. 이제 제로베이스에서 다시 한 번 논의하겠다는 거잖아요. 그러면 이제 협의체가 구성이 될 겁니다. 그렇다면 특정 언론사가 협의체에 초대될 정도의 전문성을 키우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그러니까 전부 다 OECD 통계 들이대고 이런 것들이 아니라 적확하게 타당성을 인정받을 수 있는 데이터도 찾고 그리고 굉장히 해외에 있는 자료들도 찾고 그래서 전문가가 됐으면 좋겠고요. 의사들도 그리고 정부도 뭔가 속내는 있는데 말 못 하는 거 있잖아요. 솔직히 말해서 돈 이야기다, 그러면 돈 얘기를 할 수도 있는 거고요. 그 얘기를 언론이 좀 해주면 출구가 나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좀 듭니다.

[이상호] 오늘 수고해주신 한승연 기자 고맙습니다.

[한승연] 고맙습니다.

[이상호] 올여름에는 무려 54일간의 긴 장마가 있었죠. 지난주에 태풍 바비, 이번에는 제 9호 태풍 마이삭까지 올라왔습니다. 날씨에 이렇게 관심이 가진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인데, 언론은 이 문제를 어떻게 다루고 있는지 KBS 신방실 기상전문기자와 함께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어서 오세요.

[신방실] 안녕하세요?

[이상호] 반갑습니다.

[최욱] 초면에 이런 말씀 드리기는 좀 뭐 하지만 저는 이분을 TV에서 보고 싶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태풍과 함께 나타나시고 이분이 나타나시면 제가 진행하는 <더 라이브>가 항상 결방이에요.

[신방실] 죄송합니다.

[최욱] 그래서 오늘은 제가 굉장히 날카롭게 오늘 대하겠습니다.

[이상호] 태풍 장미까지 겹치면서 역대 최장기간의 장마가 계속되던 8월 11일이죠. 일부 언론의 헤드라인에 이른바 기상망명족이 등장했습니다. 당시 기상청의 예보가 번번이 빗나갔는데 그러자 해외 기상 예보 사이트를 찾는 사람들을 소개한 건데 어떻게 좀 보세요?

[강유정] 굳이 부정적 호명을 붙일 필요가 있냐는 생각이 들어요. 그러나 부정적 호명을 붙일 때 클릭 수가 느는 건 사실이죠. 가령 기상 얼리 어댑터라든가 기상 정보 프론티어 이렇게 붙였다면 ‘이거 뭐야? 무슨 홍보 문구야?’‘라고 하면 사람들이 관심을 안 가질 거니까. 그러나 날씨는 정확성의 영역이지 위계 영역이 아니거든요. 뭐가 낫다, 그르다의 의미보다는 어떤 게 더 정확하므로 이런 수치를 더 반영하면 좋겠다, 이런 기준이면 좋겠다는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언론이면 좋을 텐데 저는 이름을 붙여보자면 이간질 저널리즘이라고 생각이 듭니다.

[유현재] 예전에 혹시 아시는지 모르겠으나 노르웨이를 포털에 치면 옛날에 연관 검색어가 1등이 고등어였습니다. 노르웨이 하면 고등어였죠. 그런데 2위로 떨어졌답니다. 노르웨이 기상청이 1위에요. 또 체코 치면 원래는 프라하였대요. 그런데 윈디로 바뀌었답니다. 기상망명족이라고 해서 레이블링이 되면 사실 본질은 사라지고 이미지와 선입견만 남는다고 하는데 저 개인적인 생각은 이것도 이분법인 거 같아요. 정확하게 따지면 이건 과학의 영역이라서 오차가 있지만 오보라고 보기는 좀 그래요. 그러니까 기상전문가가 볼 때는 수치상으로 정확하다고 할 거 아니에요. 그런데 일반인은 그런 거 모르겠고 내가 나가서 서핑을 타도 되냐, 안 되냐. 그리고 우리 집 지붕이 안 날아가, 날아가. 이게 정확도인 것 같아요. 그러니까 그 와중에 소통의 갭(격차)이 좀 있는 것 같아요. 그런데 그런 걸 해결해주는 역할을 언론이 좀 해줬으면 좋겠다.

[최욱] 태풍마저도 스포츠화시켜 버립니다. <태풍 경로 예측 이번에는 기상청이 윈디 이겼다> 8월 27일 MBN은 <태풍 경로 예측, 기상청 vs 윈디> 이런 식으로 보도하고 있다는 거. 이거 책임감 느껴야 합니다.

[유현재] 경마 저널리즘의 2020년 버전이 좀 보이고 있는 것 같아요, 1번 마(馬), 2번 마, 3번 마 이런 식으로 되는데. 최근에 젊은 대중들이 MMORPG(대규모 다중사용자 온라인 롤 플레잉 게임의 줄임말)에 굉장히 익숙하지 않았습니까? 그러니까 게임이 익숙하고 편해요. 그러다 보니까 뭐, 뭐 승. 중간에 VS 있고 그러면 엔터테이닝 팩터(흥미 요소)도 있는 것 같아요. 언론은. 경쟁력을 키워야 하는 건 맞기는 합니다마는 오보청이라든가 그 다음에 필연적으로 망신 주기가 되면 한 사람이 희생이 되어야 하잖아요. 그런 부분에 있어서는 조금 안타까운 부분이 있습니다.

[임자운] 그러니까 이번 태풍과 관련해서 게임식 보도를 하면 가장 가슴 아픈 사람들은 태풍 피해를 입은 분들일 거 같아요.

[최욱] 맞습니다.

[임자운] 그래서 그분들의 목소리나 지금 현재의 입장이 어떤 지를 게임식 보도할 시간에 그런 거 좀 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데 지금도 태풍 마이삭과 관련해서 또다시 대결 구도의 보도가 나오고 있더라고요. YTN이 1일 <일본 ‘루사’ VS 한국 '매미' 진로 예보 또 시험대>라는 제목으로 한국과 일본의 기상청 태풍 진로 예측을 비교를 해서 기상청의 예측 능력을 언론이 다시 한 번 시험대에 올렸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상호] 태풍 진로를 두고 이런 식으로 평가하는 기사를 쓰는 게 정말 일종의 관행이라고 보십니까? 신방실 기자. 이거 벗어날 수가 없어요?

[신방실] 네, 사실은 이전에도 태풍이 늘 상륙을 했을 때 뭔가 이런 기사가 늘 반복이 되어 왔고요.
그래서 이번 태풍 마이삭 같은 경우에는 매미랑 비슷하다고 해도 아무도 그거를 신뢰하지 않고 언론은 책임지지 않는 이런 경기 중계식 보도를 하고 빠져버리지만 결국 거기에 휘말려서 기상청 예보를 무시하고 서핑을 간다든지 계곡에 가신다든지 해서 피해를 당하는 건 그분들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될 수 있을 거 같습니다.

[이상호] 실제로 그 기상 보도 준비할 때 해외 예보도 많이 참고를 하시나요?

[신방실] 네. 저희가 일단은 가장 먼저 보는 게 한국 기상청의 예보고 사실 일기도나 이런 걸 직접 다 보거든요. 기상청에서 공식적으로 나오는 자료와 또 저희가 직접 해석하는 자료들, 이런 거를 통해서 취재를 하고 있습니다. 동시에 아까 얘기가 나왔지만 윈디, 요즘 정말 체코가 윈디로 정말 유명해졌잖아요. 사실 윈디는 굉장히 정확하거든요. 기자들도 많이 참고를 하는데.

[최욱] 원조 망명족이에요.

[신방실] 윈디는 참고 자료고. 윈디라는 게 절대적인 기준은 아니고 윈디는 그냥 시뮬레이션을 보여주는 툴이에요. 윈디의 기반이 되는 게 유럽 중기 예보 센터의 수치 예보 모델과 미국 모델이거든요. 유럽 모델은 전 세계 1위 모델이에요. 그 유럽 모델이 생산한 예보를 그냥 시각화해주는 앱이라고 그냥 보시면 돼요, 윈디는.

[최욱] 아니, 그러면 제가 단도직입적으로 하나 여쭤보겠습니다. 지금 유럽 모델이 정말 세계 1위다, 이렇게 강조를 하셨는데 그러면 우리나라의 날씨 예보도 그 모델이 실제 더 정확하게 맞출 수 있느냐. 이게 궁금한 거예요.

[신방실] 아니죠.

[최욱] 그건 아니에요?

[신방실] 그거는 아니다. 왜냐하면 유럽 모델이라서 전 지구 대상으로 하고 그 한 부분이 우리나라일 뿐인 거고요. 특히 노르웨이 기상청은 우리나라 대상으로 어떤 상세한 예보를 생산하는 게 아니라 그냥 전 지구 중의 한 지역으로 평균적인 값을 계산하기 때문에.

[최욱] 그렇겠죠.

[신방실] 어떤 국지적으로 비가 많이 온다든지 이런 건 전혀 예측을 못 하거든요.

[이상호] 성동구 날씨를 맞힌 노르웨이 기상청의 관련 보도는 어떻게 보셨어요?

[신방실] 그런 보도를 하려고 마음만 먹는다면 수십 번을 할 수가 있어요. 왜냐하면 굉장히 디테일한 사례들을 특정한 시각, 그리고 특정한 지역을 골라서 그때 자기 입맛에 맞게. 서울에서도 도봉구, 성동구, 영등포구, 날씨가 다 다르잖아요. 요즘 비구름이 굉장히 국지적으로 많이 와서 정말 그런 현상들이 많은데. 노르웨이 기상청이 더 정확한 강수량 예보를 한 거를 뽑아내고자 한다면 충분히 그런 사례를 많이 뽑을 수 있어요.

[최욱] 이런 류의 보도는 굉장히 위험할 수 있겠네요.

[이상호] 독자들 입장에서는 무슨 헥토파스칼 이런 수치보다는 사람 날아갈 정도, 전국 덮친다, 매미보다 강한 놈, 사람 날리고 차 뒤집는 수준. 이런 게 그냥 눈에 먼저 들어오거든요.

[신방실] 태풍의 위험도를 얘기할 때 초속 10m, 20m 하면 잘 와닿지가 않잖아요. 그래서 요즘은 이런 위력을 대부분 강조하는 제목을 뽑고 이번 태풍에 대해서도 제가 되게 눈에 띄는 기사들이 어떤 이 태풍이 경남 해안을 때린다, 뭐 이런 표현들이 너무 많은 거예요. 제목에.

[유현재] 우리나라 언론이 지켜야 할 준칙, 그중 에 대표적인 게 자살 보도 준칙이 있고 그다음에 감염병 준칙이 있고 또 한 가지가 재난보도 준칙이 있어요. 그 세 가지의 공통점은 사실 국민의 건강, 안위, 안정 이런 것들과 직결됐기 때문에 자극적이라든가 어떤 지역을 이렇게 혐오가능성이 있을 법한 것이라든가 그런 걸 좀 조심하자고 하는데요. 웬만한 날씨는 전부 역대급으로 포장이 되어 있어요. 어떤 기사든 어쨌든 클릭이 되고 장사 좀 해야겠어 하는 이런 부분도 없지 않아 있는 거 같습니다.

[강유정] 무엇보다도 언론사에서 예측은 과감하게 하고 결과는 아주 엄격하게 심판관으로서 하고 있는 측면이 또 큽니다. 과학적으로 오히려 수치를 얘기하는 게 어렵고 전달해야 한다면 저는 이거 볼 때마다 의심이 들었어요. 사람 날아갈 정도면 몇 킬로그램이어야 해요? 어린이입니까? 노인입니까? 아니면 건장한 남성입니까? 일상에 굉장히 근접한 용어 같지만 결론적으로 오히려 공포감을 높이다 보니 거듭되면 둔감해질 수 있는 요소가 너무 많은 거예요. 이러고 나서 또 조용히 지나가면 조용히 지나갔다고 예보가 틀렸으면 틀렸다고 언론은 모습을 바꾸고 심판관으로 다시 등장을 하는 겁니다.

[이상호] 지난 7월이죠. 7월< 역대급 폭염 온다>라고 전한 조선일보도 한 달 뒤 기사에서 올해 <역대급 폭염을 썼던 기상청이 오명을 쓰게 됐다>고 짚었습니다. 그런데 신방실 기자가 확인한 바로는 언론 보도와 기상청이 발표한 여름철 전망의 뉘앙스가 달랐다면서요.

[신방실] (기상청이) 여름 전망을 하고 나서 역대급 더위에 대한 기사들이 쏟아져 나왔고 그런데 기상청 보도 자료나 그날 브리핑에서는 절대 이런 이야기가 없었거든요.

[최욱] 그래요?

[신방실] 기상청이 정확하게 뭐라고 했냐면 “올 여름철 기온이 평년보다 0.5에서 1.5도 높고 작년보다는 0.5도에서 1도가 높겠으며” 이런 식으로 얘기를 했어요.

[최욱] 평년이 뭐죠?

[신방실] 바로 그거죠. 평년이 지난 30년간 평균한 값, 평균 기온. 그러니까 기자들은‘아~ 평년? 작년? 그래, 무조건 높네‘ 하면서 역대급 폭염으로 둔갑을 하게 된 거예요.

[유현재] 기상은 상당히 과학적인 거니까 비율을 통해서 이렇게 얘기를 하는 게 맞죠. CNN도 그렇게 하더라고요, 보니까. 그런데 우리나라는 그렇지 않고 마치 날씨 읽어주는 예보관이 있는 거예요. 그분들이 약간 도사님화 되어야 하는 거예요,‘오늘의 날씨는 어떻게 되겠습니까’해서 맞혀야 하는 건데 사실 과학자들한테 사실 그거 하라는 것은 무리가 있기도 하거든요. CNN이나 다른 해외 언론사에서 어떻게 날씨를 전하는지도 한 번 벤치마킹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좀 듭니다.

[최욱] 오늘따라 제가 유독 소외되는 느낌인데 그동안에 우리 J가 항상 했던 이야기가 언론은 어려운 정보를 대중의 언어로 쉽게 전달해야 한다. 이렇게 말씀하지 않았습니까? 아니, 틀린 기상청이 잘못이지. 대중의 언어로 전달한 언론이 저는 뭐가 그렇게 잘못됐는지.

[강유정] 역대급이라고 표현이라고 하면 제 기억에 1994년과 2018년 더위가 기억나거든요. 역대급이라는 거는 정말 몇 십년에 한 번씩 쓸 수 있을 만큼의 급격한 차이가 있을 때 쓸 수 있는 말인데 언론이 너무 쉽게 쓰고 있다는 생각이 들고요. 또 하나는 아직 시민에게 굉장히 체감으로 이거는 정확하다고 느껴질 만한 기상 언어가 없어요. 어차피 원래 소스가 부정확하니까 이렇게 전달할 수밖에 없다고 얘기하는 거는 굉장히 무책임하고 게으른 변명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이상호] 제 기억이 맞다면 이전 과거 몇 십년 동안의 날씨 예보와 지금의 날씨 예보 굉장히 예전에 비해서 많이 복잡해졌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게 기후 변화와 관련이 있지 않을까 그런 이야기들을 많이 하지 않습니까?

[신방실] 제가 기상 전문기자로 취재를 하고 하다 보면 최근에는 달라진 걸 몸으로 체감할 수가 있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2018년 앞서 말씀을 하셨지만, 정말 31일이 넘는 전국의 폭염 일수가 이어졌고, 2019년도에는 태풍 7개가 왔고 올해는 좀 잠잠하나 했더니 아무 애를 안 먹이던 장마가 애를 먹이고 있잖아요. 그래서 기후 위기가 현실이 되고 있는 것을 체감을 하고 있고 날씨에 대한 언론들의 어떤 자세나 태도가 또 그 이전과는 달라야 하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하게 되더라고요.

[이상호] 기후 위기, 기후 변화가 왔다는 거는 사실이네요?

[신방실] 네, 그렇죠.

[이상호]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닌 건데 우리 언론도 조금씩 이 문제에 주목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최근 기후 변화가 우리 삶에 미치는 영향을 잘 보여준 보도를 J-PICK으로 짚어보도록 할 텐데요. 경향신문의 기획보도 <기후 변화의 증인>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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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J-PICK <기후 변화의 증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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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욱] 사실 그 기후변화 이 단어는 많이 들었는데 내 일처럼 느껴지지는 않거든요. 먼 미래. 아니면 나 다음 세대의 문제 정도로 느끼고 살아왔는데 이 기획기사를 보면서 내 문제로 다가왔습니다. 이런 공을 인정받았는지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을 받았습니다. 훌륭한 기사예요.

[임자운] 바다 농장, 산, 도시, 이렇게 위치 장소를 달리해가면서 기후나 환경에 대한 전문가가 아니라 일상 사시는 분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자기가 느끼는 기후변화, 기후 위기에 대해서 얘기하는 게 훨씬 더 실감나게 다가온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 영상도 봤는데 제주 분이 감태가 없어, 해조류죠? 감태가 없어서 소라 잡기에는 좋지만 이게 좋은 현상은 아닌 것 같다는 말씀을 되게 담담한 어조로 하시고 이 영상에 등장하는 모든 분들이 다 담담한 어조로 말씀하시는데 굉장히 임팩트 있게 다가와요. 그래서 예전에 경향신문이 했던 산재 기획보도도 저는 가장 좋았던 게 산재 문제가 나의 문제처럼 느끼게 했던 거거든요. 이번에 기후 위기 기획 보도 역시도 이게 지금 나와 내 주변에 이미 가까이 와 있는 나의 위기가 나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위기가 될 수 있다는 그 효과를 제대로 전달한 기사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신방실] 저희가 폭우가 오거나 장마가 길거나 했을 때 거리에 나가서 늘 인터뷰하면 나오는 얘기들이 이런 거거든요. 그러니까 “80살이 넘으신 할아버지, 할머니가 내가 80 평생 살면서 이런 비는 처음이다. 내가 어렸을 때는 한강에서 스케이트 타고 우리가 놀았는데 지금 얼지가 않는다” 이런 생생한 이야기를 솔직히 방송 기자들이 현장 나가서 많이 듣는데 저희는 그냥 이런 어떤 기획이나 이런 사람들한테 와닿는 거를 만들어야겠다, 이런 생각은 잘 못한 거 같아요.

[강유정] 기후 변화 문제는 우리가 급성 질환이 아니라 굉장히 만성적 질환이라고 생각해요. 다들 문제는 있다. 그러나 당장 죽을 문제 아니지 않냐고 만성 질환이 되니까 문제인데. 캘린더 보도식으로 이때쯤이면 장마니까 기후보도 한 번 해볼까? 이런 식으로 위기가 닥쳤을 때만 출동하는 언론이 아니라 정말 만성 질환이라면 만성 질환에 대비하는 만성적인 예보팀, 탐사보도하는 팀이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모든 언론사에 이런 전문기자가 마련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신방실] 솔직히 저희는 어떤 기자가 취재해서 발제하면 그게 9시 뉴스에 잡히면 일단 최고로 여겨지는 분위기인데 기후 변화나 이런 먼 이야기들이 한두 번 9시 뉴스에서 빠지고 늘 아침 뉴스로 넘어가고 이런 일들이 굉장히 많이 되풀이가 됐거든요. 그럼 기자들도 살짝 거기에 익숙해지는 거예요.

[최욱] 9시 뉴스에서 안 받아주면 더 라이브로 오세요.

[신방실] 가겠습니다. 받아주세요.

[유현재] 관련 정보가 모여 있는 곳이 있더라고요. 우리나라에도 기구가 국가기후변화적응센터가 있어요. 그리고 사실은 경향신문에서 말하고자 하는 어떤 그런 팩트들, 그런 것들은 정리가 되어 있거든요. 그런데 경향 신문이 돋보였던 것은 전형적인 기사 거리를 찾아서 뭔가 기사화하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 입장에서 나온 것 같아요. 그래서 뭔가 미진한 욕구에서 출발했기 때문에 ‘아, 나 저거 내 얘기야’ 그런 팩터(요인)가 있기 때문에 굉장히 와닿기도 하고. 기후 변화 그러면 사실은 어렵지 않습니까?

[임자운] 2018년에 폭염으로 돌아가신 분이 142명이라고 해요. 그러니까 이 숫자가 사실 믿기 어려울 정도로 큰데 더 놀라운 거는 뉴스 타파가 1997년부터 2018년까지 폭염으로 사망하신 분 통계를 폭염으로 사망한 분들이 가장 많이 숨진 장소가 사업장이 아니라 집안이더라고요. 그러니까 모든 재난이 그러하듯이 이 기후 재난 역시도 굉장히 불평등하게 다가온다. 그래서 사회적 취약 계층 사람들에게 훨씬 더 크고 지독하게 다가오는 재난 불평등 문제에 대해서 언론이 더 관심을 가져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습니다.

[이상호] 저널리즘 토크쇼 J 오늘 준비한 내용은 여기까지입니다. 오늘 함께해주신 유현재 교수님, KBS 신방실 기상전문기자 고맙습니다. 이 방송은 KBS 1TV, myK, 웨이브, 유튜브, 그리고 페이스북을 통해서도 만나실 수 있습니다. 언론개혁 끝까지 함께하겠습니다. 다음 주 일요일 밤에 다시 찾아 뵙겠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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